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7. 12. 5.자 2017마5687 결정
[파산선고][공2018상,66]
판시사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4조 제1항 에서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한 취지 /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 채권자가 파산절차에 따른 정당한 이익이 없는데도 파산신청을 하는 것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채권자에게 파산절차에 따른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결정요지

파산절차는 기본적으로 채무자 재산의 환가와 배당을 통하여 채권자의 권리를 공평하게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이다. 채무자에게 파산원인이 있는 경우에 채권자는 파산절차를 통하여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은 제294조 제1항 에서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305조 부터 제307조 까지 파산원인을 정하고 있다. 파산신청을 채무자에게만 맡겨 둔다면 파산원인이 있는데도 채무자가 파산을 신청하지 않아 파산절차에 따른 채권자의 잠재적 이익이 상실될 수 있다. 그리하여 채권자 스스로 적당한 시점에서 파산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채권자도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을 둔 것이다.

그러나 파산절차의 남용은 파산신청 기각사유이다( 채무자회생법 제309조 제2항 ). 파산절차의 남용은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일종으로서,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파산절차로 말미암아 채권자와 채무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인에게 생기는 이익과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가령 채권자가 파산절차를 통하여 배당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배당액이 극히 미미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채무자에 대한 위협의 수단으로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가 파산절차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이처럼 파산절차에 따른 정당한 이익이 없는데도 파산신청을 하는 것은 파산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벗어난 것으로 파산절차를 남용한 것이다.

이때 채권자에게 파산절차에 따른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파산신청을 한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성질과 액수, 전체 채권자들 중에서 파산신청을 한 채권자가 차지하는 비중, 채무자의 재산상황 등을 고려하되,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절차가 개시되면 파산관재인에 의한 부인권 행사, 채무자의 이사 등에 대한 책임추궁 등을 통하여 파산재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정도 감안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신청인,재항고인

신청인 1 외 19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현대 담당변호사 이정웅)

채무자,상대방

진장·명촌지구토지구획정리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화 담당변호사 이상구)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파산절차는 기본적으로 채무자 재산의 환가와 배당을 통하여 채권자의 권리를 공평하게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이다. 채무자에게 파산원인이 있는 경우에 채권자는 파산절차를 통하여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은 제294조 제1항 에서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305조 부터 제307조 까지 파산원인을 정하고 있다. 파산신청을 채무자에게만 맡겨 둔다면 파산원인이 있는데도 채무자가 파산을 신청하지 않아 파산절차에 따른 채권자의 잠재적 이익이 상실될 수 있다. 그리하여 채권자 스스로 적당한 시점에서 파산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채권자도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을 둔 것이다.

그러나 파산절차의 남용은 파산신청 기각사유이다( 채무자회생법 제309조 제2항 ). 파산절차의 남용은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일종으로서,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파산절차로 말미암아 채권자와 채무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인에게 생기는 이익과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1. 1. 25.자 2010마1554, 1555 결정 등 참조). 가령 채권자가 파산절차를 통하여 배당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그 배당액이 극히 미미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채무자에 대한 위협의 수단으로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가 파산절차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이처럼 파산절차에 따른 정당한 이익이 없는데도 파산신청을 하는 것은 파산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벗어난 것으로 파산절차를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채권자에게 파산절차에 따른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파산신청을 한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성질과 액수, 전체 채권자들 중에서 파산신청을 한 채권자가 차지하는 비중, 채무자의 재산상황 등을 고려하되,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절차가 개시되면 파산관재인에 의한 부인권 행사, 채무자의 이사 등에 대한 책임추궁 등을 통하여 파산재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정도 감안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2. 원심은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원인이 있다고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신청인들의 이 사건 파산신청은 채권회수를 위한 압박의 수단으로 파산신청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가. 신청인들은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평창토건 주식회사(이하 ‘평창토건’이라 한다)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추심금 소송 등 여러 소송을 진행하였으나 패소하자, 2014. 12. 12. 채무자에 대한 이 사건 파산신청을 하였다.

나. 채무자는 파산절차를 진행하더라도 환가하여 분배할 자산이 없고 이러한 사정은 채무자의 조합원인 신청인들도 잘 알고 있다.

다. 채무자의 조합원 1,616명 중 76명의 조합원이 이 사건 1심법원에 파산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채무자의 이사회는 파산에 반대하는 결의를 하였으며 사업기간을 2025년까지 변경하는 사업변경안을 의결하였다.

라. 채무자가 파산할 경우 조합원들 사이에 사업구역 내 토지의 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크고, 미완성 도로로 인한 침수피해 등 개인적·사회적으로 유·무형적 손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마. 파산절차가 채무자의 조합장 등 임원들의 부정행위 등을 규명하는 절차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고, 채무자는 평창토건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거나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등으로 계속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원심결정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사업은 평창토건이 지급불능에 빠진 2006년부터 사실상 중단되었고, 그 후 일부 공사가 재개되었다가 다시 공사가 중단되었다. 채무자가 설립된 지 18년이 지났으나 향후 추가공사비용의 조달 없이는 공사의 완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2) 신청인들은 2007년부터 채무자에게 부과된 농지보전부담금 등의 일부를 대납하였는데, 이를 반환받지 못하자 채무자를 상대로 자신들이 대납한 부담금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위 소송에서 신청인들이 채무자에 대해 가진 것으로 인정된 부당이득 원금 합계는 388,409,630원이다.

(3) 채무자의 부채는 농지부담금, 공사비 등 합계 7,980,058,963원이고, 자산은 전세보증금 36,000,000원, 사무실 집기류 6,605,327원, 평창토건에 대한 파산채권 60,500,000,000원과 재단채권 3,909,763,335원 등 합계 64,452,368,662원이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평창토건이 보유한 재산만으로는 파산채권에 비해 우선권이 있는 재단채권의 변제에도 부족하므로 평창토건에 대한 파산채권은 실제로 변제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4) 평창토건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 잔고는 2016. 2. 25.을 기준으로 66억 원을 초과하고 있으나, 평창토건의 채무로서 재단채권으로 확인된 금액이 2015. 7. 6.을 기준으로 약 60억 원이며 그 밖에 재단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 7건이 계속되고 있다.

나. 위 1.에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1) 원심결정 이유에 따르면 채무자가 보유하는 중요 자산은 평창토건에 대한 채권이다. 그런데 평창토건은 그 재산 상황에 비추어 재단채권도 전부 변제할 수 없으므로, 평창토건에 대한 파산채권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재단채권으로 인정받은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다른 재단채권과 함께 그 채권액에 따라 안분 배당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평창토건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재단채권조차 전부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에 대한 파산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신청인들에게 배분될 재산이 전혀 없다거나 파산절차를 진행할 실익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 금액의 배분만이 예상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를 한다면 채무자가 더 이상 이 사건 사업을 계속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평창토건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이래 이 사건 사업이 장기간 중단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지 않는다고 하여 이 사건 사업을 쉽게 정상화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도 회생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4조 제1항 제1호 , 제58조 제2항 제1호 ) 파산선고로써 채무자의 회생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2)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신청인들의 이 사건 파산신청은 채무자의 재산상황 등에 따라서는 채무자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한 위협의 수단이 아니라 정당한 이익을 가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평창토건의 예금 잔고 등 배당가능한 재산과 확정된 재단채권의 규모, 채무자에게 파산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배당가능한 재산이 증가할 가능성, 나아가 신청인들이 파산신청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심리한 다음 신청인들의 이 사건 파산신청을 파산절차의 남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신청인들의 이 사건 파산신청이 파산절차를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파산절차의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신청인들의 재항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