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
마산지법 1986. 11. 13. 선고 86고합184 제2형사부판결 : 항소
[살인피고사건][하집1986(4),496]
판시사항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정도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피해자인 처가 요즘들어 갑자기 부부관계를 요구하면 거절할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싫은 소리를 하므로 이는 피해자가 약 5년전에 불륜의 관계를 맺은 적이 있는 같은 마을에 사는 청년 공소외 1과 지금도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공소외 1과의 관계를 추궁하여 오던중, 1986.5.10. 09:00경부터 경남 의창군 내서면 삼계부락 속칭 소구리골내 피고인 소유의 배나무밭에서 2홉들이 소주 1병을 다 마시고 구덩이 파는 작업을 하던중 피해자와 공소외 1과의 관계를 생각하니 분통이 터져 그 관계를 추궁할 생각으로 작업을 멈추고 집으로 내려가 수도가에서 같은날 오후에 마산에 내다 팔 열무단을 다듬고 있던 피해자에게 배나무밭 일을 도와 달라고 이야기하여 먼저 보낸 뒤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아니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하면서 청산가리를 준비하여 같은날 11:40경 위 배나무밭에서 또 2홉들이 소주 1병을 마시고 나서 피해자에게 공소외 1과의 관계를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추궁하였으나 동인이 뉘우치기는커녕 "시동생 공소외 2도 내 가슴에 손을 대드라, 다른 동네에는 별 희한한 일이 있어도 그냥 살더라"는등 오히려 시동생 흉을 보고 대들므로 격분하여 살해할 것을 결의하고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린 뒤 왼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벌려 청산가리를 먹일려고 하였으나 동인이 손을 물어 먹이지 못하게 되자 다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피해자의 목을 왼손으로 힘껏 눌러 동인이 설골탈골골절로 가사상태에 있는 틈을 이용하여 소지하고 있던 청산가리를 먹여 청산염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여 살해한 것이라고 함에 있는 바, 피고인은 경찰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극력 부인하면서 사건당일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장소에서 피해자에게 공소외 1과의 관계를 추궁하였던바, 피해자가 오히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면서 대꾸하므로 화가 치밀어 한번 뒤로 밀어 넘어뜨린 일 밖에는 없고 공소사실기재와 같이 왼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눌렀다거나 청산가리를 먹여 동녀를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다.

2. 그러므로 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서 이 법정에 제출된 가.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2, 3, 1(수사기록 제31면)에 대한 각 진술조서 나. 증인 공소외 4, 5, 6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검사적성의 공소외 4, 5에 대한 각 진술조서,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4, 6에 대한 각 진술조사 다.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7에 대한 진술조서 라. 의사 공소외 8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진단서 마. 증인 공소외 6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6에 대한 각 진술조서, 의사 공소외 6 작성의 시체해부소견서, 사법경찰관 작성의 부검조서, 감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공소외 10과 공소외 11, 12 작성의 감정서, 공소외 12 작성의 질의사항 회보(수사기록 제160면 및 제225면) 바. 압수물인 증 제1호 내지 증 제12호 사. 증인 공소외 13, 14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검사작성의 공소외 13, 15, 16에 대한 각 진술조서, 이 사건 공판기록에 편철된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1, 14에 대한 각 진술조서, 공소외 17, 18, 19, 20, 21, 22 작성의 각 확인서, 마산동부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경장 공소외 23 작성의 수사보고서, 감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공소외 10과 공소외 24, 25 작성의 감정서(수사기록 제211면), 같은 연구소 감정의 공소외 26 작성의 병리조직학적 소견서(수사기록 제213면), 같은 연구소 공소외 10과 공소외 11, 12 작성의 감정서(수사기록 제224면)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2, 3, 1(수사기록 제31면)에 대한 각 진술조서는 피해자와 공소외 1 사이에 불륜의 관계가 있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위 문제로 다투던중 사망하였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범행의 동기에 관한 증거로 제출된 듯하나 위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청산가리를 먹여 살해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고,

나. 사법경찰리 및 검사작성의 공소외 4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동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검사작성의 공소외 5에 대한 진술조서와 동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6에 대한 진술조서와 동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등은 동인들이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외침소리를 듣고 현장에 도착하여 보니 피해자가 누워 신음하고 있어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후송하였다는 취지의 진술내용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내용이 되지 못하며,

다.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는 그 내용중에 피고인의 변소와는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일시 장소에서 피해자와 다투던중 피해자의 가슴을 1회 밀어 넘어뜨린후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함께 뒹굴었던 범행재연의 상황기재와 이를 영상으로 나타낸 사진등이 첨부되어 있기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된 "청산염을 입에 투여하여 동녀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할 뿐 아니라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7에 대한 진술조서는 동인이 위 검증의 시행을 지켜본 참고인으로서 그 실시과정을 진술하고 있음에 불과하여 이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함에 족한 직접증거가 되지 못하고,

라. 의사 공소외 8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진단서에는 피고인의 흉부 및 양측 하퇴전방부에 다발성 찰과상이 있고 좌측손 중지 및 5지에 피부결손상등이 있다는 기재가 있어 이 사건 범행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1과 피해자와의 관계추궁과정에서 피해자와 심하게 다투었고 그 와중에 입게 된 상처로 짐작은 되나 피고인도 이 사건 당시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리는 순간 피해자가 살려달라는 말을 하므로 순간적으로 피해자가 약을 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왼손가락을 피해자의 입에 넣었더니 피해자가 손을 깨물므로 손을 대었다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기재의 청산가리를 먹여 음독살해시키려는 과정에서 위 상처가 생긴 것인지에 의문이 가고,

마, 의사 공소외 6 작성의 시체해부소견서 및 사법경찰관 작성의 부검조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체의 안면부등 여러곳에 좌상등의 상흔이 보이고 피해자의 목부위에 왼손으로 심한 압박을 가한 흔적이 보일뿐만 아니라 설골좌측치의 관절부에 탈골골절이 있으며 골절기관내에 출혈이 있다는 기재가 있고,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6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동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도 위와 같은 내용 및 피해자의 직접 사인은 청산염중독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으며 감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공소외 10과 공소외 11, 12 작성의 감정서와 공소외 12 작성의 질의사항회보(수사기록 제160면 및 제225면)에 피해자의 혈액과 위 내용물중에서 청산염이 검출되며, 확인시험시 검출되는 정도로 보아 치사량을 음독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감정기재가 있으나 이는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에 피고인과 다투어서 상처를 입은 점과 청산염을 음독케 되어 사망하였다는 사망원인에 대한 증거는 될지언정 피고인이 피해자를 독살시켰다고 단정할 증거로는 부족하다 할 것이고,

바. 그외에 압수물인 증 제1호 내지 증 제12호도 그것이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압수된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범행에 직접 관련된 여부가 분명치 아니한 이상 이로써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며,

사. 증인 공소외 13, 14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검사작성의 공소외 13, 15, 16에 대한 각 진술조서, 이 사건 공판기록에 편철된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1, 14에 대한 각 진술조서, 공소외 17, 18, 19, 20, 21, 22 작성의 각 확인서, 마산동부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경장 공소외 23 작성의 수사보고서, 감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공소외 10과 공소외 24, 25 작성의 감정서, 같은 연구소 감정의 공소외 26 작성의 병리조직학적 소견서, 같은 연구소 공소외 10과 공소외 11, 12 작성의 감정서(수사기록 제211면, 제213면 및 제224면)에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어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법정에 나타난 모든 증거들을 검토하여 보아도 피고인이 공소장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청산염을 먹여 독살시켰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직접증거는 하나도 없으며, 다만 위 각 정황증거들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청산염을 음독할 당시 그 현장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밖에 없었으므로 피해자가 자살하기 위하여 스스로 청산염을 먹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강제로 먹여 독살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할 것이나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86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증인 공소외 4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날 목과 뺨에 파스를 붙이고 증인을 찾아와서는 아무 말도 않고 한숨만 쉬길래 증인이 어째서 얼굴에 파스를 붙이고 다니느냐고 물으니 그 대답은 아니한 채 눈물을 흘리면서 살고싶지 않다는 뜻으로 "자식만 없다면……"하는 말만 하더라는 것이며, 이에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날 청산염(꿩약)을 사갔다는 공소외 14의 이 법정 및 경찰에서의 진술내용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시에 음독자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고, 더욱이 피해자는 같은 동네에 사는 청년인 공소외 1과 불륜관계에 있다는 소문이 나 있었고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 등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 이틀전인 같은해 5.8.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사실에 관해 추궁당하면서 턱과 목 등에 수회 구타까지 당한 사실등이 있음에 비추어 자살을 결심할 만한 동기도 없지 않았다고 보여지므로 앞에서 본 각 증거들 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청산염을 먹여 독살시켰다는 공소범죄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기에는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국,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동렬(재판장) 이근배 김철현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