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고합128준강간
2018고합176(병합) 업무방해, 재물손괴, 경범죄처벌법 위반
피고인
A
검사
장혜영, 오승식(기소), 김지영, 김태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목성, 담당변호사 차현철
판결선고
2018. 9. 18.
주문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준강간의 점은 무죄.
이유
범죄사실 (2018고합176)
피고인은 2018. 4. 5.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특수폭행죄 등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달 13.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1. 경범죄처벌법위반
피고인은 2018. 2. 18. 04:10경 서울 마포구 B 앞길에서, 술에 취하여 아무런 이유 없이,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피해자 C(24세, 여)의 길을 막고, "내가 좆 같냐. 씨발놈아"라고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피해자를 위협하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거나 귀찮고 불쾌하게 하였다.
2. 재물손괴
피고인은 전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술에 취하여 아무런 이유 없이 그 곳에 주차되어 있던 피해자 D(20세) 소유인 오토바이를 발로 차 넘어뜨려, 위 오토바이의 우측 하단에 부착되어 있던 발판 등을 깨뜨려 알 수 없는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하였다.
3. 업무방해
피고인은 전항과 같은 날 04:15경 서울 마포구 E에 있는'F 편의점'에서 술에 취하여 아무런 이유 없이, 진열대에 머리를 들이받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손으로 밀쳐 바닥에 떨어뜨리고, 바닥에 신용카드를 집어 던지고, 피고인을 말리는 성명을 알 수 없는 편의점 손님과 몸싸움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워, 약 5분 동안 위력으로 편의점 종업원인 피해자 G(22세, 여)의 편의점 영업업무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D, C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G의 진술서
1. 손괴된 오토바이 사진, 수사보고(동영상 CD 확인보고)
1. 판시 전과 : 범죄경력조회서, 수사보고(피의자에 대한 판결문 등 첨부) 및 이에 첨부된 판결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14조 제1항(업무방해의 점, 벌금형 선택), 형법 제366조(재물손괴의 점, 벌금형 선택),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19호(불안감조성의 점, 벌금형 선택)
1. 경합범처리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업무방해죄에 정한 형에 위 각 죄에 정한 벌금형의 다액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양형의 이유
1. 처단형의 범위 : 벌금 2,210만 원 이하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단하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함.
3.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과 유사한 다수의 폭력전과가 있다. 피고인은 다수의 방송 출연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특히 힙합 음악을 애호하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의 범죄는 약한 사람에 대한 폭력과 위력의 행사가 마치 그들이 애호하는 문화의 일부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할 소지가 있어 모방 범죄를 발생시킬 여지가 크다.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하여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 받지도 못하였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있는 점, 위력 행사의 정도가 중하지 않고, 업무방해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하며, 손괴된 물건의 가액도 알 수 없는 등 전체적으로 피해 정도나 사안이 중하지 아니한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적극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서, 나타난 모든 양형사유, 이 사건 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 특수폭행죄 등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성까지 함께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2018고합128)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4. 22. 03:00경 서울시 강남구 H 소재 'I' 클럽에서 피해자 J(여, 가명, 20세) 일행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어울리던 중, 피해자가 술을 많이 마셔 테이블에 엎드리고, 밖으로 나가서도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고개를 다리 사이에 파묻은 상태로 앉아 있다가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등 술에 많이 취한 상태임을 알게 되자, 피해자의 일행에게는 '피해자가 취해서 집에 데려다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를 택시에 태워 고양시 일산동구 K건물 L호 소재 피고인의 집으로 데리고 간 후, 같은 날 07:00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함으로써 술에 취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나 성관계 당시 피해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 설령 피해자가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상태에 빠져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여도 이로써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피고인이 그 항거불능상태를 인식할 수도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나.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관계 전후 사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해자는 친구들과 함께 범행 당일 03:00경 강남구 H에 있는 'I'라는 클럽에서 피고인을 목격하고, 피고인이 방송에 출연한 아티스트로서 유명하므로 함께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여 술을 마시게 되었다.
2) 피고인과 피해자는 클럽 밖으로 몇 번 나갔다 들어온 후, 피해자가 화장실에 가게 되었고 피고인이 그 앞에서 피해자를 잠시 기다리다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자 피해자 일행들에게 피해자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고, 피해자 일행들도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찾지 못하여 클럽 밖으로 나왔는데, 피해자가 클럽 맞은편 편의점에서 혼자 핫바를 먹고 있었고, 피고인에게 집에 가겠다고 하여 마침 피해자와 집 방향이 같았던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일산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택시에서는 피고인이 앞자리에 탔고, 피해자는 술에 취하여 택시 뒷좌석에서 누운 상태로 자고 있었다.
3) 피고인이 집에 가던 도중 2018. 4. 22. 06:09경 택시 안에 있던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일행이 전화하여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클럽 사물함 바코드 팔찌가 필요하다고 하여, 택시를 돌려 다시 클럽 부근으로 돌아와 팔찌를 피해자의 일행에게 전달하였다.
이 모든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는 계속하여 택시 안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4) 피고인과 피해자가 탄 택시는 CCTV영상 시간 기준(증거목록 29번 CD 참조, 이하 같다) 06:48:50경 피고인의 집 앞에 도착하였다. 당시 피해자는 신발을 벗은 상태로 택시 뒷자석에 누워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어깨 아래 등 부분을 왼팔과 왼손으로, 무릎 아래 다리가 접히는 부분을 오른팔로 받치는 이른바 '공주안기' 자세로 피해자를 안은 채로 피해자를 옮긴 후, 06:50:03경 피고인의 주거지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탑승했다.
5) 피해자는 엘리베이터 탑승 당시 얼굴의 오른쪽 면을 피고인의 왼쪽 어깨에 기댄채 몸을 피고인의 방향으로 돌린 상태로 안겨 있었고, 피해자의 오른쪽 손이 피고인의 왼쪽 팔을 잡은 상태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타고 내렸으며, 팔이 쳐지거나 목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6) CCTV 영상에 의하면, 06:50:16경 피고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만히 정지한 상태에서 힘이 드는 듯 피해자를 한번 가볍게 튕겨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안았는데, 피해자는 06:50:21경 왼쪽 팔을 들어 올려 왼손으로 자신의 흘러내린 앞머리를 귀 뒤쪽으로 넘긴(귀와 얼굴을 가린 긴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들어 올리듯이 귀 뒤쪽으로 밀면서 손가락 끝을 귀 뒤에 대고 귀 모양에 따라 천천히 반곡선 형태로 움직여 머리카락을 눌러 귀 뒤에 머리카락을 고정시키는 동작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머리카락 긴 여성이 귀가 잘 드러나 보이게 하는 동작과 완전히 일치한다.) 다음, 왼손을 피고인의 가슴과 자신의 가슴 사이에 올려놓는다. 그 직후인 06:50:24경 피고인은 방금과는 달리 피해자를 세게 튕겨 자세를 다시 고쳐 잡는데, 피해자는 동일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세게 튕기는 중에도 목을 가누지 못하거나 팔이 떨어지거나 발목 부근에서 꼬아져 있던 상태의 두 다리가 풀리는 등 몸에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은 발견되지 않는다.
7) 피고인은 06:51:30경 계단을 통해 혼자 내려와(피고인의 집은 지상 입구로부터 2층을 올라가야 한다) 건물 밖으로 나간 후, 06:53:01 경 피해자가 택시 안에서 벗어 놓았던(또는 벗겨졌던) 신발을 집어 들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피고인은 택시를 내리면서 택시 안에 있던 피해자의 신발을 들고 갈 수 없어 일단 노상에 놓아 둔 후 피해자만 먼저 안아서 집으로 옮긴 다음 곧바로 신발을 가지러 갔다고 그 이유를 진술하였다).
8) 이후 피고인의 주거지 안에서 피해자와 성관계가 있었다. 성관계 이후인 07:15경, 피해자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빌려(피해자의 휴대전화는 배터리 방전 또는 고장으로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일행이었던 친구 M에게 전화하여 위치를 물어본 후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하였다.
9) 피해자는 07:19:25경 계단을 통하여 피고인의 집에서 내려왔다. 피해자는 술에 취한 듯 약간 비틀거리기는 하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상태로 걸어와. 걸어온 방향 바로 옆에 있는 출구가 아닌, 직진하여 왼쪽에 있는 출구를 통하여 건물 밖으로 나갔다. 피해자는 07:20:37경 피고인이 들어온 주차장쪽 출입구 옆을 걸어서 지나갔다.
10) 피해자는 07:24경 택시를 탑승하여 택시기사의 휴대폰을 빌려 M에게 전화하여 M가 어디 있는지 묻고, '피고인과 잔 것 같다'고 말하였으며, 07:29경 N역 앞 O에서 하차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증거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와 불일치하거나 경험칙에 반하므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M의 진술, CCTV 영상, 유전자감정서만으로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및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한편, 설령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으로서는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와 같은 당시 피해자가 보인 일련의 모습을 보고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라고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①) 객관적 증거인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안겨 피고인의 집 안으로 들어갈 당시, 술을 많이 마셔 잠이 든 사람처럼 몸에 힘이 빠져있어 목이나 팔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는 아님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주안기 자세로 안고 걸어 집까지 들어 온 시간은 약 1분 30초가량인데, 그 시간 동안 피해자의 몸에서 힘이 빠져 팔이 늘어지거나 목을 가누지 못한 적은 없었다. 피해자가 술을 많이 마셔 잠이 든 상태라고 보기에는 피해자는 시종 자세를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고 오는 것이 힘들어 2회 가량 자세를 고쳐 잡을 때에도(특히 두 번째로 자세를 고쳐 잡을 때에는 피해자의 몸이 살짝 띄워질 정도로 그 충격이 강하였다) 팔이 늘어지지도 않고 피고인의 왼팔을 오른손으로 잡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 다리가 발목 부근에서 꼬인 상태도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홀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피해자의 손동작은 「머리카락이 얼굴과 귀를 가리게 된 미세한 촉감을 느낀 여성이, 귀와 얼굴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다시 흘러내리지 않도록 귀 뒤로 정확하게 고정시키는 세밀한 동작」으로서 도저히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볼 수가 없다. 이처럼 CCTV에 찍힌 피해자의 모습과 동작은 '술에 만취하여 잠든 상태라는 점'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② 피해자와 피고인이 피고인의 집 안으로 들어간 시점(06:53경)부터 성관계가 있은 후 피해자가 친구 M에게 전화를 건 시점(07:15)까지의 시간은 약 22분으로서 그리 길지 않다(피해자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M에게 전화를 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다). M는 피해자의 말투에서 크게 다른 것은 없었고, 평소에 술 마셔도 크게 다른 점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제73쪽), 술을 많이 마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사람이 22분만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여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그 22분 동안에는 피해자가 침대에 눕혀지는 과정, 피해자의 옷(하의는 청바지이다)이 탈의되는 과정, 성관계가 행해지는 과정 등이 순차 진행되었다는 점(이는 피해자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잠에서 깨지 못할 정도로 만취 숙면 중이었다는 의미가 된다)까지 고려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③ 피해자는 07:24경 M에게 재차 전화를 하면서 '그 사람이랑 잔 것 같다'고 말하였다는 것인데, 결국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최소한 이를 짐작하였다고 판단된다(피해자가 범행 수일 후 피고인과의 P 대화를 통해 간음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법정진술은 증거들과 배치되어 믿기 어렵고, 다만 피해자가 M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수는 있어 보인다). 이에 의하면, 피해자는 최소한 성관계 시점이나 성관계 직후의 시점에는 성관계에 관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의 상태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강한 의심을 일으키게 하는 사정이다.
(4) 증거 및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진술보다는 오히려 피고인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에도 진술을
회피하지 않고 답변하였다(예를 들어, '제가 거짓말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제가 저희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증거기록 제125쪽)', '(사람은 잠을 자다가 잠결에 화장실을 가기도 하지 않느냐는 수사기관의 질문에) 그렇기는 하죠, (잠결에 잠을 깨지 않으려고 혼자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가고 화장실에서 불을 안 켜고 용변을 보기도 하고, 다음 날 화장실에 간 것이 정말간 것인지 안 간 것인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는 수사기관의 질문에)
그렇기는 합니다(증거기록 제128쪽)', '어떻게 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여 지는 데라는 경찰관의 질문에) 저도 술에 많이 취해 있었고, 제 집에 왔는데 제 방 침대에 누우니까 제 딴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한 것입니다(증거기록 제128쪽)' 등.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아무런 직접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피고인의 집으로 향하게 된 경위와 성관계에 이르게 된 과정 및 성관계 당시 피해자가 했던 말들을 상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두 팔을 쓸 수 없는 상태의 피고인 대신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안 중문(中門)을 열어주었고, 피해자는 집안의 화장실에 갔다 와서 다시 피고인의 방 침대 위에 누웠으며, 성관계 당시 특정한 행동을 요구하는 언동을 하다 전 남자친구가 생각나 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성관계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피고인도 성행위를 도중에 중단하였다는 것이다. 사정에 이르지 않고 피해자의 요구에 의하여 성관계를 중단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피해자의 외음부 닦은 면봉, 질 내용물, 자궁경부 닦은 면봉에 대하여 모두 정액반응이 음성으로 도출되었으나 다만 외음부 닦은 면봉에서 남성 특유의 Y-STR형이 검출되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증거기록 제107쪽 참조)」와 부합되기도 한다.
- 피고인은 고소되기 직전인 2018. 4. 25.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 당시 피해자가 '술이 떡 되고 제가 동의하지 않았으면 이거 강제인 거 아시죠?'라고 묻자 '네'라고 대답하였고, '술이 떡 돼가지고 주무시고 계셔가지고, 저도 그냥 술 마셔가지고 하고 싶어서 그랬어요'라고 말한 사실은 있다(증거기록 제148쪽). 그러나, 이는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인 동의의 의사표시가 없었다는 점에 관한 대화인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거나 인정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같은 날 P 메시지 내용 (증거기록 제58쪽,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P으로 연락하자 피해자는 피고인의 연락을 피하기 위하여 '남자친구랑 모텔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피고인이 '너ㅠ, 저랑 했잖아요'라고 답변하자 피해자는 '저 모르겠는데요.'라고 답변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이 '내가 니 지 ○나 빨았는데?????'라고 보냈다.)을 보면, 피고인은 처음부터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을 피해자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고 도리어 피해자가 성관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거나 화가 났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피고인의 반응은 실제로 준강간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통상적인 모습(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성교행위 자체는 대체로 부인하거나 숨기려 한다)과는 차이가 있다.
⑤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아래에 설시된 증거를 비롯한 다른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논리칙과 경험칙을 적용하여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전후사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것은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 (black-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의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에게 그러한 증상의 발현으로 인한 기억의 상실만이 있는 것이라면 이를 피해자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던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는 '피해자는 필름이 끊기면 잠을 자고,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는 이전에도 술을 마시면 기억이 안 난 적이 있나요'라는 경찰관의 질문에 '네, 많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 M는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필름이 끊기면 그 자리에서 잡니까.'라는 검사의 질문에 '예, 보통 그렇습니다.'라고 진술하면서도 '(피해자는) 대부분 다 기억이 없습니다, 자는 시간이랑 그냥 행동하는 것도 거의 기억이 없습니다.'라고 증언하였으며,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가 취해도 평소랑 같이 행동하나요.'라는 경찰관의 질문에 '기분이 업(UP)되는 성향인데, 그 때도 이미 기억을 잃은 상황일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다.
4. 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다만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 중 무죄부분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전국진
판사 손호영
판사 이디모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