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
[2] 만기 전의 약속어음을 할인·매입하여 되파는 영업을 하는 자가 세법상 요구되는 장부를 비치·기장하지 않았으나 소득세의 부과·징수에 필요한 거래내역 및 손익에 관한 기록을 컴퓨터 자료의 형태로 사실대로 유지·관리하여 온 경우,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만기 전의 약속어음을 할인·매입하여 되파는 영업을 하는 자가 비용지출의 영수증 및 거래내역을 기록하여 보관할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닌 간이계산서를 보관하지 않고 폐기한 경우,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4] 단순히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거나 소득신고를 하지 아니함에 그치는 행위가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5]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의 위임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기간'의 법적 성질(=법규명령) 및 금융감독위원회가 위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정하였더라도 일반에게 고시·공고하지 않은 경우, 무인가로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만기 전의 약속어음을 할인·매입하여 되파는 영업을 하는 자가 세법상 요구되는 장부를 비치·기장하지 아니하는 대신 거래내역과 그로 인한 손익을 매입·매출대장 또는 손익계산서의 형태로 손쉽게 출력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약속어음의 매입·매출에 관한 사항을 사실대로 정확하게 컴퓨터에 입력하여 보관·관리함으로써 소득세의 부과·징수에 필요한 거래 내역 및 손익에 관한 기록을 컴퓨터 자료의 형태로 사실대로 정확하게 유지·관리하여 왔다면 세법상 요구되는 장부를 그것과 별도로 따로 비치·기장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그것을 가지고 소득을 감추는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3] 만기 전의 약속어음을 할인·매입하여 되파는 영업을 하는 자가 비용지출의 영수증 및 거래내역을 기록하여 보관할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닌 간이계산서를 보관하지 않고 폐기한 경우, 비용지출의 영수증은 총수입금액에서 공제할 필요경비의 계산에 필요한 서류로서 그것이 폐기되고 없으면 필요경비의 공제를 받을 수 없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할 뿐이므로 이를 폐기한 것을 가지고 소득금액을 감추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으며, 간이계산서가 거래내역을 기록하여 보관할 용도로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할인대금의 산출근거를 간이하게 확인만 할 용도로 작성되는 것이라면 경리직원들로부터 이를 건네받아 그 내용을 확인한 후 따로 보관하지 않은 채 바로 폐기해 버렸다 하여 그것을 가지고 소득을 감추는 부정한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4]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사업자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소득신고를 하지 아니함에 그치는 것은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5]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 제28조 제1항 제1호의2는 같은 법 제3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같은 법 제2조 제1호의2, 제7조 제1항 제1호, 제8호는 여기의 '단기금융업무'를 '1년의 범위 내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기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무증서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 및 보증 등의 업무 및 이에 부대하는 업무로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업무'에 한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얼마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을 단기금융업무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는 권한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는바, 같은 법의 위임에 의하여 금융감독위원회가 하는 위 기간의 정함은 단기금융업무의 범위에 관한 같은 법의 규정 내용을 실질적으로 보충하는 기능을 지니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이는 공고문서의 형태로 일반에게 고시 또는 공고되어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를 정하지 아니하였거나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에게 고시 또는 공고하지 아니하였다면 어음 등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 및 보증 등의 업무를 한 사람을 인가 없이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하였다는 사유로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1]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2]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3]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4]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5]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의2 , 제7조 제1항 제1호 , 제28조 제1항 제1호의2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보람 담당변호사 박종규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도24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1995. 8. 17.부터 1997. 12. 31.까지 만기 전의 약속어음을 할인·매입하여 타에 되파는 영업을 하면서 공소사실과 같이 세법상 요구되는 장부를 비치·기장하지 아니하고, 영수증 등의 서류도 보관하지 아니하고 폐기하는 한편, 관할세무서장에게 사업자등록이나 소득금액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도 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세법상 요구되는 장부를 비치·기장하지 아니하는 대신 거래내역과 그로 인한 손익을 매입·매출대장 또는 손익계산서의 형태로 손쉽게 출력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약속어음의 매입·매출에 관한 사항을 사실대로 정확하게 컴퓨터에 입력하여 보관·관리하여 왔음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이 소득세의 부과·징수에 필요한 거래 내역 및 손익에 관한 기록을 컴퓨터 자료의 형태로 사실대로 정확하게 유지·관리하여 왔다면 세법상 요구되는 장부를 그것과 별도로 따로 비치·기장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그것을 가지고 피고인이 소득을 감추는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 할 것이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폐기한 '영수증 등의 서류'란 경리직원들이 커피값이나 밥값 등으로 지출하고 받은 사소한 비용의 영수증 또는 어음을 할인·매입하면서 할인대금의 산출근거를 간이하게 확인할 용도로 작성한 간이계산서 등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비용지출의 영수증은 총수입금액에서 공제할 필요경비의 계산에 필요한 서류로서 그것이 폐기되고 없으면 필요경비의 공제를 받을 수 없어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할 뿐이므로 이를 폐기한 것을 가지고 소득금액을 감추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으며, 그리고 간이계산서는 거래내역을 기록하여 보관할 용도로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거래내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따로 컴퓨터에 입력되어 관리된다) 할인대금의 산출근거를 간이하게 확인만 할 용도로 작성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경리직원들로부터 이를 건네받아 그 내용을 확인한 후 따로 보관하지 않은 채 바로 폐기해 버렸다 하여 그것을 가지고 소득을 감추는 부정한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세법상 요구되는 장부를 비치·기장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이나 영수증 등의 서류를 보관하지 아니하고 폐기하였다는 사실이 모두 부정한 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이라면, 공소사실이 부정한 행위로 적시하고 있는 피고인의 행위 중 남는 것은 사업자등록과 소득신고를 불이행하였다는 것밖에 없다고 할 것인데,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사업자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소득신고를 하지 아니함에 그치는 것은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소득세를 포탈하였다는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은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음에 돌아간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조세범처벌법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검사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나아가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5. 8. 17.부터 1999. 4. 12.까지 만기가 6개월 이내인 약속어음 5,850장 액면 합계 금 33,374,178,291원 상당을 금 31,637,186,761원에 할인하여 매입한 다음 그 중 5,002장 액면 합계 금 29,400,069,335원 상당을 금 28,480,658,253원에 매도하는 방법으로 어음을 할인·매매하여 그 기간 동안 매입이자 금 1,736,991,530원, 순이익 금 817,580,448원의 수입을 올리는 무인가 단기금융업을 영위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항 제2호,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 제28조 제1항 제1호의2, 제3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는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28조 제1항 제1호의2에 규정된 죄의 가중처벌규정인바, 법 제28조 제1항 제1호의2는 법 제3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법 제2조 제1호의2, 제7조 제1항 제1호, 제8호는 여기의 '단기금융업무'를 '1년의 범위 내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기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무증서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 및 보증 등의 업무 및 이에 부대하는 업무로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업무'에 한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얼마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을 단기금융업무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는 권한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법의 위임에 의하여 금융감독위원회가 하는 위 기간의 정함은 단기금융업무의 범위에 관한 법의 규정 내용을 실질적으로 보충하는 기능을 지니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이는 공고문서의 형태로 일반에게 고시 또는 공고되어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를 정하지 아니하였거나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에게 고시 또는 공고하지 아니하였다면 어음 등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 및 보증 등의 업무를 한 사람을 인가 없이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하였다는 사유로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12. 9. 선고 98도3282 판결).
기록에 의하면 금융감독위원회는 종합금융회사감독규정의 형태로 위 기간을 '취급일로부터 1년'으로 정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기록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위 정함이나 종합금융회사감독규정 자체를 일반에게 고시 또는 공고하였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그러한 고시나 공고를 하지 아니한 사정이 엿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약속어음을 할인·매입하여 타에 되파는 업무를 영위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인가 없이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한 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무를 영위한 죄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인 상호신용금고법위반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은 그 전부가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