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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6. 28. 선고 95도3040 판결
[현주건조물방화][공1996.8.15.(16),2430]
판시사항

현주건조물방화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임에도 별다른 증거 없이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증인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방화행위를 한 것으로 단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희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피고인이 1995. 2. 4. 02:20경 대전 동구 구동동 143의 1 소재 식장산숯불구이 식당에서 망 공소외 1과 술을 마시던 중 위 망 공소외 1이 자신의 처인 피해자와 공소외 2가 위 식당을 동업하면서 불륜관계를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위 공소외 2를 식당에서 쫓아낼 방도를 궁리하는 것을 보고 위 망 공소외 1에게 식당 건물을 불질러 없애면 위 공소외 2가 나갈 것이 아니냐고 말하면서 불지를 것을 재촉하였음에도 위 망 공소외 1이 이를 주저하자 답답하게 여긴 나머지 1회용 라이터로 위 식당 천장의 환기구 부분을 막아 놓은 종이에 불을 붙여 그 불이 위 식당 건물 전체에 번지게 하여 위 망 공소외 1, 피해자가 현존하고 있는 위 건물을 모두 태워 이를 소훼한 것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술에 만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면서, 그 증거로 제1심이 든 증거들인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위 피해자, 공소외 2와 증인 공소외 3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사법경찰리 작성의 실황조사서, 전승구 작성의 화재감식소견서 중 발화지점이 식당 안방이라는 취지의 기재, 압수된 1회용 라이터 1개(증 제1호)의 현존에다가 위 피해자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을 추가하고 있다.

2. 원심이 든 위 각 증거 중 공소외 2, 공소외 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이 위 식장산 식당에 불을 놓는 것을 직접 보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위 실황조사서 및 화재감식소견서의 각 기재와 라이터 1개의 현존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심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게 된 주된 증거는 위 공소사실과 일치하는 내용의 진술을 하고 있는 위 피해자의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피해자의 진술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먼저 위 피해자는 피고인이 불을 지르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최초에 경찰에서는 피고인이 불을 지르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으나 피고인과 남편인 망 공소외 1이 라이터 불을 켜서 천장에 대므로 설마 불을 내겠느냐고 생각하면서도 식당 방에 있던 땅문서를 찾아 밖으로 나와 바로 옆에 있던 살림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식당 안에서 '퍽'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이 뛰어 나왔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는 일관하여 피고인이 1회용 흰색 라이터로 식당 천장의 환기구멍을 막은 달력종이에 불을 붙여 동전만하게 불이 붙는 것을 식당문 앞(제1심 법정에서는 방안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중 라이터로 천장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에서 직접 보고서 식당입구의 카운터에 있던 금고와 주머니를 들고 '불이야'라고 소리치면서 살림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식당 안에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지면서 피고인이 위 망 공소외 1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 그 진술을 일부 번복한 경위에 관하여는 위 망 공소외 1이 죽기 전에 절친한 친구인 피고인이 불을 질렀다는 것을 숨기고 전기누전으로 불이 났다고 이야기하여 달라고 부탁하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의 방화장면의 목격에 대한 위 피해자의 진술번복 경위에 관한 부분은, 기록에 의하면 위 피해자가 최초부터 피고인과 위 망 공소외 1이 이 사건 방화행위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위 두 사람 모두를 법대로 처리하여 달라고 진술하였고, 위 망 공소외 1은 위 피해자로부터 왜 집에 불을 질렀느냐고 다그침을 당하자 비관한 나머지 화재 다음날 농약을 먹고 자살하면서 그 유서에 자신은 불을 지르지 않았고 오히려 위 피해자와 공소외 2가 불낸 사람이라고 기재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수긍이 가지 않고, 또한 불이 번지자 피고인이 위 망 공소외 1을 끌고 나왔다는 위 피해자의 진술 부분은, 위 망 공소외 1이 불이 난 직후에 살림집에 들어가 이불을 쓰고 누웠다가 시끄러워 나와 보니 소방차가 도착하여 불을 끄고 있었다는 위 망 공소외 1의 경찰에서의 진술과 그 아들인 공소외 3의 검찰에서의 진술 부분과 일치하지 않으며, 그리고 피고인이 불을 지르는 것을 보고서 땅문서 등을 들고 '불이야'라고 소리치면서 살림집으로 뛰어 갔다는 위 피해자의 진술 부분도 위 공소외 2의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위 공소외 2는 화재발생 당일 02:00경(제1심 법정에서는 01:00경 이후로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고 진술함) 식당에서 퇴근한 후 자신의 집으로 가지 않고 식당 옆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위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등이 불을 지를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설마 불을 지르겠느냐고 대답하고서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므로 서로 상치된다.

나아가, 위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화재가 발생한 식당 건물은 천장 안에 스티로폴을 대고 다시 합판을 한 후 도배를 하였고 피고인이 환풍기 옆의 달력종이에 라이터 불을 대어 동전만하게 불이 붙었다는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위와 같이 불이 붙었다는 부분이 달력종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천장의 목조 부분이라는 것인지(만약 그 목조 부분이 합판이라면 합판이 쉽게 인화되는 것인지 여부를 포함)가 명백하지 않고, 또한 위와 같은 천장구조를 가진 식당 건물(수사기록에 편철된 사진들에 의하면 위 식당 건물은 순수한 목조 한옥이라기 보다는 시멘트 블록조의 건물로 보인다)에서 천장에 동전만하게 불이 붙었다가 위 피해자가 카운터에 있는 주머니 등을 챙겨 바로 옆의 살림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올라가는 짧은 시간 사이에 '퍽'하는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불이 번지게 되었다는 점도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다.

3. 그리고 원심은 화재가 발생할 당시 현장에는 위 피해자 외에 피고인과 망 공소외 1이 있었는데 위 망 공소외 1이 불을 지르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불을 질렀을 개연성이 크다고 하면서, 화재 다음날 자살한 위 망 공소외 1이 자살하기 전에 아들인 공소외 3에게 자신은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말하였고, 유서에도 자신은 절대 불을 놓지 않았다고 기재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위 망 공소외 1은 경찰 조사 당시에도 자신은 술에 취해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자살하기 전에 위 공소외 3에게도 자신이 불을 지르지는 않았으나 당시 술에 너무 취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음에도 유서에는 자신이 절대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하면서 위 피해자와 공소외 2가 불을 질렀다고 기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불을 질렀을 개연성이 큰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4. 무릇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별다른 증거 없이 위와 같이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방화행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하였으니, 이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 신성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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