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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75768 판결
[손해배상(기)][공2010상,393]
판시사항

[1] 교도소 등 구금시설 관리자의 피구금자에 대한 안전확보의무의 내용과 정도의 확정 방법

[2] 교도소 내에서 수용자가 자살한 사안에서, 담당 교도관이 사망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의사에 의하여 시설로부터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되어 있으므로, 그 시설의 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바, 그 안전확보의무의 내용과 정도는 피구금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시설의 물적·인적 상황, 시간적·장소적 상황 등에 따라 일의적이지는 않고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

[2] 교도소 내에서 수용자가 자살한 사안에서, 담당 교도관은 급성정신착란증의 증세가 있는 망인의 자살사고의 발생위험에 대비하여 계구의 사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계구의 사용을 일시 해제하는 경우에는 CCTV상으로 보다 면밀히 관찰하여야 하는 등의 직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본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드림 담당변호사 엄윤상외 5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의사에 의하여 시설로부터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되어 있으므로, 그 시설의 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바, 그 안전확보의무의 내용과 정도는 피구금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시설의 물적·인적 상황, 시간적·장소적 상황 등에 따라 일의적이지는 않고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2513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소외 1 망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자신의 형과 형수를 살해한 범죄사실 등으로 유죄판결 및 치료감호처분을 선고받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감호를 받은 후 ○○교도소로 이감된 사실, 망인은 ‘자살우려자’ 내지 ‘자살위험자’로 지정, 관리되어 오던 중 2005. 7. 20.경부터 급성정신착란증의 증세를 보임에 따라 자살위험이 높은 수용자들에 대하여 대면계호 및 CCTV 등에 의한 집중관리를 하는 ‘기결7사’의 제5실에 보호수용된 사실, 망인에 대하여는 위 무렵부터 2005. 7. 25.까지 대면계호를 실시하면서 계구의 사용과 해제를 수회에 걸쳐 반복한 사실, 이 사건 사고일인 2005. 8. 2. 17:00경에는 망인이 반성문을 제출하고 심적으로 안정되었다는 판단하에 망인에 대한 계구의 사용을 해제한 사실, 이 사건 사고일의 야간 담당 근무자인 소외 2는 같은 날 20:00경 순찰근무를 하던 중 20:20경 기결7사 제2실의 수용자들 사이에 싸움이 발생한 것을 발견하고 이를 말리다가 사태가 진정되지 아니하자 관구교감인 소외 3에게 그 상황을 보고한 사실, 소외 3은 CCTV 감시근무자를 포함한 경비대 교도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여 사태를 진정시킨 후 소란을 일으킨 수용자들을 관구실로 동행하여 조사한 사실, 소외 2는 제2실로 들어가 내부 상황을 확인한 다음 그 자리에서 위 싸움에 대한 근무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사실, 망인은 2005. 8. 2. 20:45경 내지 20:50경 제5실에서 화장실 철격자(높이 185.5cm, 망인의 신장 174cm)에 내의를 찢어 만든 끈으로 목을 맨 상태로 위 소외 2에 의하여 발견된 사실, 소외 2는 교도관들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한 후 망인을 병원에 후송하였으나, 망인은 2005. 8. 4. 14:50경 심폐정지로 사망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망인은 형과 형수를 살해한 죄책감 등으로 삶을 체념하여 자살에 이른 것으로서 이 사건 사고 당일에 망인에게는 특이한 행동이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망인이 제2실에서 소란이 시작된 때로부터 불과 25분 내지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틈타 높이가 185.5cm에 지나지 않는 화장실 철격자에 내의를 찢어 만든 끈으로 자살을 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란 쉽지 아니하며, ○○교도소의 담당 근무자들이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태만히 하거나 망인을 발견한 이후의 응급, 후송조치에 과실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2005. 7. 30. 직업훈련장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울면서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나를 묶고 죽여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나는 개다.”라고 말하며 바닥을 기어 다니고, “멍, 멍”하고 개소리를 내면서 직원들을 물려고 하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서 망인으로 하여금 의무관의 진료를 받게 한 결과 ‘급성정신착란증’의 진단을 받게 된 사실, 이에 망인은 자살위험이 높은 문제수용자들에 대하여 CCTV 등에 의한 집중관리를 하는 기결7사의 제5호실에 보호수용되어 지속적인 약물투여 및 수갑, 사슬 등 계구의 사용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대면계호를 받게 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망인에게 발병한 급성정신착란증의 증세가 과중한 수준에 이르고, 이 사건 사고 당일은 발병일로부터 불과 10여 일 경과된 때로서 의사의 처방에 의한 지속적인 약물 투여 및 계구의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망인의 자살위험이 발병일 당시보다 줄어들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므로, ○○교도소의 담당 근무자로서는 자살사고의 발생위험에 대비하여 망인에 대한 계구의 사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계구의 사용을 일시 해제하는 경우에는 CCTV상으로 보다 면밀히 관찰하여야 하는 등의 직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05. 8. 2. 17:00경 망인은 담당 교도관들에게 반성문을 제출하겠다고 수회에 걸쳐 재촉하여 망인의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의 생활을 잘 하겠다는 취지로 반성문을 제출한 후 그와 같은 사유만을 이유로 망인에 대한 계구의 사용이 해제되었고, 같은 날 20:20경 기결7사의 담당 근무자들은 제2실에서 싸움이 벌어져서 그 싸움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CCTV상의 감시업무를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근무자조차 남겨 놓지 아니한 채 상당한 시간 동안 모두 그 자리를 이탈하는 한편, 야간 담당 근무자인 소외 2는 위 싸움이 진정된 이후에도 그 즉시 다른 수용자들의 상황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살펴보지 아니한 채 제1실에 그대로 머물면서 위 싸움에 대한 근무보고서 초안을 작성하였을 뿐인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교도소의 담당 교도관들은 이 사건 사망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위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에 관련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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