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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5도791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예비적죄명:업무상배임)·업무상배임·증권거래법위반·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공2008상,870]
판시사항

[1] 비상장주식의 시가 또는 실제 가치의 평가 방법

[2] 재벌그룹 소속 갑회사가 골프장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인 비상장회사 을의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을회사를 위하여 수백억 원의 채무보증을 한 상태에서 갑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들이 을회사의 주식 전부를 주당 1원으로 계산하여 위 대표이사 등에게 매도한 사안에서, 이는 주식의 적정한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도함으로써 갑회사에 손해를 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재벌그룹 소속의 상장법인인 회사의 이사들이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병에게 자사주를 매각한 사안에서, 위 자사주 매각행위는 회사를 위한다는 경영상의 판단에 기초한 것이 아닌 병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배임죄의 고의와 본인인 회사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모두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 그 시가는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하나,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평가 방법들을 고려하되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재벌그룹 소속 갑회사가 골프장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인 비상장회사 을의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을회사를 위하여 수백억 원의 채무보증을 한 상태에서 갑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들이 을회사의 주식 전부를 주당 1원으로 계산하여 그룹 회장인 위 대표이사와 그룹 계열사에 매도한 사안에서, 당시 을회사의 채무 상태는 부채가 자산을 근소하게 초과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회원권이 분양되기 전에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골프장 사업의 특성상 이는 당연한 것이고 향후 골프장 사업계획을 실행하여 수익을 내고 기업의 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위 주식 매도행위는 갑회사에 주식의 내재된 가치를 포기하면서 신용위험만을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갑회사에 주식의 적정한 거래가격과 매도가격의 차액 상당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재벌그룹 소속의 상장법인인 회사의 이사들이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병에게 자사주를 매각한 사안에서, 병이 사실상 지배·보유하고 있는 의결권 있는 보통 주식의 일정 부분이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회사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자사주 매각거래를 하면서, 적절한 매각 상대방을 선정하고 매각조건 등을 결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회사에는 별다른 이익이 없는 반면 병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매각조건으로 자사주 매각을 단행한 점 및 매수인인 병의 이익과 편의를 가져온 거래의 제반 상황에 비추어, 위 자사주 매각행위는 회사를 위한다는 경영상의 판단에 기초한 것이 아닌 병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배임죄의 고의와 본인인 회사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모두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윤재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에 있어서 그 시가는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나,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평가방법들을 고려하되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주식회사 동부월드(이하 ‘동부월드’라 한다) 주식에 관하여는 이 사건 주식매매 당시 그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거래 실례가 없었던 사실, 동부건설 주식회사(이하 ‘동부건설’이라 한다)가 유일한 주주였던 동부월드는 충북 음성군 생극면 생리 산 14-1 외 167필지의 토지 2,653,704㎡(약 80만 평)를 보유한 비상장 법인으로서 골프장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를 취득하고 그곳에서 토목공사와 조경공사를 진행 중이었던 사실, 이 사건 주식매매 무렵 피고인들의 의뢰에 따라 경일감정평가법인이 위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여 산정한 동부월드의 자산은 47,268,178,133원, 부채는 47,786,327,780원으로서 순부채 규모가 518,149,647원 정도였던 사실, 위와 같은 동부월드의 재무상태는 골프장 건설사업이 현실적으로 회원권이 분양될 때까지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고 토지 취득 및 건설에 필요한 비용만 지출될 수밖에 없었던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피고인들과 동부건설 임직원들은 물론 동부월드 주식을 매수한 동부그룹 계열사들도 동부월드가 향후 정상적으로 골프장 건설 및 운영사업을 영위하게 되는 경우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사실, 동부건설은 동부월드가 제2금융권으로부터 어음을 담보로 한 신용대출이나 어음할인형식으로 대출받을 때 동부월드가 제출한 어음에 배서하는 방식으로 458억 5,000만 원 상당의 보증을 제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부건설의 대표이사 혹은 부사장이었던 피고인들은 위 보증채무는 동부건설이 그대로 부담한 채로 2003. 6. 23.경 동부건설이 보유한 동부월드 주식 101만 주 전부를 주당 1원으로 계산하여 합계 101만 원에 피고인 1 및 동부그룹 계열사에 매도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증거취사와 그에 의한 사실인정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은 없다.

위에서 본 경일감정평가법인의 평가에 의하면, 동부월드의 재무상태는 부채가 자산을 근소하게 초과한 상태였다는 것이나, 위 감정결과는 동부월드가 보유한 부동산 평가에 국한된 것이어서 동부월드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채무 초과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재무상태는 회원권이 분양되기 전에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골프장 사업의 특성에 비추어 당연하므로, 골프장 건설 및 운영에 관한 사업계획의 실현 여하에 따라서는 수익을 내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였다고 본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

그렇다면 피고인 1과 동부계열 계열사들이 주식 양도대금으로 지급한 대금은 무상증여나 다름없는 주당 1원에 불과하여 장래 동부월드를 청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도 주주 유한책임의 원칙상 부담하는 주당 1원씩의 극히 미소한 위험을 떠안는 것에 불과한 반면, 동부건설로서는 위와 같은 수익 가능성에 상당하는 위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포기함과 동시에 동부월드에 대한 보증을 그대로 유지함으로 말미암아 약 500억 원에 이르는 신용위험만을 부담하는 결과가 되었다 할 것이니,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피고인들은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주식의 적정한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도함으로써 동부건설에 그 주식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나.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매수인인 피고인들이 동부월드 주식의 매도가격을 결정하여 매도인인 동부그룹 해당 계열사들에게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였을 뿐, 그 과정에서 매매 당사자들 사이에 매수가격에 관한 아무런 논의조차 없었던 사실, 앞서 본 경일감정평가법인의 동부월드에 관한 감정은, 피고인들이 거래가격의 적정성에 관한 평가를 하였다는 외관을 갖추기 위하여 주식 매도 당일인 2003. 6. 23. 의뢰한 것으로 담당 감정평가사에게 그 자산가치 평가액을 일정액 이하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하였으며, 실제로 경일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6. 26.에야 감정서를 송부받았으면서도 감정서 작성일자를 주식 매도 전인 2003. 6. 21.자로 소급하여 기재하도록 요구한 사실, 이 사건 동부월드 매도에 관한 이사회 의사록 기재에 의하면, 동부건설의 이사 중 피고인 2, 공소외 1, 2, 3, 4 등이 이사회에 참석하여 안건에 대하여 찬성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이사회가 개최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도함에 있어 본인인 동부건설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 피고인 1 개인 및 주식을 매수한 동부계열 계열사들에게 이득을 주고 동부건설로 하여금 손해를 감수케 한다는 의사가 주된 것이라고 보아 피고인들의 임무위배행위 및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았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출자총액제한 위반으로 인한 과징금 및 주식처분명령의 회피, 동부건설의 시공권 상실 우려, 유상증자의 부담 등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은 주로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의 매각 필요성과 매각 상대방의 선정에 관한 것일 뿐, 예상수익과 내재된 위험을 고려한 정당한 매매조건의 교섭과 결정에 관한 임무의 위배 및 그 범의의 인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들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 1이 평소 동부월드를 통한 골프장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동부월드의 소유구조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매매 당시까지 동부월드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였고, 주식 매도 후에도 골프장 건설에 대하여 깊숙이 관여하면서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지시를 하고 의사결정을 한 사실 등에 비추어 피고인 1의 공모 사실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조치 또한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가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 및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2000. 2. 1. 주식회사 동부고속과의 합병에 따라 동부건설이 취득하게 된 자사주 7,634,572주(발행된 보통주의 35.1%, 총 취득가액 약 475억 원, 주당 약 6,224원)를, 같은 해 12. 5.경에 가격이나 매매조건에 대한 흥정 없이,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아무런 평가나 할증도 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전일종가인 주당 2,270원에, 그것도 대금의 10%만 지급받고 명의개서를 해 주고 나머지 90%는 2년간 2회에 걸쳐 지급하는 조건으로 피고인 1에게 매각함으로써 피고인 1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3항 에 따라 30%를 할증한 가격 2,951원과의 차액(681원 × 7,633,825주) 이상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 동부건설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주위적 공소사실 및 위 동부건설 자사주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동부건설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원심은, 매도일 전일인 2000. 12. 4.의 거래소 종가인 2,270원은 이 사건 자사주 매도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것으로서 적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피고인 1은 이 사건 자사주 매도일인 2000. 12. 5. 이미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경영권에 대한 위협도 존재하지 아니하여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할 여지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자사주의 거래가격이 그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정해진 것이라거나 특수관계 없는 자와의 동종 거래행위와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거래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자사주 매도로 인하여 피고인 1이 이 사건 자사주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동부건설이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들이 본인인 동부건설을 위한다는 경영상의 판단에 기초하지 않고 주로 피고인 1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이 사건 자사주를 매도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볼 사정들이 없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의 배임의 범의 역시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나. 임무위배행위 및 배임의 범의에 관하여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게 된다고 하는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하게 되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 또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며,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과,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이 사건 자사주 매각조건이 동부증권에게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별다른 이익이 없는 반면 피고인 1에게는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서, 주권상장법인인 회사와 이사 간의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하여 매각조건을 정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매각조건이 결정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자사주 매각을 결의하였다는 2000. 12. 5.자 이사회는 실제로 개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이 사건 자사주 매각으로 인한 자기자본 증가 및 부채의 감소 효과 중 절반 이상이 597억 원에 이르는 처분 손실에 따른 법인세 저감 효과에 불과하므로 동부건설의 부채비율 감축 수단으로 자사주 매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자사주 매도 후부터 동부건설 주식에 대하여 고배당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피고인 1로 하여금 이 사건 자사주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그 자사주에 대한 배당금으로 충당케 한 점, 피고인 1은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된 2004. 4. 경까지도 2002년 말까지 지급하기로 되어 있던 잔금 중 50여 억 원을 지급한 바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부건설에서는 피고인 1에게 미지급대금에 대한 담보제공을 요구하거나 대금지급의 이행을 촉구한 바조차 전혀 없었던 점( 피고인 3의 법정진술, 공판기록 221면, 225면 등 참조) 등 거래 전후의 여러 사정까지 감안하면, 이 사건 자사주 매각은 주로 피고인 1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3) 원심은,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자사주 매각은 부채비율의 감소와 이를 통한 주거래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른 동부계열의 재무구조의 개선 및 동부건설의 수주경쟁력의 강화라는 당시 동부건설의 최대의 경영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라고 능히 짐작할 만하다고 단정하고서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범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동부계열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가 1998. 2.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과 사이에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 및 2000. 5. 16. ‘재무구조개선계획 수정약정’(이하, 두 가지를 합하여 ‘재무구조개선약정’이라 한다)에 의한 계열 전체의 부채비율 저감에 있었고 그것이 이 사건 자사주 매각의 주된 동기였다고 한다면, 응당 계열 전체의 예상 부채비율과 이 사건 자사주 매각으로 인한 위 약정상 부채비율 저감 효과 등을 세밀히 검토하였어야 할 것이나(이 사건 자사주 매각은 동부건설은 물론 각 계열회사들의 해당 회계연도의 실적과 재무상태, 부채비율이 상당 정도 예측 가능한 연말에 이루어졌다), 이 사건 자사주 매각으로 인한 위 재무구조개선약정상 부채비율저감 효과를 검토한 내부 문건 등의 자료는 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피고인들의 변소는, 동부건설 소속 직원들이 위 재무구조개선약정상 부채비율 산정방식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터무니없는 내부 목표치를 설정하는 바람에 자사주를 매각하지 않더라도 재무구조개선약정의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이행한 것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함에도 이 사건 자사주 매각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귀착되나, 위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의한 부채비율 목표치는 동부건설 등 개별 기업의 부채비율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계열 전체의 부채비율이 문제되는 것이고(원심은 이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이행실적 평가는 부동산 매각, 유상증자, 유가증권 매각, 계열사 매각 등 여러 항목에 배분된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계열 전체의 목표 부채비율을 초과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위 약정 위반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바(수사기록 1969면 이하의 동부계열 재무구조개선약정이행실적 평가표, 공판기록 216면 이하의 제1심 제1회 공판조서의 피고인 3의 진술 기재, 공판기록 471면 이하의 제1심증인 공소외 5의 진술 기재 등 참조), 이 사건 자사주 매매가 없더라도 위 재무구조개선약정상 산정방식에 의한 동부계열 전체의 부채비율은 목표치를 달성하였거나 아주 근소하게 초과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위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이행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 사건 자사주 매각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동부건설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와 적격심사제에 따른 평가항목에 부채비율이 포함되어 있었음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자사주 매각으로 인하여 동부건설의 부채비율 항목 점수는 변동이 없었고, 유동비율의 상승으로 인한 평가점수 상승 요인만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 2의 진술 등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자사주 매각이 본인인 동부건설을 위한다는 경영상의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인바, 이와 달리 한 원심의 이 부분 사실인정은 피고인들의 진술이나 재무구조개선계획 및 수정약정상 세부계획 및 이행실적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보고서 등 원심이 들고 있는 객관적 증거와 스스로 모순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다. 손해 발생 여부에 관하여

(1)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여기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하므로, 장차 취득할 것이 기대되는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 2005. 4. 15. 선고 2004도7053 판결 등 참조)

(2) 먼저 이 사건 자사주 매각 당시 동부건설의 주식 분포 및 의결권 제한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1은 그가 보유한 주식 2.77%(603,670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주식 4.16%(905,685주) 및 그가 사실상 지배하는 다른 계열회사인 동부제강, 동부정밀화학,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이 보유한 주식 29.31% 등 의결권 있는 보통 주식의 36.24%(6,066,846주)를 가지고 동부건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위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8.4%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상 상호출자 규제로 인하여 의결권의 행사가 제한된 데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부제강이 보유한 동부건설 주식 14.03%도 상호출자관계를 해소할 것을 명령받는 바람에 2000. 12. 19.경부터 상호출자관계가 해소될 때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반면, 이 사건 자사주의 매각은 그 수량이 의결권 있는 보통주식 총수의 35.03%를 차지하는 것으로서 동부건설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였다는 것인바, 사정이 위와 같다면 동부건설의 이 사건 자사주 매각 업무를 처리하는 자로서는 마땅히 적절한 매각 상대방의 선정이나 매각조건 등의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인 피고인 1에게 장외에서 이 사건 자사주를 일괄매각하기로 하였다면 적어도 위 피고인이 거래소 시장을 통하여 이 사건 자사주 수량만큼의 주식을 취득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또는 동부건설이 이 사건 자사주를 제3자에게 일괄매각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취득할 것이 기대되는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면, 이는 동부건설의 전체적인 재산상태의 감소를 가져오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자사주 매각조건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동부건설은 이 사건 자사주를 거래소의 전일 종가인 2,270원에 매도하되, 10%의 계약금만 받고 거래 주식 전체에 관하여 명의개서를 해 줌으로써 대금완불 이전에 피고인 1로 하여금 동부건설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주면서도 나머지 대부분의 매매대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아무런 담보도 제공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자사주 처분 이후 고배당 정책을 통하여 피고인 1로 하여금 이 사건 자사주에 대한 배당금으로 그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것이고, 피고인 1이 2002년 말까지 지급하기로 한 잔금 중 50여 억 원을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된 2004. 4. 경까지 지급치 아니하였음에도 그 매매대금 채무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니, 이 사건 자사주 매각은 이와 같은 점에서도 본인인 동부건설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가 있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자사주 매각과 관련한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및 논리칙 위배, 그리고 경영권 프리미엄 및 배임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고, 위와 같은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모두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이는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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