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선박의 불감항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선원법상의 재해보상 청구소송의 소송물의 동일 여부(소극)
[2] 선원법상의 재해보상 청구소송에 있어서 선원의 사망 원인이 선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의 입증책임의 소재(=선박소유자)
[2] 선원법 제90조 제2항 에서,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승무( 제85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요양을 포함한다.)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족에게 승선평균임금의 1천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의 유족보상을 행하여야 한다. 다만, 사망의 원인이 선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선원노동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원의 사망의 원인이 선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의 입증책임은 승무 중 사망한 선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유족보상 책임의 면책을 주장하는 선박소유자가 진다.
[3] 선원법 제5조 제1항 에 의하여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제2조 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및 선원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임을 알 수 있다 하겠으므로, 근로기준법 및 선원법 소정의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도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근로계약 당사자는 근로기준법이나 선원법 소정의 재해보상금 이외에 별도의 재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러한 약정을 한 이상 근로자의 재해 발생시 사용자는 그 약정에 따른 별도의 재해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약정이 선원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별도의 재해보상금인 특별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해운항만청의 해외취업선원재해보상에관한규정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근로계약 당사자가 위 해운항만청의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특별보상금을 재해보상금으로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에 따라 사용자는 위 특별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제756조 , 선원법 제90조 [2] 선원법 제90조 , 민사소송법 제261조 [3] 선원법 제5조 제1항 , 근로기준법 제2조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최종현 외 4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오에스지 쉽 매니지먼트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석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
원심은, 피고는 리베리아 선적의 유조선인 아틀란타호의 소유자인데, 원고의 아들인 소외 1이 1995. 3. 22. 피고 회사를 위하여 인사관리업무를 대행하는 선원관리사업자인 원심 공동피고 해외선박 주식회사(이하 '해외선박'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위 아틀란타호에 3등 기관사로 승무하였고, 월 평균 임금은 미화 2,049.65$였던 사실, 위 아틀란타호는 1996. 1. 28.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적재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머독스항으로 항해중이었는데, 소외 1은 1996. 1. 31. 22:00경 조타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C 갑판에 있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간 후 다음날인 1996. 2. 1. 06:15경 D 갑판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실, 부검 결과 소외 1은 이마 뼈, 관자놀이, 두정부까지 두개골이 골절되어 있고, 양 쪽 광대뼈와 턱뼈도 골절되어 있었으며, 목 앞 부분과 쇄골 윗부분의 넓은 부위에 걸쳐 찰과상이 있었고, 왼쪽 손에 칼로 베인 길이 5㎝ 정도의 깊은 열상이 있었던 사실, 소외 1의 침실이 있는 C 갑판과 그의 시체가 발견된 D 갑판은 그 높이가 9.75m이고, C 갑판의 4등 기관사용 빈방에 소외 1의 안경과 슬리퍼, 물에 적셔진 수건이 있었으며, 그 곳 바닥과 침대, D 갑판으로 통하는 통로와 계단에 많은 피가 흘러 있었고, D 갑판의 시체의 위치는 C 갑판의 피를 흘린 난간의 지점에서 자유낙하한 지점과 일치하고 있는 사실, 소외 1의 시체 옆에서 피 묻은 칼이 발견되었는데 그 칼은 선원들이 평소 과일을 깎을 때 사용하는 것이었던 사실, 소외 1의 방이나 위 4등 기관사용 방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선원들은 다투거나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으며, 사고 직전 소외 1이 선원들과 다툰 바도 없는 사실, 그러나 소외 1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였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 부분에 대하여
선원법상의 재해보상청구권과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경합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소송물을 달리 한다 할 것이며 ( 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228 판결 참조), 선박이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지 못하였다는 이른바 불감항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점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 할 것이므로 그 소송과 선원법상의 재해보상 청구소송은 소송물을 달리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가 미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외 1의 사망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 계속중에 있으므로 선원법에 기한 재해보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중복제소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원고가 선박 소유자인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소외 1이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97. 1. 22. 루이지애나주 패리쉬 오브 세인트 버나드(Parish of St. Bernard) 소재 제34 지방법원(34th Judicial District Court)에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은 인정되나, 선박소유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선원법상의 재해보상청구는 소송물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중복제소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원심이, 원고가 미국 법원에 제기한 불감항성을 이유로 한 청구는 피고의 무과실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이 사건 재해보상청구와 소송물이 동일하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였으나 이미 위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불감항성을 이유로 한 청구 역시 이 사건 재해보상청구와는 그 소송물을 달리하는 것이고 원심이 이 사건의 본안에 관하여 판단을 한 이상 이를 배척하였다고 못 볼 바도 아니어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그 이유가 없다.
나. 자살을 이유로 한 피고의 면책주장 배척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소외 1이 직무상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승선 평균임금 1,300일분에 해당하는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를 배척하였으나, 소외 1은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선원법 제90조 제2항 에 따라 승선 평균임금 1,000일분에 해당하는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단한 다음, 소외 1의 사망은 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때에 해당하므로 선원법 제90조 제2항 후문 에 의하여 피고는 유족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1 스스로 왼쪽 손목에 과도로 자해를 하여 상당 시간 피를 흘리다가 난간으로 뛰어내려 그 충격으로 인한 두개골 골절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엿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소외 1이 자살을 하였다거나 자신의 중대한 과실로 사망하였다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선원법 제90조 제2항 에서,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승무( 제85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요양을 포함한다.)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족에게 승선평균임금의 1천 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의 유족보상을 행하여야 한다. 다만, 사망의 원인이 선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선원노동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원의 사망의 원인이 선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의 입증책임은 승무 중 사망한 선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유족보상 책임의 면책을 주장하는 선박소유자가 진다 고 보아야 할 것인바, 기록을 살펴보면, 특히 유서가 없다는 점 및 소외 1의 얼굴 부위의 골절이 한 번의 추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위와 같이 소외 1이 자살을 하였다거나 자신의 중대한 과실로 사망하였다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면책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자유심증주의 이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소외 1의 사망 당시 시행중이던 해운항만청의 해외취업선원재해보상에관한규정(1991. 2. 8. 해운항만청고시 제1991-6호) 제3조 제2항에서,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특별보상금으로 미합중국화 3만 $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특별보상금과 같이 선박소유자에게 재산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입법사항이라고 할 것이므로 법률로 그 요건 및 금액을 정하든가 이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명시하여 대통령령이나 규칙에 위임하여야 할 것인데 선원법의 제 규정을 살펴보아도 해외취업선원재해보상에관한규정에서 정한 특별보상금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특별보상금에 관한 해외취업선원재해보상에관한규정 제3조 제2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무효의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특별보상금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선원법 제5조 제1항 에 의하여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제2조 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및 선원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임을 알 수 있다 하겠으므로, 근로기준법 및 선원법 소정의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도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근로계약 당사자는 근로기준법이나 선원법 소정의 재해보상금 이외에 별도의 재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러한 약정을 한 이상 근로자의 재해 발생시 사용자는 그 약정에 따른 별도의 재해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약정이 선원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별도의 재해보상금인 특별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해운항만청의 해외취업선원재해보상에관한규정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근로계약 당사자가 위 해운항만청의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특별보상금을 재해보상금으로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에 따라 사용자는 위 특별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를 대리한 해외선박과 소외 1은 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재해보상은 해외취업선원재해보상에관한규정(항만청 고시 91-6호)에 의하기로 약정한 사실, 위 규정 제3조 제2항에서는,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특별보상금으로 미합중국화 3만 $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는 선원법 소정의 재해보상금보다 더 많은 유족보상금을 특별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위 항만청 규정에 의하여 재해보상을 하기로 근로계약에서 약정하였다 할 것이어서, 그 약정에 따라 소외 1의 위 승무 중 사망으로 인하여 그 유족인 원고에게 특별보상금으로 미합중국화 3만 $를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원고는 특별보상금에 관한 부분에 한해 상고한 것으로 보인다.)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