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신고한 허위사실 자체가 형사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신고한 허위사실 자체가 형사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과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1998. 5. 8. 공소외 1로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동 789-52 소재 다방을 임차하여 그와 내연의 관계에 있던 공소외 2로 하여금 위 다방을 운영하도록 하던 중 같은 달 18.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을 피고인 명의에서 공소외 2 명의로 변경하도록 승낙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1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하자 공소외 1과 공소외 2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2001. 7. 25.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소재 현대부동산에서 '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통정하여 1998. 5. 18. 고소인 모르게 임차인을 공소외 2로 하는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여 고소인의 임대차 보증금 1,000만 원과 권리금 800만 원 합계 1,8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작성한 후 같은 달 27.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방배경찰서 민원실에서 같은 경찰서장 앞으로 이를 제출ㆍ접수하게 하여 공무소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1998. 5. 18. 공소외 1에게 임차인 명의를 공소외 2로 하는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하여 공소외 2 명의의 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타인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행위가 무고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만약 그 사실 자체가 형사범죄로 구성되지 아니한다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였다 하더라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도179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수사기록에 편철된 피고인 작성의 고소장 중 위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을 보면, '고소인은 1998. 5. 8. 공소외 1로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동 789-52 소재 건물의 지층 약 25평을 임차보증금 1,000만 원, 월 차임 70만 원, 임차기간 1998. 5. 10.부터 12개월로 정하여 임차하여 공소외 2에게 다방운영을 위탁하였는데, 공소외 1은 공소외 2와 통정하여 1998. 5. 18. 고소인 모르게 임차인을 공소외 2로 하는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고 고소인을 배제시켜서 임차보증금 1,000만 원과 권리금 800만 원 도합 1,800만 원을 공소외 2가 편취하였으니 피고소인들을 배임죄 또는 사기죄로 처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요지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의 고소사실이 위와 같다면 그 사실 자체가 형사범죄로 구성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선 사문서위조죄에 있어서 위조라 함은 작성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고, 작성권한 있는 자가 진실에 반한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는 이른바 무형위조는 처벌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가사 고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의 승낙 없이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그들 명의의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작성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임대차보증금이 있는 임대차계약에 있어 임대인은 임차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게 할 의무와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임대차보증금 중 연체차임 등 당해 임대차에 관하여 명도시까지 생긴 임차인의 채무를 청산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할 사법상의 의무만 있을 뿐이고, 임차인을 위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보관하거나 임차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설령 공소외 1이 공소외 2와 이중으로 임대차계약을 하고 피고인의 임차인으로서의 지위를 부정하였거나 또는 공소외 2를 임대차보증금의 수령권자로 취급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1이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횡령죄나 배임죄가 성립할 수는 없으므로, 고소사실 자체가 횡령죄나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한편, 고소장에는 공소외 2와 공소외 1 이 통정하였다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공소외 2가 공소외 1로부터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점이 고소사실이 아님은 분명하고, 다만 공소외 1이 피고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피고인에게 임대할 생각이 아니라 공소외 2에게 임대할 생각이었으면서도 공소외 2와 공모하여 마치 피고인에게 다방을 임대할 것처럼 피고인을 기망하여 임대차보증금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내용이 고소사실이라면, 이는 사기죄가 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의 고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공모하여 처음부터 피고인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고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공소외 2와 공소외 1 이 공모하여 임대차 도중에 정당한 임차인인 피고인의 승낙 없이 마치 공소외 2가 이 사건 다방을 임차한 것처럼 허위의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피고인을 임대차관계에서 배제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의 진술의 취지 역시 그러하므로 그 사실 자체로서는 사기죄를 구성할 여지도 없다.
그렇다면 가사 피고인이 공소외 2와 공소외 1 사이의 1998. 5. 18.자 임대차계약서의 작성을 승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승낙을 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고소사실 자체가 사문서위조, 횡령이나 배임, 사기 기타 형사범죄로 구성되지 아니하는 이상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1998. 5. 18. 공소외 1에게 임차인 명의를 공소외 2로 하는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하여 공소외 2 명의의 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는바, 이는 무고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