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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부산지법 2008. 4. 25. 선고 2007고합705 판결
[미성년자간음] 항소[각공2008상,1014]
판시사항

[1] 피해자가 범행 당시 15세로서 고소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계모 등의 보호, 감독하에 있던 동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례

[2]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 전에 고소권의 포기가 가능한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미성년자 간음죄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범행 당시 15세로서 고소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범행시로부터 고소기간 1년이 도과한 후에 고소가 있었지만, 피해자가 피고인 이외에 실질적인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계모 등의 보호·감독하에 있던 동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피해자가 더 이상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계모 등의 보호·감독하에서 탈출하여 친할머니에게로 도피한 때로부터 고소기간을 기산하여 피해자의 고소를 기간 내의 적법한 고소라고 인정한 사례.

[2] 피해자의 고소권은 형사소송법상 부여된 권리로서 친고죄에 있어서는 고소의 존재는 공소의 제기를 유효하게 하는 것이며 공법상의 권리라고 할 것이므로 그 권리의 성질상 법이 특별히 명문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형사소송법 규정에 의하면 일단 한 고소는 취소할 수는 있지만 고소권의 포기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고소 전에 고소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수현

변 호 인

법무법인 로윈 담당변호사 허명욱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5. 4. 중순경 미성년자인 피해자 공소외 1(여, 15세)의 계모인 공소외 2를 알게 되고, 공소외 2로부터 위 공소외 1을 무속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해자를 산과 바다로 데리고 다니면서 수련을 시키던 중, 피해자가 위 공소외 2로부터 계속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1. 2005. 5. 중순 일자불상 14:00경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있는 지리산 계곡에서, 피해자가 산 기도를 하는 것을 지켜보다 갑자기 욕정을 일으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피해자에게 “할아버지 말을 안 들으면 엄마( 공소외 2)한테 당한다”고 말을 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다음 위력으로써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1회 간음하고,

2. 2005. 7. 초순 일자불상 24:00경 경남 고성군에 있는 공룡 화석지 바닷가에서, 피해자가 기도를 하는 것을 지켜보다 갑자기 욕정을 일으켜 주변에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위 제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다음 위력으로써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1회 간음하고,

3. 2005. 10. 말 일자불상 24:00경 전남 광양시에 있는 백운선 계곡에서, 피해자가 산 기도를 하는 것을 지켜보다 갑자기 욕정을 일으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위 제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다음 위력으로써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약 10분 간격으로 2회 간음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3의 법정진술

1. 공소외 1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피고인 사진

1. 고소장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제1항 범행에 의한 미성년자간음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집행유예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본건은 친고죄인바, 이 사건 공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법한 고소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기각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범행 당시 15세로서 고소능력을 갖추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사건 최종범행시인 2005. 10.경 이미 범인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로부터 1년 6개월 가량이 지난 2007. 3. 22. 고소를 하였으므로, 피해자의 고소는 고소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나. 피해자의 생모인 공소외 3과 친부인 공소외 4는 이혼하면서 친권자를 공소외 4로 지정하였으므로 공소외 3은 적법한 고소권자가 아니어서, 공소외 3의 고소는 부적법하다.

다.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2007. 10. 11.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인 공소외 4와 계모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합의금 명목으로 현금 400만 원을 교부하고, 그들과 사이에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문제를 삼지 않기로 합의를 하였으므로, 이미 고소권자들의 고소권은 소멸하였다.

2. 판 단

가. 고소기간의 도과 여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에 의하면, 이 사건 범행인 미성년자간음죄를 포함한 성폭력범죄 중 친고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하나, ‘다만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이 사건 최종범행시인 2005. 10.경 이미 범인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되고, 피해자의 고소는 그로부터 1년이 경과된 후인 2007. 3. 22. 수사기관에 접수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2) 그러나 고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사실의 증명은 소송법적 사실로서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다고 할 것인데, 앞서 인용한 증거를 비롯하여 이 사건 공판에 현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해자의 친부인 공소외 4와 생모인 공소외 3은 약 10여 년 전에 이혼하였고, 공소외 4가 피해자의 친권자가 되어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였다. 공소외 4는 피해자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즈음 공소외 2와 재혼하였다.

(나) 계모인 공소외 2는 나이 어린 피해자와 함께 살면서부터 수시로 피해자를 구타하는 것도 모자라 사춘기에 접어든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동생을 함께 목욕하도록 한 후 남동생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가슴을 빨고 음부를 만지게 하는 등의 학대를 일삼았고, 친부인 공소외 4는 공소외 2의 이와 같은 가혹행위를 묵인하였다.

(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있어서도, 공소외 2가 피해자를 무속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등 하면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소개시켜 주었으며, 피해자에게 “법사(무속인)인 피고인의 기를 받아야 빨리 무속인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산에 함께 기도를 하러 간 후 피고인과 피해자만을 남겨두고 먼저 자리를 비켜주는 등 하였으며, 피해자가 공소외 2에게 법사와의 성관계 사실을 알렸음에도 공소외 4에게 그러한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만을 하였다.

(라)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공소외 2에게 당한다”는 말을 하였고, 피해자는 공소외 2의 가혹행위가 두려운 나머지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마) 피해자 공소외 1은 2007. 3. 12. ‘천 생리대’를 삶던 중 이를 태워버리는 실수를 하였는데 그로 인하여 공소외 2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할 것이 두려워 순천에서 전남 영암에 있는 친할머니 집으로 도망을 쳤고, 생모인 공소외 3은 비로소 피해자의 친할머니와 가까이 사는 공소외 3의 모(피해자의 외할머니)를 통해 피해자가 그간 당한 가혹행위 및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알게 되었다.

(바) 공소외 3은 공소외 4와 이혼한 후는 피해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피해자를 한 번 본 것 이외에는 시댁에서 만나지 못하게 하여 피해자를 만날 수 없었고, 피해자 역시 생모인 공소외 3이 바람난 여자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하여 공소외 3을 찾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 또한, 공소외 4가 공소외 2와 재혼한 이후에는 피해자의 친할아버지가 사망했을 때에도 피해자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친할머니 사이에 왕래가 뜸했다.

(3)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해자는 부모의 이혼 후 어린 나이부터 계모인 공소외 2의 가혹행위 및 친부의 방조 내지 묵인 속에 외포된 상태에서 성장하였는데, 그 계모가 조장하였다고 하여도 무방할 정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계모의 보호 아래에 있던 피해자가 고소를 할 수 있었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고, 그와 같은 상태의 피해자 앞에서 공소외 2와 공소외 4가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이 사건에 관하여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더더욱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고소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처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재혼한 다음 전처 소생의 딸의 부양을 책임지게 된 피해자의 부(부)는 딸을 보호하기는커녕 다시 만난 처와 공동하여 그 딸을 학대하는 한편, 무속인을 만든다는 본인의 의사에 반한 비윤리적인 핑계와 빌미로 호기심만 무성할 뿐, 성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춘기에 있는 피해자와 나이 60에 이른 피고인과의 계속된 간음을 묵인·방치하는가 하면, 그 대가로 합의금 명목으로 400만 원을 받아 챙기는 등의 행태를 통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절망스럽고 참담한 여건에 함몰시켰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가 그와 같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 동안 피해자는 생모인 공소외 3은 말할 것도 없고, 친할머니 등에게 자신의 그와 같은 처지에 대하여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커녕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는 사정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피해자가 처한 여건과 사정이 그러한 이상,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이외에 실질적인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계모 등의 보호, 감독하에 있던 동안에는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고소기간은 피해자가 더 이상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계모 등의 보호·감독하에서 탈출하여 친할머니에게로 도피한 2007. 3. 12.경부터 기산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위 기산일로부터 고소기간인 1년이 경과하기 전에 피고인을 고소한 것이므로, 피해자의 고소기간이 도과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 고소권의 소멸 여부

(1) 피고인이 공소외 4와 공소외 2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함으로써 피해자의 고소권이 이미 소멸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2) 무릇 피해자의 고소권은 형사소송법상 부여된 권리로서 친고죄에 있어서는 고소의 존재는 공소의 제기를 유효하게 하는 것이며 공법상의 권리라고 할 것이므로, 그 권리의 성질상, 법이 특별히 명문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형사소송법 규정에 의하면 일단 한 고소는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나 고소권의 포기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고소 전에 고소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67. 5. 23. 선고 67도47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기대어 이 사건을 보건대, 비록 법정대리인인 공소외 4가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고소를 하기 전에 피고인과 사이에 위와 같은 합의를 하여 고소권을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3) 더군다나 위와 같은 합의가 피해자 공소외 1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4) 따라서 위 사정은 피해자 공소외 1이 고소를 함에 있어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으므로, 피해자 공소외 1의 고소권이 이미 소멸하였다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공소외 3의 고소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더 살필 필요 없이 고소권자인 피해자 공소외 1의 고소는 고소기간 내의 적법한 고소이고, 이 사건 공소는 이에 기하여 유효하게 제기되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이 사건 범행은, 60세에 이른 피고인이, 이제 겨우 15세밖에 안된 어린 소녀인 피해자가 당시 친부와 계모 등의 학대를 받으며 궁박한 상태에 있는 점을 잘 알면서도, 파렴치한 계모로부터 무속인을 만들어달라는 터무니없는 부탁을 받고는 이점을 내세워 피해자를 산과 바다로 데리고 다니면서, 성(성)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피해자를 위력으로써 수차례 간음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 범행의 동기 등에 비추어 그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생모는 이혼한 남편에게 3살된 딸을 맡기고 헤어져 오랜 기간 소식을 못 듣고 있다가, 14년만에 성적 학대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로 체중이 80kg가 되어 나타난 딸을 사회복지기관인 쉼터에 맡긴 후 법정에 나와 관련 사정에 관하여 증언하는 도중 피해자가 그간에 당한 성적 고통과 계모 등의 학대로 인하여 심신이 피폐해진 딸을 생각하면서 한동안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쏟아내며 오열을 한 바 있다. 피고인은 이러한 사태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2.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시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자 본인이나 그 생모와는 끝내 합의를 하지 못하였지만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한 바 있고, 피해자에 대한 속죄와 위로의 뜻을 담아 2008. 4. 22. 일정금(500만 원)을 당원에 피해자를 위하여 공탁한 점, 피고인에게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의 친부와 계모의 부도덕한 행태에 대한 금전적 대가까지 제공한 셈이 되어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측으로 생각한 위 친부에게 4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합의를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노력을 한 사정이 엿보이는 점 등의 제 정황을 이 사건 형의 양정을 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한다.

3.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행의 형을 주문과 같이 정하여 선고한다.

판사 고종주(재판장) 김태규 허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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