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다35718 판결
[손해배상(기)][공1995.8.1.(997),2496]
판시사항

가. 집단행동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위법성을 갖는지 여부의 판단기준

나. 집단행동에 의한 의사표시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도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고의 또는 과실이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다. 아파트 주민들이 특정인에 대한 아파트위탁관리업체 선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유인물을 제작·배포하고 현수막, 방송 등을 통하여 집단행동을 한 사안에서, 위 "나“ 항의 법리에 따라 위법성이 없거나 또는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보아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이나 목적을 관철할 의도하에 한 집단행동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위법성을 갖는지 여부는, 그 집단행동의 구체적인 내용, 방법, 정도뿐만 아니라 이에 이른 동기나 목적, 경위, 상황 등을 침해이익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집단행동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다수인이 집단행동의 과정에서 자기들의 주장이나 목적을 반대 당사자에게 알리고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의사표시의 수단으로서 유인물이나 벽보를 배포·부착하는 등의 행위를 함에 있어, 그 유인물 등에 표현된 내용이 사실에 반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그 유인물 등의 이용의 태양이나 표현된 내용이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든지 타인의 재산에 대한 관리이용권을 침해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유인물 등에 표현된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하며, 또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아니하였어도 그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 할 수 없어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선정결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유인물을 제작·배포하고, 현수막, 방송 등을 통하여 집단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업무를 다소 방해하게 되었다하더라도 그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를 넘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또 같은 방법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관리업체의 명예·신용을 침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아파트 주민의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서 그 표시된 내용 또한 진실에 부합되거나 적어도 주민들이 이를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그 집단행동은 위법성이 없거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3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조치는 모두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이나 목적을 관철할 의도 하에 한 집단행동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위법성을 갖는지 여부는, 그 집단행동의 구체적인 내용, 방법, 정도뿐만 아니라 이에 이른 동기나 목적, 경위, 상황 등을 침해이익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집단행동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집단행동의 과정에서 자기들의 주장이나 목적을 반대 당사자에게 알리고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의사표시의 수단으로서 유인물이나 벽보를 배포, 부착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었다면, 그 유인물 등에 표현된 내용이 사실에 반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그 유인물 등의 이용의 태양이나 표현된 내용이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든지 타인의 재산에 대한 관리이용권을 침해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나아가 위 유인물 등에 표현된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또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아니하였어도 그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하다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 할 수 없어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에 의하면, 원고의 피용자인 이 사건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 소외 1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의 선정권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이자 임원인 소외 2, 소외 3에게 원고가 위탁관리업체로 재선정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부탁과 함께 각 금 500,000원을 교부하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였음이 사실로 드러났고, 그리하여 긴급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이를 이유로 원고를 차기 관리업체 선정과정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까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인 소외 4은 위 긴급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가 공동주택관리령 제10조 소정의 의결정족수인 과반수에 미달하는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다시 회의를 소집하여 위 긴급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를 철회하고 다만 관리업체 선정과정에서 위 결의를 참조하여 관리업체 선정 투표시 반영토록 하자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으며, 이에 소외 소외 5외 52명의 주민들이 주민 10인 이상의 연명으로 제안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된 위 아파트 단지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따라 연명으로 관리업체 선정을 연기하고 부정업체의 배제를 결의하여 줄 것을 입주자대표회의측에 요구하였으나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고 있던 중, 새로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원고를 차기 관리업체로 선정하였고, 그러자 이 사건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인 피고들이 원고가 다시 아파트 위탁관리를 맡게 된 것과 위 부정행위 사이에 있을 지 모르는 의혹을 밝히기 위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집과 원고의 선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관철할 의도 하에 판시와 같은 내용의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고, 아파트 7개동의 외벽에 “○○○을 몰아내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아파트 80여세대의 유리창 안에 “부정업체 ○○○" “물러가라 ○○○"이라는 붉은 색의 대형글자를 각 부착하였으며, 또 아파트 단지 내 방송시설을 이용하여 “○○○이 부정업체이고 능력이 없으며 신용이 없다“는 내용의 방송을 하고 또 입주자들을 불러 모아 “○○○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다니게 되었다는 것인바,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은 집단행동의 동기, 목적 및 경위, 그리고 그 수단이나 방법이 의사표시의 수준을 넘어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폭력의 행사에까지 나아간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 고찰하여 보면, 먼저 피고들이 위와 같은 집단행동의 과정에서 원고의 아파트 관리업무를 다소 방해하게 된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를 넘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다음으로 피고들이 유인물이나 현수막, 방송 등을 통하여 그들의 의사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원고의 명예, 신용을 침해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는 전적으로 위 아파트 단지 주민의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서, 그 표시된 내용 또한 진실에 부합되거나 적어도 피고들이 이를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법성이 없거나 피고들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들의 판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조치는 그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이 점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6.14.선고 94나5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