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부산지법 2006. 5. 12. 선고 2005나7747 판결
[임금] 상고[각공2006.7.10.(35),1410]
판시사항

[1]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이 실질적으로는 대상 업체의 지시ㆍ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근로의 대가로 연수수당 등의 명목으로 실질적인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 제14조 의 근로자라고 한 사례

[2] 실질적으로 근로자와 같은 근로를 하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산업연수계약상의 연수업체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파견대상업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이 실질적으로는 대상 업체의 지시ㆍ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근로의 대가로 연수수당 등의 명목으로 실질적인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 제14조 의 근로자라고 한 사례.

[2] 실질적으로 근로자와 같은 근로를 하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산업연수계약상의 연수업체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파견대상업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권혁근)

피고, 피항소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재혁외 1인)

변론종결

2006. 4. 7.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4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2. 6. 28.부터 2006. 5. 1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4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2. 6. 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각 다툼이 없거나 갑 제2호증의 2, 갑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인도네시아인이고, 피고 회사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서 정부가 실시하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도의 국내 대상 업체이다.

나. 원고는 2000. 6. 28. 피고 회사에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이하 ‘산업연수생’이라 한다)으로 배정되어, 피고 회사의 지시ㆍ감독을 받아 2년간 사출기계 운전작업을 하면서 근무하다가 산업연수기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하여 2002. 6. 27.까지 근무하였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지시를 받아 그 감독하에 작업을 하였고 피고 회사로부터 매달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수당을 지급받았다.

다. 피고 회사는 우리나라 근로자가 이른바 3D업종을 기피하고, 야간작업을 기피하며, 임금도 상대적으로 높으면서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인력보충수단으로서 원고를 받아들여 위 업무에 종사시켰다.

라. 원고는 피고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이 반복되는 작업을 하였고, 작업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 특별한 연수를 받지도 않았고, 한국인 근로자들과 동일한 근로를 제공하고 연수비 명목의 임금과 시간외 수당 등을 지급받았으며, 산업연수생기간과 그 이후의 기간 피고 회사에서 근무한 법적인 형태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제공한 노무의 내용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임금은 우리나라 근로자에 비하여 상당히 낮은 금액을 받았다.

마.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총 2년을 근무하였고, 퇴직일 이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은 70만 원이다.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그가 비록 산업연수생 신분이기는 하였으나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실질적인 근로자이므로, 산업연수생 기간을 포함한 전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는 출입국관리법상의 산업연수생으로서 선진기술의 습득을 목적으로 한 연수생이지 근로자가 아니고, 퇴직금제도는 정책적 고려에 의해 채택되는 국민복지차원의 사회권이며, 원고는 연수기간 동안 피고 회사로부터 숙식을 무료로 제공받았고, 연수를 마치고 출국할 때는 출국교통비까지 지급받고 있는 등 이미 퇴직금에 상응한 혜택을 받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산업연수생 신분인 외국인에 대하여까지 근로기준법의 퇴직금조항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연수업체는 그동안 산업연수생에 대하여 퇴직금 지급을 강제하지 않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 등의 정부기준을 신뢰하여 그에 따라 성실하게 연수생에 대한 그 처우를 다하였으며, 산업연수생과 연수업체의 관계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의 관계와 유사한 형식이어서 고용종속관계를 전제로 하는 퇴직금지급의무가 없으므로, 결국 산업연수생기간 2년을 제외하면, 계속근로연수 1년에 미달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금지급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

우리 대법원은 산업연수생에 관하여 산업기술연수사증을 발급받은 외국인이 정부가 실시하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도의 국내 대상 업체에 산업기술연수생으로 배정되어 대상 업체와 사이에 연수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계약의 내용이 단순히 산업기술의 연수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의 지시에 따라 소정 시간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액의 금품을 지급받으며, 더욱이 소정 시간 외의 근무에 대하여는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받기로 하고 해당 기업의 지시ㆍ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왔다면, 이러한 계약은 그 명칭이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고용계약이라 할 것이고 그 외국인 연수자는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누12067 판결 , 1995. 12. 22. 선고 95누2050 판결 , 1997. 3. 28. 선고 96도694 판결 , 2005. 11. 10. 선고 2005다50034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한 바 있다.

앞선 인정 사실에 나타난바, 원고는 피고 회사와 사이에 연수계약을 체결하고 산업연수생의 신분으로 입국하여 실습연수기간을 거치기는 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근로자를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고를 채용하였고, 원고는 피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소정 시간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액의 금품을 지급받았으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 형식적으로 산업연수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피고 회사에서 여타 국내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 회사의 지시ㆍ감독하에 근로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근로의 대가로 연수수당 등의 명목으로 실질적인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라고 할 것이다.

(2) 퇴직금제도의 적용 여부

(가) 근로관계에 관한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려는 데 그 목적이 있고( 제1 , 2조 ), 이러한 근로조건은 ‘국적’이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받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5조 ). 근본적으로 헌법 제6조 제2항 은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1조 제1항 후단은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내법적인 효력은 없으나 인권에 관한 세계선언 제23조 제2항은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아무런 차별 없이 동등한 일에 대하여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는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34조 는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퇴직금은 근로자의 근로제공에 대한 미지급 임금이 축적된 것이 그 재원으로서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갖는 것이다.

헌법상 평등규정이나 근로기준법상의 차별적 처우의 금지에 관한 조항 및 헌법 등의 이념 등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와 같은 근로를 하는 산업연수생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대우임은 명백하다.

이러한 해석은 산업연수생이 연수업체로부터 숙식을 제공받고, 출국시 그 교통비를 지급받는 등의 이유만으로 산업연수생에 대한 퇴직금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시킬 합리적 이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사용자인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산업연수생으로서의 근로기간에 대하여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피고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노동부 예규 제369호)이 퇴직금 지급을 강제하고 있지 않으므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위 지침에는 산업연수생이 실질적으로 근로자로서 취업활동에 종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폭행 및 강제근로금지, 연수수당의 정기ㆍ직접ㆍ전액ㆍ통화불 지급 및 금품청산, 연수기간, 휴게ㆍ휴일, 시간외ㆍ야간 및 휴일연수, 최저임금수준의 보장, 산업안전보건의 확보,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의료보험 혜택에 관한 보호 등 산업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으면서도(제4조, 제8조), 퇴직금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사람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사람은 삶이 복잡하고, 지배를 당하는 사람은 삶이 서글프다고 할 것이다. 기업의 사용자라는 지위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기술을 개발하여 생산ㆍ판매ㆍ수출 등을 하여야 하고, 근로자를 고용하여 근로를 시켜야 하며, 자금을 계속 조달하여야 하고, 관계 관청과의 교섭에도 임하여야 하는 종합적인 관리를 하여야 하는 복잡한 위치에 있는바, 위 노동부 예규와 같은 정부의 지침을 믿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리한 근로조건을 신뢰하여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을 채용하였는데 국가의 다른 기관인 법원에서 지침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문제도 대두된다고 할 것이지만, 위 노동부 예규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노동부 예규가 산업연수생 신분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라면, 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적에 의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11조 제1항 , 근로기준법 제5조 의 규정에 위반되는 조항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수출에 국가수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고, 근로자들도 외국에서 근로하는 경우도 예상되는바,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근로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된다는 것은 기업의 국제적 활동에도 결코 불리하지 않고, 우리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근로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근거로도 될 수 있으므로, 위 예규를 근거로 산업연수생에 대하여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파견근로자 해당 여부

또한 피고는, 산업연수계약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파견근로와 유사하므로 사용사업주에 유사한 연수업체인 피고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나, 산업연수의 경우 송출업체가 산업연수생을 모집하기는 하지만 이는 산업연수생의 모집 및 송출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송출업체와 연수업체 간에 파견계약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송출업체가 연수업체로부터 약정된 보수를 받고 산업연수생에 대한 보수를 송출업체가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연수업체가 산업연수생에 대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명백하며, 근로자 파견사업에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제외되는 점( 위 법 제5조 제1항 ) 등에 비추어 보면, 연수업체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파견대상업체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피고 회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140만 원(근무기간 2년, 평균임금 70만 원 × 2)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직한 다음날인 2002. 6. 2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06. 5.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에서 지급을 명한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하기로 하되, 가집행선고는 이를 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광식(재판장) 곽윤경 조정래

arrow
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2005.5.12.선고 2003가소557340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