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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2020.4.17. 2018라467 결정
파산선고
사건

2018라467 파산선고

신청인항고인

A

제1심결정

서울회생법원 2018. 7. 26.자 2017하단5473 결정

결정일

2020. 4. 17.

주문

제1심 결정을 취소한다. 이 사건을 제1심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된다.

가. 항고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하단 40933호 파산선고 사건에서 2007. 3. 23. 파산선고 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은 2007. 4. 13. 확정되었다. 그 후 위 법원은 2007. 11. 27. 2006하면 42449호 면책 사건에서 항고인에 대하여 면책불허가결정을 하였는데, 위 결정은 2008. 7. 1. 확정되었다.

나. 항고인은 2017. 10. 26. 이 사건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였고, 제1심법원은 2018. 7. 26. "이 사건 파산신청은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불허가결정을 받았음에도 면책을 받을 목적으로 동일한 원인으로 재차 파산신청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파산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을 하였다.

다. 항고인은 2018. 8. 23. 제1심 결정을 송달받고 2018. 8. 27. 즉시항고하였다.

2. 항고이유의 요지

항고인은 종전의 면책불허가결정은 잘못된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항고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650조의 규정에 의한 사기파산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음이 없이 10년이 경과함에 따라 법 제574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복권되었으므로, 과거 파산선고 및 면책불허가결정을 받은 이후 그와 동일한 파산원인으로 재차 파산신청(이하 '재도의 파산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파산 신청을 각하한 제1심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하는 대법원결정들 대법원은 2011. 8. 16.자 2011마1071 결정에서 "파산결정을 받았으나 면책불허가결정을 받아 그 결정이 확정된 후에는 동일한 파산에 대한 재차 면책신청이나 오로지 면책을 받기 위하여 '동일한 파산원인'으로 재차 파산신청을 하는 이른바 재도의 파산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재도의 파산신청에 대한 판시는 ① '면책신청기간이 도과하여 면책신청이 각하된 자'의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한 결정(대법원 2006. 12. 21.자 2006마877 결정)을 시작으로 하여, ② '면책기각결정이 확정된 자'의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한 결정(대법원 2009. 11. 6.자 2009마1583 결정), ③ '면책불허가결정이 확정된 자'의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하는 결정(위 2011마1071 결정)으로 이어진 것이다(이하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하는 위 결정들을 '이 사건 대법원 결정'이라 한다).

나. 이 사건 대법원결정에 대한 비판

1) 채무자회생법의 명문 규정에 저촉채무자회생법에는 재도의 파산신청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채무자회생법 제559조 제2항에서 "면책신청이 기각된 채무자는 동일한 파산에 관하여 다시 '면책신청'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을 뿐, 면책신청이 기각된 채무자가 다시 '파산신청'을 할 수 없다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 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1항 제4호에서 면책허가결정을 받고 7년이 경과하지 않은 채무자는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다시 파산신청을 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은 없다.

채무자회생법 제309조 제2항은 "채무자에게 파산원인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결정은 동일한 파산원인으로 다시 파산신청한 것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심리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종전 사건에서 면책이 기각 또는 불허가되었다는 사정만 있으면 '예외 없이'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한다고 선언하고 있고, 그 근거 법규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하급심은 법규가 아니라 '이 사건 대법원결정'에 근거하여 재도의 파산신청에 대하여는 기계적으로 부적법 각하결정을 하고 있다.

2) 외국 입법례 및 실무미국 연방파산법(Bankruptcy Code)은 우리와 달리 파산절차와 면책절차가 일원화되어 있으므로 '파산신청 기각'을 우리나라의 '면책신청 기각'에 준하여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미국 연방파산법은 파산신청이 기각(dismissal)되었다 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새로운 파산신청이나 면책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349(a)].

다만, ① 채무자가 악의적으로 법원 명령에 불응하거나 절차의 진행과정에서 법원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② 채권자로부터 금지명령의 취소신청이 들어오자 채무자 스스로 파산신청을 취하한 경우에는 ‘180일 이내’에 새로운 파산신청을 하지 못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는 있다[§109(g)]. 그러나 이때 악의적(willful)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고의를 넘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intentionally disregarded)에 이르러야 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고[In re Ellis, 48 B.R. 178 (Bankr. E.D.NY.1985) 등 참조], 파산신청의 취하로 재도의 신청이 제한되는 경우도 그 취하가 단지 시기적으로 금지명령의 취소신청이 접수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는 부족하고 채권자의 금지명령 취소신청과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채무자들이 구제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실무례가 형성되어 있다[In re Sole, 233 B.R. 347, 350 (Bankr.E.D.Va.1998), In re Covelli, 550 B.R. 256 (Bankr.S.D.NY.2016) 등 참조].

3) 권리보호의 이익 존부

이 사건 대법원결정이 채무자회생법상 명문의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하는 이유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즉, 이미 파산신청을 하여 파산선고를 받았는데, 동일한 파산원인으로 다시 파산신청을 하는 것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비록 채무자회생법에서 파산절차와 면책절차를 분리하고 별도의 신청을 하도록 요하고 있으나, 구 파산법과 달리 채무자회생법 제556조 제3항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산신청과 동시에 면책신청을 간주함으로써 두 절차의 분리를 완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파산절차와 면책절차는 총 채권자를 위하여 채무자의 총 재산을 환가·배당하고 위와 같이 배당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는 면책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 하에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하나의 절차로 진행되므로, 그 법률상 이익을 분리하여 볼 수 없다.

개인채무자의 경우 파산선고를 받은 후 복권되지 않으면 각종 직업상·신분상 결격 사유에 해다한다는 법규정이 200여개 이상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채무자가 스스로 파산신청을 하는 이유는 파산선고를 받은 후 면책 · 복권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파산선고는 받았지만 면책이 기각되거나 불허가되어 기존 채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음은 물론, 추가적으로 파산선고에 따른 각종 직업상 · 신분상 불이익을 받고 있는 채무자가 이로부터 탈피하기 위하여 다시 파산신청을 하는 것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 사건 대법원 결정의 판시는 지나치게 형식 논리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으로부터 채무자의 현실적인 구제 필요성

대법원은 종래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는 법리를 유지하여 왔고 이러한 법리는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도 따른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이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벗어날 수 있는 이상, 채권자에게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이 균형에 맞다"고 반박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전부 또는 일부 벗어날 수 있음"을 이유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에게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한 것과 비교하여 볼 때, 법률의 근거도 없이 채무자에게 재도의 파산신청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으므로, 종전에 파산선고를 받았으나 면책결정을 받지 못한 채무자에 대하여 재도의 파산신청을 허용함이 타당하다.

5) 재도의 회생절차 · 개인회생절차는 허용되는 실무와 균형 현재 도산절차 실무상 회생절차 ·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채무자가 그 후 회생절차 · 개인회생절차가 폐지된 경우에 폐지결정 확정 후 바로 '동일한 회생원인 · 개인회생원인'을 이유로 재도의 회생절차 ·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파산선고를 받았다가 파산폐지결정을 받은 채무자도 다시 파산신청을 할 수 있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유독 파산선고를 받았다가 면책신청이 기각되거나 면책불허가를 받은 채무자에 대하여만 재도의 파산신청을 금지하는 해석은 다른 도산절차와 균형에 맞지 않다.

6) 하급심의 실무 경향

이 사건 대법원결정이 지니고 있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적 · 실무적 문제점, 채무자에게 영구적으로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점, 특히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신청을 취하한 후 동일한 파산원인으로 다시 파산신청을 하는 것도 이 사건 대법원결정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의 사정 때문에, 하급심은 파산선고를 받았다가 면책신청이 기각되거나 면책을 불허가받은 채무자가 다시 파산신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파산원인'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매우 엄격하게 하여, 사실상 채무자에게 새로운 파산·면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경향이 강하다.

7) 소결론

특별한 법적 근거도 없이, 종전 사건에서 면책이 기각 또는 불허가되었다는 사정만 있으면 '예외 없이' 재도의 파산신청을 불허한다고 선언한 이 사건 대법원 결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채무자가 다시 파산신청을 하게 된 기간, 경위, 의도 등을 종합하여 재도의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채무자회생법 제309조 제2항(채무자에게 파산원인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을 적용하여 파산신청을 기각하면 충분하다.

다. 항고이유에 대한 판단

채무자는 2007. 3. 23. 파산선고 후 사기파산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음이 없이 10년이 경과하여 채무자회생법 제574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복권되었다. 그러나 채무자는 2007. 11. 27. 면책불허가결정을 받아 확정되었고 현재에도 과중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다시 파산신청을 하여 면책을 받을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 채무자가 다시 파산신청을 하게 된 기간, 경위, 의도 등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파산신청이 채무자회생법 제309조 제2항에서 정한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오로지 '재도의 파산신청'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대법원결정을 적용하여 이 사건 파산신청을 각하한 제1심 결정은 위법하다.

4. 결론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을 제1심법원으로 환송한다.

2020. 4. 17.

판사

재판장판사서경환

판사이숙미

판사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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