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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사지법 1992. 11. 24. 선고 92노5238 제4부판결 : 상고
[증권거래법위반][하집1992(3),462]
판시사항

일임매매거래의 약정이 없는 경우 증권거래법 제107조 제1항 위반죄의 성부(소극)

판결요지

증권거래법 제107조 제1항 위반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증권회사 간의 일임매매거래의 약정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일임매매거래의 약정 없이 증권회사의 직원이 임의로 고객의 주식을 거래한 경우 위 법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주식회사

항 소 인

검사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증권거래법 제107조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회원은 고객으로부터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관한 위탁을 받은 경우"라 함은 바로 매매거래구좌설정계약이 체결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위 법조 위반행위로 처벌하기 위해서 반드시 위 매매거래구좌설정계약 이외에 별도의 일임매매거래의 약정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이와 같은 해석은 증권회사의 임의적인 거래로 인한 고객의 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위 법의 취지와도 상통하는 것으로서, 결국 이 사건 공소외인의 임의적인 매매거래행위로 인하여 김정순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에 대해서는 위 법조 위반으로 처벌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심이 거시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면, 1988.8.4. 공소외 김정순이 자신의 남편인 공소외 류승진의 명의로 피고인 회사와 매매거래구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그 시경부터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하에 증권매매위탁거래를 하여 온 사실, 그런데 1989.12.8. 피고인 회사 객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피고인 회사 영업부 대리인 공소외 인이 위 김정순으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음이 없이 임의로 공소사실의 별지 기재와 같이 위 김정순의 계산으로 총 17회에 걸쳐 유가증권을 매매거래한 사실은 인정된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인 개정 전 증권거래법(1987.11.28. 법률 제3945호) 제107조 제1항 은 "일임매매거래의 제한"이라는 제목하에 "회원은 고객으로부터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관한 위탁을 받은 경우 그 수량, 가격 및 매매의 시기에 한하여 그 결정을 일임받아 매매거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유가증권의 종류, 종목 및 매매의 구분과 방법에 관하여는 고객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08조 제3호 에서는 위 규정에 위반할 경우 처벌조항을 두고 있으며, 같은 법 제215조 제2항 에서는 위 규정에 위반한 증권회사의 종업원뿐만 아니라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 사건에 있어 과연 위 공소외인의 행위가 검사의 항소논지와 같이 증권거래법 제107조 제1항 의 규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가 문제시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건대, 먼저 위 법 제107조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고객으로부터... 위탁을 받을 경우"를 매매거래구좌개설계약과 동일하게 해석함은 그 문면상으로 보더라도 지나치게 확장된 해석일 뿐만 아니라, 위 법조의 취지를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고객의 보호를 위해서는 증권회사가 매매의 위탁을 받음에 있어 고객으로부터 거래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결정받아 이에 따르도록 함이 이상적이라고는 할 것이나, 반면에 증권투자에 있어서는 시장의 특성상 투자정보에 따른 신속성, 기민성이 요구되고, 일반투자자들이 자신들보다는 전문지식과 경험, 정보수집 능력이 우월한 증권회사의 투자상담사나 종업원 등을 신뢰하고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위 상담역 등에게 투자 대상증권의 종목, 수량, 매매의 시기, 가격들을 선택 내지 결정하여 투자를 대행하여 줄 것을 위임하는 이른바 일임매매가 성행되고 있음이 현실이며, 따라서 이와 같은 현실적인 필요성을 반영하여 법으로써 일임매매거래를 허용하기는 하되, 이 경우 증권회사가 투자자의 신임을 악용하여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게 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위 법조 단서에서 최소한 그 유가증권의 종류, 종목 및 매매의 구분과 방법에 관하여는 고객의 결정에 따르도록 제도적인 제한을 마련한 것으로서, 결국 위 법조는 일임매매거래의 허용을 전제로 하되 이에 따른 폐단을 규제하고자 하는 데에 그 규정취지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며, 한편 위 증권거래법 제107조 제1항 에 대응하는 규정인 구 증권거래법(1982.3.29. 법률 제3541호)상의 같은 조문은 "거래원은 고객으로부터 매매의 종류별, 종목별, 수량과 가격의 결정을 일임받아 유가증권의 매매거래를 하고자 할 때에는 그 위임의 본지와 당해 일임금액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인정되는 수량의 매매거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는 소위 포괄적인 일임매매를 인정하되 다만 위임의 본지 등에 비추어 과도한 매매거래를 한 경우에는 같은 법 제208조 제3호 에 의하여 처벌을 하는 입장을 취하였으나(따라서 구법상 일임매매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위 법조 위반 여부를 운운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 후 위와 같은 포괄적인 일임매매의 남용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게 되자 법의 개정을 통하여, 적어도 그 종류, 종목 및 매매의 구분과 방법에 있어서는 고객의 결정을 받도록 함으로써 제한적인 일임매매만을 인정하도록 개정되었다고 풀이되는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위 법 제107조 제1항 의 규정취지, 구법상 규정의 내용 및 그 개정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법조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증권회사 사이에 매매거래구좌설정계약 이외에 투자자와 증권회사 또는 그 종업원 사이에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그 종업원이 투자자를 위해 투자를 대행하는 일임매매거래의 약정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인즉(물론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일임매매의 약정조차 없는 상태에서 증권회사의 종업원 등이 임의로 고객의 거래하는 행위가 일임의 범위를 일탈하여 거래를 하는 행위 등에 비하여 훨씬 더 그 가벌성이 크고 현실적으로도 그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는 할 것이나,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위 법조를 확대 해석한다면, 결국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위 법조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도저히 허용될 수 없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공소외인은 위 김정순으로부터 아무런 동의도 받지 아니한 채 그의 주식을 임의로 거래하였다고만 보여질뿐, 이 사건에 있어 위 공소외인과 김정순 사이에 일임매매거래의 약정이 있었다고 보여지는 사정을 기록상 발견할 수 없다(나아가 매매거래구좌개설 이외에 구체적인 매매거래의 위탁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조차도 없다).

그렇다면 위 공소외인과 김정순 사이에 일임매매거래의 약정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 있어 다소 잘못된 점이 없지 아니하나, 무죄를 선고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결국 위 항소논지는 이유가 없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5항 에 의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완구(재판장) 송우철 김인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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