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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09.5.21.선고 2009노723 판결
사기
사건

2009노723 사기

피고인

문(34년생),무직

주거 대전 중구

등록기준지 청주시 상당구

항소인

피고인

검사

조석규

변호인

변호사 박주영(국선)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09. 3. 11. 선고 2008고단4946, 5470(병합),

5482(병합), 2009고단 103(병합), 160(병합), 178(병합), 365(병합)

판결

판결선고

2009. 5. 2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7월에 처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17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압수된 남자용 손목시계 1개(대전지방검찰청 2008년 압 제1387호의 증제1호)를 몰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양형부당)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의 이력, 가족관계, 전과, 범행내용, 건강상태 등

1) 피고인은 1934.생으로 12세 무렵 양친(兩親)을 잃고 고아가 되었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한 후 유랑극단을 따라다니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결혼을 하기도 하였으나 처도 사별하고, 자식도 어려서 다 죽고 별다른 가족도, 직업도 없이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교도소, 감호소 등만을 들락거리면서 혼자 어렵게 살고 있다.

2) 피고인은 이미 1962. 3. 1. 횡령죄로 징역 8월, 1963. 6. 22. 사기죄로 징역 6월, 1966. 1. 6. 사기죄로 징역 6월, 1969. 8. 5.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 1971. 4. 9. 사기죄로 징역 6월, 1971. 12. 30. 사기죄 등으로 징역 10월, 1974. 2. 28. 상습사기죄로 징역 1년 6월, 1977. 10. 31. 상습사기죄로 징역 1년 6월, 1980. 11. 12. 상습사기죄로 징역 2년 6월, 1984. 1. 18. 상습사기죄로 징역 3년 및 보호감호, 1992. 10. 23. 상습사기죄로 보호감호, 1998. 12. 10. 상습사기죄로 징역 1년 및 보호감호, 2004. 2. 3. 상습사 기죄 등으로 징역 1년, 2005. 8. 5. 상습사기죄로 징역 1년, 2006. 11. 2. 상습사기죄로 징역 8월, 2007. 7. 6. 상습사기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최종적으로는 2008. 2. 1. 공주교도소에서 출소하였다.

3) 피고인의 사기, 절도 등 범행은 대체적으로 범행 수법이 동일한데, 편의점이나 가게 등지를 들러 종업원에게 가짜 금장시계 등을 맡긴 후 총액 200,000원 전후의 담배를 외상으로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는 방식이다.

4) 피고인은 현재 중풍, 고혈압, 신경통, 관절염 등 노환을 앓고 있고, 수전증으로한 손을 잘 쓰지 못하고 있다.

나. 판단

피고인에 대한 선고에 앞서 김병연(金炳淵, 김삿갓, 1807~1863)의 난고평생시(蘭皐 平生詩)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난고(蘭皐)는 김병연의 호로 '난고평생(蘭皐平生)'은 '김병연의 일생'을 읊은 김병연의 자작시이다. 시인(詩人)으로서의 김병연의 삶과 수인(囚人)으로서의 피고인의 삶이 완연히 다를 것도 같지만 조실부모하고 젊은 시절부터 유랑생활하며 떠돌다 결국에는 객사한 김병연의 삶을 그린 시(詩)가, 역시 조실부모하고 젊어서 유랑극단 생활을 하다 범죄에 연루되어 가족이나 재산 등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고 2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50여년간 이 교도소, 저 교도소, 심지어는 감호소까지 제집처럼 들락거리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급기야는 중풍에 걸려 한 손 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고혈압 등 신병에 걸려 험난한 인생이나마 돌이켜 정리할 시간도 잘 주어질 것 같지 않은 그런 처지에 처하여서도 자질구레한 범죄 외의 다른 연명수단도 찾지 못하여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딱한 피고인의 처지를 읊은 것처럼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시 제목도 '난초 핀 언덕'을 의미하는 난고(蘭皐)의 '난고평생(蘭皐平生)'이 아니라 '어렵고 괴로운 것'을 의미하는 '難苦平生'이나 '苦難平生'으로 읽혀진다. 이렇게 되어버린 근본적인 잘못은 물론 피고인에게 있겠지만, 호구지책으로 담뱃값이나 사기 쳐 생활하는 잡범에 불과한 피고인이, 어찌 보면 실질적으로 무기형을 선고 받은 무기수가 복역하는 기간보다도 더 길지 모르는 40년 이상을 복역하게 된 것은 바꿔 말하면 현행 형벌 및 교정제도가 피고인에 대하여는 실패하였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사건 범죄로 인한 피고인의 구금기간이 이미 7개월여에 이르러 이 사건 범죄에 대한 징벌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비록 돌아갈 고향집이나 기다려주는 가족이 없을지라도, 노쇠한 피고인이 1년씩이나 되는 기간을 교도소에서 보내도록 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스스로도 참회하면서 마지막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므로, 당재판부에서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남은 시간이나마 심신을 잘 추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또한 비록 늦었지만 방황을 끝내고 인간다운 삶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지막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누범 전과나 범행수법, 범행 횟수 등으로 인하여 실형 자체는 불가피하지만1) 원심에서 선고한 형보다 대폭 감하는 형을 선고한다.

蘭皐平生詩(난고평생) 金炳淵(김병연, 김삿갓) 鳥巢獸穴皆有居(조소수혈개유거) 날짐승, 길짐승 모두 제 집이 있건만 顧我平生獨自傷(고아평생독자상) 돌아보면 나는 평생 홀로 마음 아프구나 芒鞋竹杖路千里(망혜죽장로천리) 짚신 신고 죽장 짚고 천리길을 떠돌며 水性雲心家四方(수성운심가사방)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을 내 집 삼았네 尤人不可怨天能(우인불가원천난) 남을 탓할 수도 없고, 하늘을 원망하기도 어려워 歲暮悲懷餘(세모비회여 촌장)해 저물면 작은 가슴에 슬픈 시름이 넘쳤네 初年自謂得樂地(초년자위득락지) 초년에는 좋은 세상을 만났고 漢北知吾生長鄕(한북지오생장향) 한북(한강북쪽)에는 내가 자란 마을이 있었네 響先世富貴人(잠영선세부귀인) 높은 지위를 가진 조상들은 부귀영화를 누려온 사람들 花柳長安名勝(화류장안명승장) 꽃, 버들 어우러진 장안에서도 이름난 집안이었지 隣人也賀弄璋慶(인인야하농장경) 이웃사람들은 아들을 낳았다고 축하해주고 早晩前期冠蓋場(조만전기관개장) 조만간 출세할 것을 기대했었지 髮毛稍長命漸奇(발모초장명점기) (그러나) 머리칼이 점점 자랄수록 운명도 점점 기구해지더니 灰殘月飛海桑(회겁 잔문번 해상) 큰 화를 입어 몰락한 집안은 상전벽해가 되었네 依無親戚世情薄(의무친척세정박) 의지할 친척도 없고, 세상인심도 각박해졌고 哭盡爺壤家事荒(곡진야양가사황) 부모도 돌아가시고, 집안은 망해버렸네 終南曉鍾一納履(종남효종일납리) 남산(목멱산)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신발을 신고 나서니 風土東邦心細量(풍토동방심 세양) 풍토는 우리나라지만 마음을 세세하게 헤아려보면 心猶異域首丘狐(심유이 역수구호) 마음은 오히려 이역에서 고향언덕을 그리는 여우와 같고 勢亦窮途獨藩羊(세역궁도촉번양) 신세 또한 궁지에 몰린 양과 같구나 南州古過客(남주종고과개다) 옛날부터 과객이 많은 남쪽지방에서 轉蓬浮萍經幾霜(전봉부평경기상) 쑥 굴러다니듯, 부평초 떠다니듯 몇 년이나 지났던가 搖頭行勢豊本習(요두행세기본습) 머리 조아리는 행세가 어찌 내 본성일까마는 黎口圖生惟所長(결구도생유소장) 오로지 목구멍의 때를 벗겨 살아남기 위한 장기가 되어버렸구나 光陰漸向此中失(광음점 향차중실) 그런 중에도 세월은 점점 흘러三角靑山何沙茫(삼각청산하요망) 삼각산 푸른 모습은 어찌 그리도 아득한가 江山乞號慣千門(강산걸호관천문) 동냥한 집은 수없이 많지만 風月行裝空一囊(풍월행장공일낭) 풍월 읊는 행장은 빈 자루 하나뿐 千金之子萬石君(천금지자만석군) 작은 부잣집, 큰 부잣집 三家國(후박가풍군시상) 후한집, 박한집 가풍을 모두 겪어 보았지만 身窮每遇俗眼白(신궁매우속안백) 신세가 궁하여 매번 곱지 않은 눈총만 받다보니 歲去偏傷醫髮蒼(세거편상빈발창)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어져 마음이 아프구나 歸今亦難行亦能귀혜역난저역난) 돌아가기 또한 어렵고, 머무르기 또한 어려워 幾日·皇中路(기일방황중로 방) 몇 날이나 더 길가에서 방황하여야 할꼬

2.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범죄사실 제1행 중 "피고인은 2007. 7. 21."을 "피고인은 2007. 7. 6."로 고치는 외에는 원심 판결의 해당란 각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347조 제1항, 형법 제329조(각 징역형 선택)

1. 누범가중

1. 경합범가중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1. 몰수

판사

재판장판사김재환

판사김태형

판사이유진

주석

1) 설령 벌금형을 과한다 하더라도 벌금을 납부할 형편이 되지 아니하여 노역장유치에 처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벌

금형 선고가 실형 선고와 별다른 차이가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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