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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08. 12. 10. 선고 2008노1644 판결
[해양오염방지법위반·업무상과실선박파괴·선원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6

항 소 인

검사 및 피고인 1외 2

검사

박하영외 2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새날로 담당변호사 윤병구외 1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삼성중공업 주식회사(피고인 6)에 대한 부분 및 소송비용부담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2년 6월 및 벌금 200만 원, 피고인 2를 징역 1년 6월, 피고인 3을 금고 1년 6월 및 벌금 2,000만 원, 피고인 4를 징역 8월, 피고인 5를 금고 8월 및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허베이스피리트선박 주식회사(피고인 7)을 벌금 3,000만 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1, 3, 5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5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82일씩을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위 징역형에,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위 형에 각 산입한다.

피고인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의 항소이유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무죄부분에 대하여)

(가) 피고인 2에 대한 부분

피고인 6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이하 ‘삼성중공업’이라 한다)에서 작성한 ‘선내안전운항수칙’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이 사건 예인선단의 실질적인 책임자이고, 원심은 피항에 실패한 2007. 12. 7. 04:40경 이후에는 비상투묘를 준비하여 실시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 비상투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삼성1호(3000t급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총톤수 11,828톤의 부선, 이하 ‘부선’이라 한다)의 선장에게 항해를 지휘할 지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이유모순이며, 부선에 설치되어 있는 초단파 무선전화기(VHF) 및 무전기, 지피에스(GPS) 플로터 등을 사용하고 육안 견시를 제대로 하였다면 충분히 사고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인 2에게 항해 지휘 및 사고 회피에 대한 주의의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적시에 비상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선행과실이 있는 이상 사고회피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므로 미리 해저저질과 수심을 파악하여 파주력이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앵커를 신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예인줄이 끊어진 후에도 GPS 플로터와 해도만으로 해저 저질과 수심을 파악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아무런 사전준비를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예인줄이 끊어진 후 자유낙하 방식으로 5.5절이라는 불충분한 길이의 앵커를 신출하고 말았으니 이는 명백한 비상조치의 소홀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2가 예인항해를 지휘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고 충돌을 회피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2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1의 선원법위반에 대한 부분

‘ 피고인 1이 충돌 사고 이전에는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HEBEI SPIRIT, 이하 ‘허베이호’라 한다)와 교신하지 않았으면서도 2007. 12. 7. 05:52경 허베이호와 교신한 것으로 항해일지를 거짓으로 기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상피고인 4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및 대검찰청의 음성감정결과에 따르면 피고인 1이 2007. 12. 7. 06:30경 허베이호와 ‘기관사용을 준비하고 양묘해 달라’는 내용으로 교신한 사실이 인정되고, 항해일지에 기재된 시간과 실제 교신 시간에 큰 차이가 없어 피고인 1에게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검찰청의 음성감정결과는 피고인 1의 목소리와 대산지방해양수산청해상교통관제센터(이하 ‘대산 VTS’라고 한다)에 녹취된 목소리 사이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항해 중 상호 교신을 할 경우 선명을 먼저 알린 후 하여야 하는데 피고인 1이 선명을 밝힌 바 없으며, 피고인 1의 진술이 상피고인 4와 대화를 나눈 후에 번복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 1의 항해일지 거짓 기재에 대한 고의가 인정됨에도, 피고인 1이 허베이호측과 교신을 한 사실을 인정한 나머지 항해일지 거짓 기재에 대한 고의를 부인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피고인 3, 5, 허베이스피리트선박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

① 허베이호의 주의의무의 정도

허베이호에게는 정박장소의 특수성 및 원유를 만재한 단일선체의 유조선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고도의 주의의무가 부과된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원심은 사실 또는 법리를 오해하여 허베이호의 주의의무 정도가 통상의 정박선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

② 예인선단과의 충돌위험 시점

해상교통에 있어 충돌위험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은 양 선박에게 국제규칙 및 해상교통안전법에 따른 충돌회피를 위한 적극적 협력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고, 양 선박이 충돌한 경우 선원들의 과실 유무를 논함에 있어 선결문제로 판단되어야 할 사항임에도 원심은 이에 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으며, 가사 원심이 2007. 12. 7. 05:50경 허베이호와 예인선단이 충돌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이는 허베이호가 원유 약 302,640㎘를 적재한 146,868톤급 대형 유조선이고, 정박 당시 내려준 닻줄 9절을 감아올리기 위하여 기관준비를 포함하여 최소한 4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1마일의 거리를 두고 예인선단이 정확히 허베이호 쪽을 향하여 남쪽으로 접근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충돌위험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이는 충돌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국제규칙 등 제 규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므로, 예항능력을 상실한 예인선단이 언제라도 진행방향을 바꾸어 허베이호 쪽으로 남하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충돌위험 회피를 위해서는 양묘하여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조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예인선단이 예항능력을 상실한 04:45경부터 충돌 위험 상황에 있었고, 이를 기초로 피고인들에 대한 과실유무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그르친 잘못이 있다.

③ 인과관계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충돌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예인줄 파단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인 5(이하 ‘ 피고인 5’라 한다)와 피고인 3의 과실과 충돌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 5가 경계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선장인 피고인 3을 뒤늦게 호출하였고, 충돌위험이 임박한 상황에 선교에 올라온 피고인 3이 단순히 예인선단이 근접하여 통과할 것으로 판단한 나머지 충돌방지를 위한 아무런 효과없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충돌위험이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충돌위험이 증가된 상황에서 예인선단이 교신, 비상투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충돌 직전의 상황에서 대각도 변침을 하면서 무리하게 기관출력을 상승시켜 예인줄 파단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여 결국 충돌위험이 실현된 것이어서, 충돌결과발생과 피고인 5, 3의 과실은 상호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다른 일방의 과실인 예인줄 파단으로 인하여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

④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유탈

원심은 피고인 3에 대하여 기소된 과실 내용 중 선원에 대한 교육·관리의무 위반, 충돌위험상황에 대한 판단 잘못 및 그에 따른 적극적 충돌회피 의무 불이행, 상대선박과 지속적 교신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였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인 3이 취했어야 할 조치 중 전속후진 또는 앵커를 일부 들어올린 상태에서 앵커를 끌며 이동하거나, 앵커를 분리하여 현장에서 이탈하는 조치는 피고인 3이 선교에 올라와 허베이호의 지휘권을 인수한 즉시 취했어야 할 조치로 기소하였음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조치를 예인줄이 파단된 이후에 한정하여 판단함으로써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

⑤ 기관준비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선원의 훈련·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Standards of Training, Certification and Watchkeeping for Seafarers, 이하 ‘STCW 협약’이라 한다) 제8장 제3-1편 제51항 제7호에 의하면 선박이 차폐되지 않은 외항 정박지에 정박중인 경우 선장은 기관실에 주기관 및 기타 기계를 준비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기관장은 제3-2편 제82조, 제83조에 따라 주기관 및 보조기관을 선교의 명령에 따라 준비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의 항해당직을 위한 권고사항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은 차폐되지 않은 곳에 정박한 선박은 항상 통항하는 선박 등과의 충돌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기관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기관을 유지하라는 취지이므로, ‘기관준비상태’란 단순히 기관에 시동이 걸리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충돌위험 상황시 선박에 충분한 동력이 전달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한데, 피고인 3은 2007. 12. 6. 19:44경 허베이호의 주기관을 정지시킨 후 기관장에게 주기관을 선교에서 기관실로 1시간 전에 통보하면 정상적인 기관 가동이 가능한 상태(one-hour notice)로 할 것을 지시하였고, 그 후 기관실에서 20:00경 주기관의 3번 실린더에 설치된 이그조스트 밸브(Exhaust Valve)에 대한 교체작업을 실시하였는데, 이 사건 충돌발생 직전인 2007. 12. 7. 06:56경부터 07:01경까지 두 차례에 걸쳐 3번 실린더의 냉각수 과열로 메인엔진이 오토 슬로우 다운(Auto Slow Down, 냉각수 과열 등 기관이상이 발생한 경우 자동적으로 기관출력을 낮추는 기능)되어 지속적인 반속후진기관 또는 전속후진기관을 가동할 수 없고, 극미속후진과 정지를 단속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었는바,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당시 기관이 STCW 협약에 정한 기관준비상태라고 볼 수는 없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당시 허베이호가 기관준비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한 잘못이 있다.

⑥ 앵커신출로 인하여 충돌위험이 감소하였는지 여부

허베이호는 06:17경부터 06:57경까지 극미속후진기관 및 정지를 단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앵커체인을 3.5절에서 4절 가량을 추가로 풀어주며 앵커체인의 길이인 100여 미터 정도를 뒤로 후진하였는데, 당시 강한 남서조류의 영향으로 허베이호가 남서방향으로 이동하게 되어 결국 예인선단이 진행하려는 방향을 쫓아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예인선단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허베이호와의 거리를 넓히기 위해 대각도로 침로를 변경하면서 급격히 출력을 상승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예인줄에 과도한 동적하중이 작용하여 예인줄이 파단되기에 이르러 이 사건 충돌 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인바, 위와 같은 허베이호의 앵커신출의 내용 및 그 결과를 종합하면 피고인 3이 한 앵커신출조치는 충돌위험을 감소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킨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 3이 앵커 4절을 신출하며 후진한 것이 충돌 위험을 감소시킨 것으로 판단하였다.

⑦ 예인줄 파단 후 전속후진기관 사용으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는지 여부

허베이호의 기관 사용 내역에 비추어보면 피고인 3은 06:58경 뒤늦게 예인선단의 예인줄이 파단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06:58부터 07:04부터 약 6분간, 07:05부터 07:12까지 약 7분간 반속후진기관을 사용하였을 뿐 예인줄 파단 후 지속적인 반속후진 또는 전속후진 기관을 사용한 사실은 없었는데, 원심에서 제출된 증거 자료를 종합하면 피고인 3이 반속후진기관 내지 전속후진기관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였다면 주묘 내지 앵커줄이 절단되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 3이 예인줄이 파단된 것을 인식할 수 있었던 때로부터 충돌한 때까지 동안 전속후진기관을 사용하면 주묘가 되고, 그를 통하여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3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양형부당( 피고인 4에 대하여)

피고인 4는 사고 위험이 이미 발생한 05:30경에야 조타실에 오는 등 직접 조선의무를 위반하였고, 예인줄 절단 후에도 기관 출력을 최대로 높이지 않는 등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고, 위 피고인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도 중하므로 피고인 4가 부예인선 선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4에게 불과 징역 1년만을 선고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4, 삼성중공업의 항소이유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해양오염방지법상의 책임 유무

해양오염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허베이호 측에 있거나 공동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허베이호 측의 과실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을 업무상과실선박파괴의 측면에서만 심리하였을 뿐, 예인선단 측의 해양오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전혀 심리·판단하지 아니하고 해양오염의 책임을 물은 위법이 있고, 당시 기상 상황이나 정박지의 특성상 허베이호의 주의의무가 더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심리·판단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주의의무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해양오염방지법상의 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이유모순, 판단유탈의 위법을 범한 것이다.

(나) 허베이호 측의 예인줄 파단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충돌에 대한 결과회피가능성에 관하여

원심 법원의 예인줄 감정결과에 의하면, 예인줄 자체는 규격에 맞아 하자가 없고, 예인줄 파단은 동적하중 등 외부의 요인에 의한 것인바, 예인줄에 의하여 연결된 예인선단이 황천 하의 항해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비단 예인선단 뿐만 아니라 허베이호에도 알려진 사실이므로 예인줄 파단에 대한 예견가능성은 예인선단과 허베이호가 같은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예인줄의 파단과 관련하여 예인선단에 대하여는 예견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허베이호에 대하여는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판단함으로써 예견가능성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이유모순의 위법을 범하였다.

또한 원심은 예인선단이 충돌의 위험이 보다 임박하기 이전에 비상투묘를 하지 아니하였고, 예인줄이 끊어진 후 피고인 4가 삼호티(T)-3호( 피고인 4가 선장으로 예인하던 총톤수 213톤의 예인선, 이하 ‘삼호 T-3호’라 한다)의 최대출력이 750RPM임에도 불구하고 650RPM을 사용하였다는 점을 과실로 인정하고 있는데, 비상투묘를 하지 않은 것은 예인선단측에서 사전에 미리 위험을 감지하여 손쉽고 효과적인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것인바, 예인선단에 적용한 기준을 허베이호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허베이호의 과실을 인정하고 남음이 있음에도 원심이 허베이호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유모순의 위법을 범한 것이고, 삼호 T-3호의 출력 650RPM은 사실상 최대의 출력이며 그 이상의 출력은 황천상태에서는 오히려 엔진고장을 일으켜 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점, 실제로 최대출력을 사용하였더라면 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고 피고인 4의 과실을 인정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을 저질렀다.

(다) 예인선단의 과실과 해양오염 사이의 인과관계

부선과 허베이호가 충돌하여 허베이호의 좌현 1, 3, 5번 오일 탱크에 파공이 난 것에 관하여 예인선단과 허베이호의 공동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양오염이 확대된 것은 오일탱크에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여야 함에도 오히려 불활성 가스를 주입하고, 다른 오일탱크의 빈 공간으로 기름을 이송하고, 선체를 기울여 기름의 유출을 방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허베이호의 과실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에 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아니하고, 해양오염 전부에 대하여 예인선단의 과실만을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판단유탈,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라) 피고인 1의 변호인 법무법인 새날로의 사실오인 주장

① 피고인 1은 총톤수 292톤에 불과한 삼성티(T)-5호(이하 ‘삼성 T-5호’라 한다)의 선장이고, 상피고인 2는 3,000톤급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11,828톤 부선의 선장이자 부선을 예인하는 삼성 T-5호와 삼호 T-3호로 구성된 이 사건 예인선단의 총괄지휘자인 선단장으로서 선단의 운영, 작업 등에 대한 총괄 책임자인바, 피고인 1은 출항, 항해 계속, 대피 및 피항 등 예인선단의 구체적 운행에 있어 선단장인 상피고인 2의 지시와 감독에 따랐을 뿐이어서 비상투묘에 대한 판단도 상피고인 2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고, 피항을 결정하였다가 피항이 여의치 아니하자 2007. 12. 7. 05:30경 당초 예정항로 방향으로 항해를 계속 시도한 것도 상피고인 2의 지시에 의한 것이고, 초단파 무선전화기(VHF)를 이용하여 관제소 및 허베이호 측에 예인능력 상실 여부를 알리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교신시도를 할 책임도 상피고인 2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충돌 사고의 전적인 책임을 묻고, 상피고인 2에게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② 가사 피고인 1에게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사고 장소인 서해중부 앞바다에는 사고 무렵인 2007. 12. 7. 07:00에서야 비로소 풍랑주의보가 발표됨과 동시에 발효될 정도로 기상이변에 가까운 급격한 기상변화가 있었으므로 계속 항해를 하거나 비상투묘를 하지 않은 것을 잘못이라 할 수 없고, 당시 해저의 저질이 모래여서 부선이 투묘한다고 하더라도 주묘의 위험성이 있었고, 투묘로 부선이 정박된다 하더라도 예인선의 전복이나 예인선간의 충돌의 위험성이 있었으며, 예인선열이 가로로 길게 놓여 다른 선박의 통항로를 가로막게 되어 다른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부선의 건현이 2.4m에 불과하여 당시 4m의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 선원들이 양묘기에 접근하기 어려워 비상투묘를 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 1이 비상투묘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비난할 수 없다.

③ 또한 당시 기상상황, 예인선 선교에서의 소음, 대산 VTS 및 허베이호 측의 호출 횟수나 음성의 크기, VHF 자체의 혼선과 잡음이 심한 점, 당시 피항이나 태안반도 쪽의 정박선과의 충돌 위험을 막기 위하여 사투를 벌이던 상황을 감안하면 피고인 1이 교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비난할 수 없으며, 더욱이 교신의무 불이행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④ 예인선단이 피항을 시도하던 중 삼성 T-5호와 삼호 T-3호가 근접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삼성 T-5호의 예인줄의 파단 강도가 약해졌고, 이후 삼호 T-3호와 부선이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하여 피칭을 겪으면서 삼성 T-5호의 예인줄에 강한 동적하중이 걸려 예인줄이 끊어진 것으로서 이는 나쁜 기상 상황에서 예인선단을 조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⑤ 부선 및 삼호 T-3호에서 조종제한등화를 하였으므로 조종제한등화 표시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부선과 삼호 T-3호에 등화가 되어 있었으므로 삼성 T-5호에 조종제한등화를 하지 아니한 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⑥ 피고인 1이 허베이호와 교신을 한 것은 사실이며, 단지 그 시간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것에 불과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 1의 선원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위법하다.

(마) 피고인 1의 변호인 법무법인 새날로의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 1이 악천후 속에서 계속 항해함으로써 이 사건 충돌 사고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예인선단과 선원들의 안전 및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로서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또한 피고인 1은 출항, 항해계속, 피항, 투묘 등의 행위에 대하여 상피고인 2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으므로 피고인 1의 행위에는 기대가능성이 없다.

(2) 양형부당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이 사건 충돌사고가 일어나게 된 제반사정, 피고인 1은 초범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 4, 삼성중공업에 대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가. 피고인 3, 5, 허베이스피리트선박 주식회사에 대한 변경 전 공소사실

피고인 3은 원유 운반선인 허베이호(146,868t)의 선장이고 피고인 5는 허베이호의 1등 항해사로서, 피고인 3 및 피고인 5는 허베이호의 선주인 피고인 허베이스피리트선박 주식회사(HEBEI SPIRIT SHIPPING CO. LTD, 이하 ‘ 7(허베이 주식회사)’라고 한다)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이다.

피고인 3, 5는 2007. 12. 6. 19:18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36-52.5N, 126-03.0E)에서 다음 날 14:00로 예정된 도선사의 승선 및 대산항 입항 일정에 맞추기 위해 허베이호를 정박하게 되었는바, 위 지점은 대산항 출입항로에서 약 13.4마일, 북쪽 장안서 통항분리수역과 약 15마일, 남쪽 가대암 통항분리수역과 약 7마일가량 떨어져 있어 대산항, 태안항, 평택항 등으로 입출항 하는 선박의 항행이 빈번한 곳이고, 허베이호는 원유 약 302,640㎘(약 263,944t)을 적재한 단일선체 선박으로서 해상 충돌사고 발생시 대규모의 해양오염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고인 5는 육안 및 알파 레이다(ARPA radar) 등 항해장비를 이용하여 근접하여 진행하는 선박이 있는지를 잘 살펴 허베이호와의 충돌위험성을 파악하고,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상대 선박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다음 관제소 및 상대선박에 교신하여 상대선박으로 하여금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통과하게 하거나, 상대선박이 항해능력을 잃은 것으로 의심될 경우 신속히 허베이호의 기관을 가동하고 닻을 올려 정박 장소로부터 이동하는 등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즉시 선장을 호출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컴퓨터로 개인업무를 하는 등 견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예인선단의 비정상적 항행경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예인선단과의 충돌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관제소 및 예인선단과 VHF를 통하여 교신하거나 즉시 선장을 호출하지 않고 예인선단과 허베이호와의 거리가 약 1마일 남은 06:05경에서야 뒤늦게 선장을 호출하여 신속하고 적절한 피항 협력동작을 취하게 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피고인 3은 위와 같이 차폐되지 아니한 장소에 정박한 허베이호의 선장으로서 주기관을 준비상태에 두어야 하고, 당직사관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정박지의 특수성을 주지시켜 위험사항이 발생할 경우 즉시 선장을 호출하도록 교육·관리하여야 하며, 당직사관의 호출을 받고 선교에 올라온 경우 즉시 당직사관으로부터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받고, 계속하여 접근하고 있는 상대 선박과 지속적으로 교신을 시도하여 충돌사고 방지를 위하여 협력할 의무가 있으며, 상대선박과 교신이 되지 않는 등 상대 선박의 항해능력에 의심이 있는 경우 충돌위험 상황으로 간주하여 신속히 닻을 들거나 닻줄을 일부 들어올린 상태에서 닻을 끌며 후진하거나, 닻줄을 분리하여 닻을 버린 후 현장에서 이탈하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위 장소에 정박한 후인 2007. 12. 6. 19:44경 허베이호의 기관을 정지시키고, 당직사관인 피고인 5 및 실습항해사 공소외 2에게 위와 같은 정박장소의 특수성 등을 주지시키지 아니하고, 선장 호출이 필요한 위험상황에 대한 교육·관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로 피고인 5가 당직사관으로서의 견시의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인선단 및 관제소와 교신을 하거나, 육안 및 알파레이더 등 항해장비를 통하여 예인선단의 진행경로를 파악한 후 신속히 닻을 들어올려 허베이호를 이동시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상태로 06:05경 뒤늦게 피고인 3을 호출하게 하여 사고 위험이 고조된 상태에서, 2007. 12. 7. 06:06경 선교에 올라와서도 피고인 5로부터 현장 상황 및 향후 위험성에 대하여 신속하게 보고받지 아니하고, 예인선단과의 충돌위험 상황이었음에도 단순히 예인선단이 허베이호의 선수를 기준으로 약 270m 거리를 두고 통과하는 상황으로 섣불리 판단한 나머지 닻줄을 3.5절 가량 풀어주면서 극저속 후진 및 기관 정지를 단속적으로 반복하여 약 100m의 거리를 확보하는데 그치는 등 충돌위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했을 뿐 닻을 끌면서 뒤로 이동하거나 신속히 닻줄을 분리한 다음 닻을 버려 현장에서 이탈하는 등 충돌위험 상황을 회피할 유효·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이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과실로 인하여 2007. 12. 7. 07:06경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36-52.1N, 126-03.1E)에서 삼성 T-5호와 연결된 예인줄이 끊어져 허베이호 방향으로 약 600m 가량 밀려온 부선의 선수 크레인 붐대 하단 후크와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터 부분이 부딪히고, 계속하여 부선이 허베이호의 좌현 쪽으로 밀려가면서 위 선박의 좌현 선체 부분을 부선의 선수 좌현 모서리 부분으로 순차 들이받게 하는 등 총 9곳을 충격하여 2등 항해사 사무일레 등 선원 27명이 현존하는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트, 위성통신 안테나, 항해등 등을 파손하고 좌현 1번, 3번, 5번 원유탱크 3곳에 파공이 발생케 하여 위 선박을 파괴함과 동시에, 적재 중이던 원유 약 12,547㎘(10,900t)를 인근 해상에 배출케 하였다.

7(허베이 주식회사)는 종업원인 피고인 3 및 피고인 5가 위 기재와 같이 7(허베이 주식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다.

나. 검사의 공소장변경

(1) 검사 및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 3, 5, 7(허베이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를, 피고인 1, 2, 4에 대한 적용법조를 아래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는바, 이로써 심판의 대상이 변경되어 당초의 공소제기를 전제로 하는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이 점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변경 전의 공소사실을 전제로 한 검사 및 위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는 변경된 공소사실 범위 내에서는 여전히 당원의 판단 대상이 된다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판단하고, 아울러 변경된 공소사실 중 주요 쟁점 부분에 대하여도 판단하기로 한다( 피고인 3, 5, 7(허베이 주식회사)는 검사의 위 공소장 변경은 원심 공판절차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 공소장변경 내용은 이 사건 충돌사고와 관련된 위 피고인들의 피항조치 및 오염방제조치에 대한 주의의무를 구체화하여 공소사실로 적시한 것에 불과하여 기존의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주의의무들은 원심 법원에서부터 심리가 되어 왔으므로 위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침해한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검사는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와 해양오염방지법위반을 처음에는 상상적 경합으로 기소하였다가 당심에서 실체적 경합으로 공소장변경 하였는바 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양죄는 구성요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내용이나 그 위반 시점, 피고인들의 행위태양이 서로 다르고, 보호법익도 다른 점 등을 감안하면 실체적 경합으로 봄이 타당하다).

(2) 공소장 변경 내용

검사는, 피고인 1에 대한 적용법조에서 “ 형법 제40조 ”를 삭제하고, 피고인 2, 3, 4, 5에 대한 적용법조에서 “ 형법 제40조 ”를 “ 형법 제37조 , 제38조 ”로 변경하며,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 중 10쪽 이하 피고인 5, 3, 7(허베이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사실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였다(변경내용은 밑줄처리).

『 2. 피고인 3, 5의 공동범

피고인 3, 5는 2007. 12. 6. 19:18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36-52.5N, 126-03.0E)에서 다음 날 14:00로 예정된 도선사의 승선 및 대산항 입항 일정에 맞추기 위해 허베이호를 정박하게 되었는바, 위 지점은 대산항 출입항로에서 약 13.4마일, 북쪽 장안서 통항분리수역과 약 15마일, 남쪽 가대암 통항분리수역과 약 7마일가량 떨어져 있어 대산항, 태안항, 평택항 등으로 입출항 하는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곳으로서 차폐되지 아니한 곳이고, 위 허베이호는 원유 약 302,640㎘(약 263,944t)을 적재한 단일선체 선박으로써 해상 충돌사고 발생시 대규모의 해양오염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아래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가. 피고인 5

피고인은 2007. 12. 7. 04:00경부터 08:00경까지 허베이호의 당직사관으로서 육안 및 선교에 설치된 알파 레이다 등 항해장비를 이용하여 근접하여 진행하는 선박이 있는지를 잘 살펴 허베이호와의 충돌 위험성 등을 파악하고,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상대 선박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다음 관제소 및 상대선박에 교신하여 상대 선박으로 하여금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통과하게 하거나, 상대선박이 항해능력을 잃은 것으로 의심될 경우 신속히 허베이호의 기관을 가동하고 닻을 올려 정박 장소로부터 이동하는 등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즉시 선장을 호출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예인선단이 04:00경부터 04:45경까지는 강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편각(Drift Angle)이 90도에 이를 정도로 예항능력을 잃고 허베이호의 정선수 쪽으로 충돌의 위험을 안고 표류하며 약 1.87마일(앵커선 삼성 A-1호 기준)의 거리까지 접근하고 있었고, 04:45경부터 05:30경까지는 예인선단이 북쪽으로 회항을 시도하려다 강한 바람과 조류에 동쪽으로 압류되다가 05:30경부터는 회항을 포기 하고 허베이호가 있는 쪽으로 표류하고 있는 긴박한 충돌의 위험상황에 있었으므로 04:00경부터는 예인선단과의 충돌의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여 선장을 호출하여 보다 안전한 정박지로 이동하거나 이동할 준비를 하게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에서 함께 당직근무를 하던 실습항해사 공소외 2에게 견시근무를 맡겨둔 채 컴퓨터로 개인 업무 등을 하다가, 05:45경 공소외 2로부터 예인선단이 계속하여 접근하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은 이후 06:00경 재차 예인선단과의 최근접거리가 0.3마일이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육안 및 레이다 등을 통한 견시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하여 예인선단의 비정상적 항행경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예인선단과의 충돌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관제소 및 예인선단과 VHF를 통하여 교신하거나 즉시 선장을 호출하지 않고 예인선단과 허베이호와의 거리가 약 1마일 남은 06:05경에서야 뒤늦게 선장을 호출하여 신속하고 적절한 피항동작을 취하게 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나. 피고인 3

피고인은 위와 같이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차폐되지 아니한 장소에 정박한 허베이호의 선장으로서 기관장으로 하여금 주기관을 준비상태에 두어야 하고, 당직사관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정박지의 특수성을 주지시켜 위험사항이 발생할 경우 즉시 선장을 호출하도록 교육·관리하여야 하며, 당직사관의 호출을 받고 선교에 올라온 경우 즉시 당직사관으로부터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받고, 계속하여 접근하고 있는 상대 선박과 지속적으로 교신을 시도하여 충돌사고 방지를 위하여 협력할 의무가 있으며, 상대선박과 교신이 되지 않는 등 상대 선박의 항해능력에 의심이 있는 경우 충돌 위험 상황으로 간주하여 신속히 닻의 파주력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닻줄의 일부(약 4절)를 감아올린 후 강한 후진 기관으로 후진하여 피항하거나, 닻줄의 일부를 감아올리면서 우현전타를 하여 피항하거나, 강한 후진 기관을 사용하여 닻을 끌며 후진하거나, 닻줄을 분리하여 닻을 버린 후 현장에서 이탈하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차폐되지 아니한 장소에 정박한 후인 2007. 12. 6. 19:44경 허베이호의 기관을 정지시키고 주기관 3번 실린더의 이그조스트 밸브(Exhaust Valve) 교체작업을 한 후 충분한 시운전을 하지 아니하여 냉각수 밸브가 잠겨진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기관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직사관인 피고인 5 및 실습항해사 공소외 2에게 위와 같은 정박장소의 특수성 및 위험화물을 만재한 자선의 상태를 감안하여 견시를 더욱 철저히 할 것 등을 주지시키지 아니하고, 선장 호출이 필요한 위험상황에 대한 교육·관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로 피고인 5가 당직사관으로서의 견시 의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인선단 및 관제소와 교신을 하거나, 육안 및 알파레이더 등 항해장비를 통하여 예인선단의 진행경로를 파악한 후 신속히 닻을 들어올려 허베이호를 이동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06:05경 뒤늦게 피고인을 호출하게 하여 사고 위험이 고조된 상태에서, 2007. 12. 7. 06:06경 선교에 올라와서도 피고인 5로부터 현장 상황 및 향후 위험성에 대하여 신속하게 보고받지 아니하고, 예인선단과의 충돌위험 상황이었음에도 단순히 예인선단이 허베이호의 선수를 기준으로 약 270미터 거리를 두고 통과하는 소위 ‘근접통과’ 상황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강풍과 조류의 영향을 고려하지 아니한 나머지 닻줄을 3.5절 가량 풀어주면서 극 미 속 후진 및 기관 정지를 단속적으로 반복하여 약 100미터의 거리를 남서방향으로 진행함으로써 예인선단의 진로 쪽으로 접근하여 이에 위협을 느낀 예인선단으로 하여금 최대출력으로 서쪽으로 예인을 시도하다가 예인줄이 파단되게 하는 등 오히려 충돌의 위험을 증대시키는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했을 뿐 닻줄의 일부를 감아 올린 후 후진하거나, 닻줄을 감으며 우현전타하거나, 닻을 끌면서 후진하거나, 신속히 닻줄을 분리한 다음 닻을 버려 현장에서 이탈하는 등 충돌위험 상황을 회피할 유효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예인선단의 예인줄이 파단된 06:52경 이후 부선이 허베이호 쪽으로 떠밀려 오자 06:58경 처음으로 반속후진 기관을 사용하자마자 전날 수리하였던 주기관 3번 실린더의 냉각수 밸브가 잠겨져 있어 고온경보가 울리면서 주기관이 ‘Auto Slow Down’ 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 조타실에 있는 ‘Override’ 버튼을 누르는 등 간단한 조치를 취하면 얼마든지 엔진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하여 충돌에 임박한 순간에서 주기관을 사용하지 못한 채 충돌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다. 피고인 3 및 피고인 5의 공동과실(기름유출확산에 대한 과실)

또한, 피고인 3은 대형 유조선인 허베이호의 선장, 피고인 5는 이 선박의 화물책임자로서 허베이호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기름이 유출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므로, 허베이호가 부선과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충돌로 인해 원유탱크에 파공이 생긴 경우에는 즉시 기름의 배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즉, 선박으로부터 기름 유출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시 선박에서 대처해야 할 행동지침인 ‘선박기름오염비상계획서(Shipboard Oil Pollution Emergency Plan, SOPEP)에서 정한 주요한 조치인 ① 기름 유출구역을 차단하고, ② 손상된 탱크의 기름을 손상되지 않은 탱크로 이송하며, ③ 기름유출탱크의 내부압력을 강하하고, ④ 평형수조절 등으로 기름의 추가 유출방지를 위한 최적의 상태를 조성하여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① 선박 충돌로 발생한 1, 3, 5번 좌현탱크의 파공이 모두 수선 상부 약 5-7m에 위치하고 1, 3번은 크기도 가로, 세로 각 약 300mm × 3mm, 1,200mm × 100mm의 비교적 작은 규모이므로 파공부위를 풍하측이 되도록 선체를 돌려 그리 어렵지 않게 나무쐐기(Wooden wedge)나 충돌맷트(Collision Mat) 등으로 기름 유출구역을 차단하는 임시봉합조치가 가능하였음에도 파공 후 약 2시간 30분이 경과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② 손상된 탱크의 기름을 손상되지 않은 탱크로 이송해야 하고 그렇게 했을 경우 실제 유출량 12,457㎘의 약 11.5%에 불과한 약 1,437㎘의 유출에 그칠 수도 있었음에도 파공 후 3시간 30분이 경과하도록 화물탱크, 밸러스트 탱크 및 기타 빈 탱크들에 대한 측심을 하느라 이송을 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갑판상 육상연결부(Cargo Manifold)와 우현측 평형수탱크의 갑판상 개구부(맨홀)를 도관(도관, Duck) 등으로 연결하여 이송하였다면 우현측 평형수 탱크의 총용량이 약 46,000㎥정도로 커서 기름유출은 곧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탱크간 화물의 이송은 모든 화물탱크에 연결된 탱크세정관(Tank Cleaning Line)을 이용하면 좀 더 용이했을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③ 각 탱크별 불활성기체 밸브 등 화물탱크들을 서로 연결하는 모든 밸브들을 차단한 후 P/V 밸브라인을 봉합시켜 외부 공기의 유입차단으로 탱크내 부압을 형성시키는 조치를 취하여 기름 유출탱크의 내부압력을 강하해야 했음에도 파공 후 약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3시간 후에 오히려 불활성가스를 주입하여 반대로 정압을 형성함으로써 유출을 촉진하였으며, ④ 평형수조절 등으로 기름의 추가 유출방지를 위한 최적의 상태인 10도까지 기울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선원들의 보행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소량의 평형수만을 주입하여 화물유출로 인한 경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약 5-6도의 경사만을 유지한 과실로 기름유출량을 확산케 하였다. 그 결과, 피고인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적절한 충돌회피 동작을 취하지 못하여 사고를 야기한 상태에서, 기름의 유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추가과실로 인하여 허베이호에 적재중이던 기름 약 12,547㎘를 인근 해상에 배출하게 하였다.

결국 ,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개인 과실 및 공동과실로 인하여, 2007. 12. 7. 07:06경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36-52.1N, 126-03.1E)에서 삼성 T-5호와 연결된 예인줄이 끊어져 허베이호 방향으로 약 600미터 가량 밀려온 부선의 선수 크레인 붐대 하단 후크와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터 부분이 부딪히고, 계속하여 부선이 허베이호의 좌현 쪽으로 밀려가면서 위 선박의 좌현 선체 부분을 부선의 선수 좌현 모서리 부분으로 순차 들이 받게 하는 등 총 9곳을 충격하여 2등 항해사 사무일레 등 선원 27명이 현존하는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트, 위성통신 안테나, 항해등 등을 파손하고 좌현 1번, 3번, 5번 원유 탱크 3곳에 파공이 발생케 하여 위 선박을 파괴하고, 적재 중이던 원유 약 12,547㎘(10,900t)를 인근 해상에 배출케 하였다.

5. 피고인 7(허베이 주식회사)의 양벌책임

피고인은 종업원인 피고인 3 및 피고인 5가 위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다.』

3.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2에 대한 부분

(1) 공소사실

피고인 2는 3,000t급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부선(11,828t)의 선장이자 부선을 예인하는 예인선인 삼성 T-5호(292t), 삼호 T-3호(213t)와 작업선인 부선, 앵커선인 삼성 A-1호로 구성된 예인선단의 선단장으로서 선단의 운영, 작업 등에 대한 총괄책임자이다.

피고인 2는 피고인 1, 4와 2007. 12. 6. 14:50경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소재 인천대교 건설공사 현장에서 서로 기상상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선원 배치 문제와 협수로 통과시 예인 방법 등에 대하여 논의한 후 거제시 신현읍 소재 삼성중공업 삼성조선소를 목적지로 하여 예인선단을 이끌고 출항하게 되었다.

피고인 2는 8명의 선원들이 승선하고 있는 부선의 선장이자 예인선단의 선단장으로서, 붐대 높이가 약 140m에 이르는 대형크레인의 특성상 항해중 바람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을 것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예인선단의 길이가 약 700m 가량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여 항해기간 전체의 기상상태를 미리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상악화 및 위험발생 여부를 신속히 확인한 후 초단파 무선전화기(VHF)를 이용하여 관제소, 상대선박 및 선단의 각 선장들과 전파해야 할 뿐 아니라 그에 따른 대책을 서로 논의하여야 하며, 강풍 등에 의하여 예인능력이 제한되거나 상실되는지 여부를 항상 유의하여 항해하여야 하고, 경계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절한 시점에 피항 또는 비상투묘 등 관련 조치를 선단의 선장들과 서로 논의하여야 하며, 긴급상황 발생시 부선에 설치된 정박 장비인 닻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예인선단을 정지시킴으로써 충돌을 회피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는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2007. 12. 6. 13:46경 공소외 1 주식회사 직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기상 악화에 대한 문자메시지(당일 오후 최대 풍속 13m/s, 파고 1-2m, 다음날 오전 최대 풍속 13m/s, 파고 1.5-2.5m)를 받고도 피고인 1, 4 등과 기상상태에 대해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출항하기로 하고, 같은 달 7. 04:00 이전 무렵 기상악화로 잠에서 깬 후 크레인 조종실에 올라가 예인선들이 예인기능을 상실한 채 어렵게 항해하고 있다는 것과 약 3마일 전방에 허베이호가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같은 날 04:45경 선단 상호 합의하에 인천 서수도 방면으로 우변침을 통한 피항을 시도하였으나 기상악화로 실패하여 예인선단이 동쪽으로 계속하여 밀려가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전방에 대한 경계의무를 소홀히 하여 예인선단과 위험 선박인 허베이호의 거리가 불과 0.39마일로 근접한 시점인 같은 날 06:52경까지 대산 VTS 또는 상대선박에 긴급 교신을 시도하거나 각 선박의 선장들과 비상투묘 등 충돌회피를 위하여 필요한 협의 및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같은 날 06:52경 근접거리에서 삼성 T-5호와 부선을 연결하는 예인줄이 끊어져 부선이 허베이호 방향으로 밀려가는 상황에서 갑판장 공소외 4로 하여금 당시 해역의 수심 및 해저지형 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파주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12절가량의 길이로 닻을 투묘하도록 지시하지 않고 5.5절 가량만 투묘 후 제동토록 하여 닻의 파주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상태로 부선을 허베이호 방향으로 계속 밀려가게 하는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결국, 피고인 2 및 피고인 1, 4의 개인 및 공동과실로 인하여 2007. 12. 7. 06:52경 삼성 T-5호와 연결된 예인줄이 끊어져 부선이 허베이호 방향으로 약 600m 가량 밀려가다가 07:06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북위 36-52.1, 동경 126-03.1)에서 침로 350도로 정박 중이던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트 부분을 부선 선수의 크레인 붐대 하단 후크 부분으로 충격한 후 계속하여 허베이호의 좌현쪽으로 밀려가면서 위 선박의 좌현 선체 부분을 부선의 선수 좌현 모서리 부분으로 순차 들이받는 등 총 9곳을 충격하여, 2등 항해사 사무일레 등 선원 27명이 현존하는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트, 위성통신 안테나, 항해등 등을 파손하고 좌현 1번, 3번, 5번 원유탱크 3곳에 파공이 발생케 하여 위 선박을 파괴함과 동시에 위 허베이호에 적재 중이던 원유 약 12,547㎘(10,900t)를 인근 해상에 배출케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부선의 경우 자력항해능력이 없고, 부선에는 항해사 및 레이더가 없으며, 부선에 설치된 지피에스(GPS) 플로터는 거리가 표시되지 아니하여 경계의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부선 선장의 경우 예인선을 지휘할 지위에 있거나 실제 항해시 예인선단을 총괄하여 지휘한 경우에만 항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 피고인 2가 상피고인 1에게 피항할 것을 권고한 사실은 있으나 지시한 사실은 없고, 삼성 A-1호의 선원 중 2명을 부선 및 삼성 T-5호에 배치할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선내안전운항수칙의 기재만으로는 피고인 2가 예인항해를 지휘할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예인줄 절단 후 크레인 바지선에서 12절 가량을 투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과 5.5절만을 투묘하여 충분히 파주력이 생기지 못하게 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자유낙하 방식의 투묘를 실시하는 경우 앵커의 신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당시는 충돌이 급박한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 2에게 수심과 해저면의 저질을 고려하여 충분히 파주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투묘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어 충돌을 회피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2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항해지휘 및 사고회피에 대한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

부선은 선박법에 정한 선박에는 포함되나 선원법선박직원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기본적으로 무동력선으로서 예인선에 의하여 예인되어 갈 뿐 자력으로 항해를 할 수는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부선의 선두에게 항해 중 위험을 예견하고 그 위험의 실현을 회피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피고인 2가 예인항해시 단순히 부선의 선두의 지위에만 머무르지 아니하고 사실상 예인항해를 지휘하는 지위에 있거나 주예인선 선장인 피고인 1에게 항해에 대하여 조력을 하고 피고인 1의 운항부주의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단순히 부선 선두의 지위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항해상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부선에는 항해장비로 GPS 플로터와 초단파 무선전화기(VHF)가 설치되어 있는데, GPS 플로터는 부선의 현재 위치와 항적만을 나타내줄 뿐 레이더와 같이 상대선박의 위치나 거리를 알 수 없는 것이고, VHF는 인양작업시 예인선 및 작업선 사이에 교신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부선에는 항해사가 승선하지도 아니한 사실, 부선은 선미예인방식에 의하여 예인되고 있었으므로 선수에 위치한 운전실에서의 육안에 의한 경계는 통상적인 예인항해의 경우 경계로서는 큰 의미가 없는 사실, 피고인 2는 2007. 12. 7. 04:00경 스스로 잠이 깨어 운전실로 갔을 뿐 예인선들로부터 어떠한 호출이나 보고를 받고 운전실로 간 것은 아닌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2가 예인선단의 항해를 지휘할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선내안전운항수칙(수사기록 3602쪽)의 기재, 피고인 1, 4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5, 6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삼성중공업이 작성한 선내안전운항수칙에는 비상상황 발생시 선단장의 지시를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 수칙은 출항 전 항해준비부터 항만 항해, 협수로 항해 및 항해 전반에 있어 주의하여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인 2와 피고인 1은 모두 피고인 삼성중공업의 외주회사인 공소외 1 주식회사 소속 직원으로서 피고인 2가 피고인 1보다 상급자이고, 피고인 2는 부선의 선두가 되기 이전 삼성 T-5호의 선장으로 근무하였던 사실, 피고인 2가 대외적으로 삼성중공업과의 연락 업무를 담당하며 출항 당일 기상상태 등을 파악하여 출항결정을 내린 사실, 피고인 1, 4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 2가 예인선단의 총책임자로서 예인항해시 피고인 2의 지시에 반하여 항해를 할 수 없다고 진술한 사실(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 2는 크레인 작업시에만 예인선단에 대하여 총책임을 질 뿐 항해시에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진술하였다가, 당심에서 위와 같이 진술을 번복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2가 삼성중공업측이 보험금을 받으려면 자신이 책임이 있는 것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그렇게 진술하게 된 것이라고 하고 있다), 실제로 예인선단이 인천대교 작업을 위하여 거제에서 인천으로 항해할 당시에 피고인 1이 칠발도 부근에서 기상악화를 이유로 비상투묘를 제의하였으나 피고인 2가 거부하여 항해를 계속하였던 사실, 피고인 1은 구체적인 교신 내용까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나 이 사건 충돌사고 발생 전 피항 및 피항 포기시 피고인 2와 협의를 하여 결정을 내린 사실, 비상투묘는 예인선 단독으로는 불가능하고 부선에서만 가능하여 피고인 2가 지시를 하여야만 비상투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 2가 비록 동력이 없는 부선의 선장이고, 항해에 관한 정보 및 항해에 필요한 설비 등의 부족으로 실제로 예인항해를 지휘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피고인 2의 회사 조직 내에서의 지위 및 항해 경험, 실제 항해에 있어서의 개입의 정도 및 그 영향력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2는 적어도 주예인선 선장인 피고인 1의 조력자의 지위에서 항해의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피고인 2의 선단 내에서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그 주의의무의 정도는, 부예인선 선장으로서 주예인선 선장인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르고 안전 항해에 관한 조력 의무만을 질 뿐 항해에 관한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는 피고인 4의 경우보다 더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비상투묘에 대한 과실 여부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협의하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여 비상투묘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인선단이 05:30경 북쪽으로 피항에 실패하였고,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계속 항해를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비상투묘를 하지 아니하고 원래 항로로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고를 미연에 회피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 2에게 예인줄이 끊어진 직후인 06:52경 비상투묘를 하지 못한데 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공소외 4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7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8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인천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서의 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인 2는 06:54경 피고인 1으로부터 삼성 T-5호의 예인줄이 끊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갑판장 공소외 4에게 투묘 준비를 할 것을 지시하여 07:00경 투묘가 시작되었고 최초 충돌시인 07:06경 닻줄이 6절 정도 풀어져 있었던 사실, 닻줄 6절 정도 내리는데 2~3분 정도 걸리는 사실이 인정되고, 삼호 T-3호의 예항력은 그대로 살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 2가 예인줄이 끊어진 이후에도 GPS 플로터와 해도로 당시 해저의 수심과 저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닻줄을 더 내릴 것을 지시하였다면 충돌 전에 파주력이 발생하여 사고를 피하거나 적어도 허베이호 화물탱크의 파공의 수나 크기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인 2의 과실도 인정된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2는 주예인선 선장인 피고인 1과 협의하여 안전한 항해를 하여 사고를 회피할 주의의무가 있고, 안전한 항해가 불가능한 긴급상황의 경우에는 비상투묘를 실시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이 사건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2에게 항해 및 사고 회피에 대한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1의 선원법위반에 대한 부분

살피건대, 비록 대검찰청의 음성감정결과 대산 VTS에 녹음된 음성과 피고인 1의 음성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피고인 1의 음성 및 언어적 특성의 유사성이 발견된 점, 피고인 4, 증인 공소외 6도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1이 허베이호와 교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이 허베이호와 직접 교신하여 엔진 및 앵커 양묘를 준비하여 달라고 요청한 것은 사실로 보이고, 단지 피고인 1이 교신 당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여 사후적으로 추측하여 기재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교신 시간을 기재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1이 이 부분에 관한 항해일지를 허위로 기재한다는 점에 대하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인 3, 5, 7(허베이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5가 레이더 및 육안을 이용한 지속적인 경계를 하지 아니하여 경계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 5가 경계를 제대로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2007. 12. 7. 05:50경에서야 예인선단이 허베이호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판정될 수 있는바, 피고인 5가 그 때 즉시 피고인 3을 호출하였다 하더라도 허베이호의 양묘시간과 선수를 돌려 침로를 변경하는데 걸리는 시간 및 변경시까지의 진행거리를 고려하면 전진하여 양묘하고 이동하는 방법의 충돌회피 동작을 취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3이 이 사건 충돌 사고 전 실제로 행한 앵커체인의 신출 이외에 다른 충돌회피 동작을 취할 수 있었다고 할 수도 없으며,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3이 행한 충돌회피 동작으로 충돌의 위험이 감소되었다가 삼성 T-5호의 예인줄 파단이라는 예상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하여 급격한 충돌 상황이 야기되어 충돌에 이른 것이므로 피고인 5의 경계의무 위반행위로 이 사건 충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5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또한 원심은, ㉮ 피고인 3이 당직사관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선교에 올라온 후 기관 작동을 지시한 다음 11분 정도 만에 기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기관이 준비상태로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정박 후 기관을 정지한 잘못이 있다 할 수 없고, ㉯ 피고인 3이 앵커를 4절 신출하면서 후진기관을 사용하여 약 110m 이상의 거리를 후진하면서 2007. 12. 7. 06:30경부터 예인선단과 허베이호 사이의 거리가 0.3마일에서 0.4마일로 늘어나고 부선은 허베이호의 선미부분까지 완전히 항과하지는 못하였으나 허베이호의 선수를 좌현에서 우현으로 지나갔으므로 당시 충돌의 위험이 소멸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나 적어도 그 위험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만일 삼성 T-5호의 예인줄이 파단되지 않았다면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앵커를 신출하고 후진기관을 사용한 피고인 3의 충돌회피 동작이 부적절하다고 할 수 없으며, 그 후 피고인 3에게 충돌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지 경계할 의무는 있으나 예인선단이 조종능력을 회복한 상태로 점차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었으므로 추가의 충돌회피 동작을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욱이 부선에 연결된 삼성 A-1호가 선수를 완전히 지나가지 못한 상황이었으므로 전진하여 양묘한 다음 이동할 수도 없었다고 보이고, ㉰ 예인줄 파단 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하여, 정박선에게 항행선과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앵커를 버리고 이동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항행선이 조종능력을 상실하였거나 피항의무를 이행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기관의 사용이 가능하였다면 기관을 적절하게 운용하여 충돌을 피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인정되나, 예인줄의 파단은 예견하기 어려운 돌발적인 상황이었다는 점, 부선은 종전보다 빠른 속도로 허베이호에 접근하였으며 그 거리가 약 0.39마일이었다는 점에서 피고인 3이 급박한 충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전속후진기관을 사용하는 대신 실패로 귀결된 비터엔드 핀을 제거하려 한 것을 잘못이라 할 수 없고, 예인줄이 파단된 것을 인식할 수 있었던 때로부터 충돌한 때까지 동안 전속후진기관을 사용하면 주묘가 되고 그를 통하여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3에게 충돌회피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3에게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충돌위험시점에 대한 판단

① 충돌 전까지의 예인선단의 항적(별지 항적도 참조)

기록에 의하면, 예인선단은 2007. 12. 6. 14:50경 인천대교 건설 현장을 출항한 이후 예정된 항로를 유지하며 남서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으나, 2007. 12. 7. 04:00경부터 북서풍이 초속 15m 이상으로 불면서 바람에 의하여 떠밀려 동서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채 남동쪽으로 밀려가게 된 사실,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04:44경 정상적인 항해가 어렵게 되자 북쪽에 있는 인천 서수도 묘박지 방향으로 피항하기로 결정하고 삼성 T-5호와 삼호 T-3호가 북쪽으로 우변침하였고, 예인선단이 남북방향으로 배열되었으나, 서쪽으로 끌던 힘이 사라지면서 강한 북서풍의 영향을 받게 되자 예인선단은 북쪽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한 채 부선이 예인선을 끌고 가는 것과 같은 모양으로 동쪽으로 급격히 밀려간 사실, 예인선단은 동쪽에 있는 정박선과의 충돌 우려로 서쪽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 끝에 05:30부터 05:45경까지는 서쪽으로, 다시 05:50경까지는 서남쪽으로 진행하다가 05:50경 피항을 포기하고 허베이호가 위치한 남쪽으로 동서방향으로 늘어선 채 진행하였고, 06:17경 대산 VTS와, 06:30경 허베이호와 VHF 교신을 한 후 허베이호를 피하기 위하여 300도 방향으로 대각도 변침하여 진행하다가 06:52경 삼성 T-5호의 예인줄이 파단되어 부선이 허베이호 방향으로 밀려가 충돌한 사실이 인정된다.

② 충돌위험시점

기록에 의하면 2007. 12. 7. 04:00경 예인선단은 허베이호와 3마일 거리 내에 들어와 서로 상대방을 육안으로 식별가능한 거리에 있었고, 피항을 시도할 당시인 04:45경 예인선단과 허베이호의 거리는 1.87마일, 동쪽으로 압류되던 05:30경에는 1.4마일, 피항을 포기할 당시인 05:50경에는 1.37마일(모두 삼성 A-1호 기준)인 사실이 인정되고, 04:45경 예인선단이 회항을 시도하지 아니하고 그 당시 진행하고 있던 방향으로 그대로 진행한다면 1시간 내에 허베이호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었던 사실, 허베이호는 당시 닻줄을 9절 내어준 상태에서 정박하고 있었는데, 닻줄 9절을 모두 감아올리려면 기관준비를 비롯하여 최소한 40분은 소요되는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 일반적으로 충돌위험 판정을 위한 항법은 양 선박 사이의 거리가 3마일 이내가 되는 시점에서 선박이 현재 침로대로 진행한다면 충돌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그 적용이 시작되는 점을 종합하면, 예인선단과 허베이호는 적어도 04:45경 충돌위험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예인선단은 04:45경부터 동쪽으로 압류되다가 05:30경부터 방향을 바꾸어 05:50경까지 서쪽으로 진행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진행 경로로 인하여 양 선박 사이의 충돌위험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04:45경부터 예인선단은 북쪽으로 예인을 시도하였으나 북서풍으로 인하여 동쪽으로 압류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던 점, 05:30부터 05:50경까지는 예인선의 선수가 다시 270도 방향으로 돌아와 동서방향으로 배열된 상태에서 서쪽 내지 서남쪽으로 진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불과 1㎞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 불과한 점, 예인선단은 05:50경부터 다시 허베이호가 정박하고 있는 남쪽 방향으로 진행하여 두 선박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충돌코스로 가게 되었는데, 당시에도 예인방향은 여전히 서쪽이었으나 진행 방향은 정남쪽이어서 거의 90도의 편각(편각, Drift Angle, 표류각)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당시 예인선단은 조종불능상태까지는 아니었지만 조종불능에 가까울 정도로 조종성능이 심각하게 제한된 선박으로 보이는바, 조종성능이 제한된 선박이 일시적으로 방향을 바꾸어 충돌 코스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하더라도 충돌위험상황이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허베이호의 주의의무 가중 여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3은 대산항에 접근하면서 대산 VTS로부터 정박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 대산항 제1번 부표 서방거리 약 4.6마일인 북위 36도 53분 06초, 동경 126도 03분 12초에 정박지를 선정하였고, 실제 정박한 위치는 그와 약간 차이가 있는 대산항 제1번 부표로부터 약 254도 거리 약 4.4마일인 북위 36도 52분 33초, 동경 126도 03분 17초인 사실, 위 정박지는 흑도 통항분리수역의 북쪽 출입구와 대산항 또는 평택항 출입항로의 연결선상에 위치한 곳으로 연안통항선들이 통항하는 장소인 사실, 허베이호는 단일선체 유조선으로 당시 원유 약 302,640㎘(약 263,944t)를 적재하고 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사실을 종합해 보면, 허베이호의 정박지 선정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위 정박지는 선박의 통항이 빈번하다는 특성이 있고, 단일선체 유조선은 그 자체로 충돌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원유를 만재한 상태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름 유출 가능성이 이중선체 유조선에 비하여 현저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박지의 특수성이나 단일선체 유조선인지 여부에 의하여 경계나 충돌회피에 관하여 가중된 의무를 부과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피고인 5, 3은 선원의 상무에 의하여 통상의 정박선에 비하여 경계를 철저히 하고, 조기에 적극적인 충돌회피 동작을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발생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피고인 5의 경계의무 위반 여부

허베이호의 관리회사인 V-Ships는 선대운영매뉴얼(Fleet Operating Manual, 수사기록 5949쪽)과 선주운항지침서(Company Standing Order, 공판기록 4912쪽)를 만들어 선상에 비치하여 두고 있고, 이를 구체화하여 피고인 3이 작성하고 피고인 5가 서명한 당직근무수칙(Master's Standing Order, 수사기록 5984쪽), 야간운항지침서(Master's Night Order, 수사기록 1373쪽)에는 당직사관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선장을 호출하라고 기재되어 있고, 당직근무수칙에는 특히 정박중일 때도 다른 선박의 움직임이 우려를 야기할 경우 즉시 선장을 호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위 정박지의 특수성 및 허베이호가 단일선체유조선으로 위험물인 원유를 만재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 5는 경계를 철저히 하여 충돌위험을 판단하여야 하고, 위험이 있는 경우 즉시 선장인 피고인 3을 호출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예인선단은 2007. 12. 7. 04:00경 허베이호와 3마일 거리 내에서 작업등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상태에 있었고, 그 때부터 04:45경까지 허베이호가 정박하고 있는 방향인 남동쪽으로 약 1.8마일 거리까지 밀려가고 있어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였으며, 04:45경부터 05:30경까지는 침로를 북쪽으로 한 채로 동쪽으로 압류되다가 05:30경부터 05:50경까지는 서쪽 내지 남서쪽으로 진행한 후 05:50경부터는 다시 허베이호 쪽으로 내려오는 등 비정상적인 항해를 계속하고 있어 충돌위험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허베이호의 당직사관이었던 피고인 5는 06:00경 예인선단이 허베이호로부터 불과 1마일 정도까지 접근할 때까지 예인선단의 그간의 비정상적인 항적 및 예인선단이 허베이호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실습항해사 공소외 2로부터 보고를 받고,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비로소 충돌의 위험을 느끼고 06:05경 선장인 피고인 3을 호출한 사실, 피고인 5는 당직 시간 중 문서작업이나 컴퓨터 작업 등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 피고인 5는 예인선단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이나 방법(육안으로 보았는지 레이더를 사용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진술하면서 전혀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피고인 5가 당직 근무하던 시간대의 정박당직일지의 일부분이 공란으로 되어 있고, 서명란에 이중서명이 되어 있는 점(공판기록 2615쪽)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5는 당직 근무 당시 레이더 및 육안을 통한 지속적인 경계를 하지 아니하여 경계의무를 소홀히 하였고, 그 결과 선장인 피고인 3을 뒤늦게 호출하였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피고인 5가 경계의무를 적절히 이행하였다면 적어도 예인선단이 동쪽으로 압류되다가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는 05:30에서 05:51경 사이에는 예인선단의 항적이 비정상적임을 깨닫고 예인선단을 VHF로 호출하여 예인선단의 항해 의도나 그쪽 상황을 물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기관을 미리 준비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며, 예인선단이 허베이호 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이 확연해진 05:51경이 조금 지난 이후부터는 피고인 3을 즉각 선교로 호출하여 예인선단의 그간의 비정상적인 항적에 대한 정확한 보고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피고인 5가 피고인 3을 더 신속히 선교로 호출하고 피고인 3에게 예인선단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였더라면 피고인 3은 피항동작에 있어서 좀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을 것이고, 정확한 판단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라) 허베이호가 엔진준비상태를 유지하였는지 여부

선박이 차폐되지 않은 정박지에 정박한 경우 STCW 제8장 제3-1편 제51항 제7호, 제302편 제82조, 제83조에 의하여 선장과 기관장은 기관을 준비상태(state of readiness)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기관준비상태란 선박의 메인엔진이 예열이 되어 있어서 기관의 사용 필요성이 있을 경우 선교의 명령에 따라 짧은 시간 안에 보조기기(연료펌프 등) 연결 등 간단한 준비만 하면 즉각 기관을 사용하여 선박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선교의 명령에 따라 바로 기관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 스탠바이(stand-by) 상태와는 구별된다.

차폐되지 않은 곳에 정박한 선박에게 기관준비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인근 정박선의 주묘 혹은 통항하는 선박과의 충돌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기관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라는 취지이다.

당시 허베이호가 기관준비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3이 2007. 12. 7. 06:06경 선교에 올라와 기관 및 앵커 작업을 지시한 후 06:14경 최초로 극미속전진(Dead Slow Ahead) 기관을 사용하고, 06:17경부터 06:54경까지는 약 17.5분간 단속적으로 극미속후진(Dead Slow Astern) 기관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06:58과 06:59경 미속후진(Slow Astern)과 반속후진(Half Astern)으로 증속하자 각 주기관 3번 실린더의 냉각수과열로 주기관경보(M/Eng. #3 Cyl. C.F.W. Outlet High Temp)가 울리면서 주기관이 자동감속(Auto Slow Down)되어 반속 또는 전속후진 기관을 사용할 수 없었고, 극미속후진과 정지를 단속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허베이호가 2007. 12. 6. 20:00경 주기관의 3번 실린더에 설치된 이그조스트 밸브에 대한 교체작업을 실시하고 23:45부터 23:55까지 사이에 극미속전진 3회, 극미속후진 1회를 시험하여 시운전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주기관 3번 실린더의 수리작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수리 후 정상작동 여부의 점검을 위한 시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므로, 그렇다면 당시 허베이호는 충돌위험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충분할 정도로 기관을 사용할 수는 없었던 상태로서 STCW에서 규정한 기관준비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허베이호 측은 07:01경 자동감속이 해제되어 반속후진기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반속후진기관을 사용하지 못한 것은 06:58경부터 07:01경까지 3분간에 불과하여 기관이 자동감속된 사실과 이 사건 충돌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나, 07:01경 이후의 허베이호의 항적을 보면 기관 문제가 해결되어 정상적으로 반속후진기관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허베이호 측이 제대로 전속 또는 반속후진기관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주묘되거나 앵커가 절단되어 운전이 자유롭게 되어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충돌이 임박한 시점에 바로 반속 이상으로 기관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은 충돌회피동작에 치명적인 장애사유이어서 인과관계가 없다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 3은 자동감속이 된 경우 선교에서 오버라이드(override) 버튼를 누름으로써 자동감속을 해제시킬 수 있고, 이 경우 1시간 정도는 임시적으로 반속엔진을 쓸 수 있었을 것이나(증인 공소외 35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 3은 자동감속이 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마) 피고인 3의 피항동작이 적절했는지 여부

해상교통안전법과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 의하면, 각 선박의 항법상 지위에 따라 적용되는 항법을 달리 정하고 있는데, 예인선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조종불능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종이 심각하게 제한된 선박으로 볼 수 있고, 허베이호는 정박선의 지위에 있는바, 해상교통안전법이나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상 조종불능에 가까운 선박과 정박선 사이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항법 규정은 없고, 위 두 선박은 위 국제규칙 제2조에 의하여 특수한 상황(Special Circumstance) 하에서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하는 위치에 있다. 다만 해상교통안전법과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은 피항동작의 일반 원리로서 적극적·조기의 피항동작, 큰 동작의 변침과 감속, 충분한 안전통과 거리를 둘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인 3의 피항동작이 적절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3은 피고인 5의 호출을 받고 2007. 12. 7. 06:06경 선교에 올라온 후 06:17경부터 극미속후진기관을 단속적으로 사용하여 닻줄을 4절 가량 풀어주는 조치를 취한 사실, 피고인 3의 위와 같은 조치로 허베이호는 약 212m 가량 후진하게 된 사실이 인정되나(닻줄 4절의 길이는 110m이나, 기관의 사용으로 허베이호가 주묘하여 그보다 더 많은 거리인 212m 가량을 후진한 것으로 보인다. 허베이호 측은 당시 주묘한 것이 아니라 해저에 꼬여있던 닻줄이 풀리면서 닻줄 길이보다 더 많이 후진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당시 조류의 방향과 허베이호의 항적 등을 살펴보면 닻줄이 팽팽하게 장력을 받고 있었던 상태로 보이므로 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위와 같은 조치가 허베이호와 예인선단 사이의 거리를 벌리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아니하고(허베이호 측이 제출한 증 제45호증 내지 증 제46호증에 의하더라도 06:51경을 기준으로 허베이호가 닻줄을 신출한 경우와 신출하지 않은 경우 허베이호와 부선 사이의 거리의 차이는 약 100m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허베이호는 닻줄을 신출하면서 당시의 조류 및 바람의 영향으로 예인선단의 진로쪽으로 접근하게 되었고, 예인선단은 허베이호와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지 아니하자 더욱 출력을 높이고 예인선단을 서쪽으로 끌어내기 위하여 300도 방향으로 대각도 변침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하여 결국 예인줄이 파단되어 부선이 파도에 떠밀려 허베이호와 충돌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3은 CPA(Closest Point of Approach, 최근접점) 수치만 신뢰하여 예인선단이 0.3마일거리로 근접통과할 것으로 낙관한 나머지 지나치게 소극적인 피항동작을 하였다고 할 것이다.

② 당시 피고인 3이 선교에 올라온 후 선택할 수 있었던 피항동작이 극미속후진을 하며 닻줄을 4절 내어주는 것밖에 없었다면 이를 두고 피고인 3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검사는 피고인 3이 취했어야 할 피항동작으로서 ㉠ 닻줄의 일부를 감아 올린 후 후진하거나, ㉡ 닻줄을 감으며 우현전타하거나, ㉢ 닻을 끌면서 후진하거나, ㉣ 신속히 닻줄을 분리한 다음 닻을 버리고 현장에서 이탈하는 등의 조치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5가 경계를 철저히 하였다면 피고인 3을 호출하였을 시간인 05:50경과 실제로 피고인 3이 선교에 올라온 06:06경 등 두 시점을 기준으로 위 피항동작들이 가능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 먼저 닻줄을 일부 감아올린 후 후진하는 조치가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허베이호는 약 9절 가량의 닻줄이 신출되어 있는 상태이었는데, 닻을 약 4~5절 정도 양묘하면 닻의 파주력이 없는 상태(short stay)가 되어 선박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사실, 닻을 약 4~5절 양묘하기 위해서는 약 100m 가량을 앞으로 전진하여야 하고, 1절을 양묘하는데 약 3분이 걸리는 사실, 허베이호의 기관 및 앵커작업 준비가 완료되는데 약 12~13분이 걸리는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 3이 05:50경 선교에 올라온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대산 VTS 항적을 기준으로 허베이호의 기관 및 앵커작업이 준비되었을 시간인 06:02~03경 삼성 A-1호와 허베이호와 사이의 거리는 약 1마일 정도였고, 예인선단은 평균 약 1~2노트의 속력으로 허베이호의 정선수 쪽으로 향하여 이동하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닻을 5절 감을 경우 허베이호의 전진거리는 137.5m, 전진 시간은 15분 정도인데 06:17경 삼성 A-1호와 허베이호 사이의 거리는 약 0.55마일(약 1,018m)이므로 허베이호가 양묘로 인하여 전진한 거리를 빼면 양 선박 사이의 거리는 허베이호의 선교 기준으로 약 880m가 남고, 허베이호의 선수를 기준으로 보면 약 600m에 불과한바, 수치상으로는 허베이호가 전진하여 양묘한 후 후진하면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계산한 결과에 불과할 뿐, 당시는 전방에 700m로 늘어선 예인선단이 불과 0.5마일 거리에서 강한 북서풍과 조류의 영향으로 수시로 큰 폭으로 속력이 변화하면서(평균 속력은 시속 1~2노트 정도이지만 1분 간격으로 측정한 속력은 0.3마일에서 3마일에 이를 정도로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허베이호의 선수 방향으로 떠밀려 오고 있고, 예인선단과의 통신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예인선단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진하였다가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 3에게 닻을 양묘하기 위하여 전진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 3이 실제로 선교에 올라온 06:06경을 기준으로 볼 때에도 허베이호의 기관 및 앵커 양묘준비가 끝난 06:17경에는 대산 VTS 항적 기준으로 삼성 A-1호와 허베이호 사이의 거리는 약 0.5마일로 더욱 가까워져 있고, 허베이호가 5절을 양묘하기 위하여 전진한 후인 06:32경 삼성 A-1호와 허베이호 사이의 거리는 0.36마일(약 666m)이므로 여기에서 허베이호가 양묘를 위하여 전진한 거리를 빼면 양 선박 사이의 거리는 약 528m, 허베이호의 선수를 기준으로 보면 약 248m 정도 밖에 남지 아니하므로 피고인 3에게 양묘를 위하여 전진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 위와 같은 이유로 닻줄을 감으며 전속전진, 우현전타하여 충돌을 피하는 방법 역시 가능한 방법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위 방법을 쓰는 경우 급속도로 선미가 좌회두하여 충돌을 오히려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 다음으로 전속 또는 반속후진하는 방법으로 충돌을 피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 3이 선교에 올라온 후 06:17경부터 06:58경까지 극미속후진 기관을 단속적으로 사용하며 닻줄을 4절 풀어주었는데 허베이호는 닻줄 4절 길이인 110m를 제외한 100m 가량을 주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증인 공소외 10, 11, 12의 당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허베이호와 제원이 비슷한 초대형유조선(VLCC)이 수심이 약 60m 정도 되는 곳에서 만재한 상태에서 닻줄을 약 13절 정도 신출하고 정박하고 있다가 전속후진엔진을 사용하자 주묘하면서 배가 움직인 사실, 허베이호와 제원이 비슷한 또 다른 초대형유조선이 엔진스탠바이 상태에서 전속후진 기관을 사용하자(이 경우 닻을 내린 상태는 아니었다) 전속후진 RPM까지 올라가는데 2분 35초가 걸리고 300m 후진하는데 소요시간은 7분 정도인 사실, RPM이 올라갈수록 타력이 더 세져 100m를 움직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RPM이 올라갈수록 단축되는 사실, 정지 상태에서 전속후진하였을 경우 10분만에 4.6노트의 속력에 도달하고 0.767마일(약 1,420m)을 후진한 사실이 인정되며, 위 인정사실에 이 사건 사고 지역의 해저의 저질이 모래이어서 파주력이 센 상태가 아닌 점, 당시 허베이호는 남서 조류 및 선수 쪽으로 맞바람을 받고 있어서 후진하는데 조류 및 바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점, 전문가 증인인 공소외 13, 14, 15, 16, 17, 18 등이 당심 및 원심 법정에서 허베이호가 반속 이상의 속도로 후진 기관을 썼다면 주묘하거나 앵커가 절단되어 자유롭게 피항할 수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3이 05:50경 선교에 올라온 경우나 실제로 선교에 올라온 시각인 06:06경 모두의 경우 그로부터 기관이 준비되는 시간인 약 12분경 후에는 허베이호가 닻줄 9절을 신출하고 있던 상태에서 전속 또는 반속후진 기관을 사용하며 후진을 하였다면 주묘가 되거나 또는 앵커가 절단되어 선박의 운전이 자유롭게 됨으로써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3은 선교에 올라온 당시 이미 충돌의 위험성이 높은 상태이어서 앞으로 전진하여 양묘하는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전속 또는 반속후진을 하여 적극적으로 피항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극미속후진만을 하며 닻줄을 4줄 더 내어줌으로써 닻의 파주력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 마지막으로 닻을 버리고 피항하는 방법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 3, 5의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당심 법원의 사단법인 한국선급에 대한 사실조회 회보 등을 종합하면, 허베이호는 유사시 해머로 비터엔드핀(Bitter End Pin)을 타격하여 앵커를 분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사실, 비터엔드핀이 파단되기 위해서는 434kN 정도의 힘이 필요한 사실, 피고인 3은 06:58경 비터엔드핀을 해머로 때려 분리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실패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닻을 버리고 피항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피항방법은 아니고, 충돌위험이 급박한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보이는바, 피고인 3이 05:50경 선교에 올라온 경우나 실제로 선교에 올라온 시간인 06:06경 모두 닻을 버리면서까지 피항하여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예인줄이 끊어진 후에는 충돌의 위험이 급박해진 상황이므로 피고인 3으로서도 닻을 버리고 피항하는 방법까지 고려하였어야 하고, 실제로 피고인 3은 이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비터엔드핀을 분리하는 것이 검사의 주장과 같이 몇분 안에 가능한 조치라고 볼 수 없고, 예인줄이 끊어진 후 충돌하기 전까지의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비터엔드핀 분리가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비터엔드핀 관리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데다가 허베이호의 비터엔드핀에 어떠한 이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통상적으로 비터엔드핀을 분리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하여도 입증도 부족하므로 비터엔드핀 분리 실패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 3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③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3은 선교에 올라온 후 현장 상황을 신속히 확인하여 실행가능한 피항동작을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당시 상황에서는 닻을 끌면서 반속 이상의 속도로 후진하는 것이 유일하고 최선의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극미속 후진하면서 닻을 풀어주는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한 과실이 있다.

(바) 충돌 이후 오염방제조치가 적절하였는지 여부

① 파공 부위를 직접 막을 수 있었는지 여부

알파잠수 견적서의 기재, 당심 법원의 알파잠수에 대한 사실조회 회보에 의하면, 좌현탱크 파공의 크기는 1번 탱크 300㎜×30㎜, 3번 탱크 1200㎜×100㎜, 5번 탱크 1600㎜×2000㎜ 정도인 사실, 파공 봉쇄를 의뢰받은 전문 업체에서 2007. 12. 7.과 8. 출항을 하였으나 당시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허베이호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고 12. 9.에서야 접근하여 작업할 수 있었던 사실, 위 업체에서 파공부위를 막는데 2시간 30분 가량 걸린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보면 허베이호 측에서 충돌 사고 이후 직접 파공 부분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② 불활성가스(Inert Gas)를 주입함으로써 오히려 기름 유출량을 증가시켰다는 주장에 대하여

폭발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가연성가스, 일정 농도(11%) 이상의 산소, 스파크가 모두 갖추어져야 하는데, 유조선의 경우 가연성가스가 상존할 수 있으므로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소의 공급과 스파크의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ISGOTT(International Safety Guide for Oil Tankers and Terminals)는 화물탱크가 항상 불활성 상태{즉 산소농도는 부피 기준으로 8% 이하이고,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인 정압(정압)}를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일부 유조선에 대해서는 불활성가스(IG) 시스템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허베이호도 불활성가스 시스템 구비가 의무화된 선박이다.

그러나 충돌이 일어난 경우에는 유조선의 화물탱크에 불활성가스를 주입하게 되면 화물탱크의 내부 압력이 높아져서 오히려 원유 유출을 촉발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고, 반대로 불활성가스를 주입하지 아니하고 P/V 밸브(Pressure&Vaccum Breaker, 이하 ‘P/V 밸브’라고 한다)와 불활성가스 밸브를 잠궈 공기의 유입을 차단시키고 화물탱크를 부압(부압,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으로 유지할 경우 원유의 유출 속도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실제로 증인 공소외 19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화물탱크를 부압으로 유지할 경우 원유 유출 속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사실이 인정된다.

다만 화물탱크에 부압이 걸릴 경우 파공 부위로부터 탱크 내부로 공기가 유입될 경우 폭발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활성가스를 주입할 경우 화물탱크 내의 압력이 높아져 원유의 유출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SGOTT 규정은 충돌이 일어나 화물탱크에 파공이 생긴 경우까지 반드시 불활성가스를 주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충돌이 일어난 경우 선장이 취하여야 하는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다른 국제규범이나 허베이호 내부의 지침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면,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가 정한 선상기름오염비상계획(SOPEP) 가이드라인 2.5.3.1.은 배가 손상되어 기름이 유출되는 경우 불필요한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라고 규정하고 있고, 허베이호 측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SOPEP 3.3.3.에서도 충돌 사고로 배가 파손되었다고 생각되는 경우의 조치 중 하나로 불필요한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기’가 불활성가스까지 의미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허베이호의 SOPEP은 선장이 충돌 사고 발생의 경우 추가적인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불활성가스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허베이호의 SOPEP 3.3.8.은 난파되거나 좌초시 기름이 유출되고 있는 탱크가 명확한 경우에 그 탱크의 불활성가스 압력을 낮추라고 규정하고 있다).

생각건대, 충돌로 인한 선박 파손의 경우 국제해사기구의 SOPEP 가이드라인 및 허베이호의 SOPEP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선장은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의무가 있으며, SOPEP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비상활동계획은 사고시 활동을 신속·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크리스트의 기능을 할 뿐이고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망라적으로 기재한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점, 따라서 여기에 기재된 활동을 다하였다 하여 선장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시 선장으로서는 충돌 후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오염의 위험성과 폭발의 위험성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를 비교교량하여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바,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오염은 충돌 직후 바로 발생한 것으로서 현재의 급박한 위험인데 반하여 폭발로 인한 위험은 그 가능성은 있기는 하나 당장 발생한 급박한 위험은 아니었던 점, 기름의 밀도가 공기보다 높으므로 기름이 다 유출되어 유선면이 파공부위 근처에 오기 전까지는 대기가 화물탱크 안으로 유입되지 않는 점(증인 공소외 19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허베이호에서 불활성가스를 주입하기 시작한 10:00경에는 파공된 세 개의 화물탱크에서 모두 기름이 유출되고 있는 상태였다), 당시 화물탱크 내에 이미 불활성가스가 주입되어 있는 상태였으므로 화물탱크 내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이고, 갑판 위에서의 스파크의 발생은 선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방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불활성가스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에 유조선에서 폭발사고의 빈도가 높기는 했으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정전기 등과 같은 스파크 정도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 점, 충돌 당시 북서풍이 불어 파공부위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으나 충돌 직후 허베이호의 선체 위치를 돌림으로써 바람을 피하여 폭발의 위험성을 낮출 수도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3이 폭발을 막기 위하여 파공이 난 탱크에 불활성가스를 주입한 것은 부적절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름 유출량의 증가에 기여하였다.

③ 기름이송조치의 적절성

기록에 의하면, 허베이호는 최초 충돌 후 3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2007. 12. 7. 10:35경에서야 비로소 기름이송을 시작하여 좌현 3번 탱크로부터 중앙 3, 5번 탱크로 기름을 이송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11:45경부터 13:15경까지는 평형수를 채워 배를 기울이는 작업을 한 후 다시 13:17경부터 15:00경까지 1번 탱크의 원유를 중앙 1, 2, 4 및 우현 5번 탱크로 이송하였고, 15:00경에 기름 이송작업을 중단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 3과 피고인 5는 충돌 후 3시간 30분이나 지나서 기름을 이송하게 된 주요한 이유로 사운딩(sounding, 화물탱크 바닥으로부터 화물이 채워져 있는 부분까지의 높이를 재는 것) 및 얼레징(ulleging, 화물탱크 윗 부분으로부터 화물이 채워져 있는 부분까지의 빈공간의 높이를 재는 것)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허베이호의 SOPEP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화물탱크를 포함한 모든 탱크의 사운딩을 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당시 육안으로 허베이호의 좌현 1, 3, 5번 탱크에서 기름이 유출되고 있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카고 컨트롤 룸(Cargo Control Room)에 있는 카고 컨트롤 컨솔(Cargo Control Console)의 레벨게이지를 확인한다면 탱크별 기름 유출량을 알 수 있는 점( 피고인 3, 5, 7(허베이 주식회사)는 카고 컨트롤 컨솔의 레벨게이지가 충돌로 인하여 파손된 상태였다고 주장하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위 피고인들의 기름이송조치가 늦었다며 탱크를 수동으로 측심한 것에 관하여 계속 공방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위 주장이 당심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신빙성이 없고,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부족하다), 충돌이 여러 차례 발생하여 다른 탱크에서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기름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수작업으로 사운딩 및 얼레징 작업이 꼭 필요하다 하더라도 화물탱크 1대당 소요되는 시간은 3분 남짓이고(증인 공소외 20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유조선에는 13개의 화물탱크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충돌 후 3시간 30분이나 지나서 최초로 기름을 이송하기 시작한 조치는 너무 뒤늦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허베이호 측은 화물탱크에 더 이상 여유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2007. 12. 7. 15:00경 이송을 중단하였는바, 파손되지 아니한 10개의 화물탱크에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9.5% 정도까지 기름을 이송하였다면 상당한 양의 기름 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검사는 탱크세정관(Tank Cleaning Line)을 이용하면 이송속도를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방식은 원유의 이송에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 임기응변적인 방식으로서 충돌 사고 직후 피고인 3이 쉽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위 방식에 사용되는 파이프의 직경을 고려할 때 탱크세정관을 통한 이송이 그다지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허베이호의 COW(Crude Oil Washing)라인이 일부 파손된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3과 피고인 5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나아가 검사는 피고인 3, 5가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 평형수탱크)로 기름을 이송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허베이호는 평형수탱크가 화물구역과 완벽히 차단된 선체구조이므로 정상적인 관계통으로 화물을 이송할 수 없고, 화물탱크의 갑판상 육상연결부(Cargo Manifold)와 우현측 밸러스트 탱크의 갑판상 개구부(맨홀)를 연결하여 이송하여야 하는데, 당시 허베이호 측에 호스 등 적절한 장비가 없었고, 육상에서 바로 장비를 조달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밸러스트 탱크에 불활성 가스를 넣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폭발 위험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조치로 보인다.

④ 선체기울기의 적절성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3은 기름 유출량을 줄이기 위하여 밸러스트 탱크에 평형수를 채워 허베이호를 우현경사 시키면서도 갑판에서의 보행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약 5~6도 정도의 경사만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증인 공소외 20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및 당심 법원의 한국선급에 대한 사실조회 회보에 의하면, 허베이호가 최대 경사각까지 선체를 기울일 수 없었다 하더라도 10도 정도까지는 선체를 기울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허베이호의 갑판에 선원들의 보행을 위한 난간 등이 설치되어 있었고, 선상 작업의 안전성은 선체의 기울기보다는 당시의 기상이나 해상상태에 의한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허베이호가 10도까지 선체를 기울였다면 추가로 상당량의 기름유출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⑤ 소결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허베이호 측에서 초기에 P/V 밸브를 잠가 파공부위로의 대기 유입을 차단하여 탱크 내에 부압을 유지하고, 불활성 가스를 주입하지 아니하고, 다른 탱크로 기름을 신속하게, 최대한의 양으로 이송하며, 선체를 좀 더 과감하게 기울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상당량의 기름 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허베이호 측이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과실로 기름유출량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다만, 검사가 공소사실에서 주장한 오염방제조치들이 현실적으로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피고인 3이 위 조치들을 모두 취한 경우에 기름 유출량을 실제 유출량의 11.5% 정도로 줄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증도 부족하다.

따라서 허베이호 측의 오염방제조치 소홀로 원유유출이 확산된 측면이 있다는 점만 인정하기로 하고, 이를 피고인들 모두에 대한 양형자료로 참작하기로 한다.

(사) 피고인 3, 5, 7(허베이 주식회사)의 주장에 관한 판단

①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허베이호 측은 이 사건 사고는 예인줄 파단으로 인하여 일어난 것이므로 피고인 3, 5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인 1, 4, 2의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원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공소외 5, 21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22, 23, 24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원심 법원의 대산 VTS 항적 및 레이더 플롯 검증 결과, VHF 녹취록의 기재, 감정인 공소외 22 등 작성의 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삼성 T-5호의 예인줄은 2007. 6. 교체되었는데, 위 와이어는 해상기중기에서 러핑와이어로 사용되다가 2004년 철거되어 창고에 보관되어 왔던 사실, 삼성 T-5호와 삼호 T-3호는 항해 중 수차례 서로 가깝게 접근하였던 사실, 예인선단은 04:00경부터 강한 북서풍에 밀리면서 04:44경 회항 시도 및 05:30경 회항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300도를 넘는 대각도로 변침한 사실, 피고인 1, 4는 06:17경부터 예인선단의 진행 방향 쪽에 허베이호가 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허베이호의 선수를 우현에서 좌현 쪽으로 통과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였으나, 허베이호와의 거리가 벌어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가까워지는 것으로 느껴지자 허베이호가 주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06:30경 허베이호를 VHF로 호출하여 주묘 여부를 체크하여 달라고 교신한 사실, 허베이호가 06:14경 이후부터 극미속후진 엔진을 사용하고 닻줄을 내어주면서 약 212m 가량 후진을 하였으나, 당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허베이호의 선체는 오히려 예인선단의 진행방향인 남서쪽으로 가게 되었고 양 선박 사이의 거리는 그다지 벌어지지 아니한 사실, 이에 예인선단은 06:52경 허베이호를 피하기 위하여 300도로 대각도 변침하고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였고, 그 순간 삼성 T-5호의 예인줄이 끊어지면서 부선이 허베이호로 다가와 그로부터 14분 정도 후인 07:06경 충돌하게 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삼성 T-5호의 예인줄은 사용기간 및 피로(반복사용)에 의한 강도저하, 삼성 T-5호와 삼호 T-3호의 접근에 의한 간섭현상, 당시의 바람과 파도 등 외력에 의한 피칭 및 롤링 현상 등 외력에 의한 손상 및 강도저하가 된 상태에서 허베이호를 피하기 위하여 출력을 높이고 대각도 변침하는 과정에서 절단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삼성 T-5호의 예인줄이 러핑와이어로 쓰던 와이어를 재활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강도가 해양수산부고시와 노동부고시에서 정한 예인선의 파단강도에 관한 규정에 미달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예인줄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다만 인천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서, 예항승인점검표의 각 기재 및 피고인 1, 4의 각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비추어보면, 예항검사 당시 예항력이 적은 삼호 T-3호의 예인줄이 삼성 T-5호보다 더 길게 되어 있고, 삼호 T-3호에만 충격흡수를 위한 스트레쳐를 추가로 연결하게 하는 등 예인줄의 구성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피고인 1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고, 그나마 예항승인점검표에 기재된 사항조차 준수하지 않아 예인줄의 장력을 분산시켜주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당시 예인선단이 허베이호의 선수를 우현에서 좌현 방향으로 통과하려 노력하고 있었으나 허베이호의 선수를 완전히 항과하지 못한 상태이었고, 양 선박 사이의 거리도 그다지 넓혀지지 못한 점, 예인선단은 강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조종능력이 극히 제한된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06:52경 이전에 충돌의 위험이 완전히 소멸되었다거나 위험이 감소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허베이호가 조류의 영향을 감안하지 아니한 채 소극적인 피항동작을 하여 예인선단의 진로 방향으로 접근하게 된 것도 예인줄 파단의 원인 중의 하나로 보이는바, 피고인 5가 경계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3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부적절한 피항동작을 취한 과실과 이 사건 충돌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다(이는 피고인 3이 닻을 주묘하면서 전속 또는 반속 후진하는 적극적인 피항조치를 취하였다면 예인선단이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엔진출력을 높이고 대각도 변침을 할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② 선박파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3, 5, 7(허베이 주식회사)는 형법 제187조 의 선박파괴죄의 ‘파괴’는 교통기관으로서의 용법의 전부, 일부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파손을 의미하고,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단순·경미한 손괴를 포함하지 아니하는바, 허베이호는 예인선단과 충돌로 인하여 선수마스트, 위성통신 안테나, 항해등이 파손되고, 좌현 1, 3, 5번 원유탱크 3곳에 파공이 생겼으나, 간단한 수리를 마치고 대산항에 입항하여 무사히 하역을 마쳤으며 다시 대양을 항해하여 중국에 있는 항구로 이동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정도의 파손은 교통기관으로서의 용법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파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위 피고인들을 형법 제187조 , 제189조 에서 정한 업무상과실선박파괴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예인선단과의 충돌로 인하여 허베이호의 원유탱크 3군데가 파손된 후 2일이 지날 때까지 파공 부분에서 원유가 바다로 계속 유출되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비록 허베이호의 기관이나 선교가 파손되지 아니하여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원유가 바다로 계속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를 운반하는 것이 주된 용도인 유조선이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어 이 사건 충돌로 인한 허베이호의 파손의 정도는 유조선의 교통기관으로서의 용법의 일부가 상실되는 파손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선박파괴에 이르렀느냐 하는 점은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사후에 간단한 수리를 통하여 항해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허베이호가 선박파괴의 정도가 아니라 단순 파손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4. 피고인 1, 4, 6(삼성중공업)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해양오염방지법상 책임 유무 및 인과관계 단절 주장에 관한 판단

위 제3의 다.(2)(바)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오염확산에 허베이호 측의 과실이 상당 부분 있으므로 허베이호 측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 중 허베이호 측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충돌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예인선단 측에 있는 만큼 허베이호 측에 일부 과실이 있다 하여 예인선단 측에 해양오염에 대한 예견가능성 및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자신들에게 예견가능성이 없고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는 취지의 피고인 1, 4, 6(삼성중공업)의 항소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한편 위 피고인들의 주장은 허베이호 측 피고인들과 공동과실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이유 있으나, 이를 들어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양형에 관한 주장으로만 판단하기로 한다.

나. 허베이호의 예인줄 파단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충돌에 대한 결과회피가능성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위 제3의 다.(2)(사)①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삼성 T-5호의 예인줄이 파단된 원인은 당시 거친 기상 상황으로 인한 외력의 영향 및 허베이호의 부적절한 피항동작을 피하기 위하여 대각도 변침을 하게 된 탓도 있으나, 그 이외에도 예인줄의 사용기간 및 피로에 의한 강도저하, 삼성 T-5호와 삼호 T-3호의 접근에 의한 간섭 현상, 부적절한 예인줄 구성 등 예인선단 자체의 문제점도 있고, 이를 허베이호 측에서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예인줄 파단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예인선단과 허베이호에 대하여 같은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만 허베이호 측으로서도 사전에 충돌위험을 감지하여 기관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피항조치를 하여야 하고, 예인선단 측의 조선이 어려운 상태이었으므로 예인선단의 일부가 허베이호의 선수를 지났다 하여 안심할 것이 아니라 예인선단 전체가 허베이호의 선수를 완전히 항과할 때까지 예의주시하여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빨리 이를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여야 함에도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은 있으나, 위와 같은 사정 또한 양형에 관한 주장으로만 판단하기로 한다.

다. 피고인 삼성중공업의 주장에 대한 판단

그렇다면 피고인 삼성중공업의 항소이유는 양형부당 주장에 국한된 것으로 정리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피건대, 비록 당심에서 충돌 및 해양오염에 대하여 허베이호 측 피고인의 공동과실이 인정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 삼성중공업의 감독 통제를 받는 피고인 1, 2, 4 등의 부적절한 예항항해가 이 사건 충돌 사고의 발생 및 해양오염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보이고, 주변 어민들의 재산적 손해 및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환경의 파괴라는 막대한 피해에 비하여 원심의 벌금 3,000만 원의 형량이 너무 높아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인 4의 과실 부분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4의 과실 중 하나는 삼성 T-5호의 예인줄이 끊어진 이후 단독으로 부선을 이끌게 되었으므로 기관 출력을 최대화하여 부선이 허베이호에 그대로 밀려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함에도 삼호 T-3호의 기관 출력을 최대 분당회전수(RPM) 750RPM에 미치지 못하는 분당회전수 650RPM 정도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인선의 엔진을 지속가능한 최대 회전수(MCR : Maximum Continuous Revolutions)의 100%, 비상시 110%까지도 가동하는 것은 고요한 바다에서 예인선 단독으로 시험 운항을 할 때 가능한 상황으로 보일 뿐(증인 공소외 25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당시 황천 상황에서 삼호 T-3호가 11,000톤이 넘는 부선을 홀로 끌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삼호 T-3호가 엔진을 최대출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삼호 T-3호가 엔진 출력을 650RPM 보다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허베이호와의 충돌이 임박한 상황에서 피고인 4가 출력을 더 높일 수 있음에도 높이지 아니할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인 4가 엔진을 선박 설계상 최대 분당회전수로 사용하지 아니한 점을 들어 과실이라 할 수 없다.

다만 공소사실에서 적시된 피고인 4의 과실 중 엔진 사용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직접 조선의무 위반 및 교신의무 위반 등 나머지 과실은 모두 인정되므로 피고인 4에게 유죄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고, 위와 같은 점을 피고인 4에 대한 양형에만 참작하기로 한다.

마. 피고인 1의 변호인 법무법인 새날로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1의 운항상 지위에 관한 판단

크레인 작업시에는 피고인 2가 총책임자로서 작업 현장을 지휘하지만, 예인 항해에 나선 경우 피고인 2는 자력 항해능력이 없는 부선에 위치하고 있어 부선의 장비만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반면 피고인 1은 주예인선 선장으로서 항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항해에 대한 책임자는 피고인 1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만 피고인 2에게 피고인 1이 항해에 관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력할 의무가 있어 이 사건 사고에 있어 피고인 2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피고인 1에 대한 양형에 참작하기로 한다.

(2) 기상이변 주장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출항 당시 기상상황이 악화된다는 점이 이미 예보되어 있었던 사실, 해상의 기상상황은 급변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이 기상악화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출항하고, 예정항로를 이탈할 때까지 계속 항해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기상이변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비상투묘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① 예인줄이 파단된 후 부선은 비상투묘를 실시하였고 비상투묘로 삼호 T-3호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 사실, ② 부선의 갑판장 공소외 4와 갑판원 공소외 7, 26은 별다른 사고 없이 투묘작업을 실시하였고, 공소외 4는 투묘 후에도 허베이호와 충돌 무렵까지 양묘기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사실, ③ 양묘기는 부선의 선미 갑판 위에 설치된 구조물로서 갑판에 비해 높이 위치하고 있고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사실, ④ 예인선단이 동쪽으로 압류될 무렵과 부선이 비상투묘를 실시한 때의 유의파고는 0.1-0.2m정도의 차이밖에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더하여 부선이 예인선들을 끌어 예인선단이 동쪽으로 압류되던 때에는 예인선들이 부선을 끌 때에 비해 양묘기가 위치한 부선 선미가 받는 파도의 영향이 약한 점, 예인줄의 길이가 두 예인선 사이에 20m가량 차이가 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비상투묘시 위험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예인선열이 다른 선박의 통항로를 가로막는 결과가 되는 때에도 등화나 교신 등을 통하여 다른 선박들에게 위험을 인식시킬 수 있으며 해저의 저질이 모래라는 이유만으로 주묘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비상투묘가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없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교신의무 불이행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VHF 채널 16은 해상교통의 안전을 위하여 항상 청취하여야 할 것이 요구되고 더구나 조선의 어려움으로 충돌이나 좌초 등의 위험이 있는 때라면 위험을 인식한 해상교통관제센터나 주위의 선박들로부터 호출이 있을 것이 예상되므로 더욱 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고, 스스로 해상교통관제센터나 위험관계에 있는 선박을 호출하여 이를 알리고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며, 조선의 어려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직사관과 같이 조타실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당직사관과의 적시적절한 업무 분담 내지 지시를 통하여 충분히 대산 VTS나 허베이호의 호출에 응하거나 그들에게 항해상의 어려움을 알릴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교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없고, 예인선단에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더라면 허베이호에서 미리 대비하여 적절히 피항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조종제한등화 표시의무 불이행 여부 등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우선 부선에 조종제한등화를 한 것으로 등화규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면, 해상교통안전법 제34조 제3항 , 제31조 제1항 에 의하면 조종제한등화는 동력선인 예인선이 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비록 부선에 조종제한등화를 하였다 하더라도 예인선인 삼성 T-5호와 삼호 T-3호에 조종제한등화를 하지 않았다면 등화규정을 위반한 잘못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다음으로 피고인 4가 삼호 T-3호의 조종제한등화를 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이에 부합하는 듯한 공소외 5의 경찰에서의 진술이 있으나, 피고인 1, 4는 모두 삼호 T-3호에 조종제한등화인 ‘홍-백-홍 전주등’이 아닌 백색 전주등 3개를 등화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어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6) 예인줄 파단의 불가항력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예인줄이 파단된 원인은 위 제3의 다.(2)(사)①항에서 본 바와 같이 사용기간 및 피로(반복사용)에 의한 강도저하, 삼성 T-5호와 삼호 T-3호의 접근에 의한 간섭현상, 당시의 바람과 파도 등 외력에 의한 피칭 및 롤링 현상 등 외력에 의한 손상 및 강도저하가 된 상태에서 허베이호를 피하기 위하여 출력을 높이고 대각도 변침하는 과정에서 절단된 것이고, 예인선단 측이 예항승인점검표상의 불합리한 예인줄 구성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를 시정하려 하지도 아니하고 그나마 예항승인점검표에 기재된 사항을 지키지도 않은 것도 절단 원인 중의 하나로 보이는바, 예인선단 스스로 주의사항을 지키지 아니한 채 예인줄을 사용하고, 피항로 설정이나 조선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예인줄이 파단되었으므로 이를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7) 선원법위반의 점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2007. 12. 7. 05:23 대산 VTS로부터의 VHF 호출과 06:14 허베이호의 VHF 호출에 응답하지 아니하다가, 같은 날 06:17경 대산 VTS의 관제사 공소외 27이 피고인 1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비로소 대산 VTS와 최초로 연결되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그후부터 충돌 직전인 06:57경까지는 VHF로 대산 VTS와 교신한 사실이 없었으며, 피고인 1이 비록 사고 직후 경황이 없는 상태이기는 하나 VHF로 교신한 것과 휴대폰으로 통화한 사실을 혼동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이고, 당시 피고인 1은 허베이호를 안전하게 피해갈 수 있겠느냐는 공소외 27의 질문에 노력하겠다고 대답하였을 뿐 공소외 27에게 허베이호 측에 엔진을 준비하도록 하여 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이 05:50경 대산 VTS와 교신하여 허베이호 측에 엔진을 준비하도록 이야기하였다는 항해일지의 기재는 거짓이고, 피고인 1은 항해일지를 거짓기재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인 1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바. 피고인 1의 변호인 법무법인 새날로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긴급피난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당시 예인선단 선원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침해의 발생이 즉시 또는 곧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사정이 없었고, 예인선단을 구성하는 선박이나 다른 선박의 안전이 이 사건 충돌로 발생한 허베이호의 손상이나 기름 배출에 따른 해양오염 피해에 비하여 본질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기대가능성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항해의 책임자는 피고인 1이고, 피고인 2는 조력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어서, 피고인 1이 항해에 관하여 피고인 2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관계라고 볼 수는 없고, 특히 비상상황에서는 항해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피고인 1이 스스로 피항이나 비상투묘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피고인 2와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의무가 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 1이 위와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데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1(해양오염방지법위반의 점과 업무상과실선박파괴의 점), 피고인 2, 3, 4, 5, 7(허베이 주식회사) 부분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검사의 피고인 2, 3, 5, 7(허베이 주식회사)에 대한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인 1에 대한 위 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선원법위반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이 1개의 형을 선고하였고, 또한 선원법위반의 이유무죄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위 선원법위반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검사 및 피고인 1, 4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전부와 피고인 2, 3, 4, 5, 7(허베이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다만 소송비용부담에 대한 부분은 제외)을 각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피고인 6(삼성중공업)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3,000t급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부선인 총톤수 11,828톤의 삼성 1호를 예인하는 총톤수 292톤인 삼성 T-5호의 선장으로서 부선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예인할 책임자이고, 피고인 4는 삼성 T-5호와 함께 부선을 예인하는 총톤수 213톤인 삼호 T-3호의 선장이며, 피고인 2는 부선의 선두이자 위 선박들 및 앵커선인 삼성 A-1호, 부선인 삼성 1호로 구성된 예인선단의 선단장이다.

한편, 피고인 1은 피고인 삼성중공업의 협력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으로서 삼성중공업과 공소외 1 주식회사과의 용역관리위탁계약에 의하여, 피고인 4는 주식회사 공소외 28 주식회사의 직원으로서 위 회사와 주식회사 삼성물산(이하 ‘삼성물산’이라 한다)과의 예인선 임대차계약 및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과의 선단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각 삼성중공업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들이다.

피고인 3은 원유 운반선인 허베이호(146,868t)의 선장이고 피고인 5는 허베이호의 1등 항해사로서, 피고인 3 및 피고인 5는 원유 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자 허베이호의 선주인 7(허베이 주식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이다.

1. 피고인 1, 2, 4의 공동범행

피고인 1, 2, 4는 2007. 12. 6. 14:50경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소재 인천대교 건설공사 현장에서 서로 기상상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협수로 통과시 예인 방법 등에 대하여 논의한 후 거제시 신현읍 소재 삼성중공업 삼성조선소를 목적지로 하여 예인선단을 이끌고 출항하게 되었는바, 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아래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가. 피고인 1

피고인은 대형 해상크레인 적재 부선을 예인하는 주예인선의 선장으로서 2007. 12. 6. 22:30경 인천 서수도 지역을 통과할 당시 예인줄 길이를 200m에서 약 400m가량으로 늘여 예인선과 부선 후미에 연결된 삼성 A-1호까지 전체 예인선단의 길이를 약 700m 가량인 상태로 장거리 예인항해를 함에 있어, 전체 항해기간의 기상상태를 수시로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상상태의 악화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하여 선단의 각 선장들에게 전파하거나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며, 부선의 규모가 예인선 규모에 비하여 현저히 크므로 강풍 등 기상상태에 의하여 예인 능력이 제한되거나 상실되는지 여부에 유의하여 항해하되, 예인능력 제한 또는 상실시 상피고인 4, 2와 피항, 비상투묘, 조정제한 내지 조정불능 등화 등 적절한 비상조치를 협의하여 시행하여야 할 뿐 아니라, 침로를 급격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예인줄에 무리를 줄 우려가 있어 대각도 변침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선단간의 상호 교신에 만전을 기하며, 근접 거리에 있는 위험 선박을 발견할 경우 선내에 설치되어 있는 초단파 무선전화기(VHF)를 이용하여 관제소 및 상대선박과 신속하게 교신을 취하여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충돌을 피하는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나머지 2007. 12. 7. 02:00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북서방 해상(북위 36-56.1, 동경 126-02.7)을 항해하던 중, 최대 풍속 19.0m/s, 파고 3.4m 등 기상악화로 항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이래 같은 날 04:45경 신도 남서방 약 5.7마일 해상에서 삼호 T-3호의 1등 항해사 공소외 5와 무선교신을 통하여 인천 서수도 방면으로 피항하기로 협의하고 이를 위해 우변침을 시도하였으나 더욱 악화된 기상으로 인하여 선단이 동쪽으로 밀려가면서 피항에 실패한 후, 예인선과 부선의 전후 위치가 뒤바뀌는 등 예인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된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위와 같이 동쪽으로 밀려가고 있던 같은 날 05:23경 예인선단의 비정상적인 운항 상황을 인지한 대산 VTS 담당자 공소외 29로부터 초단파 무선전화기(VHF) 채널 16으로 2회에 걸쳐 호출을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인은 계속하여 같은 날 05:30경 같은 면 소재 신도 남서방 약 5.7마일 해상에 이르러서는 피항을 포기한 채 삼호 T-3호의 공소외 5에게 무선교신으로 침로를 270도로 우변침하도록 지시하며 당초 예정항로 방향으로 항해를 계속 시도하다가 부선으로부터 남동쪽 방향 약 1.4마일 거리에 정박 중이던 허베이호를 향하여 진행하게 되었음에도, 초단파 무선전화기(VHF)를 이용하여 관제소 및 허베이호 측에 예인능력 상실 또는 제한 여부를 알리거나, 구체적으로 충돌을 피하기 위한 교신시도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충돌의 위험이 보다 임박하기 이전에 인근의 적절한 투묘지를 찾아 투묘 등 비상조치를 취하지도 아니하고, 상피고인 2, 4와도 위와 같은 위급상황과 그에 따른 조치를 협의, 시행하지 아니하였으며, 같은 날 06:14경 위험을 느낀 허베이호로부터 교신 호출을 받았음에도 응답을 하지 아니하고, 계속 허베이호 쪽으로 밀려 내려가다가 상호간의 거리가 약 0.36마일이 되는 시점인 같은 날 06:30경 허베이호의 선수 좌측으로 피해가기로 마음먹고, 삼호 T-3호 선장인 피고인 4에게 300도로 변침할 것을 지시한 후 대각도로 우변침하여 진행하다가 같은 날 06:52경 악천후 속의 무리한 항행으로 예인줄에 동적하중이 많이 걸리고 피로강도도 누적된 상황에서 파고 등으로 선체가 요동되며 예인줄에 파단력을 넘는 과도한 장력이 순간적으로 걸리면서 끊어져 부선으로 하여금 허베이호 방향으로 밀려가게 함으로써 사고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나. 피고인 2

피고인은 8명의 선원들이 승선하고 있는 부선의 선장이자 예인선단의 선단장으로서, 붐대 높이가 약 140m에 이르는 대형크레인의 특성상 항해중 바람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을 것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예인선단의 길이가 약 700m 가량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여 항해기간 전체의 기상상태를 미리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상악화 및 위험발생 여부를 신속히 확인한 후 초단파 무선전화기(VHF)를 이용하여 관제소, 상대선박 및 선단의 각 선장들과 전파해야 할 뿐 아니라 그에 따른 대책을 서로 논의하여야 하며, 강풍 등에 의하여 예인선들의 예인 능력이 제한되거나 상실되는지 여부를 항상 유의하여 살펴야 하고, 육안 및 부선에 설치된 장비를 이용하여 스스로 경계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부선에는 레이더가 없으므로 예인선 선장들과도 수시로 교신하여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절한 시점에 피항 또는 비상투묘 등 관련 조치를 선단의 선장들과 서로 논의하여 예인선 선장들이 비상조치를 시행하는데 조력하여야 하며, 긴급상황 발생시 부선에 설치된 정박 장비인 닻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예인선단을 정지시킴으로써 충돌을 회피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2007. 12. 6. 13:46경 공소외 1 주식회사 직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기상 악화에 대한 문자메시지(당일 오후 최대 풍속 13m/s, 파고 1-2m, 다음날 오전 최대 풍속 13m/s, 파고 1.5-2.5m)를 받고도 상피고인 1, 4 등과 기상상태에 대해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출항하기로 하고, 같은 달 7. 04:00 이전 무렵 기상악화로 잠에서 깬 후 크레인 조종실에 올라가 예인선들이 예인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어렵게 항해하고 있다는 것과 약 3마일 전방에 허베이호가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같은 날 04:45경 선단 상호 합의하에 인천 서수도 방면으로 우변침을 통한 피항을 시도하였으나 기상악화로 실패하여 예인선단이 동쪽으로 계속하여 밀려가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전방에 대한 경계의무 및 예인선 선장들과의 협의·조력 의무를 소홀히 하여 예인선단과 위험 선박인 허베이호의 거리가 불과 0.39마일로 근접한 시점인 같은 날 06:52경까지 대산 VTS 또는 상대선박에 긴급 교신을 시도하거나 각 선박의 선장들과 비상투묘 등 충돌회피를 위하여 필요한 협의 및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같은 날 06:52경 근접거리에서 삼성 T-5호와 부선을 연결하는 예인줄이 끊어져 부선이 허베이호 방향으로 밀려가는 상황에서 갑판장 공소외 4로 하여금 당시 해역의 수심 및 해저지형 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파주력(파주력, Holding Power)을 발휘할 수 있도록 12절가량의 길이로 닻을 투묘하도록 지시하지 않고 5.5절 가량만 투묘후 제동토록 하여 닻의 파주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상태로 부선을 허베이호 방향으로 계속 밀려가게 하는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다. 피고인 4

피고인은 부예인선(삼호 T-3호)의 선장이자 예인선단의 일원으로서 기상상태를 미리 면밀하게 파악하고, 풍랑주의보 발효 등 기상상태 악화 여부에 대하여 신속하게 확인하여 선단의 각 선장들과 상의하여야 하며, 강풍 등에 의하여 예인 능력이 제한되거나 상실되는지 여부를 항상 유의하여 항해를 하여야 하고, 기상악화로 인하여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선장이 직접 조타실에 임하여 조선하여야 하며, 초단파 무선전화기(VHF)로 상호 교신에 만전을 기하여야 하고, 또한 근접 거리에 있는 위험선박 발견시 관제소 및 상대선박과 신속하게 교신을 취하여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서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충돌을 피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하여 협의 및 시행하여야 하며, 경계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절한 시점에 피항 또는 투묘, 조정제한 내지 조정불능 등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선박의 충돌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2007. 12. 6. 23:50경 침실에 내려간 후 같은 달 7. 01:10경 당직자인 2등 항해사 공소외 33로부터 기상악화 등의 문제로 호출을 받고 조타실에 올라갔다가 같은 날 02:00경 다시 침실로 돌아갔고 예인선단이 피항에 실패한 채 동쪽으로 계속하여 밀려가던 같은 날 05:30경에야 조타실에 임하는 등 위험상황 속에서 선장으로서 직접 조선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그 시경 예인선단과 약 1.4마일 거리에 떨어져 있던 허베이호와의 충돌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같은 날 06:14경에는 허베이호의 교신호출에 응답도 하지 않고, 같은 날 06:29경 스스로 허베이호를 호출하였음에도 예인선단의 예항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아니하는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2. 피고인 3, 5의 공동범행

피고인 3, 5는 2007. 12. 6. 19:18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36-52.5N, 126-03.0E)에서 다음 날 14:00로 예정된 도선사의 승선 및 대산항 입항 일정에 맞추기 위해 허베이호를 정박하게 되었는바, 위 지점은 대산항 출입항로에서 약 13.4마일, 북쪽 장안서 통항분리수역과 약 15마일, 남쪽 가대암 통항분리수역과 약 7마일가량 떨어져 있어 대산항, 태안항, 평택항 등으로 입출항하는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곳으로서 차폐되지 아니한 곳이고, 위 허베이호는 원유 약 302,640㎘(약 263,944t)을 적재한 단일선체 선박으로써 해상 충돌사고 발생시 대규모의 해양오염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아래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가. 피고인 5

피고인은 2007. 12. 7. 04:00경부터 08:00경까지 허베이호의 당직사관으로서 육안 및 선교에 설치된 알파 레이다 등 항해장비를 이용하여 근접하여 진행하는 선박이 있는지를 잘 살펴 허베이호와의 충돌 위험성 등을 파악하고,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상대 선박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다음 관제소 및 상대선박에 교신하여 상대 선박으로 하여금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통과하게 하거나, 상대선박이 항해능력을 잃거나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신속히 허베이호의 기관을 가동하고 닻을 올려 정박 장소로부터 이동하는 등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즉시 선장을 호출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예인선단이 04:00경부터 04:45경까지는 강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편각(Drift Angle)이 90도에 이를 정도로 예항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허베이호의 정선수 쪽으로 충돌의 위험을 안고 표류하며 약 1.87마일(앵커선 삼성 A-1호 기준)의 거리까지 접근하고 있었고, 04:45경부터 05:30경까지는 예인선단이 북쪽으로 회항을 시도하려다 강한 바람과 조류에 동쪽으로 압류되다가 05:30경부터는 회항을 포기하고 허베이호가 있는 쪽으로 표류하고 있는 긴박한 충돌의 위험상황에 있었으므로 적어도 05:30경부터는 예인선단과의 충돌의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여 예인선단을 VHF로 호출하여 항해 상황을 물어보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개인 업무를 하는 등 견시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05:45경 공소외 2로부터 예인선단이 계속하여 접근하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은 이후 06:00경 재차 예인선단과의 최근접거리가 0.3마일이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예인선단의 비정상적 항행경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예인선단과의 충돌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관제소 및 예인선단과 VHF를 통하여 교신하거나 즉시 선장을 호출하지 않고 예인선단과 허베이호와의 거리가 약 1마일 남은 06:05경에서야 뒤늦게 선장을 호출하여 신속하고 적절한 피항동작을 취하게 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나. 피고인 3

피고인은 위와 같이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차폐되지 아니한 장소에 정박한 허베이호의 선장으로서 기관장으로 하여금 주기관을 준비상태에 두어야 하고, 당직사관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정박지의 특수성을 주지시켜 위험사항이 발생할 경우 즉시 선장을 호출하도록 교육·관리하여야 하며, 당직사관의 호출을 받고 선교에 올라온 경우 즉시 당직사관으로부터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받고, 계속하여 접근하고 있는 상대선박과 지속적으로 교신을 시도하여 충돌사고 방지를 위하여 협력할 의무가 있으며, 상대선박과 교신이 되지 않는 등 상대선박의 항해능력에 의심이 있는 경우 충돌 위험 상황으로 간주하여 신속히 강한 후진 기관을 사용하여 닻을 끌며 후진하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차폐되지 아니한 장소에 정박한 후인 2007. 12. 6. 19:44경 허베이호의 기관을 정지시키고 주기관 3번 실린더의 이그조스트 밸브(Exhaust Valve) 교체작업을 한 후 충분한 시운전을 하지 아니하여 기관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직사관인 피고인 5 및 실습항해사 공소외 2에게 위와 같은 정박장소의 특수성 및 위험화물을 만재한 자선의 상태를 감안하여 견시를 더욱 철저히 할 것 등을 주지시키지 아니하고, 선장 호출이 필요한 위험상황에 대한 교육·관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로 피고인 5가 당직사관으로서의 견시 의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인선단 및 관제소와 교신을 하거나, 육안 및 알파레이더 등 항해장비를 통하여 예인선단의 진행경로를 파악하고 기관을 준비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06:05경 뒤늦게 피고인을 호출하게 하여 사고 위험이 고조된 상태에서, 2007. 12. 7. 06:06경 선교에 올라와서도 피고인 5로부터 현장 상황 및 향후 위험성에 대하여 신속하게 보고받지 아니하고, 예인선단과의 충돌위험 상황이었음에도 단순히 예인선단이 허베이호의 선수를 기준으로 약 270미터 거리를 두고 통과하는 소위 ‘근접통과’ 상황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강풍과 조류의 영향을 고려하지 아니한 나머지 닻줄을 3.5절 가량 풀어주면서 극미속 후진 및 기관 정지를 단속적으로 반복하여 약 100미터(주묘된 거리까지 합하면 약 212m)의 거리를 남서방향으로 진행함으로써 예인선단의 진로 쪽으로 접근하여 이에 위협을 느낀 예인선단으로 하여금 최대출력으로 서쪽으로 예인을 시도하다가 예인줄이 파단되게 하는 등 오히려 충돌의 위험을 증대시키는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했을 뿐 당시 가능한 충돌회피 방법이었던 닻을 끌면서 전속 또는 반속기관을 사용하여 후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예인선단의 예인줄이 파단된 06:52경 이후 부선이 허베이호 쪽으로 떠밀려 오자 06:58경 처음으로 반속후진 기관을 사용하자마자 전날 수리하였던 주기관 3번 실린더의 고온경보가 울리면서 주기관이 ‘Auto Slow Down’ 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 조타실에 있는 ‘Override’ 버튼을 누르는 등 간단한 조치를 취하면 얼마든지 엔진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하여 충돌에 임박한 순간에서 주기관을 사용하지 못한 채 충돌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다. 피고인 3 및 피고인 5의 공동과실(기름유출확산에 대한 과실)

또한, 피고인 3은 대형 유조선인 허베이호의 선장, 피고인 5는 이 선박의 화물책임자로서 허베이호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기름이 유출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므로, 허베이호가 부선과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충돌로 인해 원유탱크에 파공이 생긴 경우에는 즉시 기름의 배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즉, 선박으로부터 기름 유출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시 선박에서 대처해야 할 행동지침인 ‘선박기름오염비상계획서(SOPEP)에서 정한 주요한 조치인 ① 손상된 탱크의 기름을 손상되지 않은 탱크로 이송하고, ② 기름유출탱크의 내부압력을 강하하며, ③ 평형수조절 등으로 기름의 추가 유출방지를 위한 최적의 상태를 조성하여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① 파공 후 3시간 30분이 경과하도록 화물탱크, 밸러스트 탱크 및 기타 빈 탱크들에 대한 측심을 하느라 이송을 하지 않았으며, 화물이송이 가능한 10개의 탱크에 99.5% 정도에 가깝도록 이송을 하였으면 유출량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탱크별 이송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아니한 채 더 이상 여유공간이 없다고 속단하고 2007. 12. 7. 15:00경 이송을 중단하였고, ② 각 탱크별 불활성기체 밸브 등 화물탱크들을 서로 연결하는 모든 밸브들을 차단한 후 P/V 밸브라인을 봉합시켜 외부 공기의 유입차단으로 탱크내 부압을 형성시키는 조치를 취하여 기름 유출탱크의 내부압력을 강하해야 함에도 파공 후 약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3시간 후에 오히려 불활성가스를 주입하여 반대로 정압을 형성함으로써 유출을 촉진하였으며, ③ 평형수조절 등으로 기름의 추가 유출방지를 위한 최적의 상태인 10도까지 기울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선원들의 보행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소량의 평형수만을 주입하여 약 5-6도의 경사만을 유지한 과실로 기름유출량을 확산케 하였다. 그 결과, 피고인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적절한 충돌회피 동작을 취하지 못하여 사고를 야기한 상태에서, 기름의 유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추가과실로 인하여 허베이호에 적재중이던 기름 약 12,547㎘를 인근 해상에 배출하게 하였다.

결국,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개인 및 공동과실로 인하여 2007. 12. 7. 06:52경 삼성 T-5호와 연결된 예인줄이 끊어져 부선이 허베이호 방향으로 약 600m 가량 밀려가다가 07:06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북위 36-52.1, 동경 126-03.1)에서 침로 350도로 정박 중이던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트 부분을 부선 선수의 크레인 붐대 하단 후크 부분으로 충격한 후 계속하여 허베이호의 좌현쪽으로 밀려가면서 위 선박의 좌현 선체 부분을 부선의 선수 좌현 모서리 부분으로 순차 들이받는 등 총 9곳을 충격하여, 2등 항해사 사무일레 등 선원 27명이 현존하는 허베이호의 선수 마스트, 위성통신 안테나, 항해등 등을 파손하고 좌현 1번, 3번, 5번 원유탱크 3곳에 파공이 발생케 하여 위 선박을 파괴하고, 위 허베이호에 적재 중이던 원유 약 12,547㎘(10,900t)를 인근 해상에 배출케 하였다.

3. 7(허베이 주식회사)의 양벌책임

피고인은 종업원인 피고인 3 및 피고인 5가 위 제2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다.

4. 피고인 1의 단독범행

피고인은 2007. 12. 7.경 위 사고지점 부근에 투묘되어 있던 삼성 T-5호 내에서 항해일지를 기재하면서 사실은 충돌 사고 임박 무렵이 되어서야 관제소와 교신을 시도하였을 뿐, 사고 이전에는 교신을 취한 사실이 없음에도 ‘05:50경 대산 VTS과 교신, 스피리트호 S/B eng 요청’이라는 취지로 기재하여 항해일지를 거짓기재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1, 2, 3, 4, 5의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각 일부 진술

1. 증인 공소외 4, 5, 6, 7, 8, 9, 10, 11,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7, 29, 30, 31, 32, 33, 34, 35, 36, 37의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각 일부 진술

1. 피고인 1, 2, 3, 4, 5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 기재

1. 공소외 5, 6, 4, 8에 대한 각 사법경찰관 작성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일부 기재

1. 원심 법원의 검증조서

1. 원심 법원의 대산지방해양수산청 해상교통관제센터 디브리핑자료 중 음성파일 및 레이더 플롯에 대한 각 검증결과

1. 감정인 공소외 22, 23, 24, 38, 39 작성의 감정서

1. 사고해역도(52쪽, 이하 수사기록 쪽수임), 사고선박 시간별 항적도(176쪽), 보험조사증명서사본(292쪽), 와이어로프증명서 사본(349쪽), 수사보고(기상에 대한, 389쪽), 항해일지사본(526쪽), 레이더 플롯(827쪽), 오더북 사본(1373쪽), 기관기록지 사본 (1377쪽), 해양기상학책 사본(2140쪽), 선체파공개소 도면(2150쪽), 얼리지 리포트(2437쪽), 수사보고(허베이스피리트호 항적도 확인에 대한, 2542쪽), 수사보고(주요 시간대별 선박위치, 기상, 조류 등에 대한, 2566쪽), 브이에이치에프(VHF) 채널12, 채널16 교신 녹취내용 원문 녹취서 및 번역서(3244쪽), 선내안전운항수칙(3602쪽), 비상사태플랜(3603쪽), 선내비상배치표(3604쪽), 브리지 벨북 사본(4198쪽), 엔진텔레그라프로그(4275쪽), GPS플로터로그(4276쪽), 알람리스트(4280쪽), 컴퓨터하드디스크의 복구 및 분석의뢰(4864쪽), 수사보고(보완수사 등에 대한, 5286쪽), 허베이호측 과실점 검토 수사보고(복무명령편철, 5938쪽), 근무중 컴퓨터 작업 관련 수사보고(6182쪽), 앵커로그(공판기록 2615쪽), 인천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서, 공소외 12 작성의 메모, 한국선급에 대한 사실조회회보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 피고인 2, 3, 4, 5 : 해양환경관리법 부칙(2007. 1. 19.) 제22조, 구 해양오염방지법 제71조 제2항 제1호 , 제5조 제1항 (과실로 선박으로부터 기름을 배출한 점), 형법 제189조 제2항 , 제187조 (업무상 과실선박파괴의 점)

1. 형의 선택

○ 피고인 1, 2, 4 : 해양오염방지법위반죄에 대하여는 각 징역형,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에 대하여는 각 금고형 선택

○ 피고인 3, 5 :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에 대하여는 각 금고형, 해양오염방지법위반죄에 대하여는 각 벌금형 선택( 해양오염방지법 제77조의2 제1항 )

1. 경합범가중

○ 피고인 1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3호 , 제50조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와 해양오염방지법위반죄 중 형이 더 무거운 해양오염방지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을 한 징역형과 선원법위반죄에 정한 벌금형을 병과)

○ 피고인 2, 4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해양오염방지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 피고인 3, 5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3호 , 제50조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에 정한 금고형과 해양오염방지법위반죄에 정한 벌금형을 병과)

1. 노역장유치( 피고인 1, 3, 5에 대하여)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피고인 1, 2에 대하여)

양형의 이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허베이호에 선적되어 있던 기름 12,000㎘가 유출되면서 대한민국의 해양은 금전적 배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재산적 피해도 막대한바,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과실이 있는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 1은 주예인선의 선장으로서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킨데 가장 큰 과실이 있다. 그러나 당심에서 상피고인 3, 5도 충돌사고 발생에 과실이 있고, 오염방지 부분에 있어서도 위 상피고인들의 조치가 적절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므로 그 점을 참작하여 형을 정하기로 한다.

피고인 2는 예인선단의 선단장 및 부선의 선두로서 상피고인 1이 안전한 예인항해를 하도록 조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적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등 그 죄질이 좋지 않다. 그러나 부선은 무동력선이고, 정확한 항해정보를 수집할 수도 없어 피고인 2에게 항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점을 참작하여 형을 정한다.

피고인 4는 부예인선 선장으로서 상피고인 1과 협조하여 예인항해를 안전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으나, 위 피고인이 예인항해에 있어 상피고인 1, 2의 결정에 따를 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이 없다고 보이고, 직접 조선의무 위반 등 예인줄이 끊어지기 전에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은 있으나, 예인줄이 끊어진 직후에는 기관출력을 사용가능한 최대출력으로 높여 사고 방지를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여 형을 정하기로 한다.

피고인 3, 5, 7(허베이 주식회사)는 당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예인선단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특히 피고인 5는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면서 허위진술을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 물론 예인선단과 허베이호가 충돌하게 된 데에는 예인선단 측의 과실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나, 부실한 당직 수행 및 부적절한 피항동작 등의 위 피고인들의 과실도 충돌 사고가 발생한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며, 특히 충돌 후 피고인 3이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상당량의 기름유출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 피고인들의 과실이 적지 않아 보이므로 위와 같은 점을 참작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무죄부분

피고인 1에 대한 선원법위반의 점 중 허베이호와 교신하였다고 허위로 항해일지에 기재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7. 12. 7.경 위 사고지점 부근에 투묘되어 있던 삼성5호 내에서 항해일지를 기재하면서 사실은 충돌 사고 임박 무렵이 되어서야 허베이호와 교신을 시도하였을 뿐, 사고 이전에는 교신을 취한 사실이 없음에도 ‘05:52경 스피리트호와 직접 교신, S/B eng, S/B anchor’라는 취지로 기재하여 항해일지를 거짓기재 하였다‘라는 것이나, 상피고인 4, 증인 공소외 6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및 대검찰청의 음성감정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7. 12. 7. 06:30경 허베이호와 ‘귀선 기관사용 준비하고 양묘해 달라’는 내용으로 교신한 것으로 인정되고, 항해일지에 기재된 교신시각인 05:52경은 실제 교신 시각인 06:30경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부선과 허베이호의 선체끼리의 충돌 시각인 07:13경 직후를 기준으로 보면 피고인이 유조선과 교신한 시각과 충돌 시각 사이에 적어도 43분 정도의 간격이 있고, 피고인이 항해일지에 기재한 교신 시각인 05:52경과 충돌 시각인 06:55경 사이에는 1시간 3분 정도의 간격이 있어 교신과 충돌 사이의 시간적 간격은 실제와 항해일지 사이에 20분 이내로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보이고, 피고인뿐만 아니라 예인선단 선원들은 2007. 12. 7. 04:45경 피항을 시도한 무렵부터 충돌이 종료될 때까지 있었던 사건의 발생시각에 관하여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추측하는 시각도 편차가 큰 점, 피고인이 정확한 시각을 확인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부분에 관한 항해일지를 허위로 기재한다는 점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나, 이와 단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선원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방승만(재판장) 김수정 윤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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