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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9.12.20. 선고 2019고합114 판결
강간
사건

2019고합114 강간

피고인

A

검사

김정선(기소), 이선미, 이주현(공판)

변호인

변호사 장창준

판결선고

2019. 12. 20.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12. 5. 02:00경 ○○노래클럽에서 위 노래클럽 사장의 소개로 피해자 B(여, 42세)와 처음 알게 된 사이다. 피고인은 같은 날 17:07경 부천시 길주로에 있는 식당 내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가 술에 취하자 간음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17:50경 위 식당 인근에 있는 ○○○모텔 C호 내에 피해자를 데리고 들어가 술에 취해 의식과 거동이 정확하지 않은 피해자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여 피해자가 '하지 말라'고 수차례 거부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반항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한 후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2. 판단

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게 된 경위, 성관계 당시의 정황 및 그 이후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적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더 나아가 그 유형력의 행사로 인하여 피해자가 반항을 못하거나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피해자는 2018. 12. 5. 17:46경 피고인과 함께 모텔에 들어갔고, 입실한 이후부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차례 스킨십을 시도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하지마라, 하지말자, 너 싫어, 가, 나한테 왜 그래"라는 등의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이였다는 점, 피해자가 모텔에 입실할 당시 피해자가 상당한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완전히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노래방에서 복분자 술을 먹었던 것까지 기억이 나고, 그 이후로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정신을 차려보니 피고인이 위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었어요. 술에 취하여 몸도 못 가누고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이다) 증상으로 판단되는바,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하여 피해자가 당시 정상적으로 행동할 수 없거나 반항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피해자는 자신이 기억하는 성관계의 모습 및 피고인의 폭행 여부에 대하여 어떠한 자세와 방법으로 피해자의 반항이 억압되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수사기록 제129쪽)에 의하면, 피해자는 성관계를 가지기 전에 피고인에게 욕을 하면서 여러 차례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피고인을 때리거나 꼬집었고, 이에 피고인이 "누나 나 진짜 아프다. 아 진짜 때리지 말라고, 내일 상처 남을 것 같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성관계를 가지는 도중에도 피고인에게 "나한테 왜 이러냐. 추워. 그만하자"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성관계를 가지고 전에 "누나 나 그냥 옆에서 재워주려고 데려온거야? 누나는 나한테 왜 그러는데. 섹시하게 생겨가지고, 아유 누나 스킬이. 그냥 누나 덮쳐야겠다"라고 말하기는 하였으나,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아니었고, 피해자도 전혀 겁을 먹은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외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거나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하였다는 정황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③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가 끝난 이후 잠을 자다가 일어나 2018. 12. 6. 00:41경 피고인에게 "아이 진짜 짜증나. 왜 저런 새끼한테 내가 내 몸을 줘야 해. 아휴재수 없어. 나는 남자랑 잠을 안 잔다고, 아이씨"라고 불평을 토로했고, 이어서 "배고파. 빨리 짬뽕 시켜. 지금 배고프다고. 지금! 아, 빨리 시켜!"라고 피고인을 채근하여 피고인이 전화로 짬뽕 2그릇과 소주 1병을 주문하여 함께 먹기도 하였는데, 피해자가 다소 술이 덜 깬 상태로 보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이 짬뽕을 주문해서 함께 먹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식사를 마친 이후에도 피해자는 다시 10시간 정도 피고인과 함께 잠을 잔 후 2018. 12. 6. 11:30경에야 모텔에서 나왔다.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은 강간을 당한 피해자의 행동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④ 나아가 피해자는 성관계를 한 후 모텔에서 나오기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거동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당시 모텔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텔 안에서 피고인에게 "이 업계(노래방 도우미)에서 계속 일을 하여야 하니,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비밀로 해 달라"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을 뿐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임해지

판사 김수홍

판사 박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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