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혼인중 부부의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약정의 성질 및 그 후 혼인관계가 존속하거나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재산분할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희)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 내지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 사이의 1998. 2. 2.자 재산분할합의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한 것으로 적법하게 취소되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1998. 2. 2.자 재산분할합의에 의하여 경료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선택적 및 예비적 청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소장에서는 위 1998. 2. 2.자 재산분할합의가 위조된 문서에 의한 것이거나 정신병원에 감금된 상태에서 행하여진 무효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이어서 원인무효라는 주장을 하였을 뿐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주장하지는 않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이 사건 소장의 송달에 의하여 위 1998. 2. 2.자 재산분할합의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원고가 2000. 6. 26.자 준비서면에서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한 취소주장을 하고, 위 준비서면이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1998. 2. 2.자 재산분할합의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1997. 5. 21.자 재산분할합의가 있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로서 유효하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는 1997. 5. 21. 협의이혼하기로 합의하면서 이에 따른 재산분할, 부양의무 등과 관련하여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 등을 피고에게 명도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개월 내에 금 5,000만 원 및 1년 내에 다시 금 5,000만 원, 합계 금 1억 원을 지급하며, 시어머니 및 자식들은 피고가 부양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약정의 취지는 협의이혼 여부에 관계없이 재산을 이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협의이혼이 성립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혼인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청산적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라고 할 것이어서, 위 약정은 협의상 이혼의 성립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인바, 원고와 피고는 위 약정에 따른 협의이혼을 하지 않고 혼인관계를 지속하다가 1998. 2. 2. 쌍방이 협의이혼하기로 하면서 피고의 강박에 의하여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서 위 1998. 2. 2.자 재산분할합의를 한 것이므로, 위 1997. 5. 21. 재산분할합의는 그 정지조건인 협의상 이혼의 불성취로 인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 2000. 10. 24. 선고 99다33458 판결 , 2001. 5. 8. 선고 2000다5880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평소 피고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며 피고와 자주 다투는 등 가정생활에 불화가 많았는데, 1997. 3.경부터는 불화가 심해져서 원고가 칼을 들고 피고를 죽이겠다고 위협하거나 집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경우가 많았던 사실, 1997. 5.경부터는 원고와 피고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1997. 5. 21. 협의이혼하기로 합의하면서 이에 따른 재산분할, 부양의무 등과 관련하여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 등을 피고에게 명도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개월 내에 금 5,000만 원 및 1년 내에 다시 금 5,000만 원, 합계 금 1억 원을 지급하며, 시어머니 및 자식들은 피고가 부양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하였으나 위 약정 당시 원고는 세금관계 등을 고려하여 소유권이전등기는 천천히 이행하여도 좋다는 취지의 부기를 한 사실, 그 이후에도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던 중 급기야는 1997. 8.경 원고와 원고의 딸 사이의 불미스런 일로 인하여 불화가 더욱 심화되었고, 피고는 원고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에 이른 사실, 원고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진찰을 받은 결과, 음성정신병원에서는 알콜의존증, 편집성 인격장애의 진단을 받았고, 송추정신병원에서는 편집성 인격장애의 진단을 받았으며, 동원병원에서는 알콜남용, 인격장애(의증)의 진단을 받은 사실, 원고는 동원병원에 입원중이던 1998. 2. 2. 피고와 함께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에 출석하여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받은 후 같은 날 피고와 협의이혼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위 1997. 5. 21.자 재산분할합의는 그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협의이혼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피고에게 이전하되 피고가 금 1억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내용으로 재산분할방법을 정하겠다는 취지로 볼 여지가 많고, 위와 같이 재산분할합의가 있은 후 원고와 피고가 1998. 2. 2. 협의이혼함으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재산분할합의의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법률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로서 유효하다고 볼 개연성이 많다고 할 것이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 1997. 5. 21.자 재산분할의 합의가 있은 후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위 합의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거나 정지조건의 불성취사실이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은 원고가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1997. 5. 21.자 재산분할합의의 경위, 위 합의 이후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의 실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협의이혼의 경위 등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하여 보지 아니한 채 위 1997. 5. 21.자 재산분할합의는 정지조건의 불성취 사실이 확정되어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재산분할약정 및 그 정지조건의 성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의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