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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전주지방법원 2007. 6. 1. 선고 2006노1326 판결
[입찰방해(택일적죄명:업무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재원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명 담당변호사 황규표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 사건 토지분양 방법은 이미 특정 가격을 정하여 놓고 일정금액을 납입한 사람들의 한도 내에서 추첨을 하여 당첨자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형법상 입찰방해죄의 ‘입찰’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 양형부당

가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원심의 양형(징역 6월)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 판단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에서 전주시 덕진구 장동 일대에 총 14,670평 규모의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를 가진 사람 중 분양신청금 4억 5천만 원을 예치한 사람에게 공개추첨입찰 자격을 부여하여 자신은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가 없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사실은 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없는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를 가진 사람들에게 분양신청금을 대납해주고 그 명의를 빌려 입찰에 참가하여 당첨 확률을 높일 것을 마음먹고, 분양신청금 납부 능력이 없고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를 가진 공소외 1, 2, 3, 4, 5, 6, 7, 8, 9과 공모하여, 2006. 3. 2. 전주시 중화산동 2가에 있는 전북은행 서진로 지점에서 위 공소외 1, 2, 3, 4, 5, 6, 7, 8, 9 명의로 각 4억 5천만 원의 입찰 보증금을 예치한 후, 같은 달 3.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 있는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에서 명의를 빌린 사실을 숨기고 위 9명을 위 공개추첨 입찰에 참가시켜 위 공소외 1이 낙찰되게 함으로써 위계로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원심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는 2006. 2. 8.경 전주시 덕진구 장동 일대에 총 14,670평 규모의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위 매매단지에 대한 매수희망자 모집공고를 내면서, ‘공고일 현재 전북도내에서 중고자동차매매업 또는 자동차경매업을 하고 있는 자 또는 그 조합(단체)으로서 토지의 용도에 따라 시설설치가 가능한 자’ 중에서 분양신청금 4억 5천만 원을 납부한 사람에게 공개 추첨에 참여할 자격을 부여하였다.

2) 피고인은 당시 중고자동차매매업을 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매매업면허가 피고인의 명의로 되어 있지 않아 공개 추첨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2006. 3. 2.경 피고인은 각 4억 5천만 원의 분양신청금을 제공하고, 중고자동차매매업 등록을 한 공소외 1, 2, 3, 4, 5, 6, 7, 8, 9은 각 명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분양 신청을 하였다.

3) 위 분양 신청에 위 공소외 1 등 9인을 포함하여 총 12인의 개인, 조합, 법인이 참가하였고, 같은 달 3.경 실시된 추첨에서 참가인들 중 위 공소외 1이 당첨되었다.

다. 판단

형법 제315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입찰방해죄에 있어서 ‘입찰’이란 경쟁계약에 있어서 경쟁에 참가한 다수인으로 하여금 계약의 내용을 문서로써 표시·제출하게 하여 입찰실시자가 가장 유리한 청약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하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동등한 청약자들 사이에 무작위에 의한 추첨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입찰방해죄의 ‘입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위 공소사실은 입찰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형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라고 할 것인바,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2.의 나. 다.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4. 택일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죄명에 “업무방해”를, 적용법조에 “ 형법 제314조 제1항 ”을, 공소사실에 아래 나. 1)항 기재와 같은 공소사실을 택일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도 본다.

나. 택일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 및 피고인 주장의 요지

1) 택일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

택일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피해자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에서 전주시 덕진구 장동 일대에 총 14,670평 규모의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를 가진 사람 중 분양신청금 4억 5천만 원을 예치한 사람에게 공개추첨 참여자격을 부여하여 자신은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가 없어 추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사실은 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없는 중고자동차매매업 면허를 가진 사람들에게 분양신청금을 대납해주고 그 명의를 빌려 추첨에 참가하여 당첨확률을 높일 것을 마음먹고, 분양신청금 납부능력이 없고 자동차매매업 면허를 가진 공소외 1, 2, 3, 4, 5, 6, 7, 8, 9과 공모하여, 2006. 3. 2. 전주시 중화산동 2가에 있는 전북은행 서진로 지점에서 위 공소외 1, 2, 3, 4, 5, 6, 7, 8, 9 명의로 각 4억 5천만 원의 분양신청금을 예치한 후, 같은 달 3.경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 있는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에서 명의를 빌린 사실을 숨기고 위 9명을 자동유통단지 내 중고자동차매매단지 공개추첨에 참가시켜 위 공소외 1이 당첨되게 함으로써 위계로 피해자의 중고자동차매매단지 분양자 경쟁추첨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 주장의 요지

이에 대해 피고인은, 피고인이 공소외 1 등 9명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첨에 참가한 행위만으로 한국토지공사의 중고자동차매매단지 분양자 경쟁 추첨업무 자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업무담당자들이 피고인의 행위를 알고 있어 위계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택일적으로 추가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도 무죄라고 주장한다.

다. 판단

1) 형법 제314조 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실제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은 있어야 하므로 업무가 방해될 추상적 위험조차 없다면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아니하고(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487 판결 , 1997. 3. 11. 선고 96도2801 판결 등 참조), 한편,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927 판결 참조).

2) 피고인이 중고자동차매매업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공소외 1 등 9명과 합작하여 한국토지공사의 중고자동차매매단지 분양자 경쟁추첨에 참여한 것이 그 추첨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의 행위로 당첨확률이 현저히 올라가 추첨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피해를 끼쳤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 판단에서 인정한 사실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자금력이 없는 공소외 1 등 9명과 합작하여 추첨에 참가한 행위로 인하여 ‘한국토지공사’의 ‘경쟁추첨 업무’ 그 자체가 방해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당심 증인 공소외 10의 법정진술 및 당원의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한국토지공사의 추첨 진행 및 당첨 과정에 방해 받은 바가 없다고 하고 있다), ②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추첨 방식에 의한 주택 분양의 경우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당첨확률을 높인 자에 대하여 이를 처벌하기 위한 법규( 주택법 제39조 등 참조)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아니한 이상, 사경제 주체가 실시한 공개추첨에 대하여 당첨확률을 높인 행위를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분양공고시 명시된 것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당첨된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업무방해’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원칙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하는 점, ③ 위 공소사실을 단순히 ‘추첨’ 업무를 방해한 것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이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하지 않고 공소외 1 등 9인과 합작형태로 참가함로써 한국토지공사의 ‘분양 업무 전체’를 방해하였다는 것으로 선해하여 보더라도, 분양공고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한 취지는 최소한도의 자금력을 가지고 중고자동차매매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자가 토지분양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중고자동차매매사업 등록자이지만 분양 신청금이 부족한 사람이 자본이 있는 자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추첨에 참가하는 것까지 제한하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또한, 피고인이 이미 한국토지공사 측에 토지분양과 관련하여 합작 투자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를 한 적이 있어 담당직원으로서는 피고인이 유자격자와 합작하는 형태로 추첨에 참가할 것이 예상가능 하였고, 피고인의 추첨 참여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도 않았으며, 분양신청 접수를 받을 때도 별다른 자격 여부를 심사함이 없이 단순히 서류상 하자 여부만 심사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이 위계를 사용하였다거나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방해의 결과 내지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도 보기 어려운 점 및 앞서 본 법리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의 이 사건 토지분양자 ‘추첨’ 업무나 ‘분양’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결론

그렇다면, 당심에서 택일적으로 추가된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서경환(재판장) 김광수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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