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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5.19. 선고 2017고합16 판결
준강간
사건

2017고합16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황나영(기소), 공준혁(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담당변호사 C)

판결선고

2017. 5. 19.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11. 7. 00:00경 서울 영등포구 D에 있는 E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음 보는 피해자 F(가명, 여, 20세)이 술에 만취하여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2015. 11. 7. 01:07경 서울 영등포구 G에 있는 'H모텔' 101호1)로 피해자를 데리고 들어가 만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해자는 성관계 당시 의사결정능력이 있었으나 사후적으로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을 뿐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은 성관계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여러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등 피해자에게 분명한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여 준강간의 고의도 없었으며,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3. 판단

가.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중에는 그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추측 내지 의심에 기초한 부분이 적지 않고, 기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2015. 11. 7. 01:07 경 H모텔에 들어간 이후의 시점에 피해자가 만취하여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와 같은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해자와 함께 신촌에서 술을 마셨던 피해자의 친구 I는 이 법정에서 술집에서 나와 신촌 전철역으로 갈 때 피해자를 J와 둘이 한쪽씩 잡고 갔고, 피해자가 2호선 E역에서 내릴 당시 술에 많이 취하여 비틀거리고 해롱거리는 등 누군가가 집에 데려다. 주어야 할 정도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자기 발로 걷기는 했었고, 술값은 셋이 나눠서 지불했다고 진술하였다. 함께 술을 마신 다른 친구 J는 신촌역으로 갈 당시 자신이 아닌 I가 피해자를 부축했고, 피해자가 갈 수 있다고 말을 했으며, 혼자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혼자 보냈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술집을 나설 당시 술에 만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보이고, 술값도 나누어 지불한 점에 비추어 의식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은 2015. 11. 7. 00:00경 E역 지하 2층 엘리베이터 앞 바닥에 앉아 있는 피해자를 처음 만났고, H모텔에서 숙박비가 결제된 시점은 같은 날 01:07 경이다(증거기록 19쪽). 위와 같이 처음 만난 시점부터 성관계 시점까지 적어도 1시간 7분 이상의 시차가 있어, 설령 자정 무렵에는 피해자가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E역 내부에 앉아 있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E역 외부로 나와 H모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취 상태에서 다소 깨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당시 날씨가 쌀쌀하고 부슬비가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 직전까지 여러 대화를 나눈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라 술에 취하여 자신이 의식적으로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 즉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현상) 증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피해자는 피고인과 만날 당시 'K(남자친구)과 통화 중이었는데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빼앗아 통화를 강제로 종료시켰고 돌려달라는 말에도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다.

가 H모텔에 들어가서 화장대 앞에 놓아둔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 60, 116, 117쪽). 그러나 위 진술은 I가 피해자와 헤어진 후 2호선 신도림역에 내려 환승하기 이전에 피해자와 통화를 하였다는 I의 법정진술, I가 전화로 피해자에게 '집에 잘 가고 있냐?'라고 물었다는 것을 I로부터 들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증거기록 132, 133쪽), 피고인과 피해자가 E역 내에서 대화를 하던 중 피해자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와 피해자가 통화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증기기록 124쪽)과는 상치된다.

또한, 피해자의 위 진술은 K이 피해자에게 당일 수차례 전화를 걸었는데 피해자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던 점, 통화가 연결되기도 하였는데 중간에 끊어졌다고 피해자가 K으로부터 들었던 점, 피해자가 H모텔을 떠날 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왔던 점 등을 토대로 피해자가 추론해 낸 것으로서 경험한 사실을 기억해 낸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 스스로 검찰에서 추측에 기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도 있다(증거기록 116, 117쪽). 더욱이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괜찮냐, 집이 어디냐?"라고 물었다,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뺏어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피고인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였다'는 부분을 K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데, K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와 통화하면서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서 "괜찮냐"는 식의 말이 들린 뒤에 전화가 바로 끊겼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해자의 위 진술 중 일부 내용은 K으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K과 통화 중이었던 점, 피고인이 말을 걸었던 점까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K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고 진술하기에 이르렀는바, 결국 최초의 만남 시점에 있었던 피고인의 언행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중 상당 부분이 K의 추측에 의존하거나 K의 언급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주취 상태에서 통화 중인 피해자를 발견하고 휴대전화를 뺏어 피해자와 그 지인 간의 연락을 곤란하게 만든 다음 H모텔로 데리고 가 범행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이 부분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나아가 금요일 자정 무렵의 공공장소인 지하철 환승역에 왕래하는 행인이나 역무원이 있었을 것임에도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빼앗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려 했다는 행위 자체도 수긍하기 어렵다.

4) 피해자는 피고인과 대질 조사를 받을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듯한 사정이 제시되는 경우 자신의 추측까지 더하여 피고인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하였다. 특히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F모텔에서 자신이 일어나 휴대전화를 받자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강제로 끊었고,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계속 오는데도 피고인이 침대로 데려가 자신의 몸 위에서 제압하고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57쪽), 위 내용은 최초 조사에서는 진술되지도 않았고 그 이후의 검찰 조사에서도 진술되지 않았던 것으로(피해자는 '중간에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제 몸 위에 누군가 있어 팔로 밀친 기억이 난다'는 정도만 진술하였다, 증거기록 12, 137쪽), 만취상태로 정신이 없거나 잃은 상태였다는 피해자의 다른 진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는 경찰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당시 통화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인권침해 때문에 법적인 조치가 없으면 기록을 뗄 수 없다고 들었다'고 하여 이동통신사가 개인정보보호를 사유로 통화내역 발급을 거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휴대전화 명의자 스스로 신청한 통화내역의 발급을 거부하였다는 위 진술은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문서화된 정식의 통화내역이 아니더라도 수사기관에 자신의 휴대전화 자체에 수록된 기록을 보여주는 것으로도(더욱이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당시 어머니의 부재 중 전화를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을 보고 알았다고 진술하였다) 통화내역의 제출에 갈음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인데 수사기관에 이를 보여준 정황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 법정과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과 나누었다는 대화 내용이 제시되면 여러 차례 '술버릇으로 그런 애기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는데, 이는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말하였다는 '예전 남자친구'와 관련하여 이 법정에서, J는 술버릇처럼 많이 하냐는 질문에 '안 합니다, 취할 때도 잘 못들어 봤다'라고 진술하고, I는 '술버릇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하면서도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 잘 모른다,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 하는 것 없었다'라고 진술하여 피해자의 위 진술과 배치된다.

5) 한편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당시 피해자와 여러 가지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등 피해자에게 분명히 의식이 있었고 H모텔에서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여 왔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처음 만난 시점부터 성관계에 이른 시점까지 피해자의 모습과 언행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상술하였고, 성관계시 피해자가 한 말이나 당시 피해자의 상태 및 반응 등도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였는데, 피고인의 진술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내용 자체에서 비합리성이나 모순을 찾아보기 어렵고, 다른 객관적인 사실관계, 제3자의 진술 등과 부합하여 신빙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가) 피고인은 피해자를 E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주소를 물어보는 등 대화를 나누었고 피해자가 답한 주소를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저장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37, 38, 52, 53, 119쪽), 피고인이 저장하였다고 밝힌 '서울 강서구 L, 312호'는 실제 피해자의 주소와 동일한 사실에 비추어 적어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주소에 관하여 간단한 문답 형식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이고, 당시 피해자는 자신의 주소 정도는 정확히 언급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할 것이다(한편 K이 '얘가 만취 상태여서 제가 물어봐 가지고, 말해줘서 제가 한 번 연락을 전화인가 그냥 문자인가, 어머니인가 부모님 중 한분하고 연락을 했다'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피해자는 K에게 어머니 연락처도 정확히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괜찮으세요? 일어나요, 일어나는 것 도와드릴까요? 정신 차리세요'와 비슷한 말을 얼핏 들었던 것 같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21쪽).

나) 피고인은 E역 밖으로 나와 H모텔에 들어가기 이전에도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었고 피해자가 '나이는 21살이다', '머리가 숏 컷트인데 지금은 가발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39, 53, 125쪽), 피해자는 1995년생으로, '제 머리는 숏 커트인데 그 날은 오렌지브라운색 긴 웨이브 가발을 쓰고 있었다'라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14쪽)에 비추어 당시 피해자는 자신의 신변이나 외모에 관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상태에 있었고, 자신의 신변 사항 등을 알려준 점에 비추어 피고인을 적대적으로 생각하며 경계하거나,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고인은 위 대화를 나눌 때, '피해자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가자"고 말하고 담배를 폈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39, 53, 141쪽), 피해자가 '(H모텔 객실내) 재떨이에 담배를 피운 흔적이 없었다'(증거기록 11쪽), '술을 마시면 담배를 피는 습관이 있어서 담배를 폈을 가능성이 있다(법정진술, 증거기록 131쪽)고 진술한 점, E역 내부는 흡연하기 곤란한 곳이고 한편 H모텔 객실 내에서 담배를 피운 혼적이 없었다면 E역 및 H모텔 외부에서의 흡연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이는 점, 처음 만난 여성의 흡연 기호는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렵고 흡연은 자발적으로 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추어 당시 피해자는 흡연의사가 생겨 피고인에게 이를 밝혔고 흡연을 하면서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흡연이나 앞서 본 대화를 나눈 시점 내지 경위에 관하여, 'E역 8번 출구로 나와 M모텔로 갔는데 빈 방이 없어 나왔을 때' 피해자가 흡연을 하면서 대화도 하였고 '피고인이 휴대전화로 검색하여 H모텔을 찾아 신호등을 건너 이동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38, 39, 125쪽), 피고인이 E역 개찰구를 나온 2015. 11. 7. 00:45경으로부터 13분이 지난 같은 날 00:58경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통화량도수 7,464kb 가 사용되었고(증거기록 106, 107쪽), 그로부터 9분이 지난 같은 날 01:07 경 H모텔에서 숙박비 결제가 된 점, M모텔은 E역 7번 및 8번 출구 사이에 있고 8번 출구에서 약 150m(도보 2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점, H모텔은 M모텔과 대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의 1번 및 13번 출구 쪽에 있고 M모텔에서 약 280m(도보 4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진술 내용은 각 모텔의 위치 및 거리, 추정 이동시간, 휴대전화 통신내역 등과 부합하고 앞서 본 대화 내용, 피해자의 흡연은 물론 이에 부수하는 대화 당시의 정황 등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도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다) 피고인은 H모텔 객실에서 성관계 직전에도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피해자가 '신촌에서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다', '소주 1~2병 정도 먹었다', '자취를 한다', '서울 호서전문학교에서 N을 전공한다', '예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나는 지금 외롭고 많이 힘들다'고 말하였고(증거기록 39, 40, 133쪽), '대화 도중 갑자기 휴대전화를 보더니 "아 엄마한테 죽었다"고 하고, "엄마는 용인에 살고 저는 L에 혼자 산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133쪽), 성관계 도중 피해자의 가발이 옆으로 돌아가 벗으려고 하였는데 같이 핀을 뽑는 등 도와주었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40, 135쪽), 그 내용이 피해자로부터 듣거나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어 진술하기 어려운 사항일 뿐만 아니라 신촌에서의 친구들(J, I)과의 만남, 당시 피해자의 가발을 쓴 머리 상태, 실제 학력, 그리고 '(걱정이 되어) 부모님인가, 어머니인가 아마 둘 중 한 분과 연락을 했다'는 K의 법정진술 및 '통화기록을 보니 어머니의 부재 중 전화가 있었다'는 피해자의 법정진술, '소주와 맥주를 섞어 두 잔 정도를 마셨던 것 같고, 과일 소주 한 병을 혼자마셨다'는 음주량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증거기록 117쪽) 및 '(피해자는)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신 것이다'라는 J의 법정진술, '2015. 여름부터 2016. 2. 초순경까지 피해자와 교제했다. 피해자가 그 전에 교제하고 헤어져서 힘들다고 하는 예전 남자친구는 제(K) 친구이다'라는 K의 법정진술과 대체로 부합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성관계 직전 피해자는 피고인과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누었고 피고인에게 그 내용에서도 실제와 별다른 상위가 없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의 의식 상태에 있었으며, 이 부분 공소사실이나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피해자가 만취하여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었다거나 항거불능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6) 피고인과 피해자가 처음 만난 시점은 2015. 11. 7. 00:00경이고, E역 개찰구를 나온 시점은 같은 날 00:45 경이므로(증거기록 106쪽), 피고인과 피해자는 약 45분 동안 E역 내에 같이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만난 즉시 H모텔로 이동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앞서 보듯 굳이 피해자의 주소를 묻고 그 주소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한 점까지 더하여 보면, 결국 H모텔로 이동하여 성관계를 가지기는 하였으나, 주취 상태의 피해자를 처음 보고 귀가를 도우려고 했고 택시로 귀가할 수 있는지, 택시비를 지불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라고는 보기 어렵다.

7) 피고인이 수사초기에 피의자로 특정된 것은 피해자가 숙박비에 관한 피고인 명의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H모텔 직원으로부터 받아두었다가 수사기관에 이를 제출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증거기록 19, 137쪽), 피고인이 애초부터 준강간을 목적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면 자신의 신분이 추후 쉽게 드러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용카드로 숙박비를 결제하였던 사실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편 피해자는 자신의 주량이 소주 반 병이라고 진술하였으나(법정진술, 증거기록 117쪽), J는 '이전에 소주 한 병을 마시는 것을 보았고, 그 때는 멀쩡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8) 피해자는 2015. 11. 13. 12:10경 강서경찰서 가양지구대를 방문하여 준강간 피해 사실을 최초로 진술함으로써 성관계가 있은 지 약 1주일 뒤에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였는데, 바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하여 부모님이 아시게 될까봐 두려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을 잡아서 처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자친구도 신고를 해야 된다고 해서 신고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증기기록 14, 138쪽).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수정

판사장태영

판사장선종

주석

1) 증거기록 19쪽에 의하면, 103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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