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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
[국가보안법,간첩방조][공1994.5.1.(967),1233]
판시사항

국가보안법상 간첩방조죄의 구성요건

판결요지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98조 제1항 에 의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에 대한 간첩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행위자는 그 방조의 상대방이 반국가단체의 간첩임을 인식하면서 간첩행위를 원조하여 용이하게 하는 행위가 요구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덕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공소제기의 절차가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의 사실로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음은 소론과 같고(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3항 ,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당원 1992.9.22. 선고 92도1751 판결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에도 불필요하게 장황한 기재가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어느 사실이 기소되었는지의 여부까지 알 수 없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고, 소론 1992.6. 하순경의 간첩방조의 공소사실도 그 장소와 행위의 태양 및 목적이 된 구체적 자료의 적시에 의하여 사실을 특정한 것이라고 보이며, 공소사실 첫머리의 기재부분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경위와 공소외 인 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위와같은 기재가 법원에 예단을 가지게 하는 사항을 적시하여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었다거나, 무효인 공소제기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국가안전기획부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증거는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이지 않았으므로 소론과 같이 국가안전기획부가 피고인의 변호인의 접견을 제한하였다는 사유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위법사유로는 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검찰에서의 조사 당시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였다는 소론 주장은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검찰진술을 내용으로한 조서의 각 기재(특히 피고인이 진술의 임의성을 부인한 제1, 2, 3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살펴보아도 그 증거능력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보이므로, 이 부분 논지도 이유 없다.

3. 불고지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증거를 기록에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1990.10. 하순경 공소외인으로부터 '내가 요즈음 북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연락을 취하기로 되어 있는데 유사시 내가 연락을 받을 수 없을 때 내 대신 무전연락을 부탁한다. 북쪽에서 전파로 보내주는 것을 받고, 또 이쪽에서 통일에 관한 나의 의견, 국내외정세에 관한 나의 의견 등을 무전으로 북에 알려주는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서도 이를 거절하였다는 제1심의 인정사실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처는 옳다고 보이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의 학력, 경력, 공소외인과의 친분관계 등 기록에 나타난 증거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실정법상 용납되지 않은 은밀한 방법으로 북한과 통신, 연락하는 자임은 물론이고, 나아가 그들로부터 모종의 지령이나, 사주를 받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자임을 확실히 인식한 것이라고 능히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러한 사실을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구 국가보안법(1991.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 제8조 제1항 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에 의한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4. 회합, 편의제공의 각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제1심판결의 증거를 살펴보면, 위와 같이 공소외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자임을 알고 있는 피고인이 공소외인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통일문제연구자료실이나, 평화통일연구회의 설립 및 활동을 위한 제반준비와 운영 등에 관하여 그와 만나 의논하고 그 판시와 같은 편의를 제공함에 있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단지 의례적, 사교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반국가단체인 북한집단을 이롭게 하거나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고서 한 것이 아니라 아니할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 또한 옳고, 거기에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은 없으므로, 이 부분 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5. 간첩방조의 점에 대하여

원심에서 변경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소외인이 북한의 공작금을 기금으로 하여 평화통일연구회를 설립, 운영하면서 통일문제와 관련된 각종 국가기밀과 군사기밀을 탐지, 수집하고 있는 간첩이라는 정을 알면서도 1992.3. 하순경부터 같은 해 7. 하순경까지 그 기재와 같은 논문 또는 자료 등을 그에게 제공하여 그가 각종 국가 및 군사상 기밀을 탐지, 수집하도록 조력하여 이를 방조하였다는 것인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판시의 불고지죄가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1968년도 이후 형제처럼 친밀히 지내온 사이이고, 고대민우회사건으로 함께 실형을 복역하여 누구보다도 그의 친북성향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적어도 그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통일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려는 저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제1심판결의 거시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그를 도와 통일관련활동 등을 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하고서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 형법 제98조 제1항 을 적용하였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의 논문이나 자료의 내용이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사항에 해당됨은 인정된다고 하겠으나( 당원 1993.10.8. 선고 93도1951 판결 참조),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98조 제1항 에 의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에 대한 간첩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행위자는 그 방조의 상대방이 반국가단체의 간첩임을 인식하면서 간첩행위를 원조하여 용이하게 하는 행위가 요구된다 할 것인데, 피고인의 경우에 그가 공소외인이 반국가단체의 간첩인 점을 알았는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공소사실 차제에 의하여도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간첩임을 언제부터 알았는지에 관한 명백한 기재가 없거니와, 공소외인이 위 1990.10.경의 피고인과의 대화 이후에도 수차에 걸쳐 피고인에게 그가 북한과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의 묵비를 요구하였다고 된 수사기록의 진술기재는 피고인의 검찰 이래의 진술과, 공소외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로 모두 번복되었음에 비추어 사실이 아니라고 보이고, 공소외인이 북한의 공작금으로 평화통일연구회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았다고 단정할 합리적 증거도 없다고 보이므로, 결국 원심은 앞서 본 불고지죄 성립의 원인된 사실관계와 그 판시의 정황에 의하여 공소외인이 간첩인 정을 알고 있었다고 본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불고지죄의 원인이 된 1990.10. 하순경의 피고인과 공소외인과의 대화내용에다 원심이 판시한 위와 같은 정황을 보태어 보더라고, 공소외인이 바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기밀이나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할 것을 지령받은 간첩이라는 정을 피고인이 알았다고는 쉽사리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원심이 들고 있는 제1심판결의 채택증거와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 판시와 같은 평화 통일연구회 활동에 의하여 공소외인의 국가기밀의 탐지, 수집행위를 도왔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간첩임을 인식하면서 그의 공소사실과 같은 간첩행위를 조력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간첩방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하겠으므로 이에 관한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 부분 공소사실은 원심판시의 다른 죄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김상원(주심) 윤영철 박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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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3.10.15.선고 93노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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