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5037 판결
[입찰방해(택일적죄명:업무방해)][공2008하,949]
판시사항

[1] 입찰절차가 아니라 경제주체의 임의의 선택에 따른 계약체결의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입찰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한국토지공사 지역본부가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분양하기 위하여 유자격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공개추첨하여 1인의 수분양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는데, 신청자격이 없는 피고인이 총 12인의 신청자 중 9인의 신청자의 자격과 명의를 빌려 그 당첨확률을 약 75%까지 인위적으로 높여 분양을 신청한 사안에서, 입찰방해죄와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모두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15조 의 입찰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위태범으로서, 여기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그 행위에는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되지만, 이러한 입찰방해 행위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방해의 대상이 되는 입찰절차가 존재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이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입찰절차가 아니라 공적·사적 경제주체의 임의의 선택에 따른 계약체결의 과정에 공정한 경쟁을 해하는 행위가 개재되었다 하여 입찰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2] 한국토지공사 지역본부가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분양하기 위하여 유자격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공개추첨하여 1인의 수분양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는데, 신청자격이 없는 피고인이 총 12인의 신청자 중 9인의 신청자의 자격과 명의를 빌려 그 당첨확률을 약 75%까지 인위적으로 높여 분양을 신청한 사안에서, 위 분양절차는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입찰절차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이 분양절차에 참가한 것은 9인의 신청자와 맺은 합작투자의 약정에 따른 것으로서 위 분양업무의 주체인 한국토지공사가 예정하고 있던 범위 내의 행위이므로, 위 추첨방식의 분양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 등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어 입찰방해죄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선우 담당변호사 장진호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입찰방해죄에 관하여

형법 제315조 의 입찰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위태범으로서, 여기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그 행위에는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할 것이지만, 이러한 입찰방해 행위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방해의 대상이 되는 입찰절차가 존재하여야 할 것인바 (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5731 판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807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와 같이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입찰절차가 아니라 공적·사적 경제주체의 임의의 선택에 따른 계약체결의 과정에 공정한 경쟁을 해하는 행위가 개재되었다 하여 입찰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에서 이 사건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조성·분양함에 있어서 사전에 그 분양가격을 9,020,256,000원으로 확정 공고한 다음, 그 수분양 자격요건인 지역 내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 소지자로서 분양신청금 4억 5천만 원을 예치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공개추첨의 방식으로 1인의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에 불과한 이 사건 분양절차는, 앞서 본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입찰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비록 그 이유의 설시에 있어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은 있으나 이 사건 분양절차가 형법 제315조 입찰방해죄의 ‘입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그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결론은 정당하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입찰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업무방해죄에 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하고, 그 업무가 주된 것이든 부수적인 것이든 가리지 아니하며, 경제적·영리적인 사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정신적·문화적인 사무도 이에 포함되며, 구체적이고 개개의 현실로서 집행되고 있는 직접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정당한 경영권 행사의 일환으로서 그 목적 사업에 수반되는 것 등 피해자의 당해 업무에 있어서의 지위에 비추어 널리 그 임무로서 수행하여야 할 업무도 포함된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업무를 방해한다고 함은 그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업무수행 그 자체를 방해하는 것에 한하지 않고 널리 업무의 경영이나 적정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도5669 판결 ,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원심의 인정 사실 및 기록에 나타나는 이 사건 중고자동차매매단지의 조성목적과 분양방식의 결정과정, 신청자 자격제한의 경위, 12:1에 이르는 신청 경쟁률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무작위 추첨방식의 위 분양업무 중에는 단순히 사적거래의 일환으로서 그 매수자를 선정한다는 측면 이외에 지역 내 유자격자에 한하여 적정 분양가에 의한 공평한 매수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비영리적·공익적 측면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그 신청자격이 없는 피고인이 총 12인의 신청자 중 9인의 신청자의 자격과 명의를 빌려 그 당첨확률을 약 75%까지 인위적으로 높여 신청한 경우라면, 비록 그 때문에 위 무작위 추첨에 의한 분양업무 자체가 방해받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그러한 명의대여의 사실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위 분양주인 한국토지공사의 착오나 부지를 이용하여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과 그 부수적 목적의 달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분양절차에 참가한 것은 단순히 위 9인의 신청자의 자격과 명의를 빌리는 형식이 아니라 그들과의 합작투자의 약정에 따른 것인데다가, 위 한국토지공사에서도 합작투자를 조건으로 유자격 신청자가 투자자의 자금을 제공받아 분양신청금을 예치하는 등의 행위는 위 분양의 신청 및 계약의 체결에 있어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총 130억 원 정도의 분양대금 및 시설자금의 소요가 예상되는 위 단지의 분양에 있어 법인이나 조합이 아닌 개인에게도 신청자격을 부여한 결정 자체에서 이미 투자자본과의 합작을 예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며, 나아가 피고인이 사전에 위 한국토지공사측 담당자로부터 그와 같은 합작형식의 분양절차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까지 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이와 같은 형태의 피고인의 이 사건 분양절차 참여행위는 위 분양업무의 주체인 한국토지공사가 예정하고 있던 범위 내의 행위로서, 위 추첨방식의 이 사건 분양업무 자체는 물론, 그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 등을 방해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의 이 부분 이유의 설시에 있어 다소 명확하지 아니한 점은 있으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이 사건 추첨방식의 분양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판단유탈,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arrow
심급 사건
-전주지방법원 2006.11.21.선고 2006고단1238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