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취지의 구수’의 의미와 판단 방법
[2] 유언취지를 미리 적어 작성한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이에 답변한 경우, 민법 제1068조 에서 정한 ‘유언취지의 구수’의 요건을 갖춘 것인지 여부
판결요지
[1] 민법 제1068조 에 정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하는 것인바,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를 엄격하게 제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어떠한 형태이든 유언자의 구수는 존재하여야 하나, 실질적으로 구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진술이 필요한지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1068조 에 정한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지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고,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참조판례
[2]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공2006상, 586)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51567 판결 (공2007하, 1828)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공 담당변호사 오인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망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이 사건 유언을 할 무렵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비록 의식은 있었으나 반응이 느리고 멍한 표정으로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기도 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유언 당시 망인은 의식이 명료하고 사리판단에 장애가 없었으며 직접 유언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정상이었음에도, 원심은 유언 당시 망인이 정신적으로 비정상 상태였다는 취지로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망인의 정신상태가 비정상적이었다고 단정한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유언 당시 망인의 의사능력이나 구수능력이 없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유언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도 아님은 원심판결 이유 기재 자체에 의하여 분명하므로, 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적시에 제출되지 아니한 공격방어방법이라 하더라도 그 공격방어방법의 내용이 이미 심리를 마친 소송자료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거나, 법률상 주장으로서 별도의 증거조사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로 말미암아 소송의 완결이 지연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28921 판결 ,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3두968 판결 ,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다401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검토하여 보면, 원고는 제1심 변론과정에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요건 흠결을 이유로 한 무효의 주장을 하지 않다가 원심 변론종결 후에야 비로소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지만, 이는 법률상 주장으로서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범위 내에서 판단을 하면 족하므로 그 자체로 소송의 완결이 지연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8조 는 법률행위의 성립과 관련된 효력규정으로서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강행법규는 공익적 성격이 강하여 그 위반 여부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 점, 또한 이 사건 유언이 ‘민법’에 정한 방식을 준수하여 유효하다는 점은 피고들이 그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서 원고가 입증하여야 할 대상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 무효주장이 적시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소송의 완결이 지연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이는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원심에 석명권 불행사로 인한 심리미진이나 실기한 공격방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민법’ 제1068조 에 정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하는 것인바,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를 엄격하게 제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어떠한 형태이든 유언자의 구수는 존재하여야 하나, 실질적으로 구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진술이 필요한지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언 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지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며,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5156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비록 이 사건 유언 당시 망인은 반응이 느리고 멍한 표정으로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적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망인은 폐암 수술 후 퇴원하였다가 약 4개월 후 다시 입원하고 2주 정도 지나 이 사건 유언을 하였던 점, 망인은 유언 후 두 달이나 지나 비로소 사망하였던 점, 유언 당시 망인은 유언공정증서에 직접 명확한 글씨체로 서명까지 한 점, 그리고 아래와 같이 공증인과의 사이에 나누었던 질문과 답변의 내용 및 경위 등에 비추어, 유언 당시 망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은 있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들은 공증인에게 원고와 피고들의 어머니인 망인이 증인들의 참석하에 부천시 오정구 작동 (지번 생략) 임야 21,808㎡(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함) 중 망인의 소유인 2분의 1 지분을 원고를 배제한 채 피고들에게 절반씩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기로 하였다면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절차를 의뢰한 사실, 이에 공증인은 피고들로부터 전해들은 내용 그대로 미리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이를 소지하고 망인의 병실을 찾아가 증인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망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 중 망인의 지분을 피고들에게 2분의 1씩 유증하겠느냐”고 유언취지 그대로 질문을 하였고, 망인이 “그렇게 하라”고 답변하자 유언공정증서에 망인과 증인들로 하여금 서명하도록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유언자인 망인은 의식이 명확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유증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고, 또한 이 사건 부동산은 한 필지에 불과하고 유증 대상자도 피고들 2인 뿐이어서 그 유언의 내용이 간단하여 유언자의 유증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공증인이 미리 의뢰받은 내용에 따라 작성된 유언공정증서에 기초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지분과 수증자를 불러주는 등 유언공정증서를 낭독하면서 그 내용에 따른 질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질문이 부적절하였다거나 내용상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은 공증인의 질문에 대하여 “그렇게 하라”는 내용의 구술 답변을 한 후 유언공정증서를 확인하고 증인들과 함께 서명하였던 것으로서 공증인의 진술에 유도되어 단순히 수긍하는 답변 태도를 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바, 이상 살펴본 유언 당시 망인의 의사식별능력,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공증인의 질문 및 망인의 답변 내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망인이 공증인의 질문에 대하여 “그렇게 하라”는 내용의 답변을 하였지만, 이는 유언취지 그대로 물은 공증인의 질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취하라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그 질문 내용과 같은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또한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대하여 그 유언 취지에 관한 구수 요건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이상, 원심으로서는 망인이 처음 피고들에게 구수한 유언의 내용, 망인이 피고들을 통하여 공증인에게 유언공정증서의 작성을 의뢰하게 된 경위, 유언 당시 공증인과 망인이 원심 인정 사실 외에 추가로 대화한 내용이 있었는지 여부, 망인의 병실에서 공증인과 증인 외에 제3자가 더 있었는지 여부 및 당시 그들이 취하였던 행동 등 유언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더 심리하고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공정증서에 의한 이 사건 유언이 실질적으로 구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들 정황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한 바 없이 위 인정 사실만으로 유언 취지의 구수 요건이 갖추어지지 못하였다고 속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 내지 구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구수가 실질적으로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유언 취지와 관련된 망인의 진정한 의사의 존부 등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