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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도2994 판결
[혼인빙자간음][공2002.10.15.(164),2385]
판시사항

[1]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와 정교를 할 당시에는 혼인할 의사가 있었으나 그 후 사정의 변화로 변심하여 혼인할 의사가 없게 된 경우,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혼인을 빙자한 기망이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판결요지

[1] 혼인빙자간음죄는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범인이 부녀와 정교를 할 당시 상대방과 혼인할 의사가 없는데도 정교의 수단으로 혼인을 빙자하였어야 하고, 정교할 당시에는 혼인할 의사가 있었으나 그 후 사정의 변화로 변심하여 혼인할 의사가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혼인빙자간음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2] 혼인빙자간음죄의 구성요건은 혼인을 빙자하는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때의 기망은 그 기망행위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가정할 때 음행의 상습 없는 평균적 사리 판단력을 가진 부녀의 수준에서 보아 간음에 응하기로 하는 자기 결정을 할 만한 정도여야 한다. 즉, 기망의 수단으로 혼인을 빙자하는 위계를 이용했을 때에는 음행의 상습 없는 평균적 사리 판단력을 가진 부녀의 수준에서 보아 간음 당시의 제반 정황상 그 행위자가 혼인할 의사를 갖고 있음이 진실이라고 믿게 될 만한 경우라야 기망에 의한 간음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혼인의 빙자에 의하여 기망되었는지의 여부는 혼인하자는 언사로 핑계댄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다고 하여 바로 긍정되는 것이 아니라, 간음에 이르기까지의 언사와 행위 등 관련되는 모든 정황을 종합 대비하여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혼인 풍속에 비추어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혼인풍속으로는 혼인할 남자의 나이와 미혼인 여부, 다른 부녀와의 혼인을 위한 교제 유무, 건강상태, 종교, 학력, 재력, 직업, 성격, 취미, 부모 등 가족관계, 그들의 그 혼인에의 찬성 여부 등을 알아보고 정혼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사항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거나 알았었다고 하더라도 그 관련 사항들이 그 부녀의 혼인기준과는 현저히 달라 혼인의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상태에서 혼인을 빙자하는 말이나 글만을 믿고 바로 간음에 응했던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녀는 그 혼인빙자에 기망되어 간음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덕수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2. 5. 24. 선고 2002노 166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과 원심 판단의 각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① 1998. 9. 말 일자미상경 평소 교제중이던 피해자 1에게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너만을 사랑하니 결혼하자"라고 거짓말을 하여 그녀를 속이고 음행의 상습이 없는 그녀와 1회 정교함으로써 혼인을 빙자하여 그녀를 간음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01. 6. 30.까지 제1심판결 첨부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64회에 걸쳐 혼인을 빙자하여 그녀를 간음하였고, ② 1998. 10. 초 일자미상경 피해자 2에게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멋진 남편,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으니 기다려 달라"면서 결혼하자고 거짓말을 하여 이를 믿게 한 다음 음행의 상습이 없는 그녀와 1회 정교함으로써 혼인을 빙자하여 그녀를 간음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01. 4. 초순경까지 제1심판결 첨부 별지2 범죄일람표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34회에 걸쳐 혼인을 빙자하여 그녀를 간음하였으며, ③ 2001. 5. 19. 피해자 3에게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나는 결혼할 사람이 아니면 절대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결혼을 하자고 거짓말을 하여 그녀로 하여금 그 말을 믿게 한 다음 음행의 상습이 없는 그녀와 1회 정교함으로써 혼인을 빙자하여 그녀를 간음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01. 7. 8.까지 제1심판결 첨부 별지3 범죄일람표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8회에 걸쳐 혼인을 빙자하여 그녀를 간음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충분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혼인빙자간음죄는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범인이 부녀와 정교를 할 당시 상대방과 혼인할 의사가 없는데도 정교의 수단으로 혼인을 빙자하였어야 하고, 정교할 당시에는 혼인할 의사가 있었으나 그 후 사정의 변화로 변심하여 혼인할 의사가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혼인빙자간음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1970. 11. 30. 선고 70도2172 판결 참조).

또한, 혼인빙자간음죄의 구성요건은 혼인을 빙자하는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때의 기망은 그 기망행위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가정할 때 음행의 상습 없는 평균적 사리 판단력을 가진 부녀의 수준에서 보아 간음에 응하기로 하는 자기 결정을 할 만한 정도여야 한다. 즉, 기망의 수단으로 혼인을 빙자하는 위계를 이용했을 때에는 음행의 상습 없는 평균적 사리 판단력을 가진 부녀의 수준에서 보아 간음 당시의 제반 정황상 그 행위자가 혼인할 의사를 갖고 있음이 진실이라고 믿게 될 만한 경우라야 기망에 의한 간음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혼인의 빙자에 의하여 기망되었는지의 여부는 혼인하자는 언사로 핑계댄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다고 하여 바로 긍정되는 것이 아니라, 간음에 이르기까지의 언사와 행위 등 관련되는 모든 정황을 종합 대비하여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혼인풍속에 비추어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진대, 우리 사회의 혼인풍속으로는 혼인할 남자의 나이와 미혼인 여부, 다른 부녀와의 혼인을 위한 교제 유무, 건강상태, 종교, 학력, 재력, 직업, 성격, 취미, 부모 등 가족관계, 그들의 그 혼인에의 찬성 여부 등을 알아보고 정혼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사항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거나 알았었다고 하더라도 그 관련 사항들이 그 부녀의 혼인기준과는 현저히 달라 혼인의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상태에서 혼인을 빙자하는 말이나 글만을 믿고 바로 간음에 응했던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녀는 그 혼인빙자에 기망되어 간음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혼인빙자간음죄가 유죄로 인정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나. 피해자 1에 대한 혼인빙자간음죄 부분

(1) 기록에 의하니, 피고인이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인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로는 피해자 1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이 있으며, 그 피해자 진술의 요지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결혼하자고 하여 그 말을 믿고 결혼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과 사귀면서 정교를 하여 왔는데, 2001. 7. 무렵에 이르러 피고인이 자신 이외에 3, 2과도 교제하면서 정교를 한 사실을 알게 되어 돌이켜 생각하여 보니 피고인은 진실로 자신과 결혼할 의사가 없음에도 결혼하자고 속이고, 자신을 간음하여 온 것으로 판단되어 고소를 하게 되었다는 취지이다.

반면에, 피고인은 피해자 1과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정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수사기관 이래 일관하여 그 피해자와 혼인할 의사가 있었으나 다만 서로간의 가정형편이나 학업 때문에 혼인을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고, 결코 혼인할 의사없이 혼인을 빙자하여 그 피해자와 정교한 사실이 없다고 변소하였다.

(2) 그런데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하니, ① 피고인은 1998. 7. 10. 무렵 길거리에서 우연히 피해자 1을 만나 그로부터 며칠 지난 후에는 그 피해자가 기거하던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냈는데 그 당시 정교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신체적인 접촉을 가졌고, 그 해 8. 14. 바로 그 피해자와 정교를 하였고, ② 그 후 피고인은 1998. 8. 말 피해자 1이 대전에서 카페를 개업하게 되자 직접 대전으로 내려가 개업을 축하하여 주었으며, ③ 피고인은 그 해 9월 중순에는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대전으로 내려가 그 때부터 그 해 말까지 피해자 1이 운영하던 카페에서 직원 관리와 재고 및 전표의 관리 등의 일을 맡아서 하는 등으로 그 피해자를 도와 주었으며, ④ 그 후 피고인은 그 피해자에게 카페 운영을 그만두고 공부를 계속할 것을 권유하여 오다가 1998. 12. 무렵 그 피해자가 카페를 그만두고 공부를 계속하기로 하고 서울로 올라가게 되자 그 피해자가 기거하던 오피스텔에서 동거하다시피 하면서 후배의 학생증을 빌려 그 피해자가 피고인이 재학 중이던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고, ⑤ 피고인은 피해자 1을 만나 교제하면서부터 명절 등에는 그 피해자의 부모에게 선물을 하여 왔으며, ⑥ 피고인은 그 피해자와 만난 지 1,000일이 되는 날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장미 꽃다발을 준비하여 기념행사를 열어 주기도 하였고, ⑦ 피고인은 그 피해자가 2000. 8.경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자 그 때부터 2001년도 봄 학기까지 수시로 그 피해자가 거주하던 오피스텔에 드나들면서 그 피해자가 학교에 제출하여야 하는 리포트 등의 과제를 작성하는 일을 밤늦게까지 도와주었으며, ⑧ 피고인은 그 피해자를 장차 결혼할 사이라고 하면서 직장 동료들에게 소개하였을 뿐 아니라, 주위의 친구들에게 수시로 그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혀 왔음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처음부터 자신과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혼인하자고 기망하여 정교를 하게 되었다는 피해자 1의 진술은 피고인이 자신 이외에 다른 여자와 교제하면서 정교를 한 사실을 알게 되자 피고인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 내지 복수심에서 내려진 추측이나 판단에 기한 것으로도 보이므로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그 밖의 객관적 사정이 더 밝혀지지 않고서는 그와 같은 그 피해자의 진술만으로써 위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도외시한 채 피고인이 처음부터 그 피해자와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혼인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그 피해자를 기망하여 간음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원심이 피해자 1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처음부터 그 피해자와 혼인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1에 대한 64회의 간음부분을 모두 유죄로 단정한 것은 수긍되지 아니한다.

다만 기록에 의한즉, 피고인은 피해자 1을 만나 약 3년 간 교제하며 정교관계를 맺어오면서도 피해자 2, 3와 교제하면서 정교를 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 1을 만나 교제하여 오던 중 어느 시점에 이르러 그 피해자와의 관계가 악화되어 그 피해자와 혼인할 의사가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그러한 의사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그 피해자를 속이고, 그 피해자와 정교를 하였을 여지도 있어 보이므로 사실심인 원심에서는 그 피해자와의 64회에 걸친 간음행위가 앞서 본 법리상의 혼인빙자 기망행위로 인한 것인지를 가려내기 위하여 더 자세히 심리하였을 것이 기대된다.

(3) 그럼에도 견해를 달리하여 피고인이 처음부터 자신과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혼인하자고 기망하여 자신을 간음하였다는 피해자 1의 진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1에 대한 부분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나머지 증거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나 혼인빙자간음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이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다. 피해자 2에 대한 부분

(1) 원심은 피고인이 최초의 간음행위시 이래 결혼하자고 하였다는 피해자 2의 진술을 믿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2에 대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하니, 피해자 2은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8. 3. 초순경 우연히 길에서 당시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을 알게 되었고, 그 후 자신이 먼저 연락을 하여 피고인과 만나다가 피고인을 만난 지 불과 1개월 정도가 지난 1998. 4. 중순경 서울 도봉구 우이동에 있는 모텔에서 처음으로 피고인과 정교를 하였으며, 그 후 피고인과 여러 차례에 걸쳐 정교를 한 사실, 그런데 그 피해자는 피고인과 사귀는 중에 약 6개월 동안 피고인을 전혀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는 사실, 그 피해자는 피고인을 만나던 중인 2001. 3. 무렵 피고인의 차 안에서 피해자 1과 피고인이 커플로 된 핸드폰 커플요금명세서를 보았으나 이에 개의치 않고 그 후에도 피고인을 만나 정교를 한 사실, 피해자 2은 2001. 4. 무렵 피고인과 다투고 나서 더 이상 피고인과 만나지 않고 있다가 피해자 1, 3로부터 연락을 받고서 비로소 피고인의 행적을 알게 된 사실, 피해자 2은 피고인과 만나고 있던 기간 중인 1998. 7.경 여자친구 1명과 다른 남자 2명과 함께 강릉에 3박 4일간 놀러갔다 왔고, 그 당시 찍은 사진을 피고인에게 보여주기까지 한 사실, 피해자 2은 1998. 4. 무렵부터 2001. 4. 무렵까지 약 3년 동안 피고인과 정교를 하여 오면서도 피고인과 사이에 구체적으로 결혼계획을 세우거나 결혼을 전제로 피고인의 가족에게 인사를 한 적이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이 피해자 2을 만나게 된 경위, 피고인이 그 피해자와 처음 정교를 할 때까지 교제한 기간과 횟수,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2의 나이 및 신분, 피해자 2이 그 후 피고인과 교제하면서 정교를 하게 된 경위와 그 기간 중 2이 취한 태도 내지 행동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피해자 2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혼인빙자에 기망당하여 간음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해자 2이 피고인과 만나 간음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및 그 후 간음을 계속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하여 더 자세히 심리하여 과연 피고인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장소의 34회의 각 간음행위 당시 그 피해자가 피고인의 혼인빙자에 기망당하여 간음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옳았다.

(3) 그럼에도 견해를 달리한 나머지 피고인의 혼인빙자의 점에 관하여 앞서 본 법리에 따른 심리를 더 자세히 진행하지 아니한 단계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2에 대한 부분을 유죄로 단정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혼인빙자간음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이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라. 피해자 3에 대한 부분

(1) 원심은 피고인이 최초의 간음행위시 이래 결혼하자고 하였다는 피해자 3의 진술을 믿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3에 대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한즉, 피해자 3는 대학에 재학중이던 2000. 8. 무렵 스스로 인기투표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과 사진을 올렸다가 피고인과 알게 되어 그 무렵 두 번 정도 피고인을 만났으나 그 후 한 동안 연락이 되지 않다가 2001. 4. 무렵 피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어 다시 피고인과 만나게 된 사실, 그 날 그 피해자는 피고인과 술을 마신 후 피고인을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던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서 자신의 방에서 피고인과 함께 밤을 지내면서 정교는 하지 아니하였지만 키스를 하는 등으로 신체적인 접촉을 가진 사실, 그 당시 그 피해자는 다음날 아침 피고인으로부터 아무 남자에게나 그렇게 하느냐고 질책을 받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피고인과의 신체적인 접촉을 시도한 사실, 피고인과 그 피해자는 2001. 5. 무렵 처음으로 정교를 한 후 그 해 7월 무렵까지 8회에 걸쳐 정교를 한 사실, 그런데 그 피해자는 피고인과 만나 처음 정교를 하기 전이나 그 후 피고인과 구체적인 결혼계획을 세우거나, 결혼을 전제로 피고인의 가족을 만나 인사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사실, 피해자 3는 피고인과 만나 정교를 하던 기간 중에도 다른 남자와 핸드폰을 이용하여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피고인을 고소한 후에는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이 피해자 3를 만나게 된 경위, 피고인이 그 피해자와 처음 정교를 할 때까지 교제한 기간과 횟수,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3의 나이 및 신분, 피고인을 만나 정교를 한 후의 피해자 3의 행적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피해자 3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혼인빙자에 기망당하여 간음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해자 3가 피고인과 만나 간음에 이르기까지의 사정에 대하여 더욱 자세히 심리한 다음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그 피해자가 8회에 걸쳐 피고인의 혼인빙자에 기망당하여 간음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옳았다.

(3) 그럼에도 견해를 달리한 나머지 피고인의 혼인빙자의 점에 관하여 앞서 본 법리에 따른 심리를 더 자세히 진행하지 아니한 단계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3에 대한 부분을 유죄로 단정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혼인빙자간음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이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욱더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조무제(주심) 유지담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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