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적극)
[2] 등기부상 소유명의인의 ‘배우자’로서 소유명의인의 위임에 의하여 그 부동산의 실질적인 지배·관리권 및 대외적인 처분권을 갖고 있는 경우, 횡령죄의 주체인 ‘부동산의 보관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공2002상, 220)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공2002상, 833)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2] 대법원 1990. 3. 23. 선고 89도1911 판결 (공1990상, 1010)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2999 판결 (공1993상, 1185)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윤여헌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1985. 6. 28. 고소인과 함께 매매대금의 1/3씩을 부담하여 이 사건 각 임야를 매수한 뒤, 같은 해 9. 20.경 고소인으로부터 그녀의 이 사건 각 임야에 대한 1/3 지분을 절반씩 명의신탁받아 피고인 1은 자신의 명의로, 피고인 2는 남편 공소외 1의 명의로 1/2 지분씩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고소인의 지분 상당을 보관하던 중 2005. 4. 18.경 이 사건 각 임야를 임의로 공소외 2에게 대금 1,098,000,000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5. 19.경 공소외 2 외 2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어 고소인의 이 사건 각 임야에 대한 1/3 지분 시가 366,000,000원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고소인과 피고인들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핵심적인 증거로, 이 사건 각 임야 매매계약의 중개인 공소외 3의 경찰,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3과 함께 이 사건 각 임야를 고소인에게 소개한 공소외 4의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고소인의 경찰, 검찰,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있다고 전제한 다음, ① 고소인은 피고인들과 이해가 상반되는 사람이고, 공소외 3과 공소외 4는 고소인과 거래를 하였을 뿐이지 피고인들과는 거래를 한 바 없으며, 특히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계약 후에도 피고인들을 만나거나 전화통화 등을 하지 않았던 사람인 점, ② 고소인은 고소장에서 이 사건 각 임야를 1985. 7. 8.경 매매계약을 체결한 인근의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성당리 산 59-2 임야보다 나중에 매수하였다고 하였다가, 검찰에서는 위 성당리 산 59-2 임야보다 먼저 매수하였다고 진술을 바꾸었고, 이후 고소장 정정 및 보충서면에서는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계약체결 일자를 1985. 6. 28.경으로 특정하였는데, 당초 시점의 전후조차 불분명하였던 매매계약일자를 처분문서도 없는 상황에서 특정일로 명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점, ③ 고소인은 고소장에서는 이 사건 각 임야를 평당 7,300원 내지 7,400원에 매수하였다고 하였다가 이후 고소장 정정 및 보충서면에서는 평당 7,000원 안팎에 매수하였다고 하는 등 고소인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는 점, ④ 공소외 3은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서를 누가 어디에서 작성한 것인지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이 사건 각 임야의 면적은 9,150평이고 평당 매매가격은 7,000원이라며 일정한 수치로 진술하고 있는데, 약 20년 전의 매매계약에 관하여 면적과 평당 매매가격을 지금까지 일정한 수치로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경험칙에 반하는 점, ⑤ 공소외 3은 원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어 여러 차례 소환을 받았음에도 소환에 응하지 아니한 점 등 고소인, 공소외 3, 4의 진술에는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⑥ 고소인이 매매계약서, 매매대금 영수증, 명의신탁약정서와 같은 권리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소지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해 고소인이 이사하면서 매매계약서 등을 분실하였다고 주장하나, 비슷한 시기에 매수한 위 성당리 산 59-2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서는 현재까지 소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주장에 설득력이 없으며, ⑦ 고소인이 이 사건 임야의 매수대금을 부담하였다는 객관적 금융자료가 없고, ⑧ 고소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 각 임야의 평당 매수대금 7,000원은 인근의 위 성당리 산 59-2 임야의 평당 매수대금 4,600원과 차이가 크며, ⑨ 고소인은 위 성당리 산 59-2 임야는 공소외 5와 공동으로 매수하고도 명의신탁하지 않고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였으므로 유독 이 사건 각 임야만을 피고인들에게 명의신탁할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⑩ 고소인 부부는 위 성당리 산 59-2 임야를 1993. 5. 11. 지인인 공소외 6에게 명의신탁하고,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 산 41-3 임야 중 9917/39517 지분을 1989. 3. 23. 고소인의 막내 동생 공소외 7에게 명의신탁한 바 있는데, 1995. 7. 1. 시행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존 명의신탁등기의 실명전환 유예기간 내에 위 성당리 산 59-2 임야와 위 어사리 산 41-3 임야를 고소인 또는 남편 공소외 8 명의로 실명전환하고서도, 이 사건 각 임야에 대하여는 실명전환하지 않았으며, ⑪ 이 사건 각 임야에 대한 세금은 피고인들만이 부담하였을 뿐 고소인이 부담한 바 없는 등 명의신탁약정이 있었음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들도 인정된다고 하여,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소인으로부터 충남 금산 쪽에 좋은 땅이 있으니 사두라는 제의를 받고 1985년 초여름경 고소인에게 여윳돈 2,300만 원을 송금하고 나서 매매계약서 등 관련서류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1989년경 피고인 앞으로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1/2 지분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확인하였을 뿐, 위 송금 당시 고소인이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대금 중 1/3을 부담하여 3인이 공동으로 매수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들은 사실이 없고, 고소인이 1/3 지분을 갖는 것에 대하여 3자가 합의한 바도 없으며, 고소인은 단순 소개자에 불과하였다’는 피고인 1의 변명 및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임야가 좋은 땅이니 상피고인 1과 공동으로 사두라는 권유를 받고 이 사건 각 임야를 보고 나서 고소인이 하라는 대로 약 2,500만 원 내지 3,000만 원을 주었을 뿐, 고소인이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대금 중 1/3을 부담하여 3인이 공동으로 매수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들은 사실이 없고, 고소인이 1/3 지분을 갖는 것에 대하여 3자가 서로 합의한 바도 없으며, 고소인은 단순 소개자에 불과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2의 변명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소인과 피고인들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비록 토지의 일부 지분에 관하여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의를 수탁하기로 한 자가 자신 앞으로 일부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고소인과 피고인 2 사이에 이 사건 각 임야의 고소인 지분 1/3 중 절반에 관하여 고소인과 피고인 2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2는 자신의 명의가 아닌 남편 공소외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이므로, 피고인 2는 고소인의 지분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법적인 권능을 보유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고소인의 지분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명의신탁약정의 존부에 대하여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를 발생시키는 명의신탁관계는 반드시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시적 계약에 의하여서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서도 성립될 수 있고,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수탁자가 그 재물을 보관하게 된 동기와 경위,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거래 내용과 태양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도646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고소인과 피고인들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판결에서도, 고소인이 이 사건 각 임야의 매수 당시 그 주거지인 서울 여의도에서 이 사건 각 임야 소재지인 충남 금산군까지 여러 번 내려가는 등 이 사건 각 임야의 매수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한 사실, 고소인은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곳 이장이던 공소외 9의 부탁으로 그 친형인 공소외 10이 이 사건 각 임야에서 논농사를 짓도록 허락하였고, 약 2년 후에는 공소외 10의 부탁으로 그가 이 사건 각 임야에서 인삼농사를 짓도록 허락하였으며, 이후에도 이 사건 각 임야에 여러 번 내려가 둘러보는 등 이를 관리하여 온 사실, 고소인의 남편 공소외 8은 1993년경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하여 예정고지된 토지초과이득세의 조정을 위하여 충남 금산군 추부면장 앞으로 보낼 서면의 초안을 작성한 바 있고, 고소인 부부가 소유한 부동산의 각 연도별 개별공시지가를 수첩에 정리하여 왔는데 거기에는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것도 정리되어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하고 있는바, 고소인이 단순 중개인에 불과하다고 하여서는 고소인 부부의 이와 같은 행위들을 설명하기 어렵고, 이는 고소인이 이 사건 각 임야를 매수한 당사자임을 전제로 하여야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다음으로 공소외 3과 공소외 4의 진술을 보면, 공소외 3의 진술은 “고소인을 1982년경 같은 교회에 다녀서 알게 되었고, 피고인 2도 고소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1985년 여름경 고소인이 지방에 좋은 땅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하여 대전 쪽에서 부동산 일을 하는 공소외 11을 통해 충남 금산의 괜찮은 땅을 소개하였다. 고소인과 피고인 2가 몇 차례 현장을 둘러보았고, 매수대금이 모자라 고소인의 형부가 같이 돈을 내서 매수한다고 했다. 1985. 6.경 피해자 및 피고인 2 등과 함께 공소외 11을 만나 계약을 체결하였고, 매매대금은 6,000만여 원으로(평당 7,000원 정도), 평수는 9,000평 정도로 기억한다. 당시 고소인은 자기 형부되는 사람의 몫을 대신하여 ‘두 몫을 지급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기억되고, 피고인 2는 자기 몫을 지급하였다. 고소인이 1/3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힘들게 나설 필요가 없었다. 고소인은 남편 공소외 8이 경기도청에 과장으로 근무하는 관계로 본인 명의로 등기하는 것을 꺼려하여 피고인들에게 명의신탁하였다. 고소인은 이 사건 각 임야를 매수한 직후 공소외 5라는 사람과 함께 근처의 조금 더 안좋은 땅을 샀는데 그 매매대금은 평당 5,000원 정도였다”는 내용이고, 공소외 4의 진술은 “1984년경부터 2년간 공소외 3과 함께 부동산 일을 했고 운전기사로도 일을 해주었다. 대전에 오래 살아서 대전의 부동산업자들을 좀 알고 있는데 1985년 3, 4월경 공소외 11이 금산군 추부면에 좋은 땅이 있다고 하여 고소인과 피고인 2에게 소개하게 되었다. 고소인과 피고인 2가 현장을 둘러본 후 돈이 좀 부족하다고 하였으나 그 후 계약을 했다. 땅 주인은 누군지 모르나 마을 이장과 공소외 11이 중간에 개입하여 땅을 팔았기 때문에 그들과 협의하였다. 매수인은 고소인과 피고인 2 그리고 대구에 사는 고소인 친척이라는 사람이었다. 계약 현장에 공소외 3, 11, 고소인, 피고인 2 등이 참여하였다. 땅 평수는 9,000평이 좀 넘었던 것 같고 매매가격은 평당 7,000원 정도로 6,000만 원이 좀 넘었던 것 같다. 등기부에 명의를 올릴 때 두 명으로 한 것은 고소인의 남편이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당시 공소외 11이 이 사건 각 임야를 소개시킨 대가로 소개비의 반을 주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하나도 주지 않아서 공소외 11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아 이 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공소외 3과 공소외 4는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 당시 중개인 등으로 직접 관여한 사람들이므로 그 진술은 이 사건 명의신탁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내용인바, 그 진술 자체에 전후 모순이 없으며, 서로의 진술 내용도 일치된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위 매매계약에 마을 이장으로서 관여한 공소외 9는 “주민 공소외 12가 몸이 좋지 않아 땅을 팔고 이사하려고 한다면서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를 이장인 자신에게 부탁했다. 이에 1985년 여름 대전에 사는 공소외 11과 1차적으로 대금 4,500만 원에 가계약을 하였다. 그 후 얼마 있다가 공소외 11이 공소외 3이라는 서울 중개인을 통하여 서울 사람들 3명에게 전매했다고 들었다. 매매대금은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공소외 12에게 3차례에 걸쳐 전달했다. 잔금이 지급되는 날 등기이전 서류를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는데, 매수인이라고 하는 서울 여자 두 사람이 잔금을 치르면서 ‘매수인은 3명인데 등기는 두 사람 명의로 하겠다’고 하여 그대로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자리에서 땅을 산 여자들이 땅 관리를 부탁하여 형님인 공소외 10에게 농사를 짓게 하였고, 약 2년 후 다시 승낙을 받아 인삼재배도 한 바 있다. 또 이 사건 각 임야 매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당리 산 59-2 임야도 매매를 소개한 기억이 있다. 가격은 공소외 12의 이 사건 임야가 전답이기 때문에 더 비쌌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각 임야의 원 소유자인 공소외 12의 처 신금식은 “이 사건 각 임야 약 9,000평을 이장인 공소외 9에게 부탁하여 대전에 사는 중개인한테 팔았고, 그 얼마 후에 그 중개인이 서울 사람 3명에게 상당한 금액으로 되팔았다고 들었다.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은 이장이 갖다 주어 받았다”는 내용으로, 공소외 10의 처 공소외 13은 “고소인의 허락을 받아 남편과 함께 이 사건 각 임야에서 5년 정도 논농사와 인삼농사를 지은 일이 있다”는 내용으로 각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들의 진술 내용도 공소외 3, 4의 진술과 부합될 뿐 아니라, 이를 종합하여 보면, 원 소유자 공소외 12가 대금 4,500만 원(평당 5,000원 정도)에 마을 이장 공소외 9에게 매매를 부탁한 이 사건 각 임야를 대전의 부동산업자 공소외 11이 인수하여 고소인 등에게 6,000만여 원(평당 7,000원 정도)에 전매함으로써 미등기전매의 이익을 취득한 전체 거래내용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고소인의 오빠 공소외 14, 동생 공소외 15, 제부 공소외 16, 조카 공소외 17도 “이 사건 각 임야를 고소인과 피고인들이 공동으로 매입하여 고소인이 관리해온 사실을 친척들이 모두 알고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고소인의 언니 공소외 18과 그 남편인 피고인 1 외에는 이를 부정하는 고소인 친지들의 진술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피고인들의 주장을 보면, 고소인의 소개로 이 사건 각 임야를 매수하였을 뿐 그 넓이나 가격 등 매매계약의 내용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매매계약서나 등기권리증 등도 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인바, 피고인 2의 경우 위와 같이 사전 답사도 하고 매매계약 현장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 주장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피고인 1이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계약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점이나 피고인들이 매매계약서 등을 당초부터도 소지한 바 없었던 점은 피해자가 단순한 중개인일 뿐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과도 모순되는 사정으로서, 이는 피해자가 주된 매수인으로서 이 사건 각 임야를 관리해왔다고 하여야 비로소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 공소외 12가 이 사건 각 임야를 4,500만 원에 매도의뢰한 점이나 중간에서 공소외 11이 전매차익을 취득한 점 및 기타 중개수수료, 등기비용, 세금 등을 고려해보면 피고인들이 출연한 것으로 보이는 4,600만 원 정도로는 매매대금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고소인이 2,300만 원 정도를 더 출연했다고 하여야 전체 매매대금이 무리 없이 충당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심이 고소인, 공소외 3, 4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 점이나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의심한 사정 등은 다음과 같이 고소인의 해명 등에 의하여 설명이 가능하다. 즉, ① 피고인 2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3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친분이 있고 이 사건 각 임야의 매수 후 피고인 2를 위하여 부동산매매를 중개한 일도 있는 등 고소인과의 친분만 있는 것은 아니고, 공소외 4 역시 고소인을 위하여 거짓 진술까지 할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으며, ② 고소인이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계약 일자를 1985. 6. 28.로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당일 500만 원을 인출한 금융거래자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고소장에 이 사건 각 임야와 위 성당리 산 59-2 구입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은 고소장을 작성한 변호사가 고소인의 진술을 잘못 이해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인바, 이에 의하면 고소인이 고소장 기재와 달리 계약일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사정이 이해되고, ③ 기록에 의하면 고소인은 고소장에서 이 사건 각 임야를 평당 7,300원 내지 7,400원이라고 한 외에는 일관되게 그 평당 가격을 7,000원 안팎이라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고소장의 기재는 앞서 본 것처럼 고소장을 작성한 변호사와의 의사소통에서의 착오로 설명이 가능하며, ④ 공소외 3과 공소외 4는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각 임야의 면적을 9,000평 정도로, 평당 매매가격을 7,000원 정도로 진술해왔고, 반드시 이를 특정한 수치로 진술한 취지는 아니고, ⑤ 공소외 3이 원심에서 여러 차례 증인 소환을 받고도 소환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 할 것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3은 증인 소환을 받을 때마다 고령 및 고혈압 등의 질환으로 출석이 곤란함을 밝히면서 이러한 건강상의 이유와 경찰, 검찰, 제1심에서 아는 내용을 모두 자세히 진술하였음을 들어 출석에 응하지 않은 사정을 알 수 있어, 단지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외 3의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⑥ 매매계약서, 매매대금 영수증, 등기권리증 등을 보관하다가 여러 차례 이사하는 과정에서 분실하였다는 고소인의 주장은 2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경과한 점에 비추어 이를 이해할 수 있으나, 고소인이 단순 중개인에 불과하였다고 하면서도 매매계약서 등을 전혀 보관한 바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고, ⑦ 이 사건 각 임야 및 위 성당리 산 59-2 임야의 매매대금의 자금 출처에 관한 고소인의 주장은 당시 고소인이 사용하던 국민은행 계좌에서의 인출금과 친지들로부터 차용한 자금으로 조달하였다는 것인데, 원심판결에 의하더라도 고소인의 국민은행 계좌의 거래내역에 의하여 1985년 4월에서 8월 사이에 상당한 금원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된다는 것이고, 오빠 공소외 14, 제부 공소외 16 등 친지들도 고소인에게 금원을 대여해준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으므로, 이에 더하여 위 매매가 있은 후 20년이 넘은 사정을 함께 고려하면 매매대금의 자금 출처는 상당한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⑧ 이 사건 각 임야와 위 성당리 산 59-2 임야의 가격 차이를 보더라도, 이 사건 각 임야는 위 매매 당시 논, 밭으로 경작되고 있었고 위 성당리 산 59-2 임야는 여러 기의 분묘가 설치된 산지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므로, 그 실제 사용내역에 비추어 당시로서는 이 사건 각 임야가 훨씬 더 가치 있는 땅으로 평가되었다는 피해자의 해명을 수긍할 수 있고, ⑨ 이 사건 각 임야와 달리 위 성당리 산 59-2 임야를 명의신탁하지 않은 점도 이 사건 각 임야의 공동매수인들은 당시 믿을 만한 사람들인 반면 위 성당리 산 59-2 임야는 잘 모르는 사람인 공소외 5가 공동매수인이므로 일단 고소인 명의로 등기하였다는 고소인의 해명을 이해할 수 있으며, ⑩ 고소인 부부가 다른 토지와 달리 이 사건 각 임야를 실명전환하지 않은 것은 고소인이 당시만 하더라도 가까운 사이였던 피고인들을 믿고 있었고, 다른 부동산의 매도 등으로 인한 양도소득세 부담 등이 컸기 때문이라는 고소인의 해명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고, ⑪ 이 사건 각 임야의 제세공과금이 연 1만 원 정도로서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어서 추후 매도 등이 이루어질 때에 정산하려 했다는 피해자의 해명도 일응 이해가 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고소인과 피고인들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상당한 증거에 의하여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명의신탁약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이 사건 명의신탁에 의한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등 참조).
고소인과 피고인들 사이의 이 사건 명의신탁은, 고소인이 이 사건 각 임야의 1/3 지분을 매수하고 그 지분을 피고인들과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피고인 1 및 피고인 2의 남편 공소외 1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법리에 의하면, 비록 이 사건 명의신탁이 위 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위 유예기간이 경과한 후 피고인들의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처분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인 2의 보관자 지위 여부에 대하여
부동산의 보관은 원칙적으로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인에 대하여 인정되지만, 등기부상의 명의인이 아니라도 소유자의 위임에 의거해서 실제로 타인의 부동산을 관리·지배하면서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그 부동산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있어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 대법원 1990. 3. 23. 선고 89도1911 판결 ,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2999 판결 등 참조), 등기부상 소유명의인의 배우자로서 소유명의인의 위임에 의하여 그 부동산의 실질적인 지배·관리권 및 대외적인 처분권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의 보관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2는 이 사건 각 임야의 매매계약 및 위 명의신탁약정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인 반면 남편 공소외 1은 매매계약과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도 아니었고,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이 사건 각 임야의 소유명의인으로 등기된 사실 외에는 매매계약 체결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이후의 처분 경위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고,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사항은 모두 피고인 2가 알아서 처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2가 이 사건 각 임야의 소유명의자인 남편 공소외 1의 위임을 받아 실질적인 지배·관리권과 대외적인 처분권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는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하여 횡령죄의 보관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2가 이 사건 각 임야에 관한 고소인의 지분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고 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