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0조 제2항 소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있어서 허위사실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공표한 보도자료의 내용이 허위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0조 제2항 에 규정된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허위의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지만,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어떤 진술이 사실주장인가 또는 의견표현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선거의 공정을 보장한다는 입법 취지를 염두에 두고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입증가능성,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정당의 지구당이 창당대회를 개최하면서 비록 대가 목적이 아니라 분석 목적으로 비표를 배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는 정당 소속의 피고인으로서는 비표의 배포 및 회수에 관하여 금품 제공의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고 그러한 의심에는 상당한 정도의 근거도 있다고 보아 이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공표한 데에는 그 내용이 허위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안용득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변호인의 상고이유 중 허위사실공표의 점(변호인 변호사 안용득의 상고이유 제1점 및 변호인 변호사 박헌기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부산 영도구선거구 제1당 후보자로 출마하여 당선된 자인바, 같은 선거구에서 제2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공소외 1 후보예정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사실은 공소외 1 후보예정자 등이 국민회의 등 기존 여권조직 당원 등에게 초청장 대신 배부한 비표(비표)는 초청장 발송비용을 절약하고 기존 여권조직의 동원능력 및 지지성향 등을 분석하기 위한 것일 뿐, 창당대회 참석자들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주거나 불참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님에도, "딱지를 이용한 금권선거 이것이 제2당의 새천년 새선거 운동이냐"라는 제목 하에 "총선 100일을 앞둔 지금 영도에서는 신종 불법선거운동이 자행되고 있다. 소위 '딱지'라는 것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다. 아파트 불법매매에 사용되던 딱지, 불법매춘을 가장하기 위해 일부 다방에서 활용한 티켓, 부조리의 대명사인 딱지가 이제 정치권마저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자부하는 공소외 1에 의해 딱지가 도입되는 사실에 우리 영도인은 분노한다. 공소외 1 측에서 대량 살포하고 있는 딱지는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이고 권력을 이용한 살생부 작성 내지는 사후 금전적인 대가를 주려는 금권선거운동이다. 한동안 온갖 협박과 매수로 우리 당원 빼가기에 열을 올리더니 이제 그것이 여의치 않자 딱지를 배포하며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니 측은하기까지 하다. 측근들마저 믿지 못해 딱지라는 신종 불법선거운동을 도입한 공소외 1 이 안쓰럽게도 여겨진다. 이제라도 공소외 1은 깨끗하고 떳떳한 선거문화 정착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국제신문 등 각 언론사에 팩스로 전송함으로써, 국제신문에 "총선 조기과열 혼탁 조짐"이라는 제목 하에 " 제1당 영도지구당(위원장 피고인)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 공소외 1이 제2당 영도지구당 창당대회 참석자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주기 위한 딱지를 대량 살포하는 불법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며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했다"라는 내용 등으로 보도되게 하였다.
나. 허위사실 여부 및 허위의 인식 여부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 제250조 제2항 에 규정된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허위의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지만,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992 판결 참조), 어떤 진술이 사실주장인가 또는 의견표현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선거의 공정을 보장한다는 입법 취지를 염두에 두고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입증가능성,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도4260 판결 참조).
(2) 원심은, 비표가 '분석 목적'으로 배포된 것일 뿐 '대가 목적'으로 배포된 것이 아닌 사실을 인정하고, 비표가 '대가 목적'으로 배포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인들의 증언은 그 판시와 같이 신빙성이 없고, 또한 피고인에게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허위라는 미필적인 인식마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원심의 이 부분 사실의 인정과 판단은 아래의 점에서 수긍하기가 어렵다.
(가) 기록에 의하면 비표와 관련하여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제2당 영도구지구당은 2000. 1. 11. 14:00 부산남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제2당 영도구지구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위 창당대회에 참석할 당원 등을 초청하기 위하여 초청장 약 5,565매를 배포하였는데 그 초청장에는 아래의 비표와 달리 번호나 기호 등의 표시가 없었다.
제2당 영도구지구당은 위 초청장 이외에도 기존 여권 조직의 계보 내지 부류별 동원능력과 지지성향 등을 파악 분석한다는 목적으로 비표 약 6,500매를 배포하였는데, 이 사건 이전에는 정당의 창당대회 등 행사에서 이와 같은 비표가 사용된 예가 없었고, 위 비표는 흰색·하늘색·연두색·노란색의 4가지 색깔의 종이로 제작되었으며, 색깔에 따라 배포 대상이 정하여져서, 흰색은 제2당의 동별 조직, 하늘색은 동별 조직과 관련 없는 제2당 조직, 연두색은 구 평민당 당원, 노란색은 구 국민회의 소속원들에게 각 배포되었고, 비표의 좌측 상단에는 번호란("NO : ― ")이 있어 대부분의 비표에는 배포되기 전에 "―" 앞의 공란에 실제로 당해 비표를 배포한 동원책임자를 표시하는 숫자나 기호 또는 성명 등 문자가, 그리고 "―" 뒤의 공란에는 일련번호가 각 적혀 있었으며, 우측 상단에는 성명란("성명 : ")이 있으나 공란으로 되어 있어 초청대상자를 특정하지 아니하였고 참석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표를 수거하는 경우에는 비표를 배포한 동원책임자별로 이 사건 전당대회에 참석시킨 대상자의 이름과 그 인원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제2당원 아닌 사람들에게 까지도 배포되었다.
이 사건 창당대회는 예정대로 2000. 1. 11. 14:00 개최되었는데 주최측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참석하였으며, 배포된 비표 약 6,500매 중 적지 않은 수인 약 4,524매가 수거되었다.
한편, 제1당 영도구지구당은 2000. 1. 5.경까지 위와 같이 제2당 영도구지구당 창당대회와 관련하여 비표가 배포되고 있다는 사실과 배포상황에 관한 제보에 접하게 되었고 실제로 위 비표의 실물 약 40매를 입수하게 되었는바, 지구당 위원장인 피고인의 비서인 공소외2가 먼저 2000. 1. 7. 아침 피고인에게 ' 제2당 측의 창당대회 하는 것이 도에 지나치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사에 보내겠다.'고 보고하여 승낙을 얻은 후 그 날 11:00 위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팩스로 각 언론사에 송부하였다. 당시 공소외2를 비롯한 제1당 지구당 측에서는 위와 같은 비표의 배포가 전례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 배포목적과 동기, 배포방식, 회수경위, 회수 후의 처리 등에 관하여 여러 각도에서 의혹을 갖게 되었고 매우 수상히 여긴 나머지 위와 같은 보도자료를 작성하게 된 것이며, 당시 두 당 지구당은 이 사건 외에도 여러 문제로 서로 비난성명과 대응성명을 주고 받는 등 감정이 크게 대립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 이러한 사실과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제2당 영도구지구당이 위 비표를 위와 같은 동원능력과 지지성향의 파악목적으로만 배포하였을 뿐 그 비표의 배포 및 회수의 실적 내지 창당대회의 참석실적과 관련하여 금품 등의 대가를 제공하거나 불이익을 줄 계획 또는 목적이 있었거나 그러한 행위를 한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회수될 비표의 색깔과 기재된 동원책임자별 기호에 의하여 각 동원책임자별 실적이나 동원능력이 확인·집계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이상, 제2당 영도구지구당의 하부조직 종사자들이나 일선의 동원책임자들이 각자가 동원하여 창당대회에 참석할 인원수를 늘리기 위하여 자진하여 동원대상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유인책을 사용하였을 개연성조차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여겨진다(실제로 위 창당대회의 참석 또는 비표의 배포와 관련하여 비표 1매당 5천 원 내지 1만 원 정도의 돈을 받았거나 주었다는 몇 사람의 증언들이 있는데, 위와 같은 개연성에 비추어 그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 그렇다면 위 비표의 배포목적과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인들의 증언이 원심의 판시와 같은 사유로 가사 모두 신빙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 특히, 위 창당대회에 사용된 비표가 정당의 유사한 행사에서 사용된 전례가 없었고, 종이의 색깔에 따라 배포 대상이 네 부류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동원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숫자·기호 또는 문자가 기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초청대상자의 성명이 기재되지 아니한 반면에 참석자가 자신의 성명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또한 정식의 초청장을 배포하면서도 이와 별도로 배포한 것 등 여러 면에서 이례적인 점에 비추어 본다면, 특별히 달리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최소한 제2당 영도구지구당과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는 제1당 영도구지구당의 후보예정자인 피고인이나 그 비서인 공소외2가 그 비표의 배포 및 회수(이 사건 창당대회의 동원 내지 참석)와 관련하여 금품이 제공되었거나 제공될 예정이라고, 즉 비표의 배포 및 회수에 관하여 그러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고 그러한 의심에는 상당한 정도의 근거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이 그러한 정당한 의심에 기초하여 제2당 영도구지구당 측의 행태를 비난하는 행위 자체는 통상적인 정당활동 내지 정치적 표현행위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 것이고, 그 비난의 구체적 표현문구에서 다소 과격하였거나("권력을 이용한 살생부 작성"이라는 부분 등) 결과적으로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게 되었다는 것("사후 금전적 대가를 주려는 금권선거운동이다."라는 부분 등) 때문에 그 비난행위가 허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행하여진 것으로서 허위사실 공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에게 보도자료의 내용이 허위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 허위사실유포죄에 있어서의 '허위의 인식'에 관한 법리오해로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이 부분 원심판결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파기를 면할 수 없다.
2. 변호인의 상고이유 중 선거일의 선거운동금지 위반, 확성장치사용제한 위반, 자동차사용제한 위반, 야간연설시간제한 위반의 점(변호인 변호사 안용득의 상고이유 제2 내지 제4점)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각 선거일의 선거운동금지 위반, 각 확성장치사용제한 위반, 각 자동차사용제한 위반, 야간연설시간제한 위반으로 인한 각 공직선거법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사회상규 내지 선거운동의 개념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검사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허위사실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바,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는 결국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