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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서부지법 2007. 9. 19. 선고 2007고단270 판결
[간통] 항소[각공2007.11.10.(51),2464]
판시사항

남편이 자신의 주거지에 녹음장치를 설치하여 간통행위가 의심되는 자신의 처와 다른 남자 사이의 대화 및 신음소리 등을 녹음한 후 그 녹취록을 간통죄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위 대화 및 신음소리 부분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남편이 자신의 주거지에 녹음장치를 설치하여 간통행위가 의심되는 자신의 처와 다른 남자 사이의 대화 및 신음소리 등을 녹음한 후 그 녹취록을 간통죄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그 대화 부분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 제4조 의 규정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없고, 그 신음소리는 문리해석상 곧바로 위 법문상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위 법규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이를 유추해석하거나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호 규정에 의하여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검사

서경원

변 호 인

변호사 조수현외 3인

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 피고인 2는 1981. 11. 23. 공소외 1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인데, 피고인 2는 2006. 9. 28. 10:50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462 소재 (이름 생략)아파트 302동 702호 위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 1과 1회 성교하여 간통하고, 피고인 1은 같은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 2가 배우자 있는 자임을 알면서도 위와 같이 위 피고인과 1회 성교하여 상간하였다.”는 것이다.

2. 판 단

위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검사 제출 증거로는 녹취록(증 제12호, 이하 수사기록 60쪽의 1차 제출 녹취록을 ‘이 사건 제1 녹취록’이라 하고, 수사기록 130쪽의 2차 제출 녹취록을 ‘이 사건 제2 녹취록’이라 한다)이 있다.

우선, 이 사건 각 녹취록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피고인들의 대화내용에 관한 녹취서가 공소사실의 증거로 제출되어 그 녹취서의 기재 내용과 녹음테이프의 녹음내용이 동일한지 여부에 관하여 법원이 검증을 실시한 경우에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대화내용 그 자체이고, 그 중 피고인의 진술내용은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1조 , 제312조 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름없어 피고인이 그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그 녹음테이프 검증조서의 기재 중 피고인의 진술내용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판기일 등에서 그 작성자인 고소인의 진술에 의하여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피고인의 진술내용이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임이 증명되고 나아가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녹음테이프는 그 성질상 작성자나 진술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녹음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그 내용이 편집, 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그 대화내용을 녹음한 원본이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입증되어야 하고, 그러한 입증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2945 판결 참조).

증인 공소외 1의 법정진술, 이 법원의 보이스펜 검증결과 등에 의하면, 공소외 1은 2006. 9. 28. 자신과 피고인 2가 거주하는 위 공소사실 기재 장소 중 아들방에 보이스펜(이하 ‘이 사건 보이스펜’이라 한다)을 설치하여 놓고 피고인들의 대화 및 그와 더불어 발생한 음향 등을 녹음한 사실, 공소외 1은 이 사건 고소 직후 이 사건 보이스펜에 녹음된 분량 중 여자의 신음소리와 초인종 소리 후 “문 열어”, “야, 피고인 1!” 등의 내용이 녹취된 2쪽 분량의 이 사건 제1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하였고, 그 후 다시 9. 22.에 녹음되었다는 2쪽 분량 및 9. 28.에 녹음되었다는 21쪽 분량의 이 사건 제2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한 사실, 공소외 1은 이 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각 녹취록에 기재된 내용이 당시 이 사건 보이스펜에 녹음된 내용 그대로 옮겨진 것이지만, 다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식별되지 않는 일부 대화 내용은 고도의 성능을 가진 특수장치에 의하여 속기전문기관에 의하여 채록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들은 이 법원의 보이스펜 검증기일에서 이 사건 보이스펜에서 청취되는 음성은 각 피고인들의 것이 맞다고 진술한 사실, 그런데 위 검증결과 이 사건 보이스펜의 녹음장치로부터는 이 사건 제2 녹취록 중 9. 22. 대화 부분(수사기록 132, 133쪽)과 9. 28. 대화 부분 중 3쪽 부분(수사기록 134쪽), 12-23쪽 부분(수사기록 143-154쪽)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확인되지만, 그 사이, 즉 녹취록 4-11쪽 부분(수사기록 135-142쪽)은 중간에 여자의 신음소리만이 약 2차례에 걸쳐 확인될 뿐 그 외 오토바이 굉음, 차 소리, 개 짖는 소리 등만을 들을 수 있었고, 녹취록 기재와 같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제1 녹취록은 이 사건 보이스펜의 녹음장치로부터 들을 수 있는 대화 또는 음향 중 임의적으로 일부만을 기재한 것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제2 녹취록 역시 전체적으로 보면 그 녹취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확인할 수 없어 그 증거능력이 문제되지만, 일단 그 중 3쪽(이하 ‘이 사건 앞부분 대화’라 한다)과 12-23쪽 해당 부분(이하 ‘이 사건 뒷부분 대화’라 한다), 4쪽 또는 5쪽 중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아- 아- 아- 아“ 신음소리(이하 ‘이 사건 신음소리’라 한다)만은 그 해당 부분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으므로(그외 이 사건 제2 녹취록 중 1, 2쪽은 9. 22. 녹취분이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하 그 부분에 한하여 살펴본다.

그런데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고( 제3조 본문), 이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제4조 ), 또한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고( 제14조 제1항 ), 이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위 제4조 의 규정을 적용한다( 제14조 제2항 )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이 사건 앞부분 대화는 고소인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위 법 제14조 제2항 , 제4조 의 규정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없고, 이는 녹음 장소가 고소인의 주거지라 할지라도, 피고인 2 역시 공동의 주거권자인 이상 달리 판단될 수 없다.

다음으로, 이 사건 신음소리에 관하여 본다. “아- 아- 아- 아”와 같은 신음소리가 위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의하여 증거로 사용될 수 없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대화’라는 문리해석상 ‘신음소리’가 곧바로 대화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밀스런 감청, 녹음 등을 금지하고 특히 이를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위 법의 본래적인 입법목적이 사생활의 비밀 보호 및 이를 통한 인간존엄성의 구현이라는 데 있다는 점을 되돌이켜 본다면, 애무 또는 성교행위 등 이른바 애정행위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신음소리와 같은 음향의 녹음 역시 위 법의 규율범위 안에 놓여 있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실제 어떤 유형의 범죄를 형사절차에 따라 소추하는 데 따른 사회적 이익과 그 과정에서 침해될 수 있는 사생활의 비밀 유지와 같은 인격적 권리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 또는 이를 조화시킬 방법이 있는가 하는 비교형량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사실인 간통죄의 처벌로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과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애정행위를 할 때 그 음향이 타인에 의해 녹음될 수 있다는 사생활 비밀 침해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것보다 급박한 것인가는 회의적이다. 결국, 이 사건 신음소리 역시 위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의 유추해석 및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호 규정에 근거하여, 이 사건 간통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서의 능력은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인다(만약 이 사건 신음소리 해당 부분에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소리만으로 피고인들의 간통 행위가 입증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뒷부분 대화에 관하여 보면, 위 해당 부분은 고소인이 위 주거지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후 피고인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녹음된 대화 및 음향으로서 이를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뒷부분 대화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뒷부분 대화에 해당하는 대화 또는 음향 부분 안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직접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 외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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