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 갑은 을 주식회사에 토지사용승낙서, 매도약정서, 기본재산 기증승낙서 등에 기하여 병 토지를 사용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였는데, 갑의 사용승낙거부로 인하여 병 토지가 을 회사의 사업부지에서 확정적으로 제외되었고 이에 을 회사가 병 토지에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갑의 토지사용승낙 거부와 을 회사가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보림개발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종원)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수철)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위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이 사건 각서 및 그 이전에 원고와 사이에 작성된 토지사용승낙서, 매도약정서, 기본재산 기증승낙서 등에 기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하게 할 의무를 위반하여 2006. 12. 이후 지속적으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사용을 거부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더 이상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채로 이 사건 납골시설사업을 진행시키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2007. 10 17. 울산광역시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사업부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고, 울산광역시장이 2007. 10. 18.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지 못하면 사업부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함으로써 그 무렵 이 사건 토지는 피고의 사용승낙거부로 인하여 이 사건 납골시설사업부지에서 확정적으로 제외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각서에 기한 약정을 믿고 그 시점까지 지출한 투자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으나, 이 때 채무불이행에 있어서 채권자에게 발생한 손해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이 없었더라면 채권자에게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손해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87556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사용승낙을 거부하자, 원고 측(원고 대표이사가 납골시설사업을 위한 재단법인을 설립하였고, 그 이름으로)은 2008. 5. 21.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하고 인근 토지들을 사업대상지로 하여 그 지상에 납골안치구수를 ‘92,000위’로 하는 납골시설 및 진입도로에 관한 도시관리계획 입안제안서를 울산광역시 울주군수에게 제출하였으나, 울주군수는 2008. 7. 16. ‘원고가 신청한 92,000위는 울산광역시 장사시설 중·장기수급계획상의 수요량을 초과하고, 주민의견서 등을 미첨부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그 입안제안서를 반려하였고, 이에 원고 측이 주민의견서 등을 보완하여 다시 도시관리계획 입안제안서를 제출하였으나 울주군수는 앞서 제시한 사유에 ‘장사문화가 납골시설보다는 자연장지, 수목장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등의 사유를 부가하여 이를 다시 반려한 사실, 이에 원고 측은 울주군수를 상대로 도시관리계획 입안제안신청 반려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의 환송판결을 거친 끝에 결국 패소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울산광역시 울주군수가 원고 측의 납골시설 등에 관한 신청을 반려한 것은 그 대상사업부지에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울산광역시 장사시설 중·장기수급계획상의 수요량 초과 등’의 사유에 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피고의 토지사용승낙 거부가 없었더라도 원고는 어차피 이 사건 토지를 사업부지로 한 납골시설 등의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지출한 비용은 무용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토지사용승낙 거부와 원고가 그 토지에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의 토지사용승낙 거부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 피고가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무불이행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취사 및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에서 본 피고의 토지사용승낙거부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주장이라는 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