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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2877 판결
[재물손괴][공1998.3.15.(54),827]
판시사항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조합탈퇴의 의사표시를 한 자를 상대로 '사업시행구역 안에 있는 그 소유의 건물을 명도하고 이를 재건축사업에 제공하여 행하는 업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가처분의 판결을 받아 위 건물을 철거한 것이 형법 제20조에 정한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조합탈퇴의 의사표시를 한 자를 상대로 '사업시행구역 안에 있는 그 소유의 건물을 명도하고 이를 재건축사업에 제공하여 행하는 업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가처분의 판결을 받아 위 건물을 철거한 것이 형법 제20조에 정한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이효종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마포동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바, 1996. 11. 5. 15:00경 서울 마포구 마포동 246에 있는 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인 피해자 고덕조의 집에서 피해자가 다른 조합원보다 다액의 이주비용을 요구하며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아니하는 등 재건축 추진에 협조하지 아니하자 법원으로부터 위 주택에 대한 명도단행 등 가처분결정을 받은 것을 기화로 성명불상의 굴삭기 기사로 하여금 굴삭기를 이용하여 피해자 소유의 이 사건 건물을 모두 부수게 하여 이를 손괴하였다."라는 것인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고덕조가 위 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재건축사업 추진에 수반되는 조합의 제 규정 및 시행절차를 성실히 준수할 것'이라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하였고, 또 조합규약에 '조합은 재건축사업을 시행할 경우 그 구역 안에 있는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면 위 고덕조가 위 조합에 가입할 당시에 한 동의에는 자신이 위 조합에 이 사건 건물을 명도한 이후에는 위 조합이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는 것을 승낙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어서, 위 조합은 이 사건 건물을 명도받은 다음에는 언제든지 이를 철거할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위 고덕조가 그 후 위 조합과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서 위 조합에 탈퇴서를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건물의 명도 및 철거를 거부하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건물소유자가 조합원이 되면서 한 건물철거 등에 관한 포괄적 동의는 재건축조합의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거나 재건축사업시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거나 또는 대다수의 조합원이 사업시행을 포기하고 탈퇴를 원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탈퇴 등의 방법에 의한 철회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기록상 위 고덕조가 위 조합의 조합원 지위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고 또 위 조합이 재건축구역 내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을 철거하는 등 활발히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므로, 위와 같이 조합탈퇴를 통하여 철거승낙을 철회하는 취지의 위 고덕조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고 따라서 위 고덕조의 철거승낙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건물 철거행위는 위 고덕조의 유효한 승낙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4조 소정의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라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여 설립된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은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합에서 임의로 탈퇴할 수 없는 것이나(당원 1997. 5. 30. 선고 96다23887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인 위 고덕조가 위 조합과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서 위 조합에 탈퇴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건물의 명도 및 철거를 거부하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이로써 위 고덕조는 이 사건 재건축조합에 가입하면서 한 이 사건 건물의 철거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심 판단과 같이 위 고덕조의 조합탈퇴의 의사표시가 효력이 없다 하여 위 철거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는 의사표시까지 효력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다만, 주택건설촉진법 제3조 제9호는 재건축조합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노후·불량한 주택을 철거하고 그 철거한 대지 위에 주택을 건설하기 위하여 기존주택의 소유자가 설립한 조합'으로 정의하고 있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조합규약은 위 법 조항에 따라 제2조로 '노후·불량한 주택을 철거하고 그 대지 위에 구성원 등의 주택을 건설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46조 제1항으로 '사업시행구역 안의 건축물 등의 지장물은 시공업체 비용으로 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사무를 총괄하는 조합장인 피고인으로서는 위 법률 및 조합규약에 따라 사업시행구역 안의 조합원들 소유의 건물 등 지장물을 철거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 조합탈퇴의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합원의 지위에 있는 위 고덕조를 상대로 원심판시와 같이 위 사업시행구역 안에 있는 이 사건 건물을 명도하고 이를 재건축사업에 제공하여 행하는 업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가처분의 판결을 받아 이를 철거한 것은 형법 제20조에 정한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라 할 것 이니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의 행위를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로 본 것은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재건축조합에 관한 법리나 형법 제24조에 정한 피해자의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할 것이나,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결론에 있어서 원심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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