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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4. 14. 선고 94다59950 판결
[수표금][공1995.5.15.(992),1853]
판시사항

변론종결시까지 도난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만 쟁점이 되어 온 수표금청구사건에서 제권판결의 소극적 효력을 지적하여 권리신고 여부에 관한 석명을 구하는 등의 조처 없이 제권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 수표금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석명의무 불이행, 심리미진으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수표금청구사건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당사자 사이에 원고가 도난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만 쟁점이 되어 다투어져 왔을 뿐 제권판결이 사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다툼이 없었고, 더구나 공시최고절차에서 수표의 소지인인 원고는 권리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수표의 발행인으로서 스스로 공시최고신청에 관여한 피고가 권리신고를 하였다면 이는 극히 이례적이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제권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하여는, 원고에 대하여 제권판결의 이른바 소극적 효력을 지적하여 공시최고절차에서 권리신고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고 변론하게 하거나, 제권판결문에 피고가 권리신고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에 관하여 의심을 가지고 그 연유를 밝혀 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점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 수표금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석명의무 불이행, 심리미진으로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종학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제영

원심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94.11.10. 선고 93나3136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발행의 이 사건 수표가 지급거절되었다고 하여 그 수표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는 위 수표를 소외 1에게 발행·교부하였는데 위 소외 1의 처인 소외 2가 1992.4.13. 서울 강남구 소재 늘봄공원 앞길에서 위 수표를 날치기당한 사실, 위 소외 2는 즉시 관할 파출소에 위 수표의 도난신고를 하였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피고는 그 무렵 위 수표의 지급인인 제일은행 도곡동지점에 도난신고를 한 후, 같은 해 4.23. 위 수표에 관하여 공시최고신청을 하여 같은 해 8.8. 제권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수표는 위 제권판결에 의하여 무효가 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있다.

2.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제1심에서 피고는 위 수표는 원심 인정과 같은 경위로 도난당한 것이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답변하면서 도난 및 분실신고 사실에 관하여만 입증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수표를 취득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선의·무과실로 취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주장·입증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원고가 위 수표를 취득할 당시 도난당한 수표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피고는 항소를 제기하여 중대한 과실 여부에 관한 제1심의 인정판단을 다투면서, 그 과정에서 위 수표에 대하여 제권판결이 선고된 점에 관하여 언급하고, 위 소외 1의 신청에 의한 공시최고절차에서(원심이 피고가 공시최고신청을 하였다고 인정한 부분은 잘못이다) “피고가 신고한 권리를 보류하고” 위 수표의 무효를 선고한다는 내용의 제권판결문(을 제7호증)을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위 제권판결에 의하여 위 수표가 무효로 되었기 때문에 원고는 더이상 이 사건 수표금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아니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제권판결에 관하여는 언급함이 없이 여전히 위 수표가 유효함을 전제로 중대한 과실 여부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반박하였고, 그 후에도 쌍방은 원고가 위 수표를 취득한 시기와 피고측에서 위 제일은행 도곡동지점에 분실신고한 시기의 선후관계 등 중대한 과실 여부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의 입증을 둘러 싸고 공방을 펼쳐 왔는데, 원심은 그 상태대로 변론을 종결한 후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한편 원고는 위 공시최고기일 훨씬 이전인 1992.4.30. 위 수표를 취득하여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왔고, 피고는 위 소외 1로부터 위 수표의 분실사실을 전해 듣고 그의 공시최고신청을 도와 주었다고 주장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소송수행과정이나 심리과정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변론종결시까지 당사자 사이에 원고가 위 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만 쟁점이 되어 다투어져 왔을 뿐 위 제권판결이 이 사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다툼이 없었던 것으로서, 더구나 위 공시최고절차에서 위 수표의 소지인인 원고는 권리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위 수표의 발행인으로서 스스로 위 공시최고신청에 관여한 피고가 권리신고를 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 제권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하여는, 원고에 대하여 제권판결의 이른바 소극적 효력을 지적하여 위 공시최고절차에서 권리신고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고 변론하게 하거나, 위 제권판결문에 피고가 권리신고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에 관하여 의심을 가지고 그 연유를 밝혀 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점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 위와 같이 판단하였음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상고이유서에 첨부된 판결경정결정문에 의하면, 원심 변론종결 이전에 이미 피고가 아니라 원고가 권리신고하였던 것으로 위 제권판결이 경정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중대한 과실 여부를 중심으로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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