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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대전지법 2009. 4. 22. 선고 2008고합606 판결
[배임수재] 항소[각공2009하,1084]
판시사항

대학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고 식사 접대를 받은 사안에서, 논문 심사 대상자의 금품제공 및 접대행위는 논문 심사에 관한 암묵적 청탁으로 볼 수 있고 재물 및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논문 심사와 관련된 청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수재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대학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고 식사 접대를 받은 사안에서, 논문 심사 대상자에게 수차례 금품을 요구하는 취지의 말을 하고 금품제공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하였던 점, 지도교수로서 논문 심사 및 학위취득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논문 심사 대상자의 금품제공 및 접대행위는 논문 심사에 관한 암묵적 청탁으로 볼 수 있고, 재물 및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논문 심사와 관련된 청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수재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정원두

변 호 인

법무법인 새날로 담당변호사 윤병구

주문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으로부터 1,775,000원을 추징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조교수로서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의 논문지도와 심사업무 등을 맡고 있다.

1. 피고인은 2006. 8.경 박사과정 학생 공소외 1의 지도교수로서 교육학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하면서 공소외 1에게 “논문 쓰려면 월급의 반 정도는 쓸 준비를 하라”, “교사 월급 받아서 다 어디에 쓰느냐, 나는 돈이 없고 가난하다”라고 말하여 그에 부담을 느낀 공소외 1로부터 같은 달 29. 대전 유성구 봉명동 우미일식당 앞에서 “논문 심사와 관련하여 선처해 달라”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갤러리아 백화점 상품권 10만 원권 5장을 받았다.

2. 피고인은 2006. 11.경 공소외 1에게 “심사위원들에게 거마비조로 돈을 주어야 하니 미리 준비해라, 그래야 논문 통과가 수월하게 된다”라고 말하여 이에 부담을 느낀 공소외 1로부터 공소외 1의 1차 논문 심사일인 2006. 11. 28. 16:00경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있는 ○○대학교 내 피고인의 연구실에서 “논문 심사시 잘 봐 달라”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현금 1,500,000원을 받았고, 공소외 1의 1차 논문 심사를 마친 같은 날 19:00경 대전 서구 만년동에 있는 ‘ ◇◇ 한정식 식당’에서, 공소외 1로부터 “잘 봐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275,000원 상당의 접대를 받아 그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1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외 2의 진술기재 부분

1.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7조 제1항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가장 중한 2006. 11. 28. 배임수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고, 피고인이 받은 금품액수가 크지 않으므로)

1. 추 징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① 위와 같이 금품을 수수한 것은 사실이나, 공소외 1의 논문을 심사한 결과 그 논문의 학문적 성취도가 기준에 미달하여 그 논문을 통과시키지 않은 점, ② 공소외 1이 제3자에게 의뢰하여 논문을 분석하게 한 다음 그 결과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의견을 물어 피고인이 답변해 주었는데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공소외 1이 상품권을 주기에 그것을 받은 점, ③ 박사학위 논문 심사와 관련한 거마비 수수 및 식사 접대는 대학사회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의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거나 접대를 받은 것이 아니며, 그것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

한편, 피고인은 먼저 공소외 1에게 금품이나 접대를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공소외 1이 자발적으로 피고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접대를 한 것이므로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

2. 판 단

배임수재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은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664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임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과 재산상 이익을 수령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공소외 1의 법정진술,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 공소외 2가 작성한 심사위원 의견서 사본을 종합하여 보면, ① 평소에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수차례에 걸쳐 ‘논문 쓰려면 월급의 반 정도는 쓸 준비를 하라. 교사 월급 받아서 다 어디에 쓰느냐. 사회생활을 하려면 접대부터 배워라’는 등 금품을 요구하는 취지로 말한 사실, ②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상품권, 현금 등을 주거나 접대를 할 때 논문 지도와 관련하여 잘 봐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던 사실, ③ 공소외 1은 2006. 8. 경 피고인으로부터 ‘사회생활을 하려면 접대부터 배우라’는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였는데 피고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수락하여 우미일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였고, 그 날 상품권 5장을 피고인에게 준 사실, 당시 평소 공소외 1의 논문 작성에 도움을 주었던 공소외 2 교수도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는데 공소외 1이 공소외 2 교수에게 논문 분석을 의뢰하지는 않았던 사실, ④ 공소외 1은, 2006. 9.경 관련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서는 학계 선배들에게 술접대를 하여야 한다는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한 바 있는데, 피고인의 금품제공 요구를 더 이상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사실, ⑤ 피고인은 박사과정을 이수한 공소외 1의 지도교수 및 논문 심사위원( ○○대학교 일반대학원운영규정 제53조 제3항에 의하면 논문지도교수는 자동적으로 논문 심사위원이 된다)으로서 논문 작성에 관한 사항을 지도하거나 논문을 심사하는 임무를 수행하므로 논문 심사 및 학위취득과 관련하여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며, 실제로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제2차 논문 심사가 예정되었던 2006. 12. 2. 당일에 논문 심사기일이 일방적으로 연기되었고( ○○대학교 일반대학원 운영규정 제56조 제1항에 의하면 논문의 심사는 대학원장이 지정한 장소와 시간에 심사위원이 이를 행하도록 되어 있다), 피고인의 반대를 주된 이유로 하여 결국 공소외 1의 논문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 사실( 공소외 2 교수 외 다른 심사위원들이 공소외 1의 논문을 통과시키지 않은 사유는 제1차 심사 시 거론되지 않았던 내용이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⑥ 통상적인 범위 내의 명절선물, 경조사 때 수수되는 축의금, 부의금 등과 달리 거마비(거마비)는 그 용어 자체만으로도 논문 심사를 위하여 심사위원들이 심사 장소로 오가는 교통비라는 의미를 가져 논문 심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⑦ 교육학과의 교수로서 인격 내지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학문을 연구하는 피고인에게는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접대를 하면서 명시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의 부정한 청탁을 한 바 없었다고 하더라도, 평소 피고인으로부터 수차례 금품을 요구하는 취지의 말을 들었던 공소외 1로서는 적어도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논문 심사를 담당하는 피고인에게 그 임무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편의를 제공해달라거나,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였을 경우에 입을 수도 있는 불이익을 면하게 하여 달라는 부탁을 암묵적으로 한 것이고, 이러한 암묵적 부탁은 부정한 청탁이라고 할 것이며, 피고인의 재물 및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논문 심사와 관련된 청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결과적으로 공소외 1의 논문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학생이 학위논문의 심사위원에게 거마비를 지급하거나 식사 접대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대학교 교육학과를 포함한 일부 대학에서 그러한 행태가 무비판적, 계속적, 반복적으로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이 피고인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으며, ○○대학교 교직원복무규정 제6조 제1항은 ‘교직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대학교 대학원은 학위 논문 제출자로부터 별도의 심사료를 납부 받으며( ○○대학교 일반대학원 운영규정 제63조 제2항), 심사위원들은 ○○대학교 대학원으로부터 별도의 심사비를 지급받는 점,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대학의 목적과 기능, 교수의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논문 심사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거나 접대를 받은 행위는 교육의 정당성과 학위에 대한 신뢰확보 등을 저해하는 중대한 반사회질서행위로서 피고인이 담당한 직무의 청렴성 내지 사무처리의 공정성을 해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다만, 논문 심사 당일 피고인이 받은 저녁식사 접대만을 따로 떼어 볼 경우 그에 소요된 비용이 비교적 크지 아니하고 논문 심사를 받은 학생이 감사의 표시로 심사위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공소외 1이 자발적으로 위 식사접대를 피고인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먼저 공소외 1에게 식사접대를 요구하였던 점,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교수 1인당 30만 원씩 150만 원을 신권으로 준비하여 심사 당일 가지고 와야 하고 심사종료 후 저녁식사 대접을 하여야 한다고 지시하였으며, 접대의 장소와 지출할 비용의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였던 점, 위 접대가 제1차 논문 심사 당일 이루어졌으며 피고인이 식사 후 거마비를 심사위원들에게 나누어 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접대를 거마비 지급과 별개의 행위로 따로 떼어 볼 수는 없으므로 논문 심사와 무관하여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 당시 순전히 피고인의 사익만을 추구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제자 공소외 1을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도록 하여 수월하게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범행으로 피고인이 취득한 돈의 액수나 접대의 비용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또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초임 교수로서 일부 대학의 박사학위 심사 과정에서 반복되었던 부적절한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나머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과거에 선처받거나 처벌되지 아니한 다른 일부 교수들에 비하여 과도한 신분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교육학과의 교수로서 박사학위 논문의 심사 과정에서 피고인과의 관계에 있어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논문 심사 대상자에게 적극적, 능동적으로 재물 및 재산상 이익 제공을 요구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인정되는 사실과 다른 사실을 내세워 변명하면서 이 사건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태에 대하여 항의하는 공소외 1을 인격적으로 공격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반성한다는 피고인의 말과 모순되게 행동함으로써 실제로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 현재의 우리사회는 대학교수를 포함한 이른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에게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 일부 잘못을 눈감아 주던 시대를 지나서 그들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의 높이에 맞는 준법성과 도덕성, 양심을 요구하는 단계에 도달하였고, 같은 맥락에서 학위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정당하고 적법한 비용징수절차가 아닌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논문 제출자들로부터 지급받는 거마비, 식사 접대 등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으며 반드시 근절하여야 하는 점, 기타 이 법정에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 결과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정상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범죄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벌금형을 선고하여 피고인의 신분을 유지시킬 만큼 가벼운 범죄도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하기로 한다.

무죄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6. 11. 28. 19:00경 대전 서구 만년동에 있는 ‘ ◇◇ 한정식 식당’에서, 공소외 1로부터 “잘 봐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33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아 그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2. 판 단

검사는 식사대금 33만 원 전액을 재산상 이익으로 보아 기소하였으나, 피고인이 향응제공자와 함께 향응을 하고 향응제공자가 이에 소요되는 금원을 지출한 경우 이에 관한 피고인의 이익액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먼저 피고인의 접대에 요한 비용과 향응제공자가 소비한 비용액을 가려내어 전자의 수액을 가지고 피고인의 이익액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만일 각자에 요한 비용액이 불명일 때에는 이를 평등하게 분할한 액을 가지고 피고인의 이익액으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도2687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을 포함한 심사위원 5인 및 공소외 1이 소비한 33만 원 중 향응제공자인 공소외 1이 스스로 소비한 식사대금 55,000원(= 330,000원 / 6인)은 피고인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에서 제외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단일죄의 관계에 있는 배임수재죄를 유죄로 인정한 터이므로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서민석(재판장) 장지용 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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