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사용자가 근로계약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지는지 여부(적극) 및 그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2] 회사 차량으로 배달업무를 담당하던 피용자가 직원들과의 회식을 마친 후 음주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여 귀가하다가 전복 사고를 일으켜 차량에 적재되어 있던 인화물질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사안에서, 그 전복·화재사고와 피용자의 업무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 제655조 , 제750조 ,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2] 민법 제2조 , 제655조 , 제750조 ,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공1999상, 538) 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공2000하, 1422)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공2001하, 1929)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순성)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망 담당변호사 오종윤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1은 2001. 9. 12. 서울 성동구 성수 2가 277-50 동성빌딩 소재 피고 운영의 소외 상사에 입사하여 잉크, 인쇄재료 등을 피고 소유의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봉고프런티어(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이용하여 그 거래처에 배달하는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는데, 소외 상사에 물품을 보관할 창고가 없어 거래처가 서울 시내 등 근거리일 경우 그 날 물품을 차량에 적재하여 배달하고, 안산시, 의정부시, 용인시, 양주군, 파주시, 안성시, 하남시, 화성시, 원주시 등 장거리일 경우 전날 물품을 차량에 적재하여 보관한 후 거래일 아침에 배달해 온 사실, 동성빌딩 내 주차장에는 화물자동차를 주차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외 상사에 달리 차량을 주차할 주차장이 없었으므로, 소외 1은 이 사건 차량의 열쇠를 휴대하면서 동성빌딩 근처에 주차하거나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퇴근한 후 자택 부근에 주차하였고, 서울 시외 등 장거리 거래처로 배달을 나갈 경우에는 그 전날 물품을 적재한 채 이 사건 차량으로 퇴근하여 자택 부근에 주차하기도 한 사실, 소외 1은 이 사건 차량을 출·퇴근 등에 임의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2001. 10. 6.경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일이 있고, 이로 인하여 피고로부터 차량운행의 제지를 받기도 하였으나, 그 이후에도 이 사건 차량을 계속 출·퇴근 등에 임의로 이용한 사실, 소외 1은 2001. 10. 31. 저녁 무렵 다음날 안성시에 있는 거래처에 배달할 물품인 이소프로필알코올(특 IPA) 47통(17ℓ/통, 합계 799ℓ), 카스백색 200㎏, 진로이슬소주 무광미 400㎏, 선우이슬소주 초 100㎏, 세척제(스타워시) 3두(두), 브랑켓 5정 등을 이 사건 차량에 적재한 후, 다음날 아침 일찍 출차하는 조건으로 동성빌딩 경비원의 허락하에 동성빌딩 내 주차장에 주차한 다음, 차량 열쇠를 휴대한 채 소외 상사 직원인 소외 2, 3, 4와 함께 사무실 근처에 있는 ‘라성숯불구이집’에서 회식을 하면서 소주를 나누어 마시고 다시 근처에 있는 ‘레드락’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생맥주를 마시던 중, 21:50경 그곳을 빠져나와 22:10경 혈중알코올농도 0.161%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음날 배달할 물건이 적재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귀가하다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서울은행 화양동지점 앞에서 진행방향 우측도로 연석을 충돌하고 왼쪽으로 전복되는 사고를 일으켜, 차량에 적재되어 있던 이소프로필알코올 등 인화성 물질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발생한 알코올 등의 누출로 인한 화재로 전신화염화상 70% 및 흡입손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가 2001. 12. 15. 08:20경 화상으로 인한 진균 패혈증 및 쇼크, 호흡부전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소외 1이 소외 상사에 입사한 이후 이 사건 차량을 업무용뿐만 아니라 사실상 출·퇴근용으로도 이용하여 왔고, 특히 다음날 서울 시외 등 장거리 거래처로 배달할 경우 이 사건 차량에 배달할 물품을 적재한 채 퇴근한 후 다음날 아침에 바로 거래처로 배달한 점,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차량 열쇠를 휴대하면서 물품의 적재 여하를 불문하고 이 사건 차량을 사실상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가 묵인하거나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보이는 점, 소외 상사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실장인 소외 2를 중심으로 전직원이 회식을 하게 되면서 소외 1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할 여건이 되지 않아 부득이 동성빌딩 경비원에게 부탁하여 빌딩 내 주차장에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게 된 점, 소외 1은 회식을 하면서 취할 정도로 음주를 하였으나 다음날 안성시 소재 거래처에 배달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대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귀가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점, 이 사건 차량에 대부분의 주변온도에서 발화할 수 있고 점화원이 존재하는 경우 상온에서도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물인 이소프로필알코올 799ℓ가 적재하게 되었으므로, 사업주인 피고로서는 이러한 위험물을 운반차량에 적재함에 있어 알코올이 샐 우려가 없는 견고한 운반용기에 밀봉한 후 이를 다시 불활성의 완충재를 채운 외장용기에 수납하여야 함은 물론 재해발생의 우려가 높은 다른 휘발성 화학물질을 함께 적재하지 아니하여야 하고, 위험물이 낙하되거나 추락되는 일이 없도록 견고하게 결박하여야 함에도, 이에 미치지 못하는 17ℓ 용량의 플라스틱용기 47개에 담으면서 밀봉을 소홀히 하였을 뿐만 아니라 외장용기에 수납도 하지 아니하고, 더욱이 다른 휘발성 화학물질과 함께 적재하면서 이들을 견고하게 결박하지도 않은 상태로 적재해 놓은 결과, 이 사건 사고 당시 알코올이 흘러나오면서 화재가 발생하여 순식간에 이 사건 차량 및 주변이 화염에 휩싸여 소외 1이 중상을 입고 사망에 이르게 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는 그 사업을 수행하면서 사용·지배하고 있는 이 사건 차량에 위험물을 적재함에 있어, 그 업무수행은 물론 출·퇴근시에도 피고의 사실상의 묵인 또는 방치하에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여 온 소외 1로 하여금 운전과정에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로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피고는 소외 1 및 그 유족들인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비록 소외 1이 평소 피고 등의 묵인 또는 방임하에 퇴근시 가끔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였고, 사고 당일 이 사건 차량의 운행 목적에 퇴근의 편의 외에 다음날 물품배달을 위한 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업무 종료 후 발생하였고 퇴근 후 직원들끼리 가진 회식은 그 참석이 강제된 것이 아니었던 사실,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 운행의 주된 목적은 다음날 물품을 배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퇴근의 편의에 있었고, 소외 1은 퇴근 후 회식자리로 가면서 다음날 출차한다는 조건으로 특별히 동성빌딩 경비원의 승낙을 받아 동성빌딩 내 주차장에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였음에도 회식자리에서의 음주로 인한 0.161%의 주취상태에서 무리하게 이 사건 차량을 출차하여 임의로 운행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와 소외 1의 업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에 대하여 보호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에 대하여 보호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보호의무 위반 등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