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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중앙지법 2006. 9. 29. 선고 2006고합115 판결
[증권거래법위반] 항소[각공2006.11.10.(39),2491]
판시사항

[1]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 에 정한 ‘위계’의 의미

[2] 외국계 투자 목적 법인의 펀드매니저가 특정기업의 주식을 매도하기에 앞서 신문사 기자와 위 기업에 대한 M&A 가능성을 언급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이 일반투자자로 하여금 위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 는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고의로 허위의 시세 또는 허위의 사실 기타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는바, 위 조항 소정의 ‘위계’라 함은 거래상대방이나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여 매매 기타 거래에 관한 일정한 행위를 유인할 목적의 수단이나 계획, 기교 등을 의미한다.

[2] 외국계 투자 목적 법인의 펀드매니저가 특정기업의 주식을 매도하기에 앞서 신문사 기자와 위 기업에 대한 M&A 가능성을 언급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이 일반투자자로 하여금 위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회사

검사

전석수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한상호외 4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영국 우체국 및 전신전화국 직원이 적립한 퇴직연금펀드(British Pension Scheme)를 운용하는 (회사명 생략)이 100% 출자한 투자 목적 법인인바,

피고인의 사용인으로서 신흥시장팀 소속 펀드매니저인 공소외 1이 2003. 11. 5.부터 2004. 3. 2.까지 사이에 피고인의 계산으로 증권거래소 상장 법인인 삼성물산 주식회사(이하 ‘삼성물산’이라 한다)의 보통주 합계 7,772,000주를 매수하고, 2004. 3. 3. 공소외 1의 계산으로 삼성물산 우선주 8,300주를 매수한 뒤, 2004. 12. 3. 위 주식들을 전부 매도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일부 지주회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총 발행주식 가운데 삼성계열사 및 대주주의 지분이 14%로 낮은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42%로 높아 적대적 M&A에 취약하다는 사실 및 소버린(SOVEREIGN) 자산운용의 SK 주식회사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에 따라 SK 주식회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실을 인식하고, 실제로는 피고인 스스로가 삼성물산에 대하여 적대적 M&A를 시도할 의사가 없고,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M&A 테마주로 부상시키기로 마음먹고, 2004. 3. 2. 삼성물산 보통주 2,118,000주를 추가로 매수하여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 발생 수량인 5%를 취득한 뒤, 2004. 3. 8. 삼성물산의 홍보담당 상무 공소외 2에게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매각, 우선주의 소각 등을 요구하면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적대적 M&A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여 삼성물산을 압박하는 한편, 피고인의 수탁 브로커인 대우증권 런던 현지법인 직원 공소외 3을 통하여 위와 같은 삼성물산 관계자와의 접촉 사실 및 요구사항을 한겨레신문 공소외 4 기자에게 알려 보도되게 하는 등 수차례의 언론 접촉 등을 통해 삼성물산 주식이 시장에서 M&A 테마주로 부각되거나 인식되도록 하고, 2004. 11. 12. 보도자료를 통하여 삼성전자 주식 처분 및 우선주 소각 등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삼성물산이 적대적 M&A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을 경고하는 등 다시 한 번 시장에 삼성물산 주식을 M&A 테마주로 부각시키는 노력을 하면서 삼성물산 측의 대응과 삼성물산 주가 추이 등을 관찰하던 중, 2004. 11. 26. 삼성물산에서 보통주 2.5%를 포함한 자사주 취득 공시를 하자, 국내 최대 언론사인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의 M&A 가능성을 시장에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피고인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줌으로써 삼성물산의 주가를 상승시키고 거래량을 증가시킨 후 주식을 매도하여 차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2004. 11. 29. 20:08경부터 45분 정도 이루어진 조선일보 공소외 5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이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기방어를 위해서이다. 삼성물산 주식은 훌륭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만약 현 경영진이 회사의 평가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 한 다른 투자자가 주식을 사서 주가를 높일 수 있도록 경영진 바꾸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회사 경영진이 하는 것을 보면 헤르메스는 경영진을 지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적대적 M&A를 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지금 경영진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버린이 삼성물산과 M&A를 한다면 헤르메스는 소버린을 지지할 것이다.”라고 언급함으로써, 2004. 12. 1.자 조선일보에 ‘삼성물산, 외국인에 M&A될 수도’라는 제목으로 위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가 보도되게 하여,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마치 자사주 매입 조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삼성물산의 적대적 M&A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이러한 M&A 시도 세력을 지원하여 향후 SK 주식회사처럼 지분경쟁을 통해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오인하게 하고, 이로 인해 그 때부터 2거래일에 걸쳐 삼성물산 보통주 및 우선주의 주가가 상승 내지 보합세를 유지하고, 거래량도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자 보도 이틀 후인 2004. 12. 3. 대우증권 국제영업부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보통주 7,772,000주 및 공소외 1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우선주 8,300주를 전부 매도하여 피고인이 7,248,940,852원, 공소외 1이 28,943,530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함으로써 피고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용인인 공소외 1이 유가증권의 매매에 관한 위계를 사용하였다.

2. 판 단

가. 공소외 1의 인터뷰 경위·내용 및 전후정황

검사는 공소사실 중 공소외 1이 2004. 11. 29. 조선일보 공소외 5 기자와 인터뷰(이하 ‘이 사건 인터뷰’라 한다)를 하고 2004. 12. 1. 그 내용이 조선일보에 보도되게 한 행위를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고의로 위계를 쓰는 행위’로 기소한 것이라고 석명하였는바, 증인 공소외 5, 공소외 3의 각 법정진술, 공소외 3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5· 공소외 2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1에 대한 각 문답서, 각 수사보고(이메일 압수수색 결과보고, 대량보유변동보고서 편철, 녹취록 주요단서 편철, 매도주문 실행 경위 등 보고, 통화내용 등 편철 보고), 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8, 18호증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인터뷰의 구체적 경위 및 내용과 그 전후 정황은 다음과 같다.

(1) 공소외 1은 2004. 11. 26. 대우증권 런던 현지법인의 직원으로서 피고인의 수탁 브로커인 공소외 3과 같은 날 발표된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 공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언론 접촉의 필요성에 관하여 언급하였고, 공소외 3은 대우증권 홍보팀 공소외 8 과장을 통하여 이 사건 인터뷰를 주선하였다.

(2) 조선일보 기자 공소외 5는 과거 피고인 및 삼성물산에 관하여 보도된 기사들을 종합하여 질문서를 작성한 뒤, 2004. 11. 28. 공소외 3에게 보내주었고, 공소외 3은 위 질문서를 영어로 번역하여 공소외 1에게 보내주었는데, 주된 질문사항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 삼성물산에 대하여 적대적 M&A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피고인이 이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실제 삼성물산이 M&A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스코틀랜드 펀드나 플래티넘 펀드 등과 삼성물산 M&A에 관하여 논의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는 것이었다.

(3) 공소외 1은 2004. 11. 29. 인터뷰 약 1시간 반 전에 삼성물산 공소외 2 상무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 조치 및 우선주 소각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던 중, ‘한국 언론이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는데, 이번 자사주 매입 조치가 경영진의 우호적인 결정이고, 우선주 소각은 아직 의제에 남아 있다고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공소외 2는 ‘인터뷰 이후 신문기사 내용이 당신이 보기를 원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라며 인터뷰를 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에 대하여 공소외 1은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내가 말하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Well, that’s why I’d like you to know what I am going to say)’면서 인터뷰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하였다.

(4) 공소외 1은 2004. 11. 29. 인터뷰 직전에 공소외 3과 질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서로 상의하면서 우호적으로 답변해야 하는지, 공격적으로 답변해야 하는지 물었는데, 공소외 3은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것이 낫겠지만, 앞으로 그럴 기회가 많이 있으니 우호적으로 하는 것이 낫겠다.’고 답하였고, 공소외 1은 적대적 M&A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는 약간 공격적인 답변을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5) 그 직후 이루어진 이 사건 인터뷰는 전화로 대우증권 직원인 공소외 7이 질문지에 적힌 질문사항을 공소외 1에게 묻고, 공소외 1이 대답하면 공소외 7이 이를 우리말로 해석하여 공소외 5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6) 인터뷰에서 공소외 1은 ‘자사주 매입이 삼성측의 자기방어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삼성물산은 자기방어에 대하여 염려할 필요가 없고, 자기방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주주가치를 증대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였고, 재차 ‘자기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삼성측에서 삼성물산 주식이 저평가되었기 때문에 좋은 투자라고 생각해서 매입하는 것이기를 희망한다.’고 답변하였다{두 번째 질문을 받고 공소외 1이 바로 “I think they are...”라고 말하긴 하였으나, 그 말투(증 제18호증에 의하면 문장을 끝맺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문구에 대비하여 길게 끄는 투임을 알 수 있다.)와 그 이후의 대답 및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 내용 등 전체적 맥락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그렇다’라고 긍정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7) 공소외 1은 8번 질문(삼성물산에 대한 M&A와 관련하여 다른 주주들과 논의한 사실이 있는가? 특히 범영국계로 칭해지는 스코틀랜드 펀드나 호주의 플래티넘 펀드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는가?)에 대하여 ‘플래티넘 펀드가 큰 펀드라는 것을 알지만 한 번도 그들과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였고, ‘M&A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는 ‘삼성물산 주식이 훌륭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만약 경영진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도를 강구하지 않는다면, 다른 투자자가 주식을 사서 주가를 높이기 위해 경영진을 바꾸는 것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 경영진이 하고 있는 대로라면, 헤르메스는 경영진을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8) 이어진 ‘만약에 소버린이 삼성물산에 대한 M&A를 시도한다면, 헤르메스는 소버린을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공소외 1은 ‘경영진이 현재는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경영진과 같이 일하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경영진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누군가가 적대적 M&A를 통해 경영진을 바꾸길 원한다면, 아마도 그들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그들이 제안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고 답변하였고, 그 후 ‘다른 외국인 투자자나 기업이 삼성물산에 대하여 M&A를 시도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는 여러 차례 반복하여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9) 공소외 1은 곧이어 ‘M&A를 할 만한 펀드를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펀드들이 삼성물산을 M&A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주식이 매우 싸다면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대답하였고, ‘그러면 M&A에 대하여는 아무 것도 모르는가?’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하였으며, ‘삼성물산 M&A 문제에 대하여 다른 주주들과 의논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플래티넘과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10) 한편, 공소외 1은 ‘삼성물산이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무언가를 하거나 또는 할 것을 고려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오늘 삼성물산과 이야기했을 때 아무 계획이 없다고 하여 실망했다.’고 말하였고,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식이 장부가의 0.5배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1주 1투표권 원칙을 위해 우선주를 소각하고, 삼성전자 등 다른 회사 주식을 팔아 채무를 상환하며, 건설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11) 공소외 5는 위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기사 초안을 작성하여 2004. 11. 30. 공소외 3에게 보내주었고, 같은 날 공소외 3은 전화로 공소외 5와 함께 기사 초안을 한 줄씩 읽으면서 헤드라인에 ‘삼성물산의 적대적 기업인수 경고’라고 되어 있는 부분은 ‘헤르메스 펀드가 삼성물산이 적대적 기업인수 및 합병의 타겟이 될 수 있음을 재차 경고했다.’라고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등 의견을 제시하여 공소외 5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막연한 일부 문구를 수정하도록 권유하였다( 공소외 5는 이 법정에서 헤드라인을 수정한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차원이었고, 전체적인 기사에 대하여 공소외 3이 영향력을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12) 조선일보는 2004. 12. 1. 〈‘삼성물산 외국인에 M&A될 수도’ 지분 5% 보유한 헤르메스 펀드 총괄책임자 ‘지배구조 개선 안 하면 M&A 시도 펀드 지원’〉이라는 제목과 “삼성물산의 3대 대주주(지분 5% 보유)인 헤르메스펀드가 삼성물산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라는 헤드라인 아래 “헤르메스자산운용의 로버트 공소외 1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총괄운용책임자는 30일 본지와의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중략) ‘삼성물산이 워낙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가져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세력이 있다.’며 ‘현 경영진이 만일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대주주 일가 또는 삼성그룹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헤르메스는 M&A를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공소외 1은 삼성물산의 지배구조와 관련, ‘삼성물산과 관계없는 비핵심 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부채를 줄여야 하며, 복잡한 사업구조를 재편해 건설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1주 1의결권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자본 지출을 야기하는 우선주를 없앨 것을 주문했다. (중략) 공소외 1은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라는 내용의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 한다)를 보도하였다.

(13) 2004. 12. 1.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된 후 공소외 3은 대우증권 국제영업부에서 이 사건 기사를 영문으로 요약한 내용과 함께 우리말로 된 기사 전문을 공소외 1에게 보내주었고, 공소외 1은 공소외 3과 통화하면서 이 사건 기사에 대하여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10분 정도 다른 주식들에 대한 전망 등에 관하여 이야기하다가 공소외 1은 공소외 3에게 ‘언젠가는 삼성물산 주식을 팔아야 할 텐데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 공시를 해야 하는 5일 안에 시장에 매도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공소외 3은 5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대답하였다.

(14)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된 2004. 12. 1. 삼성물산 보통주의 주가는 전일 15,300원에서 15,850원으로 상승하였고, 거래량은 전일 1,845,605주에서 3,258,587주로 증가하였으며, 다음날인 2004. 12. 2. 주가는 15,350원으로 하락하였고, 거래량은 3,341,687주로 증가하였다.

(15) 공소외 1은 2004. 12. 2. 공소외 3에게 당일 삼성물산 보통주의 주가에 대하여 실망하였다면서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물었는데, 공소외 3이 ‘거래량이 워낙 많아 이익실현을 한 측면이 있고,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전망이 매우 부정적이어서 그런 것 같은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자, ‘삼성전자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고, 삼성물산 경영진이 실제로 나아질 여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며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보통주와 공소외 1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우선주에 대한 매각 의사를 표시하였고, 같은 날 피고인의 주문 담당자인 공소외 9를 통해 공소외 3에게 삼성물산 보통주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소외 3이 하루를 건너뛰고 월요일(12. 6.)부터 매매를 시작해도 괜찮은지 묻자, 공소외 1은 ‘그것은 큰 위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16) 공소외 3은 2004. 12. 3. 대우증권 국제영업부 트레이딩팀을 통하여 피고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보통주 7,772,000주를 주당 평균 14,600원 정도의 가격에 시장에서 전부 매각하였고, 공소외 1이 보유한 삼성물산 우선주 8,300주도 시장에서 전부 매각하였는데, 당일 삼성물산 보통주의 거래량은 1,400만 주를 상회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 는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고의로 허위의 시세 또는 허위의 사실 기타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는바, 위 조항 소정의 ‘위계’라 함은 거래상대방이나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여 매매 기타 거래에 관한 일정한 행위를 유인할 목적의 수단이나 계획, 기교 등을 의미한다.

공소장 기재 공소사실과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의 취지는 피고인의 피용자인 공소외 1이 피고인과 자신이 보유하던 삼성물산 보통주와 우선주를 원활하게 처분할 목적으로 이 사건 인터뷰를 통하여 보유주식의 매도의사를 숨긴 채 삼성물산에 대한 M&A 가능성을 부각시킨 뒤 주가를 상승 내지 유지시킨 상태에서 거래량을 늘려 시장에서 매도함으로써 위계를 사용하였다는 것으로 보이므로, 과연 공소외 1의 이 사건 인터뷰가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한 관건이 되는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아래에서는 인터뷰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차례로 살피기로 한다.

다. M&A 가능성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위계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먼저 공소외 1이 삼성물산 주식을 M&A 테마주로 부상시키려는 의도로 이 사건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고 피고인이 이를 지원할 것처럼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여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도록 유인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공소외 1이 이 사건 인터뷰에서 공소장 기재 내용 중 “삼성물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기방어를 위해서이다.”라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삼성물산 주식은 훌륭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만약 현 경영진이 회사의 평가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 한 다른 투자자가 주식을 사서 주가를 높일 수 있도록 경영진 바꾸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회사 경영진이 하는 것을 보면 헤르메스는 경영진을 지지하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가 적대적 M&A를 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지금 경영진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버린이 삼성물산과 M&A를 한다면 헤르메스는 소버린을 지지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발언은 조선일보 기자가 사전에 준비한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온 내용의 일부로서, 위 발언내용만 발췌하여 보면 마치 인터뷰의 주된 내용이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M&A의 가능성과 이에 대한 피고인의 지지 의사에 치우쳐 있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위와 같은 발언 전후로 공소외 1이 ‘플래티넘 펀드 등 다른 주주들과 삼성물산 M&A에 관하여 논의한 사실이 없다’, ‘경영진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경영진과 같이 일하기를 선호한다’, ‘다른 외국인투자자나 기업의 M&A 시도에 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여러 차례 말한 점 등 앞에서 인정한 이 사건 인터뷰의 구체적인 내용과 전체적인 맥락에 비추어 보면, 위 공소사실 기재 발언은 ‘삼성물산 주식이 매우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다면 M&A가 시도될 가능성이 있고, M&A가 실제로 시도될 경우 피고인이 M&A 시도 세력의 제안을 검토하여 현 경영진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정도의 가정적·원론적 발언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9, 28호증의 각 1 내지 4, 증 제50호증에 의하면 이 사건 인터뷰 이전, 심지어 피고인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삼성물산은 대주주의 지분비율이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비율에 비하여 매우 낮아 M&A 관련주로 보도되고 있었고, 2004. 5.경에는 ‘스코틀랜드의 모 펀드가 삼성물산 주식을 4.99% 인수함으로써 헤르메스가 보유한 5%, 플래티넘 자산운용이 보유한 5.38% 등 범 영국계 펀드 지분이 삼성측의 지분 9%보다 높은 15.8%에 이르게 되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까지 보도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M&A 가능성에 대한 공소외 1의 가정적·원론적 발언은 위와 같은 보도의 내용과 대동소이한 것으로서, 당시까지 널리 알려진 삼성물산에 대한 M&A 가능성보다 더 구체적으로 M&A의 현실적 위험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위계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인터뷰에 허위나 기만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실제로 M&A를 시도하거나 다른 주체에 의한 M&A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에도 마치 그렇게 할 것처럼 피고인의 피용자인 공소외 1이 인터뷰를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단순히 M&A의 가능성을 언급하였다거나 장차 M&A가 이루어질 경우 피고인이 이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과연 어떠한 허위나 기만적 요소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상에서 살핀 바에 따르면, 공소외 1의 이 사건 인터뷰는 이미 공지의 사실이던 삼성물산에 대한 M&A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피고인이 삼성물산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며, 아울러 M&A를 시도하는 세력의 현존 여부에 대하여 분명히 모른다고 답변함으로써 위와 같은 발언이 가정적·원론적 답변임을 밝힌 것이어서, 허위나 기만적 요소가 포함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가리켜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기 위한 위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한편, 〈‘삼성물산 외국인에 M&A될 수도’ 지분 5% 보유한 헤르메스 펀드 총괄책임자 ‘지배구조 개선 안 하면 M&A 시도펀드 지원’〉이라는 제목의 이 사건 기사에 공소외 1이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이 워낙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가져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세력들이 있다.”는 말을 하여 구체적인 M&A 시도가 있음을 암시한 것처럼 보도된 사실은 인정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은 ‘구체적인 M&A 시도세력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플래티넘 펀드와도 삼성물산 M&A에 관하여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하였을 뿐 위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고, 기사의 제목은 조선일보 편집 과정에서 정해진 것이며, 공소외 1이 기사 작성에 관여하여 위와 같은 내용으로 발언한 것처럼 보도되게끔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보도가 이루어진 것을 가지고 공소외 1이 일반투자자를 기망하기 위하여 위계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처럼 기망함으로써 위계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다음으로 공소외 1이 삼성물산 보통주 및 우선주를 매각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인터뷰를 통하여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처럼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여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도록 유인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이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된 직후 공소외 3에게 삼성물산 주식의 매도방법에 대하여 문의하고, 다음날 매도 실행을 위임하여 보도 이틀 후에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보통주 및 공소외 1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우선주 전량을 시장에서 매도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공소외 1이 이 사건 인터뷰 당시 이미 위 주식들을 매각할 확정적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특정기업의 주식 중 상당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조만간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삼가거나 그 인터뷰에서 주식 보유를 전제로 한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더욱이 공소외 1은 이 사건 인터뷰에서 ‘삼성물산 보통주 및 우선주를 매도할 의사가 없고, 앞으로도 계속 보유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도 없다. 설령 공소외 1이 위 주식을 매각할 의사가 있으면서도 인터뷰 과정에서 앞으로도 위 주식들을 계속 보유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향후 삼성물산 보통주 및 우선주를 추가로 계속 매입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단순히 보유지분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인상을 준 것에 불과하다면, 이를 가지고 위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소외 1은 2004. 9. 2.과 2004. 11. 26. 및 2004. 12. 1.에 공소외 3이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하도록 권유하는 것을 모두 거절한 바 있다).

마.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인터뷰한 것이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

한편,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공소외 1이 이 사건 인터뷰 직전에 ‘적대적 M&A에 관하여는 공격적으로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점,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된 직후 기사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인 점, 그 다음날 삼성물산 보통주의 주가에 대하여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인 점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이 사건 인터뷰를 한 목적에 삼성물산 주가를 상승 내지 견인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한다.

그러나 설사 공소외 1에게 그러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인터뷰의 내용에 아무런 허위나 기만적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그러한 내심의 목적을 가지고 인터뷰에 응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인터뷰를 한 것이 위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바. 기타 정황

한편, 피고인이 2004. 3. 2.까지 삼성물산 주식의 5%를 취득하여 같은 달 6. 공시한 사실, 2004. 3. 5. 공소외 3의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 2004. 3. 8. 공소외 1의 공소외 2 상무와의 전화면담, 2004. 9.부터 10.까지 사이의 공소외 1과 공소외 3의 전화 통화 내용, 피고인의 2004. 11. 12.자 및 2004. 11. 26.자 보도자료 등은 이 사건 증권거래법위반 공소사실의 구성요건인 “위계”의 기초 사실에서 제외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어떠한 위계행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고, 나아가 2004. 12.에야 실현된 삼성물산 주식매도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장성원(재판장) 박정제 이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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