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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2. 24. 선고 96도599 판결
[무고·사기][공1998.4.1.(55),934]
판시사항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윤영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89. 6. 2. 14:00경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소재 상호불상 다방에서 피해자 김기영에게 채무변제조로 액면이 금 63,500,000원 및 금 50,000,000원인 약속어음 2장과 액면이 금 30,000,000원과 금 20,000,000원인 당좌수표 2장(이하 이 사건 어음 등이라 한다)을 교부하였음에도 같은 달 28.경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이 사건 어음 등을 분실하였다는 내용의 공시최고신청을 하고, 그에 따라 같은 해 10. 18. 위 어음 등에 대한 제권판결을 받음으로써 위 어음 등의 지급을 면하여 그 액면합계금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1991. 6. 하순 일자불상 10:00경 속초시 교동 소재 주식회사 서울엔지니어링 사무실에서 피해자가 피고인과 어음환전문제로 이야기하던 중 피고인이 윗저고리를 벗어놓고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하여 피고인의 윗저고리 안주머니에 들어 있는 위 어음 등을 절취하였다는 허위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같은 해 7. 2. 이를 속초경찰서에 접수시켜 피해자를 무고하였다는 것이다.

제1심판결은 판시 증거를 들어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고, 원심도 피고인이 1989. 6. 5.경 이 사건 어음 등을 가져갔다는 위 김기영의 전화를 받고 위 김기영이 이를 절취하였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도, 같은 달 28. 위 법원에 제출한 공시최고신청서에서는 위 어음 등을 분실하였다고 하였고, 1990. 7. 15. 위 어음에 관한 약속어음금청구사건에서도 위 어음을 분실하였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위 고소내용이 사실이라는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스럽고, 오히려 제1심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그 동안의 채무의 변제 및 어음할인 등의 명목으로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 참조), 위 고소장의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어음 등이 채무변제조 등으로 정당하게 교부된 사실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판시 증거들을 살펴보면 위 김기영이 이 사건 어음 등을 채무변제조 등으로 정당하게 교부받았는지에 관한 직접증거로는 위 김기영의 이 사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과 관련사건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이 있을 뿐인데, 위 김기영의 진술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액면금 합계가 금 163,500,000원인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받게 된 원인관계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아니하여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여 증거로 채용된 위 김기영의 각 진술을 살펴보면 위 김기영은 ① 1990. 9. 24. 안양경찰서에서 최초로 진술할 때에는 1986. 5.경 피고인에게 약 90,000,000원 상당의 냉동자재를 판매하였고, 그 당시 현금 약 50,000,000원을 대여하였기에 그 변제조로 이 사건 어음 등을 받았다고 하였다가, 위 물품대금과 대여금의 합계액은 140,000,000원인데 액면금 합계 163,500,000원의 이 사건 어음을 받은 이유에 관하여 물어보자, 당시 피고인이 약 5,000,000,000원 상당의 냉동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1986.에 냉동자재를 대어 주면서 순이익금의 50%를 받기로 약속을 하였었고, 그에 따라 이익금으로 300,000,000원을 요구하니 피고인이 이것밖에 없다고 하며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수사기록 제1권 51면 이하), ② 1990. 12. 15. 수원지방검찰청에서는 1983.부터 냉동자재를 판매하면서 그 대금으로 피고인이 발행한 약속어음 20장 정도와 피고인이 처인 공소외 안금진이 발행한 어음 3장을 받아 두었는데, 위 어음을 돌려주고 이 사건 어음 등을 받았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193면 이하), 한편 ③ 1991. 4. 4. 속초경찰서에서 진술할 때에는 1986. 5.경 70,000,000원 상당의 냉동자재를 판매하였고, 그 무렵 현금 70,000,000원 상당을 대여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권 25면 이하), ④ 같은 해 9. 3. 같은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는 1986. 4.부터 같은 해 8.까지 냉동자재를 개인적으로 50,000,000원 정도, 자신이 전무로 있었던 공소외 성홍설비 주식회사에서 20,000,000원 정도를 공급하였고, 같은 해 현금 70,000,000원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8면 이하), ⑤ 같은 해 10. 29. 제3회 피의자신문시에는 물품대금 70,000,000원 중 26,000,000원은 위 회사에서 공급한 것이고, 대여금 70,000,000원은 10회 정도에 걸쳐 빌려 준 것이며 위 금액의 합계액과 이 사건 어음 등의 액면금 합계액과의 차액은 이자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279면 이하), 1992. 10. 9.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물품대금 및 대여금 합계가 148,000,000원 정도여서 피고인에게 그 지급을 독촉하니,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 등을 주면서 이를 할인하여 100,000,000원은 고소인이 쓰고 50,000,000원은 자신에게 융통하여 달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454면 이하), ⑥ 1993. 8. 12.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진술하면서는 냉동자재를 판매한 것이 70,000,000원 상당이고, 위 회사 대표이사 김창배 명의의 어음을 할인하여 그 돈으로 수회에 걸쳐 개인적으로 70,000,000원을 대여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권 제648면 이하), 1994. 7. 1. 이 사건 제1심에서 증언할 때에는 대여금이 7천 몇백만 원 정도이고,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 등을 할인하여 그 중 50,000,000원은 돌려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가지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138면 이하), 위 김기영이 채무변제조로 이 사건 어음 등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그 채무의 액수나 내역에 관하여 위와 같이 서로 어긋나는 진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이 사건 어음 등을 할인하여 일부 금액은 피고인에게 주기로 하고 받았다고도 하는 등 일관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어음 등을 교부받은 원인에 관한 위 김기영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럽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김기영 자신의 진술 외에는 위 김기영이 피고인에 대하여 위와 같이 물품을 공급하였다거나 현금을 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찾아 보기 어렵다.

한편 위 김기영의 기사였던 공소외 장사록이 경찰에서 위 김기영의 연락을 받고 수원으로 내려가 다방에서 피고인과 위 김기영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밖에 나와 기다리니 위 김기영이 나와 수금을 하였다고 하여 자신이 위 김기영에게 이 사건 어음 등을 보자고 하여 그 뒷면에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까지 보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수사기록 제1권 58면 이하), 검찰에서 피고인과 대질신문하면서는 위 김기영의 전화를 받고 위 다방에 들어갔더니 위 김기영이 혼자 있었고, 피고인은 없었으며 이후 피고인과 위 김기영이 다방에서 같이 나왔는데, 위 김기영이 자신에게 이 사건 어음 등을 보여주었으나 관심이 없어 의례적으로 물어 보았을 뿐이라고 진술하는 등(수사기록 제1권 252면 이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위 장사록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을 위 김기영에게 교부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고(제1심은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장사록에 대한 진술조서사본을 증거로 채용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제2회 변론기일에서 증거동의를 하였다가 제4회 변론기일에서 번복하였으나, 이미 증거조사가 완료된 후이어서 그 동의의 철회로 인하여 이미 적법하게 부여된 증거능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주장은 이유 없다), 그 밖에 제1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어음 등을 채권의 변제조로 교부받았다는 위 김기영의 주장은 진실이고, 그와 다른 피고인의 주장은 허위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원심은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어음 등에 대한 공시최고신청시 그 사유를 도난으로 하지 않고 분실로 한 점이나 이후 관련 소송에서도 위 어음을 분실하였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하였으나, 피고인이 위 김기영의 전화를 받고 위 김기영이 이 사건 어음 등을 임의로 피고인 몰래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거래관계가 있었던 위 김기영을 바로 형사고소하기 보다는 위 어음 등을 무효화시키면 재산상의 손해는 없으므로, 더 이상 문제삼지 않으려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도 사회통념상 전혀 수긍하지 못할 바도 아니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를 들어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이 없어 증거가치가 없거나 부족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어음 등을 채무변제조로 교부받았다는 위 김기영의 주장은 진실이고, 그와 다른 피고인의 주장은 허위라고 단정하여 이 사건 무고죄와 사기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옳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최종영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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