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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906 판결
[배임수재·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배임수재죄에서 ‘임무’ 및 ‘부정한 청탁’의 의미

[2] 공사발주자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위원장이 공사수급인인 건설회사의 하도급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돈을 받은 것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임무에 관한 것이라고 보아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타인의 위탁을 받아 계약과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특정인으로부터 ‘계약의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4]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 의 규정 취지 및 같은 조에 정한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경우의 의미

[5] 공사발주자가 국가로부터 정당하게 교부받은 보조금을 공사업체에 실제로 지급하였다가 그 중 일부를 기부받아 필요한 간접비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초의 보조금 중 위 기부금 상당액이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교부받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

검사 및 피고인 1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고원석외 7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형법 제357조 제1항 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여기에서 ‘임무’라 함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탁받은 사무를 말하는 것이나 이는 그 위탁관계로 인한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되는 것이며 (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도2450 판결 , 2004. 12. 10. 선고 2003도1435 판결 등 참조), 또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와 관련하여 교부받은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88. 12. 20. 선고 88도167 판결 , 1996. 10. 11. 선고 95도2090 판결 , 2005. 1. 14. 선고 2004도664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1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이라고 한다)의 위원장으로서 중앙근로자복지센터(이하 ‘복지센터’라 한다) 설립집행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복지센터 재건축사업을 총괄하던 중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공소외 2로부터 “ 공소외 3 주식회사가 한국노총으로부터 도급받아 시공하는 복지센터의 재건축공사 중 전기공사를 하도급 받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억 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이다.

먼저, 피고인 1이 공소외 3 주식회사의 하수급인 선정과 관련하여 돈을 받은 것이 한국노총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임무’에 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면, 건설공사의 발주자는 시공능력을 기준으로 하수급인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고( 제25조 제2항 ), 하수급인이 건설공사를 시공하기에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시공능력, 하도급계약내용의 적정성 등을 심사할 수 있고, 그 심사 결과 하수급인의 시공능력 또는 하도급계약내용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급인에게 하수급인 또는 하도급계약내용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제31조 제1항 , 제2항 ), 하수급인은 그가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에 있어서는 발주자에 대하여 수급인과 동일한 의무를 진다( 제32조 제1항 )고 각 규정되어 있고, 한편 한국노총과 공소외 3 주식회사 사이에 작성된 공사도급계약서에서는 ‘ 공소외 3 주식회사이 도급받은 공사를 제3자에게 하도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건설산업기본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하도급하여야 하며, 하수급인의 선정, 하도급계약의 체결 및 이행, 하도급 대가의 지급에 있어 관계 법령의 제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계약서 제29조 제1항)고 규정하는 외에 한국노총에 하수급인의 시공능력, 하도급계약 금액의 적정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별도로 정하고 있는바(계약서 제29조 제3항), 위와 같은 법률의 규정 및 계약서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공사발주자인 한국노총의 위원장이 공사수급인인 공소외 3 주식회사의 하도급업체 선정에 관여하는 행위는 한국노총으로부터 처리를 위탁받은 본래의 사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복지센터 건축공사 중 전기공사를 공소외 3 주식회사로부터 하도급 받도록 해달라’는 부탁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일반적으로 타인의 위탁을 받아 계약과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특정인으로부터 ‘계약의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 원심이 인정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공소외 3 주식회사는 위 회사에 등록된 협력업체 중에서 입찰을 통하여 하도급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공소외 1 주식회사는 공소외 3 주식회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던 점, 피고인 1이 권원표를 통하여 공소외 3 주식회사에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추천함으로써 공소외 1 주식회사가 하도급업체로 선정된 후 공소외 2에게 돈을 요구하는 취지의 말을 한 점, 청탁의 대가로 받은 돈이 2억 원으로 거액이며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은밀하게 수수가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함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이 부분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배임수재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40조 는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자와 간접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자 또는 그 사실을 알면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에서는 보조금 등을 실제로 교부받은 경우만을 처벌하고 있으며 법 제41조 제42조 에서 개별적인 보조금 행정상의 절차 위반 등에 대하여 별개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규정 취지는 국가의 재정적 이익을 보호법익으로 하여 그 침해를 처벌함에 있는 것이지 추상적으로 보조금 행정의 질서나 공정성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 행위 또는 보조금 행정상 개개 절차의 위반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므로,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경우라 함은 보조금의 교부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보조금을 받거나 당해 사업 등에 정당하게 교부되어야 할 금액을 초과하여 보조금을 교부받는 것을 가리키며, 비록 보조금을 교부받음에 있어 다소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수단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보조금을 교부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 사업 등에 대하여 정당한 금액의 교부를 받은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1. 1. 5. 선고 99도410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 한국노총이 기존의 노총회관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복지센터를 재건축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가에 대하여 보조금의 교부를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국가는 설계, 철거, 건축 등 직접공사비 중 일부를 보조금 예산에 반영하여 총 334억 원의 보조금을 교부하되 이를 사업의 진행 정도에 따라 2001년부터 2004년경까지 연차적으로 나누어 교부하기로 결정한 점(이른바 ‘정액 국고지원사업’), 이와 같이 정액으로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은 국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이 사건 사업은 수년에 걸쳐 시행되고 사업기간 및 총사업비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총사업비 관리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설계완료 전에 조달청으로부터 설계내용의 타당성 등 검토를 거치게 되었고, 그 검토 결과 적정한 것으로 인정된 공사금액(토목, 건축, 조경, 설비비용) 360억 1,300만 원의 약 88%에 해당하는 316억 원(부가세 제외)의 금액으로 한국노총과 공소외 3 주식회사 사이의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며, 그 외에 설계, 감리, 철거공사 계약 역시 총 공사금액의 규모에 비추어 적정한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계약금액은 해당 업체가 제출한 견적금액을 감액한 것이거나 입찰가격대로 정해진 것인 점, 설계·감리업체( 공소외 4 건축사사무소) 및 철거공사업체( 공소외 5 주식회사)와 토목·건축공사업체( 공소외 3 주식회사)의 선정은 모두 관급공사에 준하여 현상공모 또는 경쟁입찰을 거친 점, 피고인 한국노총의 위원장인 피고인 1과 부위원장인 피고인 권원표가 위 업체들에게 한국노총 발전기금의 기부를 요청하고 이를 승낙받은 시점은 이미 용역대금이 결정된 후로서, 위 업체들이 그러한 발전기금 기부를 고려하여 공사금액을 부풀린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 점, 일반적으로 노동관련 단체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후원금, 발전기금 명목으로 금전 등을 기부받더라도 주무관청인 노동부에 이를 보고할 의무는 없는 점, 국가가 피고인 한국노총의 신청에 따라 연차적으로 보조금을 교부함에 있어 노동부에서는 구체적인 공사비 지출내역 등을 검토하지 아니하고 예산의 범위 내에서 보조금 총액을 기준으로 사업의 진행 정도 또는 공정율에 따른 적정한 금액을 신청하고 있는지만을 검토한 후 신청금액 전액을 교부한 점, 공소외 3 주식회사가 피고인 한국노총에 기부한 발전기금은 공사기간 동안의 대체 사무실 임차비용(임대보증금 대출금에 대한 이자), 건설본부 운영경비, 기존 건물의 임대수익 손실 보전금 등 복지센터 건립사업의 간접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공소외 4 건축사사무소 및 공소외 5 주식회사가 기부한 발전기금 역시 위와 같은 용도에 사용된 점 등을 알아볼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들이 복지센터 건립사업비용으로 국가로부터 교부받은 보조금은 보조금을 교부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 사업에 대하여 정당한 금액의 교부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정당한 보조금을 교부받았음이 인정되는 이상, 그 보조금을 공사업체 등에게 실제로 지급하였다가 그 중 일부를 한국노총 발전기금으로 기부받아 위 복지센터 건립사업에 필요한 간접비용으로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당초의 보조금 중 위 발전기금 상당액이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교부받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들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도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 1의 상고 및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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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06.1.11.선고 2005노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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