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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0. 2.자 94마2217 결정
[서적출판.인쇄.발매및배포금지가처분][공1995.12.1.(1005),3716]
판시사항

저작인격권의 일신전속성 및 그 권한 행사 위임의 한계

결정요지

저작인격권은 저작재산권과는 달리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이를 양도하거나 이전할 수없는 것이므로, 비록 그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이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저작인격권 자체는 저작권자에게 여전히 귀속되어 있으며, 구 저작권법(1986.12.31. 법률 제391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에 의하면 저작자는 자기의 저작물에 관하여 그 저작자임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소위 귀속권)가 있으므로 타인이 무단으로 자기의 저작물에 관한 저작자의 성명, 칭호를 변경하거나 은닉하는 것은 고의, 과실을 불문하고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된다.

재항고인(신청인)

신청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호합동법률사무소담당변호사 박일흠

상 대 방(피신청인)

피신청인 1 외 1인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본다.

1. 재항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결정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재항고인(신청인, 이하 신청인이라 한다)이 그 판시 저작물에 대한 공동저작권자임을 인정한 후, 그 거시 소명자료 등을 종합하여 신청인은 이 사건 저작물을 신청외인(이하 신청외인이라 약칭한다)과 공동 저작하였으나 그 저작의 목적이 명도원{선교단체인 재단법인 프란치스꼬회(이하 프란치스꼬회라 약칭한다)의 부설기관으로 한국거주 외국선교사를 위한 한국어 교육학원}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교재를 만들려는 데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저작과정에 있어서도 프란치스꼬회가 그 편찬 사업의 주체가 되었고, 명도원의 원장으로서 언어학자인 신청외인이 중심이 되어 이 사건 저작물이 집필되었으며 명도원의 다른 강사들로부터도 상당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1967.10.경 최초로 간행할 때부터 공동저작물인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출판권, 번역권 등 일체의 재산적 권리를 프란치스꼬회(명도원)와 신청외인에게 양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저작자 일신에 전속되어 양도되지 아니한 저작인격권에 관하여도 공동저작물인 관계로 프란치스꼬회와 신청외인에 의한 행사에 포괄적으로 동의하는 취지에서 이 사건 저작물을 간행함에 있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저작물의 서문이 쓰인 면의 바로 앞 면에 "이 서적에 관한 모든 권리는 신청외인과 명도원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된다.(All rights are reserved exclusively to Anthony V.Vandesande and to Myongdo Institute)"라는 영문표기를 한 사실, 그 후 신청외인 역시 프란치스꼬회에게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양도함에 따라 프란치스꼬회는 1969.경 이 사건 저작물을 재간행함에 있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권리귀속에 관한 영문표기를 "이 서적에 관한 모든 권리는 명도원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된다.(All rights are reserved exclusively to Myongdo Institute)"로 변경함은 물론 앞서 본 신청인의 저작인격권에 관한 포괄적 동의에 따라 이 사건 저작물의 저작자 표시에 관한 권한도 프란치스꼬회에게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저작물의 저작과정에서 중심이 되었던 신청외인만을 이 사건 저작물의 저작자로 표시하고 신청인은 저작자 표시에서 제외한 사실, 신청인은 이 사건 저작물을 간행하는 데에 있어 위와 같이 이 사건 저작물에 그 권리귀속에 관한 영문표기를 하거나 저작자의 표시에서 신청인을 제외한 것에 대하여 전혀 이의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후 1970.경 명도원의 강사직을 그만둔 뒤 1981.경부터 미국무성 예하 FSI 한국어연수원의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침에 있어 이 사건 저작물과는 별도로 'Speaking Korean'이라는 서적을 단독으로 저작하여 이를 교재로 해 왔을 뿐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하여는 처음 간행된 1967.10.경부터 이 사건 가처분신청에 이를 무렵까지 20여년 동안 어떠한 권리를 주장한 바가 없는 사실, 상대방(피신청인, 이하 피신청인이라 한다)들은 1987.7.경 프란치스꼬회와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출판계약을 체결하고 프란치스꼬회와의 합의 아래 이 사건 저작물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저작자로 피신청인 1을 표시하여 위와 같이 별지목록 기재의 각 서적을 출판하고 있는 사실 등이 소명된다고 인정한 다음, 위 소명사실에 의하면 신청인의 공동저작물인 이 사건 저작물이 처음 간행된 1967.10.경 이미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프란치스꼬회와 신청외인에게 양도하였음은 물론 저작인격권에 관하여도 공동저작자인 신청외인 및 프란치스꼬회에 의한 행사를 포괄적으로 동의함으로써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 즉 저작물의 내용, 형식 등의 동일성을 유지하거나 그의 수정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프란치스꼬회와 신청외인에게 부여하였다 할 것이고, 나아가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에 대하여서도 신청인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저작물의 최초 간행 당시 이미 신청외인 및 프란치스꼬회에게 이 사건 저작물에 관한 저작인격권의 행사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1969.경 이 사건 저작물을 재간행함에 있어 신청인이 저작자의 표시에서 제외된 것에 대하여 그 당시는 물론 그 이후 이 사건 가처분신청에 이를 무렵까지 20여년의 장기간 동안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청인은 공동저작물인 이 사건 저작물에 신청인을 저작자로 표시하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권리인 성명표시권에 관하여서도 이 사건 저작물의 최초 간행시인 1967.10.경 아니면 늦어도 1969.경 이 사건 저작물을 재간행할 즈음에 공동저작자인 신청외인과 프란치스꼬회에 의한 행사에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며, 다시 신청외인 역시 그가 가진 권리를 프란치스꼬회에게 양도하였으므로 결국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이 프란치스꼬회에게 단독으로 귀속됨과 아울러 프란치스꼬회는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 성명표시권 등의 저작인격권에 관하여도 위와 같은 신청인의 동의에 의하여 이를 행사할 권한이 있다 할 것인즉, 따라서 신청인으로서는 프란치스꼬회와 출판계약을 체결하고 별지목록 기재 서적들을 출판하고 있는 피신청인들에 대하여 그 출판 등의 행위를 금지시킬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하고 말았다.

그러나. 저작인격권은 저작재산권과는 달리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이를 양도하거나 이전할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비록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는 이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할 것이고 저작인격권 자체는 저작권자에게 여전히 귀속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구 저작권법(1986.12.31. 법률 제391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에 의하면 저작자는 자기의 저작물에 관하여 그 저작자임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소위 귀속권)가 있으므로 타인이 무단으로 자기의 저작물에 관한 저작자의 성명, 칭호를 변경하거나 은닉하는 것은 고의, 과실을 불문하고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된다 고 할 것이다(당원 1962.10.29.자 62마12 결정 참조).

그런데 원심은 신청인을 이 사건 저작물의 공동저작자로 인정하고서도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인격권마저도 프란치스꼬회측에 포괄적으로 위임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피신청인들에 의한 이 사건 저작물의 저작자표시 변경이 신청인의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이는 실질상 저작인격권의 양도를 인정하는 결과로 되어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고,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신청인의 저작인격권 자체는 여전히 신청인에게 귀속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신청인들이 이 사건 저작물을 수정하여 발간하면서 이 사건 저작물의 공동저작자인 신청인의 성명을 표기하지 아니하고 피신청인 1을 공동저작자로 표시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청인의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결과로 된다 할 것인바, 이와 견해를 달리한 원심결정에는 저작인격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재항고 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만호(주심) 박준서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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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10.22.자 94라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