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미국 소재 법인의 대리인이 대한민국 은행의 외국 지점과 신용장개설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대리행위의 성립, 효력 및 추인 여부에 관한 준거법
판결요지
섭외사법상 법률행위의 성립과 효력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행위지법에 의하여야 할 것인데 그와 같은 별다른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는 경우, 대리인이 미국 소재 법인을 대리하여 신용장개설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그 법인이 사후에 대리인이 대리 권한 없이 체결한 신용장개설 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것인지는 그 신용장개설 계약 체결지의 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대일통상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종호)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섭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회사 및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소재 법인인 대일아메리카 주식회사(Daeil America Company Ltd. 이하 대일아메리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이 대일아메리카의 영업실적을 높여 대외적 신용도를 높이는 한편 무보수로 대일아메리카의 설립을 적극적으로 도와 준 소외 2에게 피고 은행 뉴욕지점을 통한 무역금융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위 소외 2의 제의에 따라 1991. 5.경 동인과 사이에 원고가 피고 은행 뉴욕지점 앞으로 대일아메리카의 채무 담보를 위한 미화 1,000,000불까지의 융자가 가능한 보증신용장(Stand-by L/C)을 개설하고, 위 소외 2가 그 지급보증을 이용하여 대일아메리카의 명의로 상업신용장을 개설하여 자신의 수출입 거래에 따른 대금의 결제에 사용하되, 동인은 그 대가로 원고 회사에게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위 상업신용장 대금의 결제를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위 수수료의 액수에 대하여는 위 소외 1은 신용장 대금의 10%를, 위 소외 2는 5%를 각각 제시하여 의견이 불일치하였으나, 후에 양자 사이에 수수료를 7%로 하기로 합의한 사실, 위 약정에 따라 1991. 5. 및 같은 해 6. 위 소외 2의 소유인 마산시 (주소 1 생략) 소재 주택 및 대지, 소외 3 소유의 서울 강남구 (주소 2 생략) 소재 주택 및 대지 지분에 대하여 편의상 원고 회사의 계열회사인 소외 대일화학공업 주식회사 명의로 근저당이 각 설정된 사실, 한편 위 소외 2는 1991. 6. 20.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1, 2번 화환신용장 등 3건의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는 취지가 기재되고 동인이 그 각 신청인란에 대일아메리카의 명칭을 영문으로 타자한 다음 'John R. Kwon'이라고 서명한 신청서 3장을 제출하고, 같은 해 8. 21. 위 뉴욕지점에 같은 목록 기재 3, 4번 각 취소불능 화환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는 신청서 2장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작성, 제출하여 피고 은행 뉴욕지점과 각각 신용장 개설 계약을 체결하여 신용장을 발부받은 사실, 위 소외 2는 미국에 소재한 케이티인터내셔널사(K. T. International Inc. 이하 K. T. I.라고 한다)와 한국에 소재한 제이알엔드어소시에이트 주식회사(J. R. & Associate Co. Ltd.)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의류 수출입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원고 회사의 무역 담당 이사인 소외 4가 위 소외 1로부터 미국의 현지 사정에 능통한 위 소외 2를 소개받아 위 소외 4는 주로 국내에 머물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위 소외 2를 통하여 위 대일아메리카의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부동산의 취득 및 자금 대출 등의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한편 대일아메리카의 거래 은행인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위 소외 2가 경영하는 애틀랜타시 소재 K. T. I.의 사무실 소재지를 업무 협의에 필요한 대일아메리카의 미국 내 연락처로 신고하였으며 또한 대일아메리카는 위 소외 2가 경영하는 K. T. I.를 판매회사(Sales Company)로 선정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사실 인정은 옳고 거기에 소론이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의 위 사실 인정을 다투는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부존재 확인을 구하고 있는 채무는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 은행의 섭외적 생활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이에 관한 준거법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인바, 섭외사법상 법률행위의 성립과 효력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행위지법에 의하여야 할 것인데( 제9조 ) 이 사건의 경우 그와 같은 별다른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고,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어 있는 문제 즉 위 소외 2가 위 대일아메리카 주식회사를 대리하여 위 각 신용장개설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위 회사가 사후에 위 소외 2가 대리 권한 없이 피고 은행 뉴욕지점과 체결한 신용장개설 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것인지는 위 신용장개설 계약체결지인 미국 뉴욕주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 인데도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이와 같은 준거법에 대한 검토 없이 단순히 우리 나라 법을 적용하여 대리행위의 성립이나 추인여부를 판단하고 있고, 따라서 원심판결에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