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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63333 판결
[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피해자에게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책임의 인정 여부(소극) 및 사용자책임의 면책사유인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강길훈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광모)

피고,상고인

삼익주류판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영남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여동영)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이정현은 1987.경부터 1998. 6. 8.까지 사이에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원고로부터 수회에 걸쳐서 금전을 차용하였는데 1997. 12.경 무렵 원고로부터 차용한 금전이 합계 금 68,700,000원 상당에 이르게 된 사실, 원고는 1997. 12. 20. 이정현과 사이에 그 때까지의 원리금을 합하여 원금을 금 70,000,000원으로, 변제기를 1998. 12. 20.로 약정하고 이정현으로부터 차용금 70,000,000원, 이자 월 2%, 변제기 1998. 12. 20.로 된 개인 명의의 차용증서와 액면금 70,000,000원, 발행일 1997. 12. 20. 발행인 피고 회사, 지급기일 1998. 12., 수취인 원고로 된 약속어음(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고 한다)을 각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사용자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이정현이 원고와의 사이에 준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위 차용금에 대한 지급을 담보하겠다는 의미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한 행위는 그의 직무와 관련된 외형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행위가 피고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하여 행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일단 피고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금을 변제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나, 한편 원고는 이정현 개인에게 금전을 대여하고 개인 명의의 차용증서를 받은 후 다시 이정현에게 담보를 요구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조금만 주의를 하였다면 이정현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개인 채무에 대한 담보조로 피고 회사 명의의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정현의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행위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는 무효라고 할 것이고, 결국 원고는 이정현의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행위에 대하여 피고 회사에게 보증채무금 또는 약속어음금청구는 할 수 없고 불법행위책임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정현이 피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는 위와 같은 약속어음을 담보로 원고에게 제공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피고에게 담보책임 내지 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손해를 가한 데에 대하여 위와 같은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외관상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게 수긍할 수 없다.

(1)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고,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 2000. 11. 24. 선고 2000다1327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원심 판시 자체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이정현 개인에게 금전을 대여하고 개인 명의의 차용증서를 받은 후 다시 이정현에게 담보를 요구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조금만 주의를 하였다면 이정현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개인 채무에 대한 담보조로 피고 회사 명의의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약속어음은 이정현이 개인적으로 원고로부터 차용한 7,000만 원에 대한 지급담보로 발행된 이른바 문방구어음인데, 원고는 이정현의 친구이고 당시 어음이나 수표 등을 받고 돈을 차용해 주는 사채놀이를 하고 있던 자로서 이정현으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을 당시 이정현이 피고 회사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원고로부터 위 금원을 차용하였다는 점 및 피고 회사에서 필요한 자금을 위하여 사채를 사용할 경우에는 담보로 거래은행을 지급장소로 하는 약속어음이나 당좌수표를 발행·교부하여 왔던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원고는 위 차용증서에 기재된 변제기 이후인 1999. 5. 8.경 이정현 개인 재산에 대하여는 가압류를 하는 등 채권보전조치를 취하였으나 피고 회사에 대하여는 아무런 채권보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주식회사 삼익상사는 1991.경 이귀옥이 배의택의 주식을 인수하여 이정현과 함께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되면서 그 상호를 피고 회사로 변경하였는데, 이정현이 발행한 이 사건 약속어음에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이정현 만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 회사 명의 옆에는 피고 회사 명의의 인감이 아닌 주식회사 삼익상사의 인감이 찍혀 있으며, 지급기일도 1998. 12.로만 기재되어 있고, 수취인 표시도 발행 당시에는 공란으로 되어 있다가 나중에 원고가 수취인 표시란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해 넣은 사실, 피고 회사의 경리장부 등에는 원고 주장의 위 대여금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이정현의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이 정당한 사무집행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함을 알았거나 또는 알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이정현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라 하더라도, 대표이사의 행위가 직무에 관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2다27088 판결 참조)}.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점을 간과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음은 민법상 사용자 책임이나 대표기관의 행위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그 사무집행의 범위나 책임의 성립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그 이유가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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