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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방법원 2020.10.14.선고 2020고합17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사건

2020고합17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피고인

A

검사

용성호(기소), 정현욱(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20, 10. 14.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C QM6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4. 28. 15:06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전주시 완산구 D에 있는 E 태권도 앞 도로를 F아파트 방면에서 G초등학교 방면으로 시속 약 28.8km의 속도로 직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잘 살펴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피고인의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단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던 피해자 H(여, 10세)을 위 승용차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도로에 넘어지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발목의 외측 및 내측 복사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참조). 또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나.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연혁 등

1) 이 사건 적용 법령의 내용이 사건에 적용되는 법령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 13 제2호(이하 '이 사건 법령'이라 한다)이고, 위 법령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이하 '이 사건 의무'라 한다)를 위반하여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그 구역에서 자동차의 통행속도를 시속 30킬 로미터 이내로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2조 제3항에서는 '차마의 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1항에 따른 조치(통행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도로교통법에서 이미 이 사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2) 도로교통에 있어 어린이 보호 관련 법령의 연혁

1995. 1. 5. 법률 제4872호로 개정된 구 도로교통법은 '제11조의2(어린이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를 신설하여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에 관한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후 1997. 8. 30. 법률 제5405호로 개

정된 구 도로교통법제11조의2 제3항에서 '차마의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1 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하여야 한다.'는 이 사건 의무에 관한 규정을 마련함과 동시에 제48조(운전자의 준수사항) 제1항 제2호에서 '어린이가 보호자 없이 도로를 횡단하거나 도로에서 앉아 있거나 서있거나 놀이를 하는 등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을 발견한 때에는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제48조의3(어린이통학버스의 특별보호) 제2항에서 '어린이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점멸등 등 어린이 또는 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장치를 가동 중인 경우) 중앙선이 설치되지 아니한 도로와 편도 1차로인 도로에서는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는 차의 운전자도 어린이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라고 각 규정하여 큰 변화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현행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 제49조 제 1항 제2호 가목, 제51조 제2항).

위와 같은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의무규정의 마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빈발로 어린이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2007. 12. 21. 법률제8718호로 개정된 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제3조 제2항 제11호'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즉,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이 사건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교통사고처리특례에서 제외하였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보호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이 사건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에게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사상에 이르게 한 자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2019. 12. 24.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알려진 이 사건 법령이 신설되었다. 이 사건 법령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그 제안이유에 관하여 '현행법은 도주차량 운전이나 음주운전의 경우 가중처벌을 하고 있지만,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가해자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령 관련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이 사건 법령의 '자동차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라는 의무규정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1호의 법문을 인용하여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다. 구체적인 판단

1)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즉, ① 이 사건 도로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보도와 차도 분리시설이 없는 왕복 2차로의 도로로서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위 횡단보도 밖의 지점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② 피고인은 당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지점을 시속 28.8km의 속도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반대방향 도로에 정차되어 있던 차량의 뒷좌석에서 하차하여 그 차량의 뒤에서 뛰어나와 도로를 횡단하다가 피고인의 차량 운전석 측면과 충돌하였다(수사기록 3, 7, 16쪽 참조, 공소사실은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충격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③ 한편 피해자가 하차했던 차량은 당시 비상등을 킨 채로 피고인 진행방향 차선 반대방향 도로에 정차되어 있었는데, 차량의 전면이 후면보다 도로의 가장자리 쪽으로 향한 상태로 정차되어 있었다(수사기록 13쪽). 4 피고인 차량 전면 블랙박스 영상에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점 부근의 차도 및 보도에서 피해자를 비롯하여 다른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다. ⑤ 피고인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피해자 출현시점에서 충돌시점까지 소요된 시간은 0.7초이다. 6 피고인은 피해자와 충돌하기 전후 비슷한 속도로 진행을 하다 충돌 약 2초 후에 차량을 멈추고 길가에 차량을 정차하였다.

2) 위 인정사실과 이 사건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위 나. 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령의 구성요건, 즉 의무규정은 교통사 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1호의 법문과 동일하며, 그 의무 내용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과 동일하다. 위와 같은 법문의 내용, 관련 법령의 연혁, 이 사건 법령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령의 구성요건행위는 이 사건 법령 신설 이전에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처벌 가능한 것이었고, 이 사건 법령은 기존에 처벌하지 않는 행위를 새롭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처벌하는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일 뿐이므로, 기존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에 적용되는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② 이 사건 도로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제한속도가 시속 30km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그 제한속도 이하로 운전하고 있었고, 당시 이 사건 교통사고 직전에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던 보행자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할 의무(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달리 어떠한 내용의 교통법규를 위반하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 서)에도 사고유발원인과 관련하여 운전자의 요인이 없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고(수사기록 6쪽), 기록상 피고인이 위반한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하게 적시되어 있지 않으며, 단지 '일반 도로에서의 주의의무 이상의 특별한 주의의무'가 요구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수사기록 69쪽).

③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내린 차량의 정차된 상태 등에 비추어 반대 방향에서 진행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위 차량의 뒷좌석에서 하차하는 것은 물론 뒷좌석의 문이 열리는 것조차 보기 어려웠다. 이 사건 도로는 주변에 상가가 많고, 양 쪽 차선에 정차된 차량들이 다수 있었으며, 달리 이 사건 도로 및 보도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바, 피해자가 탄 차량이 비상등을 킨 채로 반대쪽 도로변에 정차해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차량의 뒤편에서 어린이인 피해자가 도로로 나올 것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해자는 만 10세의 어린이로 하차한 차량 바로 뒤편에서 갑자기 도로로 튀 어나왔고, 피고인 차량의 운전석 측면 부분에 충돌하였으며, 피고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차량 좌측 방향에서 피해자가 보이는 시간이 채 1초가 되지 않는바(수사기록 54쪽), 피고인으로서는 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와 충돌할 당시까지도 피해자가 도로로 나온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서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 차량 블랙박스에 출현시점에서 충돌시점까지 약 0.7초가 소요되어 그 시간동안 피고인 차량 이동거리는 약 5.6m인데, 당시 피고인 차량 속도인 28.8km/h 기준으로 위험 인지 이후 정지에 필요한 시간은 약 2.3초, 정지거리는 13.2m로 추정되었다(수사기록 54, 55쪽).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조향장치나 제동장치를 아무리 정확하게 조작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행 중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인 '공주시간'은 통상 0.7 ~ 1초로 보는데(위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서에서는 1초로 계산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식 가능한 시점부터 충돌시점까지의 시간이 이보다 짧은 0.7초인바, 피고인으로서는 아무리 빨리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하였더라도, 충돌시점까지 브레이크를 작동하지도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⑥ 범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고의가 필요하고,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한 것이라면 법률에 특별

한 규정이 있는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형법 제13, 14조), 따라서 과실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자가 위반했다고 하는 '정상의 주의', 즉 '주의의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 의무의 내용은 포괄적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당시 어떠한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피고인에게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 회피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게다가 이 사건 법령은 과실범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바,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에게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결과의 중대성에 기대어 그 과실을 넓게 해석할 것은 아니다. 즉 이 사건 의무 중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는 나머지 부분인 제한속도(시속 30킬로미터)를 준수할 의무 및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일반의무(앞서 본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2호 가목, 제51조 제2항 등)를 포함하여 그 일반의무의 전제가 되는,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의 위험 등을 인식하기 위해 도로 및 도로변을 보다 주시하면서 주행할 의무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지, 만연히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의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나올 것까지 예상하면서 시속 30킬로미터의 제한속도보다 현저히 낮게 서행하여야 한다거나, 어린이가 갑자기 나올 수도 있을, 시야에 제한이 있는 모든 장소마다 일시정지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럽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강동원

판사정주현

판사유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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