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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3. 1. 18. 선고 82도2624 판결
[직무유기][집31(1)형,27;공19833.15.(700)465]
판시사항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한 업무의 부당한 집행과 직무유기죄의 성부(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122조 의 이른바 직무를 유기한다는 것은 법령, 내규, 통첩 또는 지시 등에 의한 추상적인 충근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일컫는 것이므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는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과 객관적으로는 직무 또는 직장을 벗어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다만 직무집행에 관하여 태만, 분망, 착각등 일신상 또는 객관적 사정으로 어떤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는 형법상의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치안책임자(경찰서장)로서 그 관내에서 일어난 총기난동사건에 대하여 전혀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건 당일은 칠흑같은 깊은 밤인데다 비마저 내리고 있어서 총기난동자의 소재파악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직속부하인 경찰관이 그 관내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여 수십명을 헤아리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미증유의 사태에서 피고인이 망연 자실하여 거의 정상적인 사고력을 잃은 정도였고, 피고인이 궁유지서에 도착한 당일 01:30경은 이미 범인이 총기난사를 끝내고 은신하고 있을 때라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특수범 진압조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등 피고인의 대응조치가 적절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서는 형법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전병덕, 임종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변호인 변호사 임종선, 동 전병덕의 각 상고이유 제1점 및 제2점을 함께 모아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이 유지한 제1심 판결이유 기재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1980.11.15부터 의령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인바, 1982.4.26. 18:00경 의령경찰서에서 퇴근하여 그 다음날 10:00에 경상남도 경찰국에서 열리는 관내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다는 구실아래 경상남도 경찰국장 유구환의 사전 승인없이 근무지를 무단 이탈 의령을 출발하여 부산직할시 서구 서대신동 3가 소재 피고인의 집으로 와 쉬고 있던중 같은날 23:00경 의령경찰서 상황실장인 정보과장 문진만으로부터 피고인의 소속 부하인 위 경찰서 궁유지서 순경 한 사람이 술에 만취된 채 위 지서내 무기고에서 실탄을 탈취하여 주민을 살상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그 다음날 00:20경 의령경찰서에 도착 그 시부터 같은날 05:30경까지 사이에 이미 비상소집되어 현장에 출동한 위 경찰서 소속의 병력을 지휘하여 위 지서 순경 우범곤의 흉기난동을 진압하게 되어 그날 01:20경 궁유면 운계리 소재 운계다리에 도착할 당시 약 20명의 경찰병력이 범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채 어느 누구의 지휘도 받은바 없이 우왕좌왕 하면서 그곳 다리밑등 곳곳에 숨어 있었으므로 지휘관인 피고인으로서는 그곳에 지휘소를 설치하고 당시 범인 수색작전을 펴고있던 위 경찰서 보안과장 김영석으로부터 범인의 소재 범인의 진로, 범인이 소지한 무기의 종류 및 수량 등을 자세히 파악하는 등 치밀한 진압계획을 세운 뒤 신속한 용병 및 공작지휘를 하여 범인인 의령경찰서 궁유지서 소속 우범곤의 진로를 차단하고 나아가서는 저격함으로써 희생자를 극소화하여야 할 직무에 있음에도 곳곳에 쓰러져 있는 사상자를 목격함으로써 위 우범곤이 언제, 어디서 출현하여 사격을 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겁에 질려 위에 설시한 범인의 수색, 검거, 진로차단 등의 지휘직무를 포기하고 다시 동일 01:30경 그곳에서 약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위 지서에 도착 위 우범곤이 당시 손진태등 많은 주민을 살상하면서 다른 부락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어 또 다른 살상자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미 출동한 경찰병력으로는 위 우범곤의 범행을 진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위 지서에 설치되어 있는 비상싸이렌을 울리는 등의 방법으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인근 지역 예비군을 긴급동원 하거나 인접 경찰서에 병력응원을 요청한 뒤 범행현장에 나가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지휘를 하여야 할 직무에 있음에도 원심상피고인 ( 당시 의령경찰서 궁유지서 지서장)으로부터 위 우범곤은 많은 실탄등 병기를 소지하고 있음을 보고받고 겁에 질린 나머지 동일 05:30경까지 약 4시간 동안 위 지서에 머물러 있어 역시 위에 설시한 바와 같은 범인수색 검거를 위하여 지휘하여야 할 직무를 포기하고 위 우범곤 단독으로 동일 01:20경부터 동일 03:00경 까지 사이에 서정수, 전복순, 이순두등을 살해하도록 방치함으로써 정당한 이유없이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사실을 확정하였다.

2. 형법 제122조 의 이른바 직무를 유기한다는 것은 법령, 내규, 통첩 또는 지시 등에 의한 추상적인 충근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일컬으는 것이므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는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과 객관적으로는 직무 또는 직장을 벗어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다만 직무집행에 관하여 태만, 분망, 착각 등 일신상 또는 객관적 사정으로 어떤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는 형법상의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일건기록에 의하여 검찰이래 원심공판정에 이르기까지의 피고인의 진술과 원심적시의 증거를 모아보면 피고인은 1982.4.26. 22:50경 부산에 있는 피고인 자택에서 의령경찰서 상황실로부터 위 경찰서 궁유지서 소속 순경 우범곤의 총기난동 사고보고를 받고 10분후 자택을 출발하여 한시간 20분 후인 다음날 00:20경 의령경찰서에 도착하여 대체적인 사태를 파악하고 피해자 등의 수용대책을 지시한 다음 사건 현장인 궁유면으로 출발하여 운계다리를 거쳐01:30경 궁유지서에 도착하여 범인 우범곤의 자폭이 확인된 동일 05:30경까지 의령경찰서 경무과장 신현기 및 같은 보안과장 김영석의 지휘로 위 운계다리 등에 출동 매복하고 있는 경찰병력을 위 신형기, 김영석에 계속 맡겨둔 채 위 궁유지서 근무순경 안승섭과 약도를 그려가며 위 우범곤의 범행경로 및 범인의 무장 실탄소지수 통신상태등 상황을 파악하고, 궁유면 당국과 협조하여 사상자의 인적 사항을 조사하고 관내지서에 범인의 예상도주로의 경계를 지시하는 일방 이와 같은 상황을 경상남도 경찰국에 보고하고 또 그 지시를 받는 등 하여 계속 지서내에만 머물러 있어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총기난동사건에 대처하는 관내 치안책임자로서 전혀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나 한편 사건 당일은 칠흑같은 깊은 밤인데다 비마저 내리고 있었으며 범인이 관내 부락을 돌아다니며 총기를 난사하여 그 소재 파악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직속 부하인 경찰관이 그 관내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여 수십명을 헤아리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미증유의 사태에서 피고인이 망연 자실하여 거의 정상적인 사고력을 잃은 정도이었다는 사정과 피고인이 궁유지서에 도착한 당일 01:30경은 이미 범인 우범곤이 총기난사를 끝내고 평촌리의 공소외 서인수 가에 은신하고 있을 때라는 사실 등이 아울러 인정되어 이건 총기난동사고는 특수범 진압조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제1심 증인 임우택의 진술 및 검사 작성의 진술조서기재 범인이 평촌리에 있다고 신고하고 경찰병력의 출동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제1심 증인 오수환, 김진환 등의 증언과 검사 작성의 박평진에 대한 진술조서기재 등만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를 피고인이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자료로 삼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증명할 자료를 가려낼 수 없으며 또 이 사건 공소장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운계다리에 도착하였을 때 그곳에 지휘소를 설치하여야 한다던지 또는 비상싸이렌을 취명하고 예비군을 동원하는 것이 이와 같은 사태에 대처하는 필요불가결한 필수적 조치라고 할 자료 또한 가려낼 수가 없다.

3. 결국 위 우범곤의 총기난동사건에 대처하는 피고인의 당시 거동은 관내 치안책임자로서 십분 규탄되어 마땅하다 할 것이나 그 조치가 다만 적절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서는 형법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주관적으로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이 있었고 객관적으로 그 직무를 버리거나 또는 그 직장을 벗어났다는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직무유기죄로 다스린 제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조치에는 필경 직무유기죄의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상고논지는 그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원심으로 하여금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사건을 부산지방법원합의부에 환송하는 것이다.

이 판결에는 관여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대법관 이일규(재판장) 이성렬 전상석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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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1982.10.22.선고 82노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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