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5.9. 선고 2018고합574 판결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사건

2018고합574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피고인

A

검사

안성희(기소), 이근정(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다한

담당변호사 이영주

판결선고

2019. 5. 9.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B(여, 당시 13세)과 2016. 3.경 약 1개월간 교제하다가 헤어진 사이이다.

1. 2016. 7.경 범행

피고인은 2016. 7. 중순경에서 말경 사이 15:00경 서울 동작구 본동에 있는 지하철 9호선 노들역에서 피해자와 만나 함께 식사를 한 다음 "시원한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면서 C아파트 주차장 안쪽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자 피해자의 팔을 붙잡아 돌려 세워 벽을 보고 서게 한 후 소리를 지르는 피해자의 입을 손으로 막고,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발목까지 내려서 벗긴 후 피해자의 허리 부위를 힘으로 눌러 상체를 숙이게 하고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여 강간하였다.

2. 2016. 12.경 범행

피고인은 2016. 12. 말경 15:00경 피해자에게 "친구 D과의 갈등을 해결해 주겠다.

00이도 오기로 했으니 와서 사과를 하든지 이야기를 하라"고 메시지를 보내어 위 주차장으로 피해자를 불러낸 다음 "먼저 나한테 상황 설명을 해 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라고 말하여 주차장 안쪽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갔다. 피고인은 이야기를 마치고 가려는 피해자를 붙잡고 성관계를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자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의 외투 모자를 잡아당기고 "소리 지르지 마"라면서 피해자의 입을 손으로 막고, 피해자를 돌려 세워 벽을 보고 서게 한 후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종아리까지 내려서 벗긴 후 피해자의 허리 부위를 힘으로 눌러 상체를 숙이게 하고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여 강간하였다.

| 판단

1. 관련 법리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이 두 차례의 범행 당시 행사한 폭행·협박의 내용에 관한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팔을 붙잡아 돌려 세워 벽을 보고 서게 한 후 소리를 지르는 피해자의 입을 손으로 막고,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발목까지 내려서 벗긴 후 피해자의 허리 부위를 힘으로 눌러 상체를 숙이게 하여 강간하였다(2016. 7.경 범행)'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의 외투 모자를 잡아당기고 피해자의 입을 손으로 막고, 피해자를 돌려 세워 벽을 보고 서게 한 후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종아리까지 내려서 벗긴 후 피해자의 허리 부위를 힘으로 눌러 상체를 숙이게 하고 강간하였다(2016. 12.경 범행)'는 것이다.

피해자의 경찰 및 이 법원에서의 진술도 대체로 위 공소사실에 부합한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더라도 나아가 그 유형력 행사로 인하여 피해자가 반항을 못하게나 반향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 대하여 공소사실 자체만으로 불분명하다.

② 이 사건 범행 장소는 아파트 주차장의 외진 곳이기는 하지만 개방된 장소로서 여러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고, 범행 시간도 오후 3시경으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실랑이가 일어나거나 피해자가 큰 소리를 낼 경우 피고인이 과감하게 성폭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과 피해자는 동갑으로 2016. 3.경 약 1개월간 교제하다가 헤어진 사이이다. 피해자는 경찰에서 '사귀는 중에 피고인 요구로 피고인의 집과 이 사건 발생장소인 주차장에서 한 번씩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6. 7.경 범행 이후인 2016. 10. 22.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증거기록 제155쪽 내지 158쪽). 그 내용을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어떠한 잘못1)에 화가 나 피고인을 비난하며 욕설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피해자는 평소 피고인을 두려운 존재로 생각했다고 보기 어렵고 불만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로 보인다.

⑤ 피해자는 경찰에서 '2016. 7.경 범행 당시 피고인이 바지를 벗겼을 때 피해자가 핸드폰을 꺼내서 신고를 하려고 하자마자 피고인이 핸드폰을 가져갔다', '2016. 12.경 범행에서도 피고인이 핸드폰을 가져갔는데 핸드폰을 갖고 있었다면 신고를 했을 것이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두 차례 모두 그 직후에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

⑥ 피해자는 2016. 12.경 범행 이후인 2017. 1. 중순경 임신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2) 피고인이 임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피고인에 대한 신고를 생각하게 되었고, 피고인에게 성관계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계속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19쪽, 158~161쪽, 녹취서 27, 28쪽), 피해자는 2017. 1. 중순경 피고인에게 '너도 인정하지? 내가 하지말라했는데 니가 죽어라한 거'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아 시바 미치겠네', '그래 그렇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증거기록 117쪽).

그러나 피해자나 피고인이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협박의 법적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전후 맥락 없이 위 문자메시지 내용만으로 피고인이 성관계의 강제성을 진정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⑦ 피해자가 다니던 학교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를 하여 피해자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났고, 2017. 3.경 학교선생님과 피해자의 아버지까지 알게 되면서 피해자와의 면담 후 이 사건이 경찰에 신고되었다.

피해자는 이러한 소문들로 큰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녀 소문이 퍼진 것으로 생각하여 2017. 3. 21. 피고인에게 '니 내얘기 어떻게하고 다니냐', '그냥 사과받고 신고안 해줬으면 그냥 조용히 내 얘기 안하고 살면 안됨?', '아 또 내가 E보냇다고 다 캡쳐해서니 여자친구한테 싸질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가고 제발 니 때문에 나 피해보게좀 만들지좀마'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피해자는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경에 대해 경찰에서 '일주일 정도는 그 상황이 계속 생각나고 그랬는데 계속 생각 안해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저절로 힘든 것이 없어졌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고, '어떤 생각?'이라는 질문에 '그냥 A이 왜 하필 나였을까라는 생각'이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피고인에 대한 처벌 의사는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이야기하고 다닌 것에 대해 많이 화가 났을 뿐, 이 사건 범행 자체에 대해서는 피고인에 대하여 악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⑨ 피해자는 2018. 4. 8. 피해자의 신고로 피고인이 경찰에서 조사받은 것에 대하여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피고인과 다음과 같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그 후로도 2018. 7.경까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근황 사진을 보내고, 안부를 묻는 등 친근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증 제1호증),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로 보기에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피고인 '먼데', '뭐가 미안하다는겨

피해자 '그냥 어', '전부다^^?"

(중략)

피고인 '그럼 먼데 어떤건데 미안하다는거여’

피해자 '그냥지난일 미안하다고 '너한테 사과한적 없는거같아서

피고인 '그러냐 난 도대체 무슨 말인지 머르겟는데 일딴 미안하다니 알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해자 '왜무슨일인지 모르지', '너나 때문에 경찰서듀 갓다왓잔아...', '아니 약햇어? 왜모르지?"

피고인 '아 그거였어??', '근데 그걸 왜 니가 미안해해 ㅋㅋㅋㅋ’

피해자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 EEEㅋ', '그냥 너한테 미안하단말 해야될거 같앗는데 그래서 F랑 만낫을때할려햇는데'

피고인 '내가 잘못을햇으니 내가 신고먹고 갓다온거지’, ‘그르냐'

피해자 '타이밍못잡아서 극대 못햇엇어가꼬'

피고인 '짜피 지난일인데 멀 신경써'

피해자 '그냥 언젠가 한번은 미안하다고 해야될거같앗서 ^^', '지난일이여도 미안해야될건 미안해야되는게 맞잔아'

피고인 '내가 잘못해서 내가 신고먹고 갓다 온건데 피해자가 왜미안ㅋㅋㅋ', '안그래도돼 ㅋㅋㅋㅋ'

피해자 '아니 그냥 나도 미안해라고 하고 끝내는거야 이럴때는, '세상사는 법을 모르네.

피고인 '세상나온지 얼마안됫다 ㅋㅋ’

피해자 '아...고래서 모르냐...'

피고인 '그른거같닼ㅋㅋㅋㅋ, '미안하면 시간날 때 나 옷가게 하는데와서 옷이나 사가주면 땡큐고 ㅎㅎ'

II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권희

판사송현직

판사박태수

주석

1) 이 사건과 무관한 일로 보이고, 피해자도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2) 피해자는 2017. 2. 중순에서 말 사이에 생리를 하게 되어 임신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