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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6.12.9.선고 2016구합64746 판결
지정취소처분취소
사건

2016구합64746 지정취소 처분 취소

원고

주식회사 오티티씨국제여행사

피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변론종결

2016. 10. 19.

판결선고

2016. 12. 9.

주문

1. 피고가 2016. 3. 28.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은 자국 외 관광지에서의 자국민 통제 등을 위하여 외국 정부와 협정을 체결하고 그 외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사만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1998. 5. '중국공민 자비출국관광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정하였고, 중국의 관광 관련 부처와 피고 측은 1998. 6. 및 2000. 6. 27. 중국 단체관광객의 대한민국 관광에 따른 여러 관련 문제들의 실시방 안에 관한 협상을 하고 그 협상에 따른 합의가 담긴 비망록에 서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비망록'이라 한다).

나. 이 사건 비망록에 의하면, 중국은 자국 내 여행사로 하여금 중국공민의 대한민국 단체관광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면서 이들 여행사가 반드시 대한민국 정부가 추천한 여행사들 중에서 협력업체를 선정하여 단체관광객 모집·접대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다. 피고는 이 사건 비망록에서 정한 바에 따라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업무 시행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이하 '전담여행사'라 한다)를 지정·관리하였다.

라. 원고는 내·외국인 여행알선업 및 일반여행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2004. 7. 30. 설립된 회사로서, 2013. 12. 5. 피고로부터 전담여행사로 재지정을 받았다. 마. 피고는 2016. 3. 28. 원고에 대하여 '갱신 기준 점수인 70점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지침 제3조의2를 적용하여 전담여행사 지정을 취소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4,5, 23호증(해당 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나. 판단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가) 헌법은 법치주의를 그 기본원리의 하나로 하고 있고, 법치주의는 법률유보원칙, 즉 행정작용에는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원칙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때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획정할 수으며, 구체적인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규제 내지 침해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이나, 적어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입법자가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0헌마747 전원재판부 결정). 나) 아래와 같은 이 사건 지침 제정 당시와 현재의 상황 변화, 전담여행사 지정제도가 국민의 직업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 피고의 전담여행사 지정 및 지정 취소가 국민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지침은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1) 이 사건 지침이 처음 제정된 1998. 7.경 이전에는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 상황이었으나, 이 사건 지침이 제정된 1999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21만 명에서 약 187만 명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그 중 단체관광객 수도 약 4만 6,000명에서 51만 5,000명으로 증가하였으며, 단체관광객을 상대하는 전담여행사 수도 1998년 35개 사에서 2012년 167개 사로 증가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 제정 당시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수나 전담여행사의 수가 많지 않아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앞으로 경영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직업의 자유 또는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로부터 약 18년이 경과한 현재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전담여행사 제도가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 국내 여행업자가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국내여행 진행 등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고의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아야 하고, 피고의 지정 없이 중국 단체관 광객을 유치할 경우 향후 전담여행사로 지정될 수 없거나 관광기금 또는 정부사업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며(이 사건 지침 제12조), 지정이 취소된 전담여행

사와 그 대표자 · 사내이사 및 관리책임자는 취소 후 만 2년 내에는 전담여행사 업무를 할 수 없다(이 사건 지침 제9조 제6항). 중국 정부는 피고가 지정한 전담여행사 명단을 받아 그대로 중국 측 송출여행사들에게 보내어 송출여행사와 전담여행사 사이에서만 관광객 송출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을 제5호증의 11, 을 제23호증의 2). 그렇다면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은 피고의 지정에 따라 업체의 진입과 퇴출이 이루어짐으로써 사실상 특허 내지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고, 그 범위 내에서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직업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는 제한받게 된다. 그에 더하여 앞서와 같이 중국 단체관광객이 국내 여행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전담여행사 지정제도는 더 이상 이 사건 비망록이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이 아니라 국회의 관여 없이 체결된 행정협정에 불과하므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지 않는다(헌법 제6조 제1항 참조)]과 피고의 내부 행정규칙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3) 피고의 전담여행사 지정과 지정취소가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적어도 피고가 전담여행사를 지정하고 지정된 전담여행사를 취소할 때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대강이라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국회 입법이 추진되었던 여행업법 제정안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원고가 제출한 참고자료 참조)], 그 정도에 이르러야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이 준수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법치행정의 원리에도 부합한다. 현재로서는 이 사건 지침의 근거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민들이 이 사건 지침의 내용이 적법한지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4) 피고는, 이 사건 지침이 출입국관리법관광기본법 등 상위 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 제8조 제3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제2항(별지 참조)은 단체의 대표자뿐만 아니라 이 사건 비망록에서 정한 바에 따라 중국이 지정한 단체관광객 송출 전담여행사도 피고가 지정한 전담여행사와 함께 주중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단체사증의 발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였을 뿐, 피고에게 전담여행사 지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있지 않다. 또한 관광기본법 제2조, 제5조, 제7조, 제10조(별지 참조)는 피고에게 추상적으로 관광 진흥, 외국 관광객의 유치 촉진, 관광사업에 대한 지도·감독 등과 관련한 각종 조치 및 시책을 강구할 의무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고, 전담여행사 지정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 규정들을 피고가 전담여행사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규정 또는 이 사건 지침의 근거규정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지침 자체는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5) 관광진흥법은 여행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법정 요건을 갖추어 관할관청에 등록하라고만 규정할 뿐이어서 관할관청의 허가나 인가는 필요하지 않다(관광진흥법 제4조 제1항, 제3항, 제3조 제1항 제1호). 그런데 이 사건 지침은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영업을 관광진흥법상 일반 여행업자들 중 피고가 지정한 일부 여행업자에게만 허용하고 있어 관광진흥법 등 관계법령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특수한 여행업자의 지위를 창설하고 있다. 이는 피고가 내부 행정규칙을 통하여 헌법, 법률, 대통령령, 부령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깨뜨리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6) 피고가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전담여행사 지정 취소처분을 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법원은 피고가 계속해서 별도의 법률상 근거도 없이 관광진흥법 등에 위반하여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을 사실상 특허 내지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당사자의 주관적 권리 구제뿐만 아니라 행정작용의 객관적 위법성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항고소송의 기능, 사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내용으로 하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7) 피고는, 이 사건 지침의 효력을 부정하면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와 관련한 여행업이나 관광업에 혼란이 발생하고, 중국과 체결한 협정인 이 사건 비망록을 더 이상 준수할 수 없게 되어 외교적인 마찰까지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피고에 대한 통제를 포기한다면, 오히려 전담여행사 지정제도의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은 요원하게 된다. 또한 피고는 헌법 제52조에 따라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으므로, 전담여행사 지정 제도에 관한 법률 제정의 책임을 국회에만 미루어서는 안 된다.

(8) 피고는 이 사건 지침 제3조의2에 근거하여 전담여행사 갱신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담여행사로 지정된 업체에 2년간 전담여행사로서의 자격을 부여한 다음 해당 업체로부터 재지정 신청을 받아 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다시 전담여행사로 지정하고, ② 그 기준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전담여행사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전담여행사 갱신제의 운영 방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실질적으로 원고의 재지정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과 동일하고 성질상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와 구별된다(반면, 이 사건 지침 제11조에 근거한 지정 취소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령 이 사건 처분을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라고 보더라도, 수익적 행정행위라 할 수 있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3. 12. 5.자 전담여행사 재지정 처분은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이 사건 지침에 근거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따라서 적법한 수익적 행정행위가 이루어진 후에 원래의 처분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또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그 수익적 행정행위를 철회하는 것은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적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두7606 판결 등)은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다) 따라서 위헌인 이 사건 지침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2) 절차상 하자의 존부

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에 따르면, ①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② 법령등에서 요구된 자격이 없거나 없어 지게 되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 자격이 없거나 없어지게 된 사실이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③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의 제목,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각 호의 사항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또한 행정절차법 제22조 제3항, 제4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청문을 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경우 외에는 당사자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나, 제21조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나)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호증, 을 제20, 21호 증(해당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는 2016. 3. 4. 원고에 대하여 전담여행사 지정취소 처분이 예정되어 있음을 통지하면서,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로 '2014, 2015년도 세금계산서 미제출, 유자격가이드 보유 0명, 2015년 재무제표 미제출'을 통보하였다.

(2) 원고는 2016. 3. 10.부터 2016. 3. 14.까지 피고에게 2014. 2015년도 매출처별 · 매입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 가이드운용현황표와 유자격가이드 표준약관, 2015년도 재무제표를 제출하였다.

(3)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로부터 추가로 제출받은 자료를 반영하여 갱신제 평가를 한 다음 원고의 평가 점수를 60점으로 산정하였다.

(4) 피고는 2016. 3. 2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로 '2014, 2015년도 세금계산서 미제출, 유자격가이드 보유 0명, 2015년 재무제표 미제출'을 통보하였다.

(5) 피고는 2016. 3. 28. 이 사건 처분을 한 다음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점수가 기재된 갱신제 평가표를 전자메일로 송부하였다.

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인 이 사건 처분을 하기에 앞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인 '갱신 기준 점수 미달'을 통지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전에 이러한 처분 사유에 관하여 피고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였다. 피고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각 호에 따라 사전 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부여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존재한다거나, 원고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는 원고에 대하여 사전 통지를 누락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 이 사건 처분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위법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3) 소결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호제훈

판사이민구

판사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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