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본안 소송에서의 패소확정과 보전처분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 추정
나. 본안 소송에서 패소확정된 가처분 집행채권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보전처분의 집행채권자가 본안 소송에서 패소확정된 경우에는 그 보전처분의 집행에 관하여 집행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추정된다.
나. 본안 소송에서 패소확정된 처분금지가처분의 집행채권자인 피고가 그 신청이유로서 주장한 피보전권리의 존부가 사실관계의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화해조서의 기판력 범위에 관한 법적해석 내지는 평가상의 차이에 기인된 것이고 피고의 그에 대한 법적견해가 가처분법원과 본안 소송의 제2심에서 인용된 바 있었다면 피고가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믿었음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한국건설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남규, 백락민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조흥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제형
주문
원심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동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이 확정한 사실을 간추려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즉 원심판결에 첨부된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은 본시 원고의 소유였는데 소외 1 명의로 1964.10.13 서울민사지방법원 영등포등기소 접수 제22035호로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기 때문에 원고는 소외 1을 상대로 원인무효에 인한 위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동 사건이 계속중이던 서울고등법원에서 1970.5.12 동 당사자간에 (1) 위 소외 1은 원고에게 금 12,000,000원을 지급하되, 그중 금 2,000,000원은 1970.6.15까지 금 5,000,000원은 같은 해 7.15까지 금 5,000,000원은 같은 해 8.15까지 지급한다 (3) 위 (1)항 기재금원의 지급을 단 1회라도 어겼을 때에는 위 소외 1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원고에게 위 부동산에 관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한다는 내용의 법정화해가 성립되었는데, 소외 1은 위 화해에 따른 금전지급채무를 다 이행하기 전 위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자를 피고로 하여 1970.8.4 위 등기소 접수 제59255호로써 채권최고액 금 64,000,000원 및 1970.12.1 위 등기소 접수 제96041호로써 채권최고액 금 30,000,000원의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위 소외 1이 위 화해금의 지급 이행이 없다하여 소외 1에 대하여는 위 화해조서의 집행문 피고에 대하여 동 조서의 승계집행문에 의하여 1971.2.15. 소외 1 명의 위 소유권이전등기와 피고명의의 위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각 말소등기를 경료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위 부동산에 대한 매매, 증여, 양도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한다는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득하여 1971.2.26 이를 집행하여 그 가처분등기를 기입케 하는 한편, 원고 및 위 소외 1을 상대로 말소된 위 소외 1 명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피고명의 위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회복등기절차이행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심 서울고등법원에서 청구인용의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되어 결국 1977.3.22 청구기각의(본건 피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한편 위 소외 1은 원고를 상대로 위 약정화해금중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금 9,000,000원의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제 1 심에서 그 청구를 전액 인용하는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위 소외 1의 채권자인 소외 2가 원고에 대한 위 소외 1의 부당이득금 반환채권의 압류 및 전부명령을 득하여 이를 채무명의로 하여 원고를 상대로 위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신청을 한 결과 1973.12.10에 1972.6.5 당시 싯가금 118,307,805원으로 평가된 위 부동산은 대금 4,774,200원에 경락되어 동 경락허가결정이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단하기를 위 가처분결정은 그 본안 소송이 패소로 확정됨으로 말미암아 취소를 면치 못하게 되었으니, 피고의 위 가처분집행은 부당한 집행이라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위 가처분집행에 있어서 고의,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치 않는 한 피고는 위 가처분집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라 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 가처분과 그 본안 소송인 위 회복등기 청구소송은 그 신청 또는 청구원인 사실에 있어 허위의 주장이나 혹은 있는 사실을 왜곡 은폐하고 제소한 것이 아니고, 오직 원고와 소외 1 간의 법정화해조서의 해석에 따른 법률적 견해와 그 화해조서에 의한 승계집행으로 말소 당한 피고의 근저당권의 회복을 구하는 법률적 주장을 그 청구원인과 신청원인으로 하였음이 명백하고, 피고가 소송에서 한 법률적 주장은 그 사건의 가처분 법원에서 받아들여 가처분명령을 발하였던 것이고, 본안 소송에서도 환송전 2심에서는 승소한 적도 있는등 사정으로 보아 피고가 한 가처분집행이나 본안 소송인 근저당권 회복청구소송은 그 제소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원고에게 손해를 끼칠 의도하에 한 고의가 있다거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사유만으로는 위 가처분 집행에 있어서 피고에게 과실이 없었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위 가처분 집행에 있어서 피고에게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따라서 과실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는 없다고 단정 위와 같이 위 부동산이 헐값으로 경락된 것은 피고의 본건 가처분 집행으로 인한 것이니 피고는 위 평가액에서 경락대금을 공제한 차액의 손해배상의무가 있다는 지를 판시하여 원고의 청구 1부를 인용하였다.
2. 살피건대 보전처분의 집행채권자가 본안 소송에서 패소로 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에 관하여 일응 그 집행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며, 그 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믿었음에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여야 함은 원심판시와 같다.
기록에 의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위와 같은 처분금지가처분을 집행하게 된 피보전권리에 관하여는 당사자간의 사실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원고와 소외 1간의 위 화해조서의 기판력 범위 다시 말하여 동 화해조항의 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의무의 법적성질에 있어 피고는 이를 어디까지나 새로운 이전등기를 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대인적 채무라고 본 법적해석 내지 평가에 기인된 것이나 결국 그런 주장은 배척되고 위 말소의무는 금전지급의무 불이행을 조건으로 한 소유권방해배제청구권(등기말소청구권)에 대응하는 물권적인 등기말소 의무로 판단되고, 따라서 위 화해후 위 소외 1로부터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받은 피고는 민사소송법 제204조 제1항 에서 말하는 변론종결후의 승계인에 해당된다 하여, 본건 가처분의 본안 소송인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회복등기청구가 패소로 확정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소송중 제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피고의 그런 법적견해가 인용된 바 있는 점을 아울러 볼때 위 가처분을 집행한 피고에게 과실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할것이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위 소외 1을 상대한 원인무효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소송의 제기 동시에 수소법원에서 위 부동산에 대하여 예고등기가 기입되어 있었는데 피고가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기전 원고는 소외 1의 요청에 따라 피고에의 근저당권설정 사정을 알고 그 예고등기의 말소촉탁신청을 하여 수소법원으로 하여금 촉탁케 하여, 동 예고등기가 말소된 사실을 수긍할 수 있는 바, 그러한 절차의 당부는 덮어 두더라도 원고는 적어도 피고의 위 근저당권의 설정에 협력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니 위와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의 위 가처분집행은 법적견해 차이로 자기의 담보권리보전을 위한 처사라 할 것이고, 그렇게 함에 무슨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고 볼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은 불법행위의 성립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니 이점에서 논지 이유있어 다른 논점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기로 한다.
이와 같은 이유 원심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