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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다5551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피해자의 특정 정도

[2] 언론매체에 의한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조각사유 및 그 증명책임의 소재

[3]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기준

[4] 언론기관이 수사가 진행중인 범죄혐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취해야 할 주의의무의 내용

[5] 범죄혐의사실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경우, 그 진실성에 관한 오신의 상당성 여부의 판단 기준시점 및 보도 후에 수집된 증거자료도 상당성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세계종합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백승복외 1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재단법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조용환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두문자(두문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기사에서 원고 1의 실명을 명시하지 않고 ‘김아무개 중사’라고 지칭하고 있으나, 기사의 내용 중에 ‘김훈과 같은 소대의 부소대장’, ‘특전사 출신’ 등 원고 1의 군대 내 직책, 출신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이 사건 기사의 보도 당시 김훈의 사망 사건이 국민의 관심사였고 그로 인하여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그에 관하여 수차례 보도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기사를 접하는 일반 독자 또는 적어도 원고 1과 같이 근무하였던 군인들이나 원고 1의 주변 사람들로서는 ‘김아무개 중사’가 원고 1을 지목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기사를 통하여 원고 1을 특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명예훼손 피해자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신문, 잡지 등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어디까지나 명예훼손행위를 한 신문, 잡지 등 언론매체에 있다 할 것이고 (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 2004. 2. 27. 선고 2001다53387 판결 등 참조),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보도 내용이 수사기관이나 그에 준하는 국가기관 등에 의하여 수사 또는 조사가 진행중인 범죄혐의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일반 독자들로서는 보도된 범죄혐의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하여 보도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언론매체의 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으로 인하여 사후 정정보도나 반박보도 등의 조치에 의한 피해구제만으로는 사실상 충분한 명예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도 내용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그러한 보도 자체만으로도 범죄혐의자나 피해자 또는 그 주변 인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범죄혐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언론기관으로서는 보도에 앞서 범죄혐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보도 내용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보도한 범죄혐의사실의 진실성에 관한 오신에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는 보도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되어야 하지만 보도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후의 수사과정과 밝혀진 사실들을 참고하여야 보도시점에서의 상당성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므로, 보도 후에 수집된 증거자료도 상당성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1998. 2. 24.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 내 241 감시초소(Guard Post) 지하 3번 벙커에서 사망한 김훈 중위의 사인(사인)에 대하여 자살이라고 발표한 군수사기관에 의한 1차 수사 및 2차 수사 결과에 대하여 유족들 및 언론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사실, 한편 1998년 10월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김훈 육군 중위 및 김현욱 해군 하사 사망 진상파악 소위원회’는 1998. 12. 3. 김훈이 소대장으로 있던 소대의 전역병들에 대하여 조사하였는데, 그 조사과정에서 위 소대의 부소대장인 원고 1이 북한군과 접촉하거나 북한군 초소에 다녀오는 등의 사실이 밝혀져 원고 1이 1998. 12. 4. 국가보안법 위반의 피의사실로 구속된 사실, 피고는 1998. 12. 8. ‘시사저널 추적 확인/김훈 중위 의문사와 깊은 관련… 월북 등 이적행위해 온 부소대장이 유력한 용의자’라는 등의 제목 아래 김훈의 사인은 권총에 의한 타살이고, 원고 1이 북한군의 지령을 받거나 이적행위가 탄로나자 김훈을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이 사건 기사가 실린 시사저널 제477호를 발행하였는데, 이 사건 기사는 김훈의 사인에 대한 군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원고 1의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사실 및 김훈 사망 당일의 알리바이 진술의 모순점 등을 들어 원고 1이 김훈을 살해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사실, 그즈음 국방부는 군과 민간의 전문수사기관으로 편성된 특별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3차 수사를 개시하였는데, 6회에 걸친 현장방문 및 조사, 17개 부대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계좌추적 및 거짓말탐지기 검사, 총기발사시험 등 각종 실험 및 시험, 법의학토론 개최 등을 거쳐 김훈의 유족들이 제기한 의문사항 및 1차 수사 중 초동수사에서 미흡하였던 부분을 심층적으로 재조사하고 타살가능성 및 자살가능성에 대하여 검토한 후 자살이라는 최종 결론에 이른 사실, 한편 위 3차 수사과정에서 원고 1의 김훈 사망과의 관련성에 관하여 조사하였으나, 그에 관하여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기사에서 적시된 ‘ 원고 1이 북한군의 지령을 받거나 이적행위가 탄로나자 김훈을 살해하였다.’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할 수 없고, 그 보도로 인하여 원고 1 및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입게 될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한 점에 비추어, 비록 피고 소속 기자인 소외인이 김훈의 사망 이후 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자료를 수집하거나 관련자들을 접촉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득한 정보에 기초하여 김훈의 사인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에 따라 수사기관이 광범위한 조사에 이르게 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 1의 대북접촉 사실이나 알리바이의 의문점 등의 사정만을 들어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아니한 채 원고 1이 김훈을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이 사건 기사를 보도함에 있어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있어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진실성 및 상당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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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8.30.선고 2004나6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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