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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685 판결
[업무상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형법 제355조 제1항 에 정한 '반환의 거부'의 의미 및 정당한 사유에 기한 반환거부와 불법영득의 의사

[2] 물건의 반환을 거부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

피고인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자인바, 2002. 12.경 피해자 장흥군청이 남도건설 주식회사(이하 '남도건설'이라 한다)에 도급한 장흥문화회관 신축공사를 하도급받게 되어 위 공사 관련 H형강 160t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 중, 2003. 3.경 광주 광산구 하남공단 9번 도로에 있는 피고인 운영의 대신종합개발 사업장에서 피고인이 공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자 피해자 측으로부터 위와 같이 업무상 보관 중인 H형강의 반환을 요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위 H형강 중 5종 25.058t(원심판결의 25,058t은 오기임이 명백하다) 시가 12,644,137원 상당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한 다음, 남도건설에 대하여 철골골절제작계약과 관련한 채무를 지급받지 못하여 이를 지급받을 때까지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위 H형강 25.058t의 반환을 거부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피고인을 업무상횡령의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형법 제355조 제1항 에서 정하는 '반환의 거부'라고 함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뜻하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단순히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는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반환거부의 이유 및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만 횡령죄가 성립하고, 한편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126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장흥군이 2002. 12.경 남도건설에 장흥문화회관 신축공사를 도급하였고, 피고인은 2003. 1. 6.경 고소인 공소외 1의 소개로 남도건설로부터 위 신축공사 중 철골공사를 하도급받으면서(주식회사 수연기공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철골제작에 필요한 H형강은 장흥군이 조달청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을 납품받아 사용하기로 한 사실, 피고인은 2003. 2.경 샵드로잉(철골제작에 필요한 설계도면 작성)을 마치고 관급재료발주서를 작성·제출하여 조달청으로부터 철골공사에 필요한 H형강 약 160t을 납품받은 사실, 그런데 피고인이 철강절단, 앵커볼트매설 등 철골 제작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하던 중 남도건설에 공사금액의 30%에 해당하는 선급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남도건설에서 이를 거절한 일로 분쟁이 생겨 공사가 진척되지 못한 사실(피고인은 남도건설에서 현장소장이던 공소외 2에게 피고인에게 지급할 선급금 명목으로 1,60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 공소외 2가 이를 유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남도건설이 공소외 1의 소개로 최동주에게 위 철골공사를 다시 하도급하자 피고인은 위 철골공사를 포기하기로 하고 자신이 공급받은 H형강을 남도건설에 반환하기로 한 사실, 당시 피고인은 남도건설에 대하여 자신이 철골공사 준비를 위하여 지출한 각종 비용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설계비용 명목으로 250만 원을 지급받는 데에 그치자, 2003. 4. 9.경 공소외 1에게 조달청으로부터 공급받은 H형강을 반환하면서 자신이 기초 작업을 하기 위해 따로 떼어놓았던 25.058t의 H형강(원심판결의 25,058t은 오기임이 명백하다. 이하 '이 사건 물건'이라 한다)은 이를 반환대상에서 제외한 사실, 이에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도 반환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거절하자, 결국 공소외 1이 부족한 물량만큼의 H형강을 목우강재로부터 12,644,137원에 구입하여 남도건설에 인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피고인은 경찰 이래 자신이 남도건설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철강절단비용, 앵커볼트 매설비용, 브라켓 설치비용 등 각종 공사비와 상·하차비용, 보관료 등 공사를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입은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 사건 물건을 유치하기 위하여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변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반환을 거부한 이 사건 물건이 장흥군의 소유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은 공사 준비를 마쳐 남도건설에 대해 공사비 등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그 지급을 받을 때까지 이 사건 물건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유치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특별히 이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기록상 피고인이 위 공사를 포기할 당시 남도건설로부터 설계비용을 지급받은 외에 달리 위 공사비 등을 정산하였다는 자료가 없어 피고인이 남도건설에 대한 일정한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이 사건 물건에 대한 반환거부의 이유 및 그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를 가지고 이 사건 물건의 반환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물건을 반환거부한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이를 처분하거나 자신의 공사에 유용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본 것으로 여겨지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물건을 처분하거나 자신의 공사에 유용한 것은 위와 같은 반환거부행위 후 3~4개월이 지난 다음의 일로서 당시에는 이미 공소외 1이 부족한 H형강을 벌충하여 남도건설이 위 신축공사를 완공한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처분행위가 별도의 횡령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에게 위 반환거부행위 당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한편 피고인은 위 처분행위에 대해서도, 위 신축공사가 완공된 후 남도건설과 공소외 1로부터 승낙을 받고 이 사건 물건을 타에 처분하거나 유용하였다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장흥군이나 남도건설로서는 공소외 1이 위와 같이 부족한 H형강을 벌충해주어 위 신축공사를 완공한 이상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의 반환을 요구할 특별한 이유가 없고, 공소외 1로서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 자체보다는 그 대금 상당액의 반환을 요구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물건 중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유용한 경위가 그러하다면, 역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러므로 피고인과 남도건설 사이의 위 철골공사 하도급계약이 종료된 경위와 함께 과연 피고인이 남도건설에 대하여 어떤 채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나아가 피고인이 이 사건 물건의 반환을 거부한 구체적 경위가 무엇인지, 또 피고인이 이 사건 물건을 타에 처분하거나 자신의 공사에 유용한 경위 및 그 시기, 당시 남도건설과 공소외 1의 승낙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의 반환거부 또는 그 처분행위에 있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결국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유지담 배기원(주심)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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