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부당이득금][공1994.9.15.(976),2291]
판시사항

가. 채권자 갑에 의한 대위소송의 기판력이 후소인 채권자 을에 의한 대위소송에 미치는지 여부

나. 기판력항변과 판단유탈

다. 민법 제496조의 입법취지와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의 가부

판결요지

가. 어느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경우, 어떠한 사유로든 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 한하여 그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그 후 다른 채권자가 동일한 소송물에 대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기한 소를 제기하면 전소의 기판력을 받게 된다고 할 것이지만, 채무자가 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전소의 기판력이 다른 채권자가 제기한 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지 않는다.

나. 후소가 전소의 기판력을 받는지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이고 이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은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으므로, 기판력 저촉의 본안전항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하여만 판단하였더라도 그 항변이 이유가 없는 한 판단유탈의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다. 민법 제496조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가 상계권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는바, 이 같은 입법취지나 적용결과에 비추어 볼 때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유추 또는 확장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8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흥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광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및 피고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중복제소금지원칙 위반여부

기록에 의하면, 소외 범양제지공업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다른 채권자들인 소외 1, 소외 2가 소외 회사를 대위하여 피고 주식회사 광주은행(이하 피고라 한다)을 상대로 이 사건과 같은 내용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하여 제1심인 광주지방법원이 1989.5.10. 위 법원 88가합5930호로 위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이 1990.6.14. 위 법원 89나3235호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위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대법원이 1991.2.8.선고 90다카23387호로 상고기각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위 판결이 확정되었고, 한편 이 사건 원고들은 자신들의 소외 회사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를 대위하여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인 이 사건 소를 1991.9.9.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채권자대위소송이 이미 법원에 계속중에 있을 때 같은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동일한 소송물에 대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기한 소를 제기한 경우 시간적으로 나중에 계속하게 된 소송이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부적법한 소가 될 것(당원 1990.4.27.선고 88다카25274, 25281 판결; 당원 1994.2.8.선고 93다53092 판결 참조)임은 소론과 같으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이 아닌 다른 채권자들에 의하여 제기된 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이 원고들에 의한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미 확정되어 소송 계속중에 있지 아니하므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판력에 관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후소인 이 사건 소송이 중복제소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는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기판력과 판단유탈

어느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어떠한 사유로든 채무자가 위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 한하여 그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므로 (당원 1975.5.13. 선고 74다1664 판결; 당원 1988.2.23. 선고 87다카1180 판결 참조) 이러한 경우에는 그 후 다른 채권자가 동일한 소송물에 대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기한 소를 제기하면 전소의 기판력을 받게 된다고 할 것이지만, 채무자가 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전소의 기판력이 다른 채권자가 제기한 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기록상 소외 1 등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여 제기한 위 소송이 계속중임을 소외 회사가 알았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 전소의 기판력이 채무자인 소외 회사에 대하여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원고들이 소외 회사를 대위하여 제기한 이 사건 소에도 미치지 아니하므로 기판력을 이유로 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가 없다.

그리고 후소가 전소의 기판력을 받는지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이고 이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은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의 위 본안전항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하여만 판단하였더라도 위 항변이 이유 없는 것인 이상 판단유탈의 상고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 (당원 1990.4.27. 선고 88다카25274,25281 판결; 당원 1990.11.23. 선고 90다카21589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판결에 채권자대위소송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오해 및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모두 이유가 없다.

3.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 이유불비, 이유모순 등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의 피용인 소외 3이 정리절차가 진행중이던 소외 회사의 관리인인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회사정리법 제101조, 제43조에 의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처분행위를 할 수 있는 이 사건 기계.기구에 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피고를 근저당권자로 하여 이미 공장저당이 설정되어 있던 소외 회사 소유의 공장건물과 부속건물 및 이에 설치된 기계.기구에 이 사건 기계.기구를 추가담보로 제공하여 근저당권 목록에 추가등재하고 소외 회사에 대한 정리절차폐지 후 임의경매절차에 의하여 이 사건 기계.기구를 포함한 위 공장건물 등과 기계.기구 일체를 피고가 경락받아 소외 신강제지 주식회사에 매도함으로써 소외 회사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여 피고가 위 소외 3의 사용자로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지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이유불비, 이유모순 또는 입증책임분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4. 민법 제496조에 대한 법리오해

가. 원심은 피고의 상계항변에 대하여, 민법 제496조에 의하면,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법률상 허용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위 규정의 입법취지는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는 동시에 불법행위의 유발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고, 그러한 의미에서 원칙적으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한정되고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는 배제되는 것이지만,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고의, 과실의 입증상의 어려움이나 그 구분이 불명확한 점(미필적 고의나 인식 있는 과실과 같이 한계적인 경우가 발생한다), 또 상계금지를 주장하는 채무자에게 고의의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채권자가 고의를 은폐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어떠한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에 위 상계금지조항의 입법취지가 몰각될 위험이 있다는 점, 그리고 거래통념상 중대한 과실은 고의와 동일시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도 허용할 것이 아니라고 확장해석을 함이 정당하다고 한 다음, 이 사건에서 피고의 피용인인 소외 3의 불법행위가 고의에 준하는 정도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위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상계항변을 배척하였다.

나. 민법 제496조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는, 일반적으로 양 당사자가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당사자간의 공평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상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만일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도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까지도 상계권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또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하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중과실의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고의에 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과발생을 미필적으로라도 의욕한 바 없다는 점에서 고의와는 구별되는 것인바,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고 하여도 다른 채권이 있는 채권자가 의도적으로 중과실의 불법행위를 일으킬 수는 없는 것이므로(의도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상계의 허용여부는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방지와 특별한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고의가 아닌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어 상계로 상호채권을 대등액에서 소멸시킴으로써 피해자가 현실로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정의관념에 부합되지 아니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률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률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민법 제496조의 경우에 있어서는 위에서 본 그 입법취지나 적용결과에 비추어 볼 때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유추 또는 확장 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민법 제496조로부터 중과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도 금지된다고 확장해석을 하여 피고의 상계항변을 배척한 원심은 민법 제496조에 대한 법률해석을 그르쳐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당원 1974.8.30.선고 74다958 판결 참조)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가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만호(주심) 이용훈

arrow
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2.8.18.선고 91가합71206
참조조문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