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에 대한 판단 기준
[2] 정신분열증을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고 심신상실 주장은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권으로 피고인의 심신장애 정도에 관하여 심리를 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10조 제1항, 제2항에 규정된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분열증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2] 정신분열증을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고 심신상실 주장은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권으로 피고인의 심신장애 정도에 관하여 심리를 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10조 [2] 형법 제10조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소동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고서 피고인에 대하여 심신미약 감경을 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의사 윤창범은 피고인을 미분화형 정신분열증으로 진단하고 그 심신장애의 정도는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감정하였다. 그러나 그 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지능지수가 88에 불과하고, 사고가 비논리적이고 관계망상·피해망상·환각 등으로 사고장애와 지각장애가 뚜렷하며,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허무감, 열등감 등이 팽배해 있어 문제해결능력이 매우 빈약하고, 성격적으로 자아를 통제하는 능력이 빈약하여 내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잠재되어 있으며, 피고인이 앞으로 지속적인 수용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범의 위험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7년 전부터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고, 특히 1992. 5.경부터 1995. 1.경까지는 국립서울정신병원 등에 수용되어 치료를 받았음에도 만성정신분열증이 지속되고 있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이웃집에 거주하는 피해자(남, 46세)의 집에서 그와 함께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후레아들놈"이라는 등 심한 욕설을 한 뒤, 피고인을 타이르기 위하여 피고인의 집 계단을 올라오는 피해자의 얼굴을 낫으로 내리찍고, 이에 도망하는 피해자를 뒤쫓아가서 길에 쓰러진 피해자의 얼굴을 다시 낫으로 여러 차례 내리찍어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할 안면부 다발성 심부열창을 입힌 것으로서, 피고인은 범행의 동기에 관하여 "피해자가 자기에게 반말을 하고 인사도 하지 아니하여 없애버리려고 목을 베었다.", 또는 "피해자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갑자기 감정이 생겼다."는 등으로 진술하였고, 검찰에서는 자신의 범행이 잘못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으나, 경찰에서는 자신의 범행은 잘한 행동이고 피해자를 죽여버려야 한다고 진술하였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후 수원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으면서도 심한 정신질환 증세를 보여 수원구치소장이 원심법원에 피고인의 수용관리가 곤란하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정신감정 결과나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방법, 범행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정신분열증에 의한 망상으로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리고 형법 제10조 제1항, 제2항에 규정된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분열증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이고(대법원 1994. 5. 13. 선고 94도58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양형부당만 주장하였을 뿐 심신상실에 관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심으로서는 제1심판결에서 정신분열증을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하였고, 소송 계속중 피고인이 수감되어 있던 구치소장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통보서가 접수되었다면, 마땅히 직권으로라도 피고인의 병력을 상세히 확인하여 그 증상을 밝혀보고, 나아가 재감정을 의뢰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의 심신장애 정도에 관하여 좀 더 면밀히 심리하여 심신상실 여부를 가려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심신장애의 정도에 관하여는 아무런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