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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2다604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공장에 필요한 기계의 설치를 위한 공장건물의 개수 및 증축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의 이행보조자가 작업 도중에 과실로 화재를 일으켜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수급인은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손해배상의무가 있으며, 또한 공장건물 안에 있던 인쇄기가 화재로 인하여 수리를 필요로 하는 손상을 입었다면 이는 화재에 기인한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의 입법 취지 및 그 적용범위

원고,상고인

한국조폐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준곤 외 4인)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명서종합건설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중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주식회사 명서종합건설(이하 '피고 명서종합건설'이라 한다)은 1997. 8. 14. 원고로부터 경산조폐창 내에 인쇄기계설치를 위한 건물개수 및 부속실 증축 공사를 대금 646,307,701원에 도급받았으며, 그 해 12. 20. 설계변경에 따라 그 대금이 745,921,000원으로 증액된 사실, 피고 명서종합건설은 1997. 9. 30. 피고 새한건설 주식회사(이하 '피고 새한건설'이라 한다)에게 그 공사 중 설비공사 부분을 하도급하였고, 피고 새한건설은 그 해 10. 17. 신진산업이라는 상호로 닥트(duct) 제작 및 설치업에 종사하는 피고 안상영에게 환풍 및 냉난방용 닥트제작, 설치공사 부분을 재하도급한 사실, 피고 안상영은 닥트를 제작한 후 증축 부분인 컴프레셔실 천장에 이를 부착, 설치하는 작업을 완료하였는데, 닥트를 고정시키는 지지대가 약하여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원고의 직원인 이성식의 지적에 따라 1997. 11. 21. 16:30경 전기용접기로 천장 H-빔(beam)에 "ㄱ"자 모양의 형강을 용접하여 닥트의 지지대를 보강하는 작업을 하게 된 사실, 그 H-빔에는 단열재인 폴리우레탄폼(Polyurethane foam)이 분사방식에 의하여 부착되어 있었는데, 피고 안상영은 당시 우레탄폼 일부를 칼로 잘라내어 라이터 불로 가열해 보는 간단한 실험을 한 결과 불이 붙지 않자 화재발생의 위험이 없다고 단정한 후 용접부위의 우레탄폼을 직경 약 15㎝ 정도의 원형으로 제거한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실시하였고, 피고 안상영이 전기용접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용접기의 강한 열기가 H-빔을 따라 우레탄폼에 전도되어 불이 붙는 화재가 발생한 사실, 그 화재로 인하여 증축 및 개수공사 중이던 건물의 천장이 타고 그 건물 안에 있던 인쇄기가 일부 훼손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피고 명서종합건설에게 공사잔대금 213,019,663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 이어 원심은 원고의 피고 명서종합건설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피고 안상영은 피고 명서종합건설의 도급계약상의 채무이행에 관하여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고 그의 과실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이상, 피고 명서종합건설은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원고가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전기 배전반 및 전선로 복구공사비 등 합계 59,374,767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 명서종합건설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한편 피고 명서종합건설은 원고에 대하여 공사잔대금 213,019,663원의 채권을 갖고 있고 이로써 상계항변을 하므로 결국 피고 명서종합건설의 손해배상책임은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현장에 설치되어 있던 인쇄기가 일부 훼손됨으로써 원고가 입은 수리비 등 손해에 대해서는, 도급계약상 인쇄기의 설치 내지 보호, 보관 등에 관한 내용이 없고, 원고가 공사 도중에 인쇄기를 건물 안으로 반입하였으며, 그 가격이 약 250억 원으로서 화재로 인하여 훼손된 부분의 수리비만도 약 20억 원에 달하고, 인쇄기가 설치된 건물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조폐창 구내에 위치하고 있고, 원고의 직원들이 수시로 그 건물에 출입하면서 그 인쇄기를 보관·관리하여 왔으며, 피고 명서종합건설이 원고로부터 인쇄기의 보관에 관한 어떠한 지시나 대가도 받은 일이 없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명서종합건설은 도급계약상의 부수적 의무로서도 인쇄기를 보관하거나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어 그 손해는 피고 명서종합건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부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의 피고 새한건설, 피고 안상영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피고 안상영에게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공장에 필요한 기계의 설치를 위한 공장건물의 개수 및 증축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의 이행보조자가 작업 도중에 과실로 화재를 일으켜 도급인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경우, 그 수급인은 공사를 완전하게 이행하지 못함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는 민법 제393조 에 의하여 통상손해인지 특별손해인지만이 문제될 뿐이라고 할 것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공장건물 안에 있던 인쇄기가 화재로 인하여 수리를 필요로 하는 손상을 입었다면 이는 화재에 기인한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비록 그 기계의 설치·보관에 관한 내용이 도급계약에 명시되지 않았고, 공사 도중에 기계가 공장에 반입되었으며, 그 가격이 고가이고 수리에 많은 돈이 소요되며, 공장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구역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화재와 그 기계의 손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인쇄기 수리비 등 상당의 손해가 피고 명서종합건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다만 기록에 의하면, 피고 명서종합건설은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잔대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원심에서 이 사건과 병행심리 되고 같은 날 판결이 선고되었는데(대구고등법원 2000나3881 사건), 그 소송에서 피고 명서종합건설(그 사건의 원고)이 원고(그 사건의 피고)에 대하여 공사잔대금채권 213,019,663원이 있음이 인정되었고,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사실을 내세워 손해배상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계항변을 하여 전기 배전반 및 전선로 복구공사비 등 59,374,767원에 관해서는 그 항변이 받아들여졌으나 나머지 금액은 배척되었으며, 그 판결은 2002. 1. 8.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위 사건에서 원고가 상계로 대항한 수액인 213,019,663원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그 존부에 관한 기판력이 생겼다고 할 것이므로, 그 금액을 초과하여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에 관해서만 당부를 판단할 수 있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은 실화로 인하여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근 가옥 기타 물건에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외로 확대되어 실화자의 책임이 과다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으므로, 같은 법률은 발화점과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물건의 소실, 즉 직접 화재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그로부터 연소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다32431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자라는 이유로 또는 피고 안상영이 불법행위자이고 피고 명서종합건설 및 새한건설은 위 안상영의 사용자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화재로 원고가 입은 손해가 직접 화재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연소 화재에 기인한 것인지를 전혀 따져 보지 않고, 나아가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관계에 있는지 또는 피고 명서종합건설이나 새한건설이 피고 안상영의 닥트 설치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여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지 않은 채 이 사건 화재 발생에 관하여 피고 안상영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새한건설과 안상영에 대한 원고의 위 청구를 배척하고 피고 명서종합건설에 대하여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판단누락 및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화재로 인한 불법행위 내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겠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윤재식 강신욱(주심)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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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2001.12.21.선고 2000나3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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