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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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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2.10.5. 선고 2012고합459 판결
가.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나.뇌물공여
사건

2012고합459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나. 뇌물공여

피고인

1.가. A

2.나. B

검사

김종오(기소), 한기식, 이광석(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C 담당변호사 D, E(피고인 A을 위하여)

법무법인 F 담당변호사 G(피고인 A을 위하여)

법무법인 H 담당변호사 I(피고인 B을 위하여)

판결선고

2012. 10. 5.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 A은 1985년경 경찰대학교를 1기로 졸업하여 경위로 임용된 후, 2001. 7.경 경찰청 공보담당관(총경), 2002. 1.경 인천지방경찰청 감사담당관, 2002. 11.경 경찰대학 교무과장, 2003. 7.경 경기지방경찰청 남양주경찰서장, 2004.경 서울지방경찰청 제2 기동대장, 2005. 7.경 서울지방경찰청 영등포경찰서장, 2006. 6.경 서울지방경찰청 보안 1과장, 2008. 3.경 경찰청 대변인실 홍보담당관, 2009. 3. 14. 울산지방경찰청 차장(경무관) 등의 보직을 거쳐, 2009. 8. 11.부터 주 중국 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인 B은 전자부품제조업체인 J 주식회사(이하 'J'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다.

가. 피고인 A

피고인 A은 2006. 11. 10.경 서울 강남구 K에 있는 L호텔 일식당에서 친구 M의 소개로 전자부품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피고인 B을 만나 함께 식사한 후 이어서 서울 강남구 N에 있는 O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술을 마시면서 피고인 B에게 "우리 의형제를 맺고 앞으로 서로 돕고 살자, 너가 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일이 생겨서 조사를 받는 등의 일이 생기면 내가 도울테니, 너는 경제적인 면에서 나를 도와라."라는 취지로 말하고, 2006. 11. 17.경 L호텔 일식당에서 다시 피고인 B을 만나서 같은 취지의 대화를 나누면서 "경무관으로 승진하려면 내외부에 인사를 해야 하는데, 최소한 2억 정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 A은 위와 같은 말에 호응한 피고인 B으로부터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2006. 11. 10.경부터 2011. 11. 4.경까지 사이에 총 9회에 걸쳐 합계 2,693,690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2006. 11. 하순경부터 2009. 3. 중순경까지 사이에 총 4회에 걸쳐 합계 26,000,000원의 현금을 교부받았다.

피고인 A은 또한, 2006. 12. 13.경 피고인 B이 제공하는 법인카드를 넘겨받아 별지 범죄일람표(3) 기재와 같이 2006. 12. 13.경부터 2007. 6. 24.경까지 사이에 총 61회에 걸쳐 합계 13,192,681원 상당을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은 현직 총경 및 경무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합계 41,886,371원1)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나. 피고인 B

피고인 B은 위 가.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 A에게 2006. 11. 10.경부터 2011. 11. 4.경까지 사이에 합계 41,886,371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하였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구조 및 피고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구조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06. 11. 10.경 및 2006. 11. 17.경, 당시 총경이었던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게 고위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을 해주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고, 이에 대한 대가로 2006. 11. 10.경부터 2011. 11. 4.경까지 금품, 향응 등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알선뇌물수수죄의 구성요건에 대비하여 보면, 알선뇌물수수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한 사항'은 2006. 11. 10.경 및 2006. 11. 17.경에 있었다는 것이고, '이러한 알선에 관한 사항과 대가관계 있는 금품, 향응 등의 수수'는 2006. 11. 10.경부터 2011. 11. 4.경까지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들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고 피고인 A이 이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2) 금품, 향응의 제공 및 수수가 어떠한 공무원에 속하는 어떠한 직무에 관한 알선에 관한 것인지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특정되었다고 하여도 이러한 알선과 대가관계에서 금품 및 향응의 제공 및 수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3.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의 경력, 피고인들의 관계, 금품 및 향응의 수수 경위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 A의 직책 및 피고인 B의 경력

피고인 A은 1985년경 경찰대학교를 1기로 졸업하여 경위로 임용되어 경찰 생활을 하여 오다가, 2001. 7.경 총경으로 승진한 후 2006. 6.경 서울지방경찰청 보안1과장으로 근무하였다. 그 후 2008. 3.경부터 경찰청 대변인실 홍보담당관으로 근무하다가, 2009. 3. 14. 경무관으로 승진하여 울산지방경찰청 차장 보직을 거쳐, 2009. 8. 11.부터 주 중국 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로 재직하였다.3)

피고인 B은 주식회사 P(이하 'P'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중 2005. 10.경부터 Q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R(이하 'R'라 한다)의 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2007. 8.~9.경 R에서 퇴사하였고, 현재는 전자부품제조업체인 J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4)

나. 피고인들의 만남

피고인 B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알게 된 M(피고인 A의 고등학교 동창이다)으로부터 피고인 A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2006. 11.경 피고인 A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M의 소개로 피고인 A, B은 2006. 11. 10.경 서울 강남구 K에 있는 L호텔 일식당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그 자리에는 피고인들과 M 이외에도 피고인 A이 데리고 온 S, T, 피고인 B이 데리고 온 U, V까지 모두 7명이 참석하였다. 위 7명은 L호텔 일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같은 날 서울 강남구 N에 있는 O 룸살롱으로 이동하여 술을 마셨고, 1차 식사 비용 1,242,760원 및 2차 주대 520만 원은 피고인 B이 지불하였다.5) 이때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 의형제의 동생으로 보아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피고인 A도 흔쾌히 승낙하면서 "서로 돕고 살아가 자."는 취지로 말하였다.6)

피고인 B과 A은 그로부터 1주일 후인 2006. 11. 17.경 L호텔 일식당에서 다시 만나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인생사 및 피고인 A의 승진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서로 돕고 살아가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누었다.7)

다. 1,300만 원 및 법인카드 공여

피고인 B은 위와 같이 피고인 A과 두 차례의 만남을 가진 후, 피고인 A이 경무관으로 승진을 하면 자신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무관으로 승진을 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R의 대표이사 Q에게 자금을 조성해 달라고 부탁한 뒤, 2006. 11. 하순경 피고인 B의 운전기사인 W를 통하여 피고인 A에게 1,300만 원을 전달하였다.8)

그 후 2006. 12.경 피고인 B은 연말연시에 필요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R의 법인카드 1장을 W를 통하여 피고인 A에게 전달하였다.9)

피고인 A은 위 법인카드를 받아 2006. 12. 13.경부터 2007. 6. 24.경까지 61회에 걸쳐 13,192,681원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였다.10)

라. 기타 금전 공여

피고인 B은, 피고인 A이 2008. 3. 24.자로 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발령이 나서 보직을 옮기게 되자, 2008. 3.~4.경 서울 중구 X에 있는 Y 일식집에서 피고인 A을 만나 영전축하금 명목으로 100만 원을 주었다.11)

또한 피고인 B은, 2008. 7.~8.경 서울 강남구 N에 있는 O 룸살롱에서 피고인 A이 언론사 기자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 참석하여 기자들을 소개받은 후, 그 주변에 있는 Z호텔 주차장에서 술값에 사용하라면서 피고인 A에게 200만 원을 주었다.12) 그 후 피고인 B은, 피고인 A이 2009. 3. 14.자로 경무관으로 승진한 직후인 2009. 3. 중순경 서울 강남구 K에 있는 AA 식당 앞에서, 피고인 A에게 승진 축하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주었다.13)

마. 피고인들의 친분관계

한편, 피고인들은 2007년에 들어서면서 친분관계가 상당히 두터워지기 시작하였는데, 그러한 친분관계를 보여주는 일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14)

① 피고인 A은 2007. 2.경 피고인 B 및 U, AB, AC, T을 계원으로 하는 'AD'이라는 계모임을 조직하였고, U가 J를 퇴사할 때까지 종종 정기 모임을 가지기도 하였다.

② 피고인들은 2007~2008년경 가족끼리 함께 몇 차례 여행을 가기도 하였고, 서로의 집을 수시로 방문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 A은 피고인 B의 부친에게 종종 전화를 하여 안부를 묻기도 하였다.

③ 피고인 A은 2007년경 피고인 B의 모친이 쓰러졌을 때 및 피고인 B이 대표로 있는 J의 직원의 모친이 쓰러졌을 때, 피고인 A의 매형이 병원장으로 있는 AE병원에 부탁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여 주었다.

④ 피고인 B은 피고인 A으로부터 AF를 소개받았는데, 2009년경 피고인 A의 주선으로 AF로부터 약 6억 원을 차용하여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바 있다.

⑤ 피고인 A은 2007년경 피고인 B으로부터 중국 사업진출을 모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국어에 능통한 피고인 A의 동생 AC을 소개하여 피고인 B의 사업에 도움을 준 바 있다.

⑥ 피고인 A은 2007. 12. 25.경 피고인 B으로부터 급히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인 2007. 12. 26. 공무원 신용대출을 받아 5,000만 원을 피고인 B에게 빌려 주었고, 2009. 7.경에는 변호사 선임 비용이 모자라다는 피고인 B의 이야기를 듣고 1,500만 원을 빌려 주기도 하였다.

⑦ 피고인 A은 2009년경 스웨덴 대사관 공보관으로 일하고 있던 피고인 A의 처AG을 통하여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베어링전문제조기업을 피고인 B에게 소개하였고, 피고인 B은 위 회사와 1~2년간 거래관계를 맺기도 하였다.

⑧ 피고인들은 만남을 시작한 이후 수시로 전화,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특히 피고인 A이 2009년 중국 북경에 주재관으로 파견을 나가자 더욱 자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였으며, 피고인 B은 중국 북경으로 피고인 A을 몇 차례 방문하기도 하였다.

⑨ 피고인들은 별지 범죄일람표(1)에 기재된 일자 이외에도 여러 차례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셨는데, 서로를 위하여 식사나 술값을 대신 계산해 주는 적이 많았다.15)

4. 판단

가. 알선뇌물수수죄의 성립요건

1)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①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②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③ 이와 대가관계 있는 금품, 향응 등을 수수하였다는 점이 모두 입증되어야 한다(이러한 점에서 '단지 직무와 대가관계 있는 금품, 향응 등을 수수하기만' 하면 죄가 성립하는 뇌물수수죄와는 다르다).

2)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라 함은 다른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의 처리에 법률상이거나 사실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그 사이에 상하관계, 협동관계, 감독권한 등의 특수한 관계가 있음을 요하지 않으나, 친구, 친족관계 등 사적인 관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도5294 판결 등 참조).

3) 또한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다'라고 함은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로서, 반드시 알선의 상대방인 다른 공무원이나 그 직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까지는 없다 할 것이지만,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고, 단지 상대방으로 하여금 뇌물을 수수하는 자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고, 뇌물을 수수하는 자 역시 상대방이 그러한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924 판결).

나.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등이 수수되었는지 여부

1)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르면,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뇌물수수의 명목이 알선할 사항 즉,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 요구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보면, 이러한 알선에 관한 내용은 "우리 의형제를 맺고 앞으로 서로 돕고 살자. 너가 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일이 생겨서 조사를 받는 등의 일이 생기면 내가 도울테니..."라는 기재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16) 그런데 이러한 내용만으로는, 어려운 일이 생겨서 조사를 받는 등의 일이 생기면 도와주겠다는 것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사항에 관하여 알선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알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떤 편의나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 나마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 '조사'라는 단어 역시, 그것이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여러 조사기관 중 어느 기관이 주체가 되는 조사인지, 또한 그 조사의 대상이 '피고인 B이 부사장으로 있는 R에 대한 조사인지', '피고인 B이 대표로 있는 J에 대한 조사인지', '피고인 B 개인에 대한 조사인지', '형사사건에 대한 조사인지', '세금에 대한 조사인지' 등에 관하여 전혀 특정된 바가 없다.

그렇다면, 알선뇌물수수죄가 인정되기 위하여 반드시 알선의 상대방인 다른 공무원이나 그 직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까지는 없고, 알선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하여야 할 현안이 존재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소사실의 기재만으로는 알선할 사항 즉,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만으로는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알선의 대가로서 피고인들 사이에 금품 등이 수수되었는지를 알수가 없으므로, 결국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한 대가로서 금품 등이 수수되었다고 인정할 수가 없다.

2) 다만,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A이 피고인 B으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받은 기간(2006. 11. 10.경~2011. 11. 4.경) 동안 피고인 B이 몇 가지 사건[R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문제, 2007. 2.경 피고인 B이 근무했던 P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점검 사건(이하 '국정원 점검 사건'이라 한다), 2008. 12.경 피고인 B이 P에 의하여 화성동부경찰서에 고소당한 사건(이하 '화성동부경찰서 고소 사건'이라 한다), 2011년경 피고인 B이 영업비밀침해를 이유로 U를 고소한 사건(이하 '영업비밀침해 고소 사건'이라 한다)]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너가 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일이 생겨서 조사를 받는 등의 일이 생기면' 이라는 부분에서 말하는 어려운 일이나 조사를 받는 일이 위와 같은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선해하여 공소사실에 이러한 사건에 관한 알선의 대가로서 금품 등이 수수되었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 이 점에서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B은 검찰 및 이 법정에서, 자신이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R의 대표이사인 Q으로부터 불법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는 것에 대한 조사 등을 대비하기 위하여 검찰, 경찰, 국세청 직원들과 인맥을 만들어 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M을 통하여 당시 총경 계급의 경찰공무원이었던 피고인 A을 의도적으로 소개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17), ② 피고인 B은, 검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 A을 처음 만난 날 피고인 A이 "우리 의형제를 맺고 앞으로 서로 돕고 살자."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는데, 자신은 이 말의 의미를 '사업을 하는 자신은 피고인 A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경찰 고위 공직자인 피고인 A은 자신에게 경찰 등 공직과 관련된 영향력 범위 내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한 점,18) ③ 피고인 A은, 피고인 B을 소개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3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과 법인카드를 받았고, 그 이후로도 계속적으로 돈과 향응을 제공받았는데, 이는 단순한 친분관계나 호의 관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B은 피고인 A에게 처음부터 무엇인가 도움을 받고자 하는 대가관계로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이고, 피고인 A은 피고인 B이 자신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받고자 한다는 점을 짐작하면서 처음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볼 수 있다.

나) 그러나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기간 동안 위와 같은 몇 가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었다고 하여도, 앞서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아래에서 보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금품 등의 제공은 피고인 A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선을 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서 제공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 B이 피고인 A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제공한 것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인 A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 B으로부터 2006. 11. 10.경 및 2006. 11. 17.경은 물론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으면서 단 한차례도 사건에 관한 부탁을 들은 바 없다고 진술하였고,19) 피고인 B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 A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친분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실제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구체적인 사건 청탁 등을 한 바는 없다고 진술하였다.20)

② 피고인 B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 A으로부터 "서로 돕고 살아가자."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은 있으나, "네가 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일이 생겨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일이 생기면 내가 돕겠다."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나, "나는 사건을 봐 줄 테니너는 돈을 달라."는 식의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고 진술하였다.21)

③ 피고인 B은 이 법정에서, "R의 Q은 회사 경영상 많은 비자금을 조성하였는데, 이로 인한 회사 보호를 위하여 자신에게 국세청, 검찰, 경찰 등 인맥을 만들어 두라고 하였고, 이에 M에게 부탁하여 피고인 A을 소개받았다."고 진술하였다.22) 그러나 피고인 B은 피고인 A을 소개받으면서 R라는 회사나 R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한 바 없어,23) 피고인 A의 입장에서는 R의 비자금 조성에 따른 문제를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 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시 피고인 B은 R에 대한 문제가 국세청, 검찰, 경찰 중 어디에서 발생할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로서 막연히 국세청, 검찰, 경찰 등의 인맥을 쌓아 둘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피고인 B이 피고인 A을 소개받을 당시에 피고인 A에게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건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건이 어느 기관 공무원의 사무에 속하는지조차 전혀 특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보인다.

④ 또한 피고인 B이 피고인 A과 처음으로 만난 2006. 11. 10.경에는 피고인 A, B이 단둘이 만난 것이 아니라 7명이 한 자리에 동석하여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는바, 이 자리는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구체적인 부탁을 하기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교분을 나눈 자리의 성격이 강하였다고 보인다. 한편, 그로부터 1주일 후인 2006. 11. 17.경에는 피고인 A, B이 단둘이 만나기는 했으나, 이때 역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로부터 불과 1주일이 지났을 때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조사를 받을 경우 도와달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24)

⑤ 피고인 B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A에게 돈을 준 이유에 대하여 "지금 당장 어떤 도움을 받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인맥을 쌓아 두면 사업을 하다가 어려움이 생길 때 당연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는데,25) 결국 피고인 B 스스로도 구체적으로 알선을 할 만한 사안은 없었지만, 나중에 그러한 구체적인 문제가 생기면 막연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피고인 A의 안면을 익혀두자는 생각에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⑥ 한편, 피고인 B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A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함으로써 도움을 받게 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2007. 2.경 P에 대한 국정원 점검 사건을 들면서, 나중에 위와 같은 사건이 다시 생겼을 경우 피고인 A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26) 그런데 국정원 점검 사건은 그 자체로 보아, 피고인 A이 경찰공무원의 지위에서 법률상,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다른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라고 보기 어려운데다가 실제로 피고인 A이 '경찰공무원으로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도움을 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B은 피고인 A과 인맥을 계속 유지할 경우 위와 같은 도움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인바, 이는 결국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이 반드시 피고인 A의 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⑦ 한편 피고인 B이 피고인 A의 지위를 이용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만한 사건으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2006. 11. 10.경으로부터 2년 이상 경과한 2008. 12.경에 있었던 화성동부경찰서 고소 사건과 2011년경에 있었던 영업비밀침해 고소 사건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피고인 B이 당시 피고인 A을 소개받으면서 내심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던 R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문제와 전혀 다른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두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어떠한 부탁을 하였다거나 피고인 A이 어떠한 알선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27)

3) 결국, 어느 모로 보나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를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5.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대웅

판사 양우석

판사 유제민

주석

1) 제4회 공판기일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에는 '41,866,371원'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41,886,371원'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아래 피고인 B의 뇌물공여 공소사실의 액수 부분도 이와 같다.

2) 피고인 B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 A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한편, 피고인 A은 2007. 10. 31.경 서울 강남구 K에 있는 L호텔 일식당에서 355,310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별지 범죄일람표 (1) 중 순번 6 부분]만 부인하고, 나머지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3) 수사기록 712쪽 이하

4)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쪽, 수사기록 3211쪽

5)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1~4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2~4쪽

6)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8, 9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3쪽

7)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13, 14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4쪽

8)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5, 6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6쪽

9)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7, 8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7쪽

10)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8쪽, 수사기록 204쪽 이하

11)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3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10쪽

12)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3, 24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10쪽

13)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4, 25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10, 11쪽

14)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17~21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7쪽, 수사기록 3217, 3218쪽

15) 피고인 B은 오히려 자신이 피고인 A으로부터 얻어먹은 것이 더 많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3217, 3218쪽).

16)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게 "경무관으로 승진하려면 내외부에 인사를 해야 하는데, 최소한 2억 정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하였다는 부분은 알선에 관한 내용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다.

17)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 3, 8쪽, 수사기록 3224쪽

18)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8, 9쪽, 수사기록 3239, 3240, 4044쪽

19)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7쪽

20)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2쪽

21)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14쪽

22)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 3쪽

23) 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9쪽,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에 대한 신문조서 8쪽

24) 피고인 B도 "당시 피고인 A에게 대놓고 '앞으로 일이 생기면 도와 달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3238, 3239쪽).

25) 수사기록 615, 616쪽

26) 수사기록 1505, 1506쪽

27) 피고인 B은 검찰 및 이 법정에서, 당시 피고인 A에게 화성동부경찰서 고소 사건에 관한 상담을 하였더니 피고인 A이 경찰대 동기인 AH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었고, 그 이후부터는 AH 변호사를 통하여 사건 해결을 하였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8쪽, 수사기록 3227쪽). 오히려 피고인 A은 화성동부경찰서 고소 사건의 검찰 수사과정에서 선임할 변호사 비용이 없다는 피고인 B의 말을 듣고, 피고인 B에게 1,500만 원을 빌려준 바도 있다. 또한 피고인 B은 이 법정에서, 영업비밀침해 고소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 A에게 간단히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였을 뿐,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거나 부탁을 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제5회 공판조서 중 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9쪽).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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