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수표 발행권한이 없는 은행의 대부계 대리가 예금 담당 대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백지의 자기앞수표 용지를 임의로 가지고 나와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행위는 수표의 위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어음·수표행위의 표현대리에 있어서 민법 제126조 소정의 '제3자'의 범위
[3] 제시은행이 어음교환 과정을 통하여 지급은행에 추심한 자기앞수표에 대해 지급은행이 미결제어음 통보 시각을 지나서야 그 위조 사실을 통보함으로써 제시은행이 그 수표금액을 이미 지급했음을 이유로 그 부도통보의 접수를 거절한 경우,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당사자
[4] 수표를 입금받은 제시은행이 그 수표가 사고수표인지 여부에 대해 사전 조회를 소홀히 한 것이 지급은행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수표를 발행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아니한 은행의 대부계 대리가 예금 담당 대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백지인 자기앞수표 용지를 임의로 가지고 나와 백지를 보충하여 수표를 발행한 경우, 그 수표 발행행위는 수표의 위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표현대리에 관한 민법 제126조의 규정에서 제3자라 함은 당해 표현대리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된 자만을 지칭하고, 이는 위 규정을 표현대리에 의한 어음·수표행위의 효력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할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3] 제시은행이 자기앞수표를 어음교환소의 어음교환 과정을 통하여 지급은행에 추심한 경우, 지급은행으로서는 그 수표가 결제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사유를 어음교환소규약에서 정한 미결제어음 통보 시각까지 제시은행에 통보하여야 하고 그 시각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이를 부도반환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그 수표는 자금화되므로, 제시은행에서 자금화된 그 수표금액을 예금자 명의로 발행한 약속어음 및 당좌수표의 교환결제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결과적으로 그 수표를 예입받아 그 추심 의뢰를 받은 제시은행이 어음교환소규약에 따른 그 수표의 추심 및 교환결제 결과에 바탕을 두고 행한 업무 집행으로서 적법성이 보장되고, 그 금원 지급은 순전히 지급은행의 출연에 기한 것일 뿐 제시은행으로서는 아무런 손해를 입은 바가 없으므로 제시은행이 예금자에 대하여 그 수표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이에 반하여 지급은행으로서는 그 수표가 위조된 수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도어음으로 반환할 수 없게 되어 그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지만, 제시은행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로 인하여 아무런 이득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제시은행을 상대로 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으나, 그 수표의 예입자는 그가 제시은행에 예입한 그 수표가 위조되어 현실적으로 추심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음교환소규약 때문에 그 부도수표의 지급인인 지급은행이 이를 제시은행에게 반환할 수 없게 되고 그 결제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나머지 그 수표가 자금화되어 제시은행으로부터 그 수표금을 지급받게 된 것이므로, 예금자가 지급받은 그 수표금 상당의 이익은 사회통념상 지급은행이 입은 위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로 인한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지급은행은 예금자에 대하여는 그 수표금 상당의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4] 사고수표 여부의 사전 조회는 위조 또는 변조된 수표를 지급하는 경우에 은행이 입을지도 모를 손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한 것이므로, 수표를 입금받은 제시은행이 사고수표 조회를 소홀히 하였다고 하더라도 지급은행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민섭 외 3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주식회사 대구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재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과 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원고 은행 서성로지점의 대부계 대리인 소외 1은 소외 2경영의 소외 3 회사 총무과장으로 있는 소외 4와 공모하여, 1993. 5. 31. 10:30경 위 지점 별단예금 담당 직원 소외 홍공주에게 소외 주식회사 대아물산 명의의 액면금 900,000원짜리 자기앞수표 5매에 관한 자기앞수표 발행의뢰서를 작성하여 가지고 와 현금 4,500,000원과 함께 교부하면서 "내가 직접 담당 대리의 결제를 받을 터이니 전산입력만 하라."고 지시하여 이를 믿은 홍공주가 전산원장에 액면금 900,000원짜리 자기앞수표 5매에 관한 발행 사실을 등록하자, 원고 은행 예금 담당 대리인 소외 정재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 책상 위 수제금고 안에 보관중이던 발행인란에 위 지점장 고무인만 찍혀 있고 내용이 백지인 자기앞수표 용지 5매를 임의로 가지고 나와 체크라이터와 소외 1이 그 직무상 보관중이던 지점장대리 직인 등을 사용하여 액면금을 금 90,000,000원, 발행일란에 1993. 5. 31., 지급지란에 원고 은행 서성로지점으로 각 기재하고 지점장대리의 직인을 찍어 자기앞수표 5매(이하 '이 사건 수표'라 한다)를 위조하여 이를 소외 4에게 교부하고, 동인은 같은 날 이 사건 수표 중 3매 액면 합계 금 270,000,000원은 피고 은행 고성동지점에서, 나머지 2매 액면 합계 금 180,000,000원은 피고 은행 경대교지점에서 피고 은행 영업부 당좌거래처인 소외 2(상호 소외 3 회사) 명의의 당좌예금 계좌에 각 온라인으로 입금하였다.
피고 은행 영업부 당좌계에서는 같은 날 소외 4 등이 소외 2 명의로 발행한 금 451,535,550원의 약속어음 및 당좌수표가 교환 제시되어 오자 이 사건 수표 5매를 발행은행인 원고 은행에 조회하지 않고 교환결제자금으로 사용하였고, 원고 은행 서성로지점에서는 1993. 6. 1. 13:30경 어음교환절차를 통하여 대구 어음교환소에서 원고 은행 본점을 거쳐 이 사건 수표의 지급제시를 받았는데, 정재우와 홍공주가 부도통보 마감 시간 직전인 같은 날 14:28경 위 전산원장상의 액면금액과 이 사건 사고 수표의 액면금액이 상이한 것을 발견하고 14:39경 피고 은행 고성동지점에, 14:42경 피고 은행 경대교지점에 각 부도통보를 하였다. 그러나, 피고 은행의 위 각 지점에서는 부도반환 시한인 14:30을 도과하였고 해당 당좌계좌에서 이미 지급되어 예금잔고가 없다는 이유로 위 부도통보의 접수를 거절하는 바람에 금 450,000,000원이 한국은행의 원고 은행 당좌예금 계좌에서 피고 은행의 당좌예금 계좌로 교환 차액 이체처리로 결제되었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액면 합계 금 450,000,000원의 이 사건 수표는 그 수표대금의 입금도 없이 소외 1에 의하여 위조된 것으로서 그 중 수표대전으로 입금된 금 4,500,000원을 공제한 금 445,500,000원은 원고가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인데도 어음교환을 통하여 피고에게 지급되었는바, 그렇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이로 인하여 동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한 다음, 피고도 원고의 피용자인 소외 1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수표 위조행위로 인하여 금 445,500,000원의 손해를 입었는데, 피고에게도 이와 같은 손해를 입은 데 40% 정도의 과실이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과실상계한 금 267,300,000원(445,500,000×60/100)을 배상할 책임이 있으니,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 나머지 금 178,200,000원(445,500,000-267,300,000)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1, 2, 3점 및 상고이유보충서 기재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에 대하여
가. 제1점에 대하여
이 사건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은 이상, 소외 1은 원고 은행 서성로지점의 대부계 대리로서 이 사건 수표를 발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함이 분명하므로 위와 같은 수표 발행행위는 수표의 위조에 해당한다 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수표 위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표현대리에 관한 민법 제126조의 규정에서 제3자라 함은 당해 표현대리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된 자만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는 위 규정을 표현대리에 의한 어음·수표행위의 효력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할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6. 9. 9. 선고 84다카2310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표현대리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수표행위와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제3점 및 상고이유보충서 기재 중 상고이유 제3점을 보충하는 부분에 대하여
그런데 대구어음교환소규약(1991. 2. 8. 개정된 규약) 제1조 는 "이 규약은 사단법인 금융결제원(이하 '결제원'이라 함)의 정관 제4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결제원이 설치 운영하는 대구어음교환소(이하 '교환소'라 함)의 조직 및 업무의 방법을 정하여 어음·수표 및 제 증서(이하 '어음'이라 함)의 원만한 교환결제와 금융거래의 질서 유지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제62조 제1항은 "수표, 약속어음 및 환어음의 부도반환사유를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고 하면서 제6호에서 위조, 변조를 들고 있고, 제60조 제1항은 "교환소에서 교환한 어음 중 지급에 응하지 못할 어음(이하 '부도어음'이라 한다)이 있을 때에는 지급은행은 그 어음 또는 부전에 부도사유를 부기하여 제시은행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64조 제1항은 "부도어음의 반환 시간은 교환일 영업시간 종료 10분 전까지로 하되, 토요일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금융기관의 일반적인 영업시간에도 불구하고 부도어음의 반환에 한하여 교환일 영업시간 종료 후 2시간까지로 한다. 다만, 운영위원회는 참가 은행 영업소 소재지 또는 어음종별에 따라 별도로 반환 시간을 정할 수 있다."고 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부도어음의 반환 시간에 불구하고 교환어음 지급은행은 수취한 어음 중 결제가 되지 아니한 어음에 대하여는 다음의 시각까지 제시은행 앞으로 동 사실을 통보하여야 하며 동 통보가 없는 어음은 부도반환할 수 없다. 가. 평상일 : 교환일 영업시간 종료 2시간 전까지, 나. 토요일 : 교환일 영업시간 종료 30분 전까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제시은행인 피고 은행이 이 사건 수표를 대구어음교환소의 어음교환 과정을 통하여 지급은행인 원고 은행에 추심을 한 것이므로, 원고 은행으로서는 그 수표가 결제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사유를 위 어음교환소규약에서 정한 미결제어음 통보 시각까지 제시은행인 피고 은행에 통보하여야 하고 그 시각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이를 부도반환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이 사건 수표는 자금화되는 것이고, 피고 은행 영업부 당좌계에서 소외 4 등이 자금화된 이 사건 수표금액을 교환 제시되어 온 소외 2 명의로 발행한 금 451,535,550원의 약속어음 및 당좌수표의 교환결제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결과적으로 이 사건 수표를 예입받아 그 추심 의뢰를 받은 피고 은행이 대구어음교환소규약에 따른 이 사건 수표의 추심 및 교환결제 결과에 바탕을 두고 행한 업무 집행으로서 적법성이 보장되고, 그 금원 지급은 순전히 원고 은행의 출연에 기한 것일 뿐 피고 은행으로서는 아무런 손해를 입은 바가 없으므로 피고 은행이 소외 2 등에 대하여 이 사건 수표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원고 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수표가 위조된 수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도어음으로 반환할 수 없게 되어 그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지만, 제시은행인 피고 은행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로 인하여 아무런 이득도 얻은 것이 없으므로 피고 은행을 상대로 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나, 이 사건 수표의 예입자인 소외 2는 그가 피고 은행에 예입한 이 사건 수표가 위조되어 현실적으로 추심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규약 제64조 제1항 때문에 이 사건 부도수표의 지급인인 원고 은행이 이를 피고 은행에게 반환할 수 없게 되고 그 결제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나머지 이 사건 수표가 자금화되어 제시은행인 피고 은행으로부터 그 수표금을 지급받게 된 것이므로, 소외 2가 지급받은 이 사건 수표금 상당의 이익은 사회통념상 원고 은행이 입은 위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로 인한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 은행은 소외 2에 대하여는 그 수표금 상당의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 은행이 소외 2에 대하여 위 수표금 상당의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함은 몰라도 피고 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다1610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수표대전으로 입금된 금 4,5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 445,500,000원의 수표금 상당액에 대하여는 피고가 이를 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부도어음의 반환에 관한 대구어음교환소규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부당이득반환채무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원고의 상고이유 중 사용자책임과 과실상계에 관한 부분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피고에 대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의 상계항변을 일부 받아들인 데에 사용자책임과 과실상계에 관련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원고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4점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원고의 상고이유 중 불법행위 성부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사고수표 여부의 사전 조회는 위조 또는 변조된 수표를 지급하는 경우에 은행이 입을지도 모를 손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한 것이므로 원심이 피고가 사고수표 조회를 소홀히 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 하고, 거기에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